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는 독서클럽 "책과 세상"의 문학팀 첫 토론모임이 있었다. 전체 모임이 있었던지 2주밖에 지나지 않았던데다 토론의 주제로 선정된 도서가 세 권이나 되다보니 많은 분이 참석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을 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풍림화산 님과 유에리 님을 비롯해서 총 10분이 오셨는데, 문학팀이 아니면서 참관 자격으로 참석하신 세 분을 제외하고 순수 문학팀만봐도 7명이니 대단한 출석률이라 할만하다. (솔직히 말하면 첫모임 이후 나오지 않는 분이 분명히 계실 것이라 생각했는데, 첫모임에 참석하신 분들에 새로오신 분까지...우왕ㅋ굳乃) 

 이번 토론의 주제는 오쿠다 히데오의 닥터 이라부 시리즈 3권 ('인 더 풀''공중그네''면장선거') 이었다. 실제로 모임에 참석한 분들 중에서 세 권 모두를 읽은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사실 세 권의 책들이 미세한 차이는 있다곤 하지만 같은 캐릭터가 반복되는데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비교적 명확해서 세 권 모두를 읽지 않아도 토론을 하는데는 하등 지장이 없었다. (뭐, 집에서 한가하게 놀고 있는 나같은 사람이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지만..--)

 애초에 토론할 거리가 있겠냐는 걱정과 달리 감당이 안될 정도로 많은 얘기들이 쏟아졌다. 이렇게 다양한 얘기들이 나오는 게 바로 문학의 장점이자 취약점이라 할 수 있다. 여러가지 얘기들이 어렵지 않게 나올 수 있지만, 깊이있는 토론이 되기는 힘들기 때문. 둘 사이를 명확한 선으로 긋어 토론을 깔끔하게 끌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여러 의견을 수용한다는 측면에선 둘 모두를 수용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이런 점들에서 본다면 이번 토론은 그 경계를 잘 넘나들었다고 생각한다.   

 토론에서 나온 얘기들은 닥터 이라부와 환자 등에 대한 감상이나 해석 등 소설 내적인 부분과 작가나 현실에 초점을 맞춰 외연을 확장시켜 나간 부분들로 크게 나눌 수 있었는데, 나누기는 했지만 워낙 밀접한 관련이 있는 얘기들인지라 딱히 구분짓기 어려운 것들도 있었다.

 이라부를 비롯한 의료진과 환자 등에 관해서는 비교적 비슷한 결론에 이르렀는데, 대부분의 환자들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대변하는 것이며 (사실은 우리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정신병을 앓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그들을 치료하는 것은 이라부 특유의 순진함이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해석에 따라서는 '순진한 이라부가 아니라 정신병 환자에 가까운 이라부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마음을 연 것이 아닌가' '이라부가 병원의 후계자가 아니었다면 -그 정도로 자유로운 사람이 아니었다면-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었을까' 하는 말들이 오가기도 했다.)

 소설을 현실에 접목시키는 과정에서는 많은 얘기들이 오갔는데, 어떤 결론을 내는 과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많은 토론이 이뤄질 수 있었다. '가벼운 우울증조차 정신병의 일부로 보는 현대의 치료법이 과연 옳을까' 와 같이 다소 무거운 내용에서부터 '과연 내가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이라부같은 의사를 찾아갈 것인가' 하는 가벼운 내용까지 무리없이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결론을 내려는 토론이 아니었기 때문에 많은 얘기가 오간 이번 토론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온라인 상으로 몇몇 큰 그림이라도 그렸더라면 조금 더 효율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적어도 갑작스레 '이건 왜 이렇죠?'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당황하는 일은 없을테니까. 아무래도 블로그 기반의 모임인만큼 조금 더 온라인 활동을 강화해야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덧글 1. 토론 후에는 감자탕으로 저녁을 먹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빠지신 4분을 제외하고 6명이 호프집으로!! 호프집에서는 책 얘기 빼곤 온갖 얘길 다 한 것 같은데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생일 축하 노래 뿐..-- 

 덧글 2. 정치가를 꿈꾸는 새롬냥과 영화인을 꿈꾸는 슽흐롱냥. 너희 중3 맞니?-0- 내 머릿 속에 중 3은 소흰데..동년배랑 토론하는 거 같아...ㅠ.ㅠ

 


댓글(1) 먼댓글(1)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독서클럽 문학팀 첫 토론 모임 후기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2-17 23:04 
    내가 만든 독서클럽 "조금 특별한 독서클럽 - 책과 세상"의 첫번째 토론 모임이었다. 토론은 팀별로 진행되는 것이라서 굳이 나갈 필요는 없었지만 초창기 이기도 하고 또 토론 활성화 차원도 있고 어떻게 진행이 되는가 지켜보기 위해 나갔다. 뭐야? 내가 젤 늦어? 모임 장소에 1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출발은 적절하게 했는데 조금 헤맸다는... 헤밍웨이님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물어봤더니 홍대 秀 노래방 앞에서 보잔다. 근데 전화 끊자 마자 바로 눈..
 
 
풍림화산 2007-12-17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덧글 2가 가장 인상적이군요. ㅋㅋ 재미있었습니다. 같은 곳을 보면서 다양한 얘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고 앞으로 보강해야할 부분은 계속해서 보강해나가야겠지요. 완벽이라는 것은 없으니까요. 과정만 있을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의 실행이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