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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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간 읽었던 크리스티의 소설. 정확히는 마플양이 나오는 소설 중에서 가장 평이한 수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개의 경우 마플양이 등장하는 작품에서 미리 기대하게 되는 것은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증거 제시가 아닌가 생각한다. 크리스티의 소설이 대개 그러한 경우가 많지만 마플양의 경우는 독특하게도 탐정이라기 보다는 이웃집 할머니의 모습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인다. '내 경험에 의하면~' 으로 시작하는 그녀의 추리는 독자들이 보지 못한 것, 경험하지 못한 것을 체험하게 해주는데 굉장히 유용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마플양의 추리를 달가워하지 않는 독자들도 많은 것 같다. 똑 떨어지는 정확한 추리보다는 직감의 의존하는 듯한 인상을 많이 주니까.) 하지만 이 소설에서 마플양의 그러한 매력은 많이 죽어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사건을 해결하고 정리하는 것은 역시 그녀지만, 여타 작품에서 느껴졌던 긴장감은 없다. 그저 이런 거 아닐까요~ 하는 설명은 독자를 설득시키고자 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소재의 독특함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줄 수 있겠지만 그에 비해 뻔한 결말과 마플양의 등장에도 불구하도 밋밋한 구성이 보는 재미를 떨어뜨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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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서태후
펄 벅 지음, 이종길 옮김 / 길산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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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서태후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서태후라는 이름 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 책은 무언가 끌리는 면이 있었다. 요즘들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지도자의 또다른 이면에 대한 내용이 책의 내용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칼과 꽃의 여인' 이라는 서브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재조명을 암시하는 것이리라 생각된다.

 이 책에서 서태후는 사랑이 넘치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그간 서태후에 대해서 알려져 있던 많은 사실들은 객관적이면서도 간략하게 기술한 데 반해 그녀와 영록의 사랑 이야기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사실 서태후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영록과의 사랑 묘사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철권의 상징이었던 그녀의 일상이 그리 낱낱이 드러날 수 있을까. 순전히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한 작품은 아닐까. 후자 쪽이라면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물론 펄벅이 객관적인 사료를 많이 접했겠지만, 분명 이 책에서 서술되어 있는 서태후에 대한 묘사는 균형감을 잃은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서태후가 매우 매력적인 여인이라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그녀가 철권 정치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그녀의 입장에서 비교적 잘 서술되어 있다. 서양의 문물이 중국에 끼친 영향. 너무나도 넓은 땅덩어리를 모두 지킬 수 없음에서 오는 고뇌. 마음은 여리지만 수없이 강한 척 해야 하는 상황들의 연속... 그래서 서태후가 혼자있기를 좋아하고, 그 많은 시간을 연극을 위해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지도자의 이면이란 이런 모습이 있는 것 같다. 많은 책임이 주어지는 것 이상으로 사생활은 가질 수 없다. 영록과의 사랑은 아마도 그런 상황의 상징이 아니었나 싶다. 사랑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도 없는 자리. 비단 서태후 뿐 아니라 역사를 풍미했던 모든 지도자들에 주어진 무거운 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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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의 비극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13
엘러리 퀸 지음, 이제중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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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러리퀸의 대표작이라고 한다면 XYZ 시리즈 중에서도 단연 Y의 비극을 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 치밀한 짜임새와 함께 시리즈 중 가장 극적인 결말이 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나이를 먹었지만 가장 활발한 활약을 펼친 드루리 레인의 역할이 가장 컸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Z의 비극 또한 그 작품성에 있어서는 Y의 비극 못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드루리 레인의 예전처럼 완벽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많이 없어졌지만 대신 페이션스 양이 등장하고 드루리 레인의 보조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사건을 좋지 못한 방향으로 이끌어 놓고 고뇌하는 레인의 모습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일반 독자에 있어 X나 Y의 비극보다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은 많이 잃었다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교도소라는 배경과 사형수라는 등장인물은 소설을 필연적으로 어두운 느낌이 들게 만든다. 기존의 작품이 살인 사건에 바탕을 두고 있으면서도 활기찬 모습이 보였다면 Z의 비극은 정적이고 고립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마지막에 사형 직전에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작의적으로 보이기까지 했으니.... 이런 작은 차이에서 Y의 비극이나 X의 비극과 Z의 비극이 약간의 호응도 차일르 보이는 것 같다. 극의 긴장도나 사건의 열쇠를 툭툭 흘리는 모습은 전작과 다름없이 치밀하지만 배경이나 사건 해결의 방식이 지나치게 어둡고 정적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모습이 진정한 살인 사건의 모습이고 사건 현장의 분위기 일지도 모르지만, 추리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오히려 긴박하게 돌아가는 스릴을 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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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1 - 부자들이 들려주는 '돈'과 '투자'의 비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로버트 기요사키, 샤론 레흐트 지음 | 형선호 옮김 / 민음인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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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부자되기 열풍' 이 일어난 것은 모 카드사 CF 의 '부자되세요' 라는 카피 문구와 함께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그 광고 카피가 유행을 거듭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자에 대한 인식을 다시 짚어보곤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전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에 있어 '부자' 라는 개념은 '쉽게 이뤄질 수 없는' 혹은 '천운이 따라야' 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자되기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복권 등을 사면서 천운을 기다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 즈음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자에 대한 인식은 급격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부자는 만들어지는 것이며, 부자가 되기 위해 산다는 것은 전혀 부끄럽지 않다는 것. 오히려 노력해서 부자가 된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이다.

