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클럽의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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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일까? 천부적인 재능으로 사건을 해결해 버리는 탐정의 존재? 아니면 추리 소설 자체의 치밀한 구성? 그것도 아니면 살인이 일어난 정황의 불확실성? 적어도 내가 보는 관점에서 추리 소설이 주는 즐거움은 그것 뿐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상의 것. 즉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추리 소설이라면 독자가 사건을 이해하고 같이 풀어낼 수 있는 여유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 혹은 탐정만이 알고 '이게 이래서 이렇게 된거라우' 라는 식으로 설명만 하고 끝내는 소설이라면 구지 추리 소설이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가 있을까?

 화요일 클럽의 살인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의 대부분이 그것이었다. 적어도 이것을 진정한 추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 책은 13편의 단편 추리 소설로 엮여 있다. 물론 단편이기 때문에 가지는 소재의 제한과 함께 설명의 여지가 많지 않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쉽게만 설명하고 넘어가려는 경향이 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마플의 추리 방식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마플의 추리 방식의 아가사의 다른 유명 탐정 포와르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포와르가 주어진 모든 상황을 듣고 하나하나 조각을 맞춰가는 스타일 이라면 마플은 대강의 사건을 듣고 경험에 비추어 사건을 해결한다. 언제나 사건을 해결하기 전에는 "누구누구 부인이 생각나는 군요" 하는 식의 말이 앞선다. 그러다 보니 독자에 대한 배려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마플양의 경험을 공유할 수 없는 독자로서는 사건이 어떻게 풀리게 됐는지 모르는 채 그저 그런 사건이 있을 수 있겠구나 정도로 끝내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점들이 작품의 기발한 소재에 비해서 작품의 무게가 떨어지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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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몽상 -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홍성영 옮김 / 하늘연못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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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E.A. Poe 할 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백이면 백 '검은 고양이' 라고 대답할 것이다. 검은 고양이를 읽어봤건 아니건 간에 우리는 학교에서 검은 고양이의 작가 포라는 이름으로 그를 접한 것이 사실이다. 더 나아가서는 공포소설의 대표자 정도로 알려져 있으이라.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 추리소설 매니아라고 불릴 정도가 된다면 '모르그가의 살인' 을 첫 손에 꼽을지도 모르겠다. 이는 세계 최초의 추리 소설로 일컬어지는 것으로 포 사후에 씌여진 도일의 소설이나 크리스티의 소설에 그 면면이 많이 녹아 있음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알려진 이런 사실들이 포에 대한 것에 전부일까? 정말 포는 공포소설의 대가이자 추리소설의 창시자, 그것 뿐인가? (사실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작가긴 하지만...)

 대답은 역시 '아니다' 이다. 공포소설의 대가이자 추리소설의 창시자인 것은 맞지만 그 이상의 것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간 우리나라에는 포의 소설이라야 단편집의 형태로만 소개되었을 뿐이다. (그 단편집에는 대부분 '검은 고양이' '모르그가의 살인' '고자질하는 심장' 정도만이 올려져 있을 뿐이다.) 물론 몇몇 작품으로도 작가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단편집을 읽고 또는 여러 매체를 통해 포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자 하는 독자에게는 항상 부족할 따름이었다. 그러한 욕구가 점점 커져갈 무렵 '우울과 몽상'을 접할 수 있었다.

