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1 - 부자들이 들려주는 '돈'과 '투자'의 비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로버트 기요사키, 샤론 레흐트 지음 | 형선호 옮김 / 민음인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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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부자되기 열풍' 이 일어난 것은 모 카드사 CF 의 '부자되세요' 라는 카피 문구와 함께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그 광고 카피가 유행을 거듭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자에 대한 인식을 다시 짚어보곤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전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에 있어 '부자' 라는 개념은 '쉽게 이뤄질 수 없는' 혹은 '천운이 따라야' 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자되기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복권 등을 사면서 천운을 기다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 즈음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자에 대한 인식은 급격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부자는 만들어지는 것이며, 부자가 되기 위해 산다는 것은 전혀 부끄럽지 않다는 것. 오히려 노력해서 부자가 된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이다.

 사실 이 책이 처음 나온 것도 그 즈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그 때 그 열풍에 휩쓸리기에 나는 너무 어렸고 그만한 여력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책에서 9살에 금융교육을 받았다곤 하지만 나에게는  교육을 담당해줄 사람이 없었던 것도 현실이었다.) 그저 부자는 열심히 돈 벌어서 저축하면 되는 것인 줄 알았었다. 어쩌면 그게 인식의 한계였을지도 모른다. 얼마 후에 우리나라 사회에서 대대적으로 부자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 흐름에서 쳐지지 않기 위해 처음 접한 책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이다.

 하지만 이 책을 처음 접하면서 책 내용에 바로 동의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원래 배울 것만 배운다는 유동적인 입장이었지만) 초반에 펼쳐지는 내용은 인식 체계 자체를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더 높은 학위를 따서 더 많은 연봉을 받고, 그 돈을 저축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 내가 그 동안 가졌던 부자의 개념이었다면 저자는 언뜻 학교 교육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그야말로 그런 거 다 필요 없고, 결국 돈이 최고거든... 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거기에 투기를 조장하는 건지 계속해서 부동산 얘기며 주식 얘기가 이어졌다. 그렇게 해서 돈버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클 뿐 아니라 그다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고 배운 나는 책을 끝까지 읽기가 꺼려졌던 것이 사실이다.

 책을 끝까지 읽고서야 나의 상황에 맞춰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완전한 '자본주의자' 의 입장에서 씌여졌다는 것. 그리고 나는 그의 이론을 받아들이되 100% 수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나서야 지금의 상황에 접목시킬 수 있었고, 이 책에서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결론은 계속해서 금융지식을 키우라는 것. 다른 학위의 중요성과 함께 금융지식을 키워 언젠가는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게 만들라는 것. 결국은 '또다른' 배움이라는 것으로 나의 생각은 정리되었다. 앞으로 20년 이상은 그 배움을 위해서 노력해야 될 것 같다. 45살 이후의 경제적으로 독립된 나를 위해서...

P.S. 물론 개인적으로 아직 학위의 중요성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은 돈이 아니라 학위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돈이 있으면 더 똑똑한 사람을 고용하면 된다지만 내가 생명공학을 모르면서 그 연구를 즐길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난 학위를 위한 공부와 금융 공부를 병행해야 될 것 같다. 부자 아빠와 가난한 아빠의 사이. 덜 부자지만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은 아빠가 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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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의 비극 동서 미스터리 북스 38
엘러리 퀸 지음, 이가형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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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의 비극은 엘러리 퀸 추리 소설의 맛을 가장 잘 살린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퀸의 소설의 맛은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소설의 치밀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타 대부분의 소설들도 앞뒤의 인과관계에 의한 사건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퀸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 인과 관계에 관여하는 요소가 많을 뿐 아니라 독자로서는 그 하나하나의 요소를 파악하기 힘들만큼 치밀하다. 다르게 말하면 그의 (혹은 그들의) 소설이 독자로 하여금 어려운 퀴즈를 푸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점이 퀸의 매력이자 그의 소설이 꾸준히 읽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이 다소 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 분명 하나하나 던져주는 힌트가 있지만 독자들은 (정말 기민한 독자가 아니라면) 웬만해서는 그것을 주워담기 힘들다. 나중에 사건이 다 해결되고 그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설명하는 부분에서야 아~ 이런 것이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얘기는 곧 소설 전반에 있어 독자와 호흡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된다. 소설의 전반부에 이어지는 사건의 개요와 후반부의 사건 해설만 빼면 독자는 그저 레인이 하는데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이 소설은 두번 이상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처음 읽어서는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것이 많고 나중에서야 알았을 때는 그 모든 것을 간파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이 소설이 가지는 매력 중에 하나가 하나하나의 요소에 숨겨진 단서를 찾는 것이라고 할 때 이 소설은 결과를 안 다음 하나하나 되짚어 가면서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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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문화사 살림지식총서 90
이은호 지음 / 살림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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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들 축구에 대해서 말할 때 유럽에 대해서 말하곤 한다. 물론 그들이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축구팬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그들의 실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바로 풀뿌리 축구. 클럽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완벽한 축구 인프라를 갖춘 후에 나오는 실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쉽사리 무너지지 않고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할 수 있는 것이다.