 사실 이 책이 처음 나온 것도 그 즈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그 때 그 열풍에 휩쓸리기에 나는 너무 어렸고 그만한 여력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책에서 9살에 금융교육을 받았다곤 하지만 나에게는  교육을 담당해줄 사람이 없었던 것도 현실이었다.) 그저 부자는 열심히 돈 벌어서 저축하면 되는 것인 줄 알았었다. 어쩌면 그게 인식의 한계였을지도 모른다. 얼마 후에 우리나라 사회에서 대대적으로 부자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 흐름에서 쳐지지 않기 위해 처음 접한 책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이다.

 하지만 이 책을 처음 접하면서 책 내용에 바로 동의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원래 배울 것만 배운다는 유동적인 입장이었지만) 초반에 펼쳐지는 내용은 인식 체계 자체를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더 높은 학위를 따서 더 많은 연봉을 받고, 그 돈을 저축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 내가 그 동안 가졌던 부자의 개념이었다면 저자는 언뜻 학교 교육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그야말로 그런 거 다 필요 없고, 결국 돈이 최고거든... 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거기에 투기를 조장하는 건지 계속해서 부동산 얘기며 주식 얘기가 이어졌다. 그렇게 해서 돈버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클 뿐 아니라 그다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고 배운 나는 책을 끝까지 읽기가 꺼려졌던 것이 사실이다.

 책을 끝까지 읽고서야 나의 상황에 맞춰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완전한 '자본주의자' 의 입장에서 씌여졌다는 것. 그리고 나는 그의 이론을 받아들이되 100% 수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나서야 지금의 상황에 접목시킬 수 있었고, 이 책에서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결론은 계속해서 금융지식을 키우라는 것. 다른 학위의 중요성과 함께 금융지식을 키워 언젠가는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게 만들라는 것. 결국은 '또다른' 배움이라는 것으로 나의 생각은 정리되었다. 앞으로 20년 이상은 그 배움을 위해서 노력해야 될 것 같다. 45살 이후의 경제적으로 독립된 나를 위해서...

P.S. 물론 개인적으로 아직 학위의 중요성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은 돈이 아니라 학위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돈이 있으면 더 똑똑한 사람을 고용하면 된다지만 내가 생명공학을 모르면서 그 연구를 즐길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난 학위를 위한 공부와 금융 공부를 병행해야 될 것 같다. 부자 아빠와 가난한 아빠의 사이. 덜 부자지만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은 아빠가 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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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의 비극 동서 미스터리 북스 38
엘러리 퀸 지음, 이가형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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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의 비극은 엘러리 퀸 추리 소설의 맛을 가장 잘 살린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퀸의 소설의 맛은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소설의 치밀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타 대부분의 소설들도 앞뒤의 인과관계에 의한 사건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퀸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 인과 관계에 관여하는 요소가 많을 뿐 아니라 독자로서는 그 하나하나의 요소를 파악하기 힘들만큼 치밀하다. 다르게 말하면 그의 (혹은 그들의) 소설이 독자로 하여금 어려운 퀴즈를 푸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점이 퀸의 매력이자 그의 소설이 꾸준히 읽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이 다소 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 분명 하나하나 던져주는 힌트가 있지만 독자들은 (정말 기민한 독자가 아니라면) 웬만해서는 그것을 주워담기 힘들다. 나중에 사건이 다 해결되고 그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설명하는 부분에서야 아~ 이런 것이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얘기는 곧 소설 전반에 있어 독자와 호흡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된다. 소설의 전반부에 이어지는 사건의 개요와 후반부의 사건 해설만 빼면 독자는 그저 레인이 하는데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이 소설은 두번 이상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처음 읽어서는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것이 많고 나중에서야 알았을 때는 그 모든 것을 간파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이 소설이 가지는 매력 중에 하나가 하나하나의 요소에 숨겨진 단서를 찾는 것이라고 할 때 이 소설은 결과를 안 다음 하나하나 되짚어 가면서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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