 서점에서 우울과 몽상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일단 두께에 '압도된다' 였다. 물론 책의 두께가 책의 전부를 말해주는 것은 아닐지로도 처음 책을 접할 때는 그 누구라도 압도당할만한 두께를 자랑하고 있다. 물론 '전집' 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일단 두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들고 다니지도 못할 그래서 소장용에 그칠 수밖에 없는 무시무시한 두께의 책은 분명히 분권되었어야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책은 크게 환상/풍자/추리/공포의 네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추리소설과 공포소설만을 줄곧 써왔던 작가로만 알았다면 일단 네 부분으로 나누어진 분류에 놀랄것이다. 하지만 책을 차근히 읽어본다면 네 부분 모두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에 더 놀라게 될 것이다. '모르그가의 살인' 이나 '윌리엄 윌슨' 이 포함된 추리나 '검은 고양이' 로 대표되는 공포는 차라리 구차한 언급을 하는 것이 작가에 누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담 환상이나 풍자는 무엇이란 말인가. 환상에 속해 있는 소설들은 판타지 보다는 오히려 과학소설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확히는 요정 등이 나오는 판타지 소설 반에 열기구 등을 분석한 과학 소설이 반 정도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견 지금의 베르베르를 연상케 하는 소설들이 많았다고 하면 믿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50여년전의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열기구 보고서 같은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풍자소설의 경우 시대상을 반영하는 요소들이 많아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풍자소설이 그 시대의 요소만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풍자라는 양식과는 일견 다른 측면이 있어 큰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포의 소설 전집을 읽으면서 배운 점이라 한다면 부분으로 전체를 설명하려는 우를 범하는 일이 없어야 겠다는 것이다. 포의 소설은 '모르그가의 살인' 처럼 항상 주도면밀함이 돋보이는 것도 아니고 '검은 고양이' 처럼 항시 어두운 심리묘사가 주를 이루지도 않는다. 그는 악마와 요정에 대해서 자유스럽게 언급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기 신념이 확연한 사람이며 과학적으로 기구에 대한 보고서를 쓸 수 있을만큼 과학적 지식 또한 일반적이 수준을 넘어서 있다.그간 몇몇 소설들도 굳어진 포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전집을 읽는 재미고 작가를 읽어가는 재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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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시를 향하여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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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시를 향하여' 는 실로 독특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크리스티 스스로도 자신의 10대 추리 소설 안에 이름을 올렸을만큼 그 작품성은 인정할만 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의례 그렇지만) 다른 크리스티의 소설과 비교했을 때 추리의 기법이라든가 기발함은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포와르나 마플 양 대신 나왔다고 할 수 있는 배틀 경감은 자주 포와르를 언급하기만 할 뿐 포와르의 추리 기법에 접근하지는 못한다. 스스로도 그 점을 인정하고 '포와로의 생각을 따라야 해' 하고 말하는 듯 하다. 게다가 여타 크리스티의 소설이 '빠른 살인' 에 이은 '치밀한 추리' 가 그 바탕에 있었다면 이 소설은 '치밀한 살인' 에 이은 '빠른 추리' 가 그 바탕에 있다고 하겠다. (물론 배틀 경감은 추리를 매우 신중하게 한 것이지만 지면에서 독자가 느끼는 속도감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일부 독자에게서 지루하다느니 재미없다느니 하는 말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실제로 기존의 크리스티풍의 소설에 익숙해진 독자라면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으리라.

  하지만 이 소설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그것이 아니다. 제목에서 암시하고 있는 것처럼 어느 한 정점을 향해닫는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는 맛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줄거리를 언급할 수는 없지만)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결국엔 살인사건의 실마리로 떠오르고 하나의 반전의 틀을 제공한다. 그러한 요소들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다소간에 시간이 지체되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은 독자에게는 빠른 속도로 소설을 다시 읽어보기를 권유한다. 자신이 모르고 넘어갔던 소설의 치밀함을 여러 군데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비단 살인 사건 과정만이 정점을 향해닫는 것은 아니다. 앞 부분의 프롤로그와 첫번째 장만 다시 읽어보더라도 이 소설이 얼마나 치밀하게 구성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배틀 경감과 딸 아이의 이야기. 맥휘터의 이야기. 네빌과 오드리, 케이와의 갈등구조. 모든 것이 정점을 향해 닫고 있다. 사건은 이렇게 치밀한 모든 것들이 엮에서 하나의 실마리를 구성하게 되고 해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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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심리학 1 - 내 마음 속 미로를 찾아가는 109가지 심리 이야기
박지영 지음 / 파피에(딱정벌레)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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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개설된 교양과목 중에 제일 인기 있는 것이 바로 '심리학개론' 이라고 한다. (물론 여기서 심리학과 및 기타 유사학과 학생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 경험상으로도 '심리학개론' 수업은 수강신청을 서두르지 않으면 들을 수 없을만큼 학생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다. 이러한 현상은 단지 심리학이 학점을 잘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든가 그 교수가 남달리 잘 가르쳐서가 아니다. 다른 학교의 사정도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익히 들어 알고있다. 그럼 왜 심리학 수업을 들으려고 안달일까? 사견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 생활을 더 잘 하고픈 욕구가 있다고 생각한다. '남의 심리' 를 알면 사회에서 살아남기가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하지만 심리학 수업을 들은 친구들의 한결같은 대답은 '생각보다 어렵다' 이다. 생각보다 남의 심리를 파악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심리를 파악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 이면에는 '심리학개론' 이라는 이름하여 교재로 쓰이고 있는 무지막지한 두께의 심리학책이 두려움을 불러오기 때문도 있으리라. 그만큼 쉬울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게 심리학인 듯 싶다.

