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나태주 엮음 / &(앤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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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입니다.

가을에는 마땅히 시집 한 권 읽어야 심신이 안정되고 올바르고 성숙된 현대사회인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 어떤 시를 읽어야 좋을지 모르는 범인들을 위하여 나태주 시인이 가려뽑은 국내 명시 114편을 수록한 시집의 출간 소식이 반갑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우울감 호소하는 분들도 많고, 일조량이 줄어들고 바람이 차가워지는 계절의 변화를 타는 분들도 많으실텐데, 시를 통해 위로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시인 한 사람의 시집을 고스란히 읽는 일이 생각보다 익숙하지 않아서 시집을 읽는다는 게 어색할 때가 있는데 많은 시인들의 다양한 시를 읽어보고 접해볼 수 있다는 것도 아주 큰 장점인 것 같아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가 더욱 기대되었다. 


 읽는 동안 마음이 편했다. 책에 실린 시를 꼽아낸 시인이 가진 시에 대한 애정 때문일까? 사람을 살게 만드는 시라니,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는데 어쩐지 한 편씩 읽는 동안 시나브로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어쩐지 기운이 난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나니 시인이 책의 첫 머리에 쓴 글의 의미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시가 주는 덕성, 힘, 손길, 마음의 약...' 특별한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잘 아는 사람만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인 나태주의 안내와 함께 국내 여러 문인들의 소박하고 따뜻한 시들을 고루 만날 수 있는 경험이었다. 
 
 가끔 시집을 읽는다. 좋아서 읽는 시집이래도 가끔은 시가 난해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얇고 가벼운 시집이 다른 두꺼운 책들보다 더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인 나태주가 직접 선정한 우리시 114편을 읽는 동안은 그런 염려나 부담을 내려놓아도 괜찮았다. 크게 다섯 갈래로 담은 시들이 있고 각 시 한 편 한 편 마다 달아놓은 짧은 글이 감상의 문턱을 낮춰 읽는 이의 감상을 돕는다. 그동안 시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 아마, 시에 대한 경험이 교과서적 읽기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시인 나태주의 덧붙임은 이와 달리 그가 소개하는 시와 시인에 대한 짧은 설명과 함께 감상을 돕는 길잡이가 되어주지만 암기식의 정보를 쏟아내는 방식이 아니다. 그보다는 첫만남의 자리에서 믿음직한 사람에게 소개를 받는 느낌이 든다.
 
 가을이 되니 선득해지는 바람을 따라 감성을 채우고자 책이라도 한 권 더 읽고 싶고, 시집이라고 한 권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를 읽어보자. 시가 가지고 있는 온기와, 시인 나태주가 담아낸 애정이 잘 담겨진 한 권을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읽고 난 뒤에는 읽으면서 좋았던 시를 쓴 시인의 시집도 더 찾아볼 수 있을 것이고, 또 교과서에서 만난 시를 읽을 때에는 몰랐던 그저 감상만 해도 괜찮은 시 읽기 경험을 통해 감동을 느끼고 감성이 충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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