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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까짓, 털 - 나만 사랑하는 너 ㅣ 이까짓 1
윰토끼 지음 / 봄름 / 2021년 2월
평점 :
이까짓 털은 재미있는 책이다. 사실 재미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조금 심각한 문제제기를 한다. 여성과 여성의 털에 대해 드러내고 의문을 던진다. 사실 그동안 털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다. 털이 많은 편이 아니라 오히려 숱없는 머리가 아쉬웠는데, -어쩌면 이것도 털에 대한 고민이었을지 모르지만.. 어째서 다른털과는 다르게 머리털은 많을수록 미덕인 것인가- 윰토끼라는 이름답게? 털이 많아 슬픈 저자의 경험담이 그동안 궁금했던 털의 세계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려나 싶은 생각에 읽어봤다.
솔직히 몸에 난 털을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타인과 공유하기는 쉽지 않다. 어쩐지 쉽게 물어보기 어려운 내밀한 이야기인 것 같고, 꽤나 귀찮고 번거로운 일인 것 같은데 나는 잘 몰라서 그러는데 어떻게 처리해?하고 물어봤을때 자랑하냐며 핀잔을 들은 적도 있다. 순수한 호기심이었지만 상대방에게는 예민한 문제일수도 있었다. 그런데 부끄러움은 자신의 몫을 남겨둘테니 용기만 얻어가라는 작가의 말이 고맙기도 하고, 부끄러움으로 여기지 말자고 응원하고 싶기도 했다.
세상에 이런 다양한 부위의 털이 우리의 고민이 되었구나 싶었다. 예물상점 편(123)이 그랬다. 제목으로 예상이 가능할까? 어느 부위의 털이 주제인지. 바로 손가락에 난 털이었다. 세상에 손가락에 난 털을 신경써가며 반지를 껴야 하다니. 이건 예상치 못한 털의 등장이었다. 반지를 끼워보는 상황에서 신경쓰인 것이라 하지만, 세상에 이렇게 잘 보이지도 않는 털마저 관리의 대상이었다니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한번 신경쓰이니 자꾸만 손가락을 살펴보게 되는 불상사마저 벌어졌다. 아, 손가락 털. 이까짓 털도 털이라고 신경쓰이다니.
인중에 있는 털, 팔, 다리, 눈썹, 손가락 그리고 또 다른 부위들까지! 수많은 털털한 이야기를 읽다가 별 생각 없던 털들이 갑자기 눈에 잘 띄게 되는 부작용도 생겼지만, 혹떼러 왔다가 혹 붙인 느낌이 좀 있지만! 그래도 새롭고 독특하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우리 몸에 대해서 알고 터부시되는 것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가볍고 재밌게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