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명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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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명'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대부분의 (혹은 잘 알려진 다른) 크리스티의 소설과는 사뭇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이다. 여타 크리스티의 소설들이 사건 자체에 무게를 두고 사건을 풀어가는 것에 소설의 흐름을 맞췄다면 이 소설은 그보다는 사건으로 인한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파헤쳐지는가에 그 초점이 맞춰진다. 소설의 주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첫번째 사건은 이미 일어난 지 2년이나 지난 상태였고, 그에 따르는 부속 사건 또한 책의 말미에서나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 누명에서 크리스티가 택한 심리전의 소재는 무엇일까? 바로 가족이다. 물론 소설 속의 가족이 양부모와 입양된 자식들로 이뤄진 것이기에 가능한 것이겠지만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신경전이라는 소재는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할 수 있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끼리의 알 수 없는 의심과 그에 따른 의혹들.... 이러한 것들은 가족이라는 소재가 아니라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소재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러한 심리전에 비해서 추리소설 특유의 박진감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분량에 의한 부담이 있었겠지만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보다는 그 이면에 담긴 인간의 심리적인 면을 담다보니 이렇게 이렇게 해서 사건이 풀리더라는 내용의 설명은 부족하다. 오히려 어찌어찌하다보니 단서가 주어지고 그 단서를 바탕으로 스쳐가는 영감을 이용해 사건을 풀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러한 점이 이 소설의 옥의 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추리소설 본연의 재미는 반감되었을지언정 인간의 심리를 묘사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크리스티의 또다른 모습을 보았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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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4-11-25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것 참.. 제가 쓰려던 내용을 거의 똑같이, 그것도 이미 6개월 전에 올려놓으셨군요. 어쩜 이리도 제 감상과 비슷한지... ㅎㅎㅎ 대략 난감..(난 뭘 쓰나..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