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피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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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라고 생각하고 한 일이 악의가 되는 일은 흔하다. 막상 탕이 죽고나니 희수는 문득 그것이 호의였는지 스스로도 헷갈렸다.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그저 살아가는 일일 뿐이라고 희수는 애써 자위했다.

이상한 구석에서 울컥하게 만드는 작가다.

그냥 그런 킬링타임용 느와르일 줄 알고 집었는데 아니었다. 느와르의 탈을 씌운 성장소설(?)이랄까.

그런데 느와르로서도 상당히 훌륭하다. 이 작가의 재능이 범상치 않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왜 어려울까... 아무런 정보도 뭣도 없던 작가가 너무 근사하게 반짝거려서 깜짝 놀란 그런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꽤나 커다란 두근거림인데도 어렵다. 세월이 갈수록 좋아하는 것에 대한 두근거림을 표현하는데 더 서툴러진다. 바다사자와 물개와 고래의 피를 마시고 자란 뜨거운 피를 가진 이누이트가 아니라서일지도. 아니면 언젠가부터 피가 식어버린... 이미 시시한 어른이 되어버려서 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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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8-02-11 1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언수, 괜찮은 작가죠??
꽈 몰입감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나킨 2018-02-11 13:49   좋아요 1 | URL
네, 아무 정보 없이 접했다가 너무 좋아서 놀랐습니다. 김언수 작가의 다른책들도 다 보관함에 킵해두었어요.^^
 
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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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발간할 즈음 샀던 책을 어찌나 손에 쥐기 싫던지 이제야 집어들고 꾸역꾸역 완독을 했다.

대체 정유정 소설을 왜 사기 시작했더라...

 

남들이 뭐라던 유행과는 한참 동떨어진... 희소성있는 소수의 문화만을 향유하며, 그걸 소위 문화적 힙스터라 자부하던 치기어린 대학시절을 보냈고, 베스트셀러라며 유행하는 책들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았더랬다. 쉽게 지천으로 널린 대중문화를 멀리하고 남들은 들어도 모르는 작가주의 문화를 굳이 찾아가며 즐기는 스스로를 내심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헌데 사회생활 짬밥이 잔뜩 쌓여가니 타인들의 취향과 백만광년은 동떨어진 나만의 취향이 살아가는데 불리하고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데...(참 늦게도 느꼈다.) 

2011년 즈음이던가 아무리 크리에이티브한 직업이라도 일단 대중의 취향을 백퍼 내쪽으로 끌어당기려는 건 오만이다. 일단은 그들의 취향을 파악해야하고 공감해야하는 직군의 사람이 언제까지 그렇게 마니악한 문화만을 향유하며 살 거냐...라던 주변의 조언을 유난히 많이 들었다. 그때는 이미 스스로가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대중적이고 쌩쌩한 감각의 어린 후배들에 위기의식이 느껴져 변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던 때이기도 했다.

나도 누구나 알만한 것들을 읽고 듣고 보며 공감해 보리라.

그 결심의 첫걸음이 7년의 밤이었다.

충동적이고 아무런 정보없이 그저 당시 서점의 베스트셀러 신간 코너에 걸려있던 책이라 집어들었던 7년의 밤.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걸 시작으로 앞으로 나도 뭐든 대중들의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지...란 막연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아... 세상에 이렇게 잠이 오고 재미없을 수가 있나.  스릴러인데도 흡사 이공계 전공책 보는 것보다도 진도가 안나가고 읽히지가 않는다. 꾸역꾸역 읽으면서 나는 정말 대중과 동 떨어진 사람이구나. 남들은 다 재밌다는데도... 이렇게나 성공한 소설을 읽어도 조금도 공감이 안되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구나... 절망에 빠졌더랬지.

헌데 신기하게도 7년의 밤 이후 꾸준히 시도한 결과 영화건, 음악이건, 소설이건, 대중적이고 멋진 것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7년의 밤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독서취향도 영화취향도 음악취향도 정말 다른사람으로 느껴질 만큼 엄청나게 변화했다.

그냥 정유정이 안맞는 거였다.

아직도 당시 주변이 시끌시끌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7년의 밤을 이해할 수가 없다.

당최 그 소설의 어디에서 재미를 느껴야 하고 훌륭함을 느껴야 하는지.

그리고 혹시나 해서 관성적으로 구매했던 종의 기원도.... 역시나였다.

덜컥거리고 어색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7년의 밤보다는 읽기 나아진 느낌이나 체감상 가독성이 좋아졌다 뿐, 그냥 그뿐이었다. 누군가에겐 흡인력 있는 작가일지 몰라도 내겐 안맞는 걸로...

그래도 내 편협하고 고집스럽던 취향이 전환된 분기점을 말하라면 단연 정유정의 7년의 밤이다.

그날 그 책을 서점에서 집어든 이후로 난 완전히 다른사람으로 태어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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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8-02-11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쁩니다. 사실 저도 이 작가가 인기가 많지만 저랑 잘안맞아서 왜 이런가, 했었는데 이젠 조금 안심이 되네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은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야겠어요.

아나킨 2018-03-26 00:43   좋아요 1 | URL
그렇네요. 7년의 밤도 당시 너무 핫해서 내가 모르는 뭔가 매력이 있겠지, 싶어 일독 후 몇번이나 다시 읽어보려 했지만 그 때마다 포기하고 결국 팔아버렸던 기억이 있네요. 한번 완독조차 힘에 겨우면 그 작가랑 안 맞는게 맞는 거겠죠. 아쉽지만 종의 기원도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은 안들 것 같습니다.
 
침묵 믿음의 글들 9
엔도 슈사쿠 지음, 공문혜 옮김 / 홍성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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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를 치는 반전이 없어도 드라마틱할 수 있다는 엔도 슈샤쿠의 역량을 보여주는 소설.

개인적으로 가장 어리석은 이념 중 하나가 종교라 생각하고, 그 중에도 가톨릭은 특히 역사상 정치와 밀접하게 발을 붙이고 세속적이고 악랄했었기에 신의 종교가 아닌, 인간의 종교를 매우 혐오한다. 때문에 종교색이 다분한 작가 엔도 슈샤쿠의 글들을 아직까지 손대지 않아왔다.

중세로부터 뒤로는 매춘으로 돈벌어 시스티나 성당 세우던 가톨릭이  앞으로는 희생이 강요된 이념에 신부들, 신자들을 목숨 던지게 하던 무모한 포교, 배교 이야기 따위가 뭐 흥미롭겠나 싶었는데 종교적 관점에서 한발 물러나 이념과 그 이념에 대한 의심으로 접근해 읽으면 충분히 와닿는 점이 있다. 아니, 이 또한 그냥 엔도의 역량이겠지...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에 비해 글의 중심 주제는 사실 크게 와닿진 않는다. 평이한 내용. 한 성직자의 이념에 대한 환멸과 고뇌, 배반