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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스테이츠 - 1%를 극복한 사랑
체탄 바갓 지음, 강주헌 옮김 / 북스퀘어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영화 '세 얼간이'를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본다. 아마 그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작가에 대해 들었을때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 책이 믿을만한 보증을 앞세운 기대되는 책이라 생각할 것이고, 그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을까말까 고민할 것이다. 아마 발리우드 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그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 것이지만, 인도 영화 특유의 군무와 긴 러닝타임을 조금만 관용한다면 영화 '세 얼간이'와 그리고 그 영화의 작가이자 이 책의 저자인 체탄 바갓의 신작 '투 스테이츠'도 더불어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읽기 전에 인도의 문화와 사회에 대해서 알아둔다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지식없이 이 책을 읽었지만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도 알아둔다면 좋겠다. 이 책의 주인공인 크리슈와 아나냐는 서로를 사랑하게 되지만, 인도 북부와 남부 출신으로 거대한 장애물인 지역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지역 감정이야 인도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나라인, 우리나라에도 있는 일이라 별다를 것 없지만, 인도의 지역 간 차이는 사고방식이나 사람들의 성품, 음식 취향 등이 조금 다른것이 아니라 피부색과 언어도 다르다는 점이 추가된다. 외국인과의 만남이나 다를 것 없어 보였다. 어쨌든 이 책의 두 주인공은 그런 차이를 이겨내고 개인과 가정 그리고 인도 사회의 화합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한다.
"나는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말했다. 나는 울먹이며 말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니타가 나에게 티슈 하나를 뽑아 건네주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나는 이렇게 물으며 조심스레 소파에 앉았다. "사랑 이야기는 다 똑같잖아요. 당신이 그 여자를 처음 만난 때부터 시작해보세요." 니타가 커튼을 치고 에어컨을 켰다. 나는 얘기를 시작하며 상담료의 본전을 뽑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크리슈가 절망에 빠진 채 정신과로 상담을 하러 간다. 그리고 그는 사랑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를 정신과를 보내게끔 만든 그와, 아나냐와의 사랑이야기를 시작한다.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은 그 다음장부터 계속된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이야기를 시작함과 동시에 '사랑 이야기는 다 똑같잖아요.'라고 작가가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자에게, 은연중에. 맞다. 결국 사랑 이야기는 다 똑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스스로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런 말을 건네는데도!- 이 책을 끝까지 단숨에 읽게 만드는 흡인력이 결국 있고야 말았다.
생소한데도, 그 생소함을 모두 뛰어넘을 정도로 주인공들은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인도 유수의 대학을 다니고 있는 지성인이자 자신감있는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고, 크리슈는 크리슈만의 농담과 자신감이 있고, 아나냐는 매우 매력적이고 당찬 여성의 면모를 보인다. 가정폭력을 경험했다던가, 술과 고기가 금지된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를 떠나서 주인공들은 각자 자신에게 자신감이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들이 보여주는 자신감과 가족의 반대라는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는 독자에게 충분히 그들을 지지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게끔 만드는 요소가 된다. 독자를 감시자나 판단하는 자의 눈이 아닌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아나냐가 내게 타밀어로 말했다. "나안 온나이 칼달리카렌."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뜻이었다. 나는 두 팔로 그녀를 감싸 안았다. 나는 주변의 젊은이들을 지켜보았다. 부모부터 주정부까지 모두가 그들에게 금지한 것을 좋아하며 과감하게 시도하는 젊은이들이었다. 그랬다, 타밀 나두에서 오후의 디스코 파티가 가능하다면 펀자브 사람이 타밀 사람과 결혼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규칙도 결국 인간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종일관, 이 책은 서로를 굳게 사랑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랑의 힘이 이해와 관용이 어떤 차이와 반목도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 그 아름다운 동화같은 믿음을, 믿고 싶게끔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보여주는 사랑의 힘이라는 것은 단순히 연인간의 것만이 아니라, 크리슈와 그의 아버지가 잃어버린 신뢰와 사랑을 다시금 쌓아올리게 되는 과정, 그 서투르고 아름다운 회복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감동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두 주인공은 가족의 반대로 서로 헤어지게 될 위기에까지 처하지만 결코 가족을 버리고 둘만을 생각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모두와의 화합을 위해 노력한다. 아마 그런 면면에는 인도라는 나라의 갈등이 해소되고 진정한 통합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크리슈와 아나냐에게서 시작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펀자브 사람과 타밀 사람에게로 확대되고, 인간이 만든 규칙과 편견, 억압에 대한 극복을 이야기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독자는 변치않는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들이 자신 앞에 놓인 차이를 극복했듯이, 독자 역시 한국과 인도의 문화차이라는 차이를 극복하고 이 책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