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의 동호회 모임은 아주 작은 연고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같은 학교에 다니거나 같은 종교를 믿거나 하는 이유로 모임과는 별 상관없는 요소를 지녔으면서도 동호회 입성이 쉽게 결정되곤 한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나는 그랬다.) 그런데 이번 모임처럼 완전한 무연고로 시작한 관계는 없었다. 단순히 제대 후 흐트러지기 쉬운 생활 패턴을 바꿔보자는 취지 하나 뿐이었으니 어쩌면 스스로 연고를 만들어버린 셈이다. (물론 '독서가' 라는 무언의 연고가 있다곤 하지만 물리적이지도 시각적이지도 않으니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처음 모임을 시작할 때는..)

 모임에 나갈 때는 성격상 잘 늦는 편이 아닌데다 첫 모임인지라 이번에도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뭐,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늦게 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일찍가서 기다리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그런데 도착해보니 20분전-0-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어서 지하철 역부터 다시 한 바퀴를 돌아서 모임 장소에 나갔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시간이 5분전. 카페 안은 한산했다...(당연히 이 정도는 예상했다. 언제나 그랬으니까. 사장님께 여쭤보고 한 쪽 구석에 앉아 있는 상상까지 했다..--)

 먼저 오신 분은 풍림화산 님, 헤밍웨이 님 두 분이었고 나머지 분들은 순차적으로 한 분씩 '입성'해주셨다. 낯모르는 얼굴들만 아니었다면 분위기는 딱 전화해서 친구 불러내는 연예프로였다. (도저히 프로그램명이 생각나지 않는다.-- '친구'라는 단어만 계속 입에 맴돌 뿐..) 카페 한쪽 구석을 차지한 사람들. '오십니다' 소리에 조용히 열리는 카페 문. 일제히 문 쪽을 바라보는 시선과 어색한 인사들..아무튼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간 뒤에 (일종의 수다-0-) 2시부터 본격적인 첫 모임을 시작했는데, 초반의 분위기는 여느 동호회와 다를 것이 없었다. 자기소개하고 박수치고, 간단한 질문하고..

 그 이후에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계속됐는데, 피라 님이 풍림화산 님을 인터뷰하는 형식(--??) 으로 진행되다 나중에는 풍림화산 님의 소견 발표회장(?)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어차피 낯 모르는 회원들이 처음 모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장면이었지만, 2시간 내내 클럽을 위해 입을 바치신 풍림화산 님께 감사하고 미안할 따름이다. (2시간 동안 가만 앉아있는 것도 힘들..ㅋㄹ) 2시간 동안의 얘기는 앞으로의 진행 방향이 주를 이뤘는데, 다 기억하진 못하지만 (아- 메모하는 습관...ㅠ) 적어도 잘못된 길을 택하진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닐테지만 첫 모임을 일종의 분위기 탐색차 오신 분들도 많았을 듯..첫 모임이 마지막 모임..? 다음 모임에 안 나오시는 분들...ㄷㄷㄷ)

 즉흥적으로 도입하게 된 팀제는 클럽의 방향을 일순 바꾸놓을 수 있었던 아이템. 팀제를 수용하게 됨에 따라 즉석에서 팀별 모임이 이뤄지고, 이후 소모임까지 가지게 되는 효과를 얻게 되었다. (아마 팀제가 아니었다면 바로 2차로..-) 개인적으론 과학과 문학 사이에 걸쳐있는 터라 팀을 고르기 참 애매한 면모가 있었는데 다행히(?) 기타(etc) 팀이 없어지면서 문학 팀으로 자연스럽게 편입하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성비 등을 따질만한 수준은 못 된다. 그런 걸 따졌다면 지금 이렇게 살지는 않았..ㅠ.ㅠ)

 문학 쪽에서의 얘기는 대개 몇 가지로 요약된다.

1. 문학은 생각보다 방대하다. '세상의 모든 것을 책에 담을 수 있다면, 책에 있는 모든 내용은 문학에 담을 수 있다.' 는 것. 그러다보니 어떤 문학이 중심이 되어야할 것인가에 대해서 얘기가 있었다. 6명밖에는 되지 않았던 문학 모임에서도 장르적 취향이 뚜렷이 몇몇으로 나눠지기도..

2. 그렇다면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 이 문제는 곧장 '쉬운 쪽으로 갈 것인가, 어려운 쪽으로 갈 것인가' 의 문제로 귀결됐다. 쉽게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문학은 회원가입 등의 이점을 볼 수는 있지만 한마디로 토론의 주제는 되기 힘들다. 하지만 어려운 문학은 회원들이 토론을 떠나 글의 내용을 이해할 수조차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접점을 찾는 것이지만 그만큼 어려운 작업도 없다. (...) 그리하여, 결국엔 모임의 초창기인만큼 쉬운 쪽으로 가기고 결정. 그리하여 다음 소모임은 오쿠다히데오의 '공중그네'와 '인더풀'이 주제가 될 예정이다. (소모임은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하여 2주 후로..책 빌리러 빨리 가야겠다..--)

 개인적인 사정상 이후 2차 모임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후회없는 선택이었음은 자신할 수 있다. 물론 앞으로 지속적인 모임이 계속되어야 하고 그런 모임들이 실효를 거둘 때 선택이 확신으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뭐 열심히 할 생각이다. (할 것도 없는데 뭐..-- 아닌가..??)

 P.S. 난 참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을 요즘들어 자꾸하게 된다. 꼭 집어 누구 때문은 아니고..그냥.

P.S. 독서클럽에는 아리따운 여성분들이 참 많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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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독서클럽 첫번째 모임 후기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2-04 19:58 
    HELMUT NAWHEA 헬무트 나휘 지난 토요일 드디어 독서클럽 첫번째 모임을 가졌다. 오전 일찍 11시에 헤밍웨이님과 만나 일산을 출발하여 일찌감치 홍대 근처에 도착했다. 위치 파악을 해두려고 했지만 내가 모임 공지 올릴 때 표기했던 강남 웨딩홀은 없다. 경남 예식홀이었다는... 아이고 미안해라. 이러다가 사람들 못 찾는 거는 아닐까 했다. 내가 유명한 예식홀이라고 했던 곳은 거기 조금 지나 서초 OOO 라는 곳. 에고 내가 잘못 알았구나.....
 
 
풍림화산 2007-12-04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ㅋ 그러게 말입니다. 저의 소견 발표회장이 되어버린 듯 하여 죄송하네요.
나름 온라인에서 공표해도 되는데 꾹꾹 참고 있다가 오프에서 비전 식으로 얘기하고 싶어서...
어쨌든 처음이었으니 그렇게 생각해 주시고 다음에는 아마 그런 경우가 그닥 없을 듯.
이제 팀제로 STAFF 도 구성되었고 운영진도 더 보강되면 되도록이면
뒤에서 조율하는 사람으로 지내고 싶습니다. ^^
활동 열심히 하시길... 뒤에서 팍팍 밀어드릴 터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