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단테의 모자이크 살인
트렌드를 창조하는 자, 이노베이터
2월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4월 2007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
10년 후, 한국
5월 10년 후, 세계
Kaist MBA, 열정
앨저넌에게 꽃을
6월 통섭
7월 마일즈의 전쟁
머큐리
뿌리깊은 나무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파피용
8월 십각관의 살인
협상의 법칙
이름없는 독
눈 먼 자들의 도시
9월 링크,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
누군가
현의 노래
11월 하느님 끌기
제비 일기
12월 핵폭풍의 날
인 더 풀
공중그네
면장선거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 실록
2007년의 90% 이상을 군대에서 보냈다. 그러니까 2007년은 군대에 있었던 후반기라고 할 수 있겠다. 상병을 달고 얼마 안 되서 새 해를 맞게 되었을 때, 여느 때와 같이 계획을 세웠는데 어떤 구체적인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저 '전역하는 그 날'만을 바랐던 것 같다. 하지만 책 읽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다. 20권. 단순한 수치상이었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계획이었다. 군대에서의 후반기는 시간은 많은데 할 게 없다는 얘기가 많다. 정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사회에 있을 때처럼 여유롭게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한다. 적어도 책이 우선 순위가 될 수 없는 분위기라고 할 수는 있을거다. 주어진 일 뿐 아니라 이것저것 하다보면 정말 주어진 자유시간은 30분도 채 되지 않는다. 20권이라는 수치가 많은 것이 아님에도 30권이라도 말했다가 선임한테 '허튼소리'라는 얘길 듣고 고친 수치라면 이해가 빠를까.
아무튼 목표치는 가볍게 넘었다. 전역한 이후에 읽은 6권의 책이 많은 도움을 줬지만. 게다가 그 중 세 권은 새로 가입한 독서 클럽의 토론 주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한 양을 넘어서 지난해는 꽤 만족할만한 독서력을 보여준 한 해였지 싶다. 나름대로 책을 보는 시각이 생기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좋은 책을 고르는 법과 책을 읽어야 하는 당위에 대해서 스스로를 납득시켰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통섭'을 위시한 과학서적(또는 철학서적)을 접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신앙을 가지고 과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상충될 수밖에 없는 두 요소를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큰 어려움이 따르는 일이다. 하지만 책을 통하고 사람을 통한다면 결론을 낼 순 없더라도 가까이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얻었다. 이성으로 대표되는 과학과 감성으로 대표되는 신앙 모두를 알아야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결론은 정해져 있다. 나는 언제까지나 과학하는 신앙인이니까.) 그런 관점에서 과학을 알게해주고 신앙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하게 해 준 이 책들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사고방식 자체를 조금 더 유연한 쪽으로 끌어준 '통섭'이 올해 읽은 책 중 최고라 감히 말할 수 있다.
책은 꾸준히 읽어야 한다. 하지만 양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헤아려보진 않았지만, 어쩌면 2007년 읽은 책들이 생애에서 가장 많은 읽은 권수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질적인 측면에선 꽤 만족스러운 해였다. (과학 뿐 아니라 좋은 소설도 많이 알았으니까.) 그렇다고 절대적인 양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절대량이 달린다면 어느 분야에서는 통할 수 없다. (대개의 독서 애호가들이 말하는 한 분야에서 준전문가가 되기 위한 책의 권수가 50이라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그래서 2008년에는 질과 양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독서를 할 예정이다. 2008년의 목표는 딱 50권이다. 그 이상이 될수는 있어도 그 이하는 되지 않으려 한다. 목록만 봐도 배부르다. 어떻게 읽지 싶지만, 음식이 앞에 많다고 못 먹는 건 아니다. 내가 먹어야 하는 기간은 1년이니까. 내년 딱 이맘 때 50권의 책 리스트를 글 첫머리에 올려놓고 포스팅을 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