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한 내 일 - 일 잘하는 여성들은 어떻게 내 직업을 발견했을까?
이다혜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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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직업인들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위인전을 쓰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좋았다.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느껴지면 책을 읽을 때는 흥미롭지만 다 읽고나면 어쩐지 씁쓸하고 금방 생각의 환기를 위해 머리속을 비우곤 한다. 그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구나 이런 일들을 거쳐왔구나 하고 조금 알게되는 정도에서 나름의 기준으로 취할 것은 취하는 선이 있었다. 사실 저자에 대해서 잘 모른 채 읽기 시작했는데, 사진을 제대로 보고 직접 인터뷰하는 모습을 서울책보고에 들렀다가 멀리서 본 적이 있단 것이 생각났다. 일곱명의 인터뷰이들도 그런 시간을 가졌겠지 짐작하며 책을 읽었다.

 

 영화 '우리들'을 인상깊게 본 탓에 첫번째 인터뷰부터 흥미로웠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영화의 내용도 좋아서 한동안 그리고 지금까지도 주변에 추천을 하곤 한다. 어린 배우들을 위한 영화촬영수칙으로도 유명한 이답게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면이 돋보였는데 " 그에게는 대화할 때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사실 나이와 무관하게 대화에 집중을 못하는 성인들도 많다. 자기 이야기만 한다든가 혹은 감독 마음에 드는 대답을 하려는 경우도 있다. 그런 건 대화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25) " 이 내용에서 많은 공감을 했다. 나 자신은 어떤가 '대화'를 제대로 하고 있었나 한번 점검해보게 된다.

 

 때때로 배구 경기 중계를 보면서 선수들은 매일 시합을 하는 것이 일인데 가끔은 우리처럼 월루를 하고 싶은 날이 없을까 궁금했다. 열정적으로 블로킹을 하고 리시브를 받는 모습을 보며 오늘은 좀 덜 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날이지만 코트 위에 서면 승부욕이 일어 자신도 모르게 또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일까. 양효진 선수의 인터뷰는 그런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는 내용도 있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열정적으로 운동에만 파고들었다고? 싶었는데 어느 정도 내려놓은 부분이 있다는 얘기에 이해도 되고 그럼에도 '프로니까 경기장에서 보여 주는 게 가장 크(56)'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데서 책임감도 느껴졌다.

 

 정세랑 작가와 이수정 범죄심리학자의 인터뷰는 매체에서도 다룰만큼 워낙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인터뷰이들이라 텔레비전에서 봤던 '유퀴즈'프로그램을 떠올리며 읽었다. 특히 " 남의 삶에 개입해서 인생을 바꾼다는 일의 어려움(212) "에 대해 회상하는 이수정님의 인터뷰 내용은 사람의 선의와 관계의 무거움, 상대적인 입장과 가치, 현 세태까지 고루 생각해보게 만드는 지점이었다. 직업적인 면에서 고인류학이라는 분야가 가장 새로웠는데 바리스타나 경영인처럼 잘 알고 있다고 여기는 직업군에서도 의외의 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사실 나라면 인터뷰를 어떻게 할 것인가 였다. 혹시 나에게 인터뷰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질문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인가를 생각했다.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 미래를 고민하는 연령대가 아니라면 나와 같은 생각을 품으며 책을 읽어봐도 새로운 자극이 될 것이다. 여성들의 일과 삶, 생각에 대해 나눌 수 있어 특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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