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답게 나이 들기로 했다 - 인생에 처음 찾아온 나이 듦에 관하여
이현수 지음 / 수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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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한 친구를 만났을 때였다. 몹시도 허무하고 못내 울적하다는 듯 만남 내내 친구는 지금까지 살아오며 겪을 대부분의 일들을 다 거쳤으니 당장 죽는다고 해도 아쉬울 것이 괜찮을거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 들으면 젊은 나이에 별 말을 다 한다고 할 얘기겠지만 그때는 그런 친구를 위로해 줄 수 밖에 없었다. 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찻길을 건너게 되었는데, 아슬하게 비켜가는 대형 트럭의 위험한 운전을 피하며 '깜짝이야, 하마터면 죽을 뻔 했네'하고 안도하는 모습을 보고는 비어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혼났던 기억이 있다. 그날 친구가 했던 푸념은 진심이 아닌 말, 그저 나이듦을 실감한 어느 순간의 한탄이었으리라. 나이듦이란 무엇이길래 죽고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는 사람마저도 삶의 무상함을 입에 올리게 만드는 것일까. 잘 나이드는 것이 궁금하고 중요해진 길목에서 '나는 나답게 나이 들기로 했다'를 만났다.

 

 한동안 화제가 된 것이 사람의 노화가 매일매일 쌓이는 것이 아니라, 폭발적으로 변화하는 시기가 정해져있다는 연구결과(*nature medicine)였다. 그 3단계는 각각 34세, 60세, 78세에 있다고 한다. 거울 속의 자신이 갑자기 나이들어 보이는 것에 놀란 마음을, 이 정도면 거뜬하다고 생각한 운동량을 소화 못하는 체력을 느꼈을 때의 충격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나이듦'을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요즘은 전에 비해 노화가 느리고 다들 동안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라 자신의 노화를 처음으로 의식하고 나면 어찌해야할 지 갈피를 잡기 어렵고, 스트레스도 받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조금 이르지만 '나는 나답게 나이 들기로 했다'를 읽어보고 싶었다. 서른을 넘어서고 나서 갑자기 건강보조제를 찾아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대화의 주제에 운동, 건강, 노화 같은 것들로 끼어들게 되었다. 하지만 노화에 대한 대비는 몸과 정신이 함께 필요함을 책을 읽으며 많이 깨달았다.

 

 혼자 밥을 먹는 일이 점점 더 익숙해진다. 혼자 먹는 일이 끼니를 거르는 것보다 낫다고 하지만 혼밥은 아무래도 간편하고 대충 차리게 되기 쉽상이다. 나 자신에게 잘 대접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혼밥에 대한 그리고 권정생, 이오덕 선생의 일화를 예로 든 내용을 인상깊게 보고 생각을 정리했다. " 혼밥을 먹더라도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잘 대접해주자. 고요하고 거룩하게 잘 해먹어보자. 그러다가 한 번씩은 '징그러울'정도로 자신에게 최고의 혼밥을 차려주자.(168) " 우리가 할 수 있는만큼, 또 남에게 하듯이 자신을 대접하자고. 이 내용은 뒷부분의 '외로워도 괜찮아(222)'에서도 같이 연결되어 혼자 자신의 일을 해결하는 것, 외로움과 마주하는 것을 함께 생각하게 해주었다.

 

 책의 말미에는 죽음에 대한 내용도 있다. 생각만해도 마음이 무거운 이 주제를 아직 보류해두었다. 아직 그런 준비까지는 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막연히 두려운 주제였다. 삶의 흐름이 어느날 버겁게 느껴질 때, 곁에 두고 천천히 오래도록 초라하고 어설프게 늙지 않도록 읽어보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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