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이기주의자
율리엔 바크하우스 지음, 박은결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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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자기만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크고 작은 목표들을 의식적으로 혹은 자신도 모르게 세우고, 실패하고, 가끔 이룬다. 오늘 해야할 일에 대해 머리 속에 기억하고 하고 있다가 그날 해치우면 그것도 하나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룬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아주 원대하거나 이루기 어려운 것들만을 '내가 세운 목표'라고 여기고 이에 부담을 느끼거나 혹은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어느날 인터넷에서 흥미로운 글을 봤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성공할 확률이 높은 사람은 어떤 유형인가에 대한 글이다. 다른 사람들과 이를 공유하고 협동하는 사람? 자신의 목표를 위해 조금은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사람? 예상했다시피 후자라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학습해왔던 생각과 다른 관점이라 언뜻 보고도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던 내용인데, 정확한 출처가 기억나지 않아 아쉬웠던 차에 '자유로운 이기주의자'를 보고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기적으로 행동하기란 참 어렵다. 덧붙여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기도 어렵다. 솔직해지면 일상의 다양한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싶은 계산이 돌아간다. 하지만 미성숙함으로 그런 모습을 이해받을 수 있는 어린아이가 아니고서야 그런 본능을 내보이는 것은 없어보이는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고, 잠깐 이기심을 채운 댓가로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하기도 한다. 이기적 행동이 금기시되다시피 한 탓에, 누군가의 이기적 행동은 도드라지게 보이고, 잘못된 것처럼 보이고, 행위자를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싶게 만든다. 그럼 정말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이렇게 부정적이기만 한 것일까? 율리엔 바크하우스의 책은 이기주의 만능같은 아주 파격적인 내용을 선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위의 눈치를 보는 것에 얽매여 자신을 억압하지말고, 자신의 삶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라는 메세지를 세련되게 전달한다.

 

 쉬운 예로, 이제는 많이 알려진 비행기 기내 안전수칙 중 하나인 산소마스크 등의 착용 안내를 들 수 있다. 비상 상황 시 보호자가 자신의 산소마스크를 먼저 착용하고 아이와 도움이 필요한 주변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것(46)이다. 약자를 먼저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겠지만 남을 도울 수 있는 주체인 자신부터 챙겨야 주변을 살필 수 있고, 자신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남을 돕느라 자신을 소진시켜버리는 일을 우리는 너무 많이 반복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해봐야 하겠다.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내 시간을 너무 많이 써버린 적은 없었나? 가족의 병간호를 도맡아 했던 적은? 당번이 정해진 집안일이 밀린 것을 대신 처리해준 적은? 이런 것들을 좀 내려놓고 자신에 더 집중해도 괜찮다. 내 생활이 만족스러워야 더 진실된 마음과 여유로 주변을 돌볼 수 있다.

 

 솔직히 이 책을 여성들에게 더 많이 추천하고 싶다. 물론 요즘같은 세상엔 '생존을 위해' 아주 조심해서 행동해야겠지만, 여성들은 특히 컴플레인을 망설이지 않는다(60), 상대가 계약을 지킬 경우에만 나도 계약을 지킨다(68), 타인을 위해 나를 희생하지 않는다(77),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99) 같은 원칙들을 좀 더 가까이 해야 한다. 카페에 가서 음료를 살 때도 빨대나 홀더, 하다못해 티슈 한 장이 필요할 때도 '죄송하지만'을 붙여 말하곤 했다. 죄송하지 않은 일에도 너무나 많은 죄송을 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난 뒤로 고치려고 하는데, 이런 모습을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서 많이 발견했다. 이런 것들은 굳이 '이기적'인 행동에 들지도 않는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해당되는 면이 있다면 바꿔보다. 다만 자신을 의심해본다(92)는 항목은 읽지말고 지나치자. 자기검열은 이미 차고 넘친다.  

 

 또 하나 집중해서 읽은 부분은 '가장 좋은 친구는 자신이다(158)'이다. " 대부분 연인 관계는 언젠가 이별로 끝을 맺는다. 독일에서는 부부의 연을 맺은 커플조차도 50퍼센트 정도는 이혼한다. 가족 관계조차도 영원하다고 할 수 없다. 사람들은 언젠가 죽게 마련이고 살아 있는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돌이킬 수 없는 갈등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마지막에는 결국 자신만이 남는다. (159) " 다소 비정하게 보이는 이 문장을 읽으며 자신의 삶과 내면을 타인에 의지하고 그를 통해 채우려고 기대하는 일을 줄이고,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준비가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가장 재밌는 부분은 " 목표를 소문내지 말 것(224) " 이다. 책을 읽기 전에 잠깐 보았던 자료와 비슷한 결이다. 누군가는 타인의 목표를 질투하거나 방해할 수 있다. 남들 앞에 자신의 목표를 공약하는 것도 좋은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거나 스스로를 채찍질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만, 타인의 검열이라는 압박적 상황을 만들어내거나 경쟁자에게 약점을 드러내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다이어트 한다더니 지금 뭐 먹는거야?' 나 '살이 별로 안 빠진 것 같은데?' 나 '**은 살 안쪄' 같은 말을 들 수 있다.

 

 그동안 '이기주의'나 '이기주의자'라는 말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요즘은 험한 말 섞어서 이기적이 되자는 제목을 달고 나온 책들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나쁜년/놈이 되라는 게 아니라 교양있는 성인이라면 이정도의 성숙한 이기적태도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요령이 있어야 한다는 요지로 정리된다. 이 정도는 내 것도 챙기고 살아야 정신 건강에 좋을 법한 내용을 정리해놓았다고 보자. 매운맛인줄 알았는데 보통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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