하지만 이 책은 심리학을 쉽게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좋다. 어떤 분도 언급하셨지만 심리학을 조금이라도 배워본 사람이라면 오히려 쉽고 유치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교수님이 언급하신 것을 나열하는 것 정도로 밖에 안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심리학 개론서도 아니고 심리학 논문도 아니다. 그저 일반 대중에 심리학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대강의 생각을 키워줄 수 있게 만들어진 책이라는 것이다. 심리학 수업을 듣고 싶은데 수강신청이 마감된 학생이나, 두꺼운 심리학 개론서는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는 학생들을 위한 책이라는 것이다. 심리학을 알고는 싶지만 알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이 쉽게 쓰여졌다는 것은 예시가 많다는 걸로 알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한) 예시의 충분한 제시는 책을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할 뿐 아니라 어느새 어려운 이론을 가슴에 아로새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실생활에서 느껴지는 것을 예로 들었을 때 와닿는 것이 많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딱딱한 심리학 보다는 제목 그대로 유쾌한 심리학이 된 것이다. (하지만 유쾌하든 표현이 딱 맞다는 생각은 안 든다. 오히려 쉬운 심리학이라는 표현이 이 책을 표현하기에 더 적당한 말인 것 같다. ) 아무튼 심리학의 넓은 바다에 나갈 수 있는 첫걸음을 할 수 있는 책으로는 가장 좋은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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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의 죽음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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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의 소설은 국내에 소개된 것만 수십편이 넘는다. (그 중 해문에서 출판된 문고판만 80권이니 그 방대함을 짐작케한다.) 그만큼 그녀의 작품의 범위는 방대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갖가지 배경이 등장하기 나름이다. 또한 각기 다른 작품이 모두 최고의 퀄리티를 가지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리라. 하지만 모두 최고의 퀄리티를 갖지는 못할 뿐 각각의 퀄리티는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메소포타미아의 죽음'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이라크로써 보통 그녀의 소설에서 볼 수 있는 북유럽과는 차이가 있다. 또한 고대 유적 발굴단 이라는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진귀한 제재'를 사용하고 있음을 내비췄다. 하지만 이 소설은 여타 그녀의 유명한 소설들 (일일히 이름을 거론하기도 벅찬 그 훌륭한 작품들) 에 비해서 약간의 질적인 차이를 보이며 '모두 다 훌륭할 수는 없구나' 라는 것을 말해 주는 듯 싶다.

일단 추리소설의 맛이라고 한다면, 아니 크리스티 소설의 맛이라고 해도 될 뻔 했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범인을 추측하고 확신을 가진 다음 결론에서 내가 추측한 범인이 들어맞을 때 혹은 정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때의 희열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러한 맛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당연히 그런 범인' 이 잡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물론 꼭 그렇지만은 않지만, 단서를 쫒아가다 보면 너무나도 쉽게 보인다. 더구나 추리소설을 조금만 접해 보았다면...) 또한 크리스티 소설의 다른 맛이라고 할 수 있는 탐정의 활약 (대개는 포와르의 활약) 이 미미했던 것도 그 맛을 반감시키는 역활을 했다고 생각한다. 포와르는 여느 때와 같이 사건 중간에 등장하는데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명석한 두뇌를 사용했다거나 기민하게 움직인 듯한 느낌은 없다. 그냥 조용히 생각하다 어느 순간 나타나서 '그가 범인이요~' 하고 외치는 듯 싶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소설은 '최고'는 아니더라고 일정 수준 이상은 그 재미를 가지고 있다. 독특한 배경이나 소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8명의 등장인물이 모두 사건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설정. 그로인해 미궁에 빠지는 사건. 이 모든 것들이 추리소설로서 갖출 것은 다 갖추어진 소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용의자 선상에 오른 인물들이 벌이는 심리전은 크리스티의 다른 소설에 비해서도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겉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 라는 명언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른 사건에 비해 다소 부진한 활약을 펼치는 포와르도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심리전에서 그 능력을 발휘한다. 아마 그러한 점이 이 소설이 큰 틀에서의 짜임이 다소 부족하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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