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이 병은 아니잖아요?
이지아 지음 / 델피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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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 대범하고 쿨한 사람은 아닌데, 양심에 손을 얻고 소심한 쪽은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이 든다. 때로 자신의 소심함을 무기로 다른 사람들의 배려를 당연하게 요구하는 사람들을 만난 적 있어서 스스로를 소심하다고 칭하는 사람을 조심하는 편이었다.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닌데 이를테면, '나 소심해서 상처 잘 받으니까 나한테는 조심해줘'라거나 '난 소심해서 그런거 못하겠어 니가 해주면 안될까?'같은 말을 하는 경우를 만날 때였다. '소심이 병은 아니잖아요?'를 오히려 되물어주고 싶은 소심들이었다. 책에서도 그런 소심함을 만나게 되면 어쩌지 싶었는데, 의외로 이런 소심함이라면 나도 사실은 아주 소심한 사람이었는데 스스로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보게 될만한 내용이었다. 
 
 처음으로 공감하고 심지어 너무 공감해서 부끄럽고 웃겼던 이야기가 '5만9천원 짜리 필통' 이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이 존재하고 때로 어떤 상품은 내 기준을 아주 많이 웃도는 가격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사람 심리라는 것이 가격이 너무 비싸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지 못할 때에도 그게 가격 때문만은 아니라는 듯이 연기하게 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아, 다른 색이 있으면 딱 좋을텐데 라고 하거나 작은 부분을 찝어 이 부분이 좀 아쉽네 라고 하거나 예쁘긴한데 비슷한게 있어서 같은 말들을 괜히 해보고는 눈앞에 찍힌 놀랄만한 가격을 속으로 삼킨다. 그런데 너무 비싸서 못사겠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해 쓴물을 삼키며 5만9천원 짜리 필통을 두개나 사게 된 이야기는 공감되고 웃기고 민망한 소심함이라 처음의 경계를 내려놓고 책을 읽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또하나, '아줌마' 소리를 들은 순간에 대한 경험을 담은 이야기는 다들 공감하지 않을까.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의 묘한 타격. 아줌마라는 말이 왜 충격과 무례로 느껴지는지 설명하기는 복잡하고 어려운데 나는 그 말을 무려 스무살적에 들은 적이 있어서 저자가 황급히 붙여놓은 " 변명해보자면, 사정이 생겨 겨우 한 달 일하고 그만뒀지만 한 달 동안 아줌마 소리를 들은 건 그때 딱 한 번이었다. 나름 아줌마 소리 들을 정도로 생기지는 않았다고 착각 또는 자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오죽하면 그 손님과 같이 왔던 일행이 "야, 어딜 봐서 아줌마냐"라고 내 마음을 대변해주기는 했다(43) " 는 글들이 웃프게 다가왔다. 아줌마가 대체 뭐길래. 아줌마 소릴 들을 정도로 생긴 것은 대체 무엇이고. 
 
 읽으면서 점점 소심이 뭘까, 이런게 소심이라면 우린 다 소심한 것 아닐까 싶은 평범한 이야기들을 만나기도 했고 '아, 이 사람은 이런 것도 고민스럽게 생각하는구나'싶게 다른 부분들도 있었다. 싸운 친구와 대형마트에서 마주친 이야기(78)나 생리현상에 대한 고민(127), 스타벅스를 싫어한다는 고백(186)같은 것들이 그랬다. 스타벅스에 대한 고백은 요즘 서브웨이에서 주문하기 같은 것들로도 종종 공감을 얻는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먹는데 진심이 나는 맛있는 걸 맛있게 먹기 위해 이것저것 찾아보고 알아보고 그것도 안되면 물어보는 편이라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안타까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시어머니와의 문제 상황(84)과 시댁에 안가고 싶다는 고백(99)를 책으로 써낸 것은 소심으로 볼 수 없는 대범함이라서 놀랐다. 
 
 책 말미에 작가 자신도 자신이 소심한가 아닌가 모르겠다고 해서 웃으며 책장을 덮었다. 거기다 마음속에 남은 뒷끝마저 탈탈 털어놓은 짧은 편지들도 구차하고 소소한 면모가 솔직해서 웃겼다. 끝내는 나쁜말 못하겠어서 맺힌 말을 최대한 부드럽게 풀어내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소심하긴 한가보다. 아닌가? 사람에게는 분명 여러가지 면모가 있으니, 평소 내가 소심한건 아닐까 혹은 소심해서 고민이라는 걱정이 있다면 이 자기 긍정학을 읽으며 공감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위안을 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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