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지식 - 역사의 이정표가 된 진실의 개척자들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이승희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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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로운 책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금지된 것에 대한 욕망이 있기 마련이다. 열면 안되는 상자를 열어보고 싶은 마음, 출입을 금하는 팻말이 세워진 잔디밭에 발을 들이밀어보고 싶은 마음, 읽어서도 소장해도 안되는 책을 구하고 싶은 마음, 미성년이기 때문에 금지된 것들을 일탈해보고 싶은 마음. 다산북스의 신간 '금지된 지식'은 제목만으로도 관심을 끈다. 지식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었던가. 언제나 내가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지식을 습득해야만 했던 십여년의 세월을 보내오면서 강요된 적은 있어도 금지된 적은 없던 것이 지식인데 무슨 까닭으로 금지된 것일까 궁금해진다. 사회과학자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안내를 따라 '금지된 지식'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기독교적 지식이 별로 없는 탓에 초반 성에 대한 원죄와 함께 성서의 내용이 나오는 부분은 유명한 아담과 이브의 등장으로도 낯설었다. 종교가 문화 지식 역사의 모든 분야에 뿌리깊게 내려 있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는 바탕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부분이었다. 읽으면서 여성에 대한 2등 계급(36) 취급이 교리가 다른 동양권에서도 비슷하게 이루어져 왔음이 의식되어 그 지점이 궁금해졌다. 금지된 지식을 다루는 이 책이 처음에는 다소 무거운 느낌이 들었지만, 3장 비밀을 다루는 법(113)으로 들어가면서 점차 재미를 더해갔다. 말 그대로 비밀리에 가려지고 숨겨진 지식과 정보들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비밀정보기관들과 그 역사(128)'에서 비밀 정보를 캐내는 스파이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해서 재미있었다.


 책의 매력은 4장으로 들어서면 더욱 커지는데, 과학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현 상황에 윤리와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부작용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에 '물리학자들과 죄(166)'의 등장은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생활의 영역으로 끌어들여놓은 핵조차도 제대로 책임지고 관리할 수 없다. 이어지는 5장의 내용이 다루고 있는 생명과학, 유전공학의 내용 역시 금기된 지식이 어떤 것들인지 직시하게 한다. 더불어 인터넷과 개인, 국가 그리고 정보의 보호에 대해 다룬 7장의 내용도 아마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어 관심을 끌만한 내용이라 생각된다. 전체적인 내용이 좀 무겁고 깊게 느껴지겠지만 중간중간 숨을 틔워주는 역할을 하는 부분들이 있다. 각 장에는 짧게 덧붙여진 '토막 이야기'라는 단락이 있는데 사실 서프라이즈 급의 깨알 상식 코너처럼 느껴지는 이 구성에서 가장 높은 만족도를 얻었다.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흥미롭고 또 너무 깊지 않은 내용들이 소개된다. 거기에 이어지는 특이한 결론들도 독특한 마무리가 되어준다.  


 처음의 느낌보다 읽을수록 완급조절을 잘 한 책이라 생각되는 책이다. 지식, 배움에 대한 욕구 또 그것을 전파하고자 하는 사람의 욕구는 대단하다. 우리는 흔히 자신은 아는 것이 별로 없다고 하거나, 어떤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라고 스스로를 낮추지만 실제로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들을 전달하는데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뭔가를 배우는 것을 어려워하고 지루해한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새로운 정보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알고보면 쓸모없고 신기한 잡학'들이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얇은 지식'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처럼 사람들은 지식과 정보를 갈구하고 또 습득한 것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든 퍼뜨리려 한다. 그러니 이 '금지된 지식'에 대해서도 분명 관심이 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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