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포타미아의 죽음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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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의 소설은 국내에 소개된 것만 수십편이 넘는다. (그 중 해문에서 출판된 문고판만 80권이니 그 방대함을 짐작케한다.) 그만큼 그녀의 작품의 범위는 방대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갖가지 배경이 등장하기 나름이다. 또한 각기 다른 작품이 모두 최고의 퀄리티를 가지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리라. 하지만 모두 최고의 퀄리티를 갖지는 못할 뿐 각각의 퀄리티는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메소포타미아의 죽음'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이라크로써 보통 그녀의 소설에서 볼 수 있는 북유럽과는 차이가 있다. 또한 고대 유적 발굴단 이라는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진귀한 제재'를 사용하고 있음을 내비췄다. 하지만 이 소설은 여타 그녀의 유명한 소설들 (일일히 이름을 거론하기도 벅찬 그 훌륭한 작품들) 에 비해서 약간의 질적인 차이를 보이며 '모두 다 훌륭할 수는 없구나' 라는 것을 말해 주는 듯 싶다.

일단 추리소설의 맛이라고 한다면, 아니 크리스티 소설의 맛이라고 해도 될 뻔 했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범인을 추측하고 확신을 가진 다음 결론에서 내가 추측한 범인이 들어맞을 때 혹은 정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때의 희열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러한 맛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당연히 그런 범인' 이 잡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물론 꼭 그렇지만은 않지만, 단서를 쫒아가다 보면 너무나도 쉽게 보인다. 더구나 추리소설을 조금만 접해 보았다면...) 또한 크리스티 소설의 다른 맛이라고 할 수 있는 탐정의 활약 (대개는 포와르의 활약) 이 미미했던 것도 그 맛을 반감시키는 역활을 했다고 생각한다. 포와르는 여느 때와 같이 사건 중간에 등장하는데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명석한 두뇌를 사용했다거나 기민하게 움직인 듯한 느낌은 없다. 그냥 조용히 생각하다 어느 순간 나타나서 '그가 범인이요~' 하고 외치는 듯 싶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소설은 '최고'는 아니더라고 일정 수준 이상은 그 재미를 가지고 있다. 독특한 배경이나 소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8명의 등장인물이 모두 사건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설정. 그로인해 미궁에 빠지는 사건. 이 모든 것들이 추리소설로서 갖출 것은 다 갖추어진 소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용의자 선상에 오른 인물들이 벌이는 심리전은 크리스티의 다른 소설에 비해서도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겉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 라는 명언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른 사건에 비해 다소 부진한 활약을 펼치는 포와르도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심리전에서 그 능력을 발휘한다. 아마 그러한 점이 이 소설이 큰 틀에서의 짜임이 다소 부족하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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