 축구의 문화사는 작은 책이다. 하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 만큼은 여타 다른 책에 비해도 손색이 없다고 본다. 이 책은 유럽 리그의 태동을 중심으로 어떻게 해서 유럽 축구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 말해준다. 그들이 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계에서 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는가. 그들의 발전 이면에는 어떤 모습이 있는가 등...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유럽 리그에 대한 부러움보다는 K리그에 대한 부끄러움 이었다. K리그를 사랑하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지나치게 자주 바뀌는 리그 룰과 무작정 외국의 사례를 따라가려는 모습은 차라리 안쓰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유럽축구도 지금의 영광이 있기까지 100년의 세월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서두르지 말자. 서두름은 일을 거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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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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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하루키의 소설은 처음 접해 보았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작가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일정수준 독자층을 확보한 작가. 내가 카프카를 읽기 전에 하루키에 알고 있는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의 작품 중 몇몇은 읽어보지는 않았어도 대강 이러이러한 작품을 쓰고 작품의 내용들은 어찌어찌 하다는 것 정도는 대강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간 그의 소설은 어렵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쉽게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쉽사리 읽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매번 읽어보아야지 생각했다가 처음으로 접한 하루키의 소설이 카프카였던 것이다.

 처음 접한 하루키의 소설은 뭐랄까. 말그대로 정말 난해했다. 분명 읽어내려가기 쉬운 소설이고 빠르게 읽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소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는 '글쎄...' 라는 답이 돌아오곤 했다. 아마 사람들이 얘기하는 카프카 소설의 난해함이라는 것이 이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그러한 난해함이 그의 사상적인 우월함이라기 보다는 지나치게 많은 상징 속에 그 해답이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을 자아낸다. 분명 어렵지 않은 얘기일텐데 상징적인 장소 상징적인 사건의 연속으로 독자들의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를 살아가는 15살의 하루키. 하지만 나의 15살과 비교했을 때 그의 15살은 지나치가 철학적이고 관념적이다. 어쩌면 50대의 하루키가 자신의 과거 (꼭 15살이 아니어도 좋다.) 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러한 느낌은 카프카 소년의 숲 속의 어떠한 장소를 찾아가는 데서 절정을 이룬다. 그것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느낄 때쯤 그것은 현실이 되어 버리니 독자로서는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하루키는 분명 이 소설에서 15살 (혹은 그 이상. 아니면 인간 전체일수도...) 의 고민을 좀 더 철학적으로 풀어쓰려 한 것 같다. 그 나이 때쯤 느끼게 되는 어머니나 누나에 대한 성적 환상. 아버지에 대한 막연한 미움.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 그러한 것들을 좀 더 극적이고 추상적으로 표현하려 했으리라. 하지만 대개 15살을 넘긴 독자들은 쉽게 와닿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내가 15살에 저런 고민을 했던가? 나는 그 나이에 저렇게 철학적이었던가? 

 분명 하루키가 말하려는 바의 의도는 알겠지만 그 핵심을 알기 힘든 그런 소설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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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의 비극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
엘러리 퀸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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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을 즐겨 읽기 시작하면서 가끔 왜 추리소설을 읽고 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질문을 해 보곤 한다. 사실 처음에 크리스티의 소설이나 홈즈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그저 집에서 할 것이 없어서 시간 보내기 좋은 추리소설을 선택한 것 뿐이었다. 그리곤 차츰 추리소설을 많이 접하면서 추리소설에서 흥미를 느끼게 되고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하지만 그저 '재미있기 때문에' 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설명이 부족하다. 대부분 살인과 광기로 매듭지어지는 추리소설이지만 그저 잔인하다는 느낌보다는 인간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끔 만드는 요소가 있는 것 같다. 그가 왜 살인을 저질렀어야 했는가에 대한 물음이 생겼다고 할까. 그래서 추리소설에서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능력만큼이나 인간의 심리 묘사를 철저히 해난 소설을 선호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아직은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덮어놓고 읽는 수준이지만...)

 그런 면에서 봤을 때 Y의 비극은 최고의 추리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추리소설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사건의 치밀함과 그 의외성이 추리소설의 정점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의 구성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건은 연극의 한 장면처럼 하나하나의 장을 넘길 때마다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그러한 상황을 하나하나 종합하고 보면 처음에는 예측조차 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와버린다. 일단 정통추리물로서의 완벽함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Y의 비극은 거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는 다른 독자들과 의견을 달리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Y의 비극은 인간의 심리 묘사에 있어서도 수작에 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러한 심리 묘사 또한 치밀한 구성에 의해서 나온다고 할 수 있지만...) 가족들 간에 알 수 없는 시기와 암투. 그리고 하나씩 비밀이 밝혀질때마다 또 다른 사람이 되는 이간의 이중성. 그 모든 것들이 Y의 비극에서 표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필시 인간 심리 묘사에 있어 최고를 달린다고 하는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살인' 이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리소설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정통 추리물을 고를 때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도일과 크리스티의 소설에 식상했다면 퀸의 소설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새로운 자극을 받는 데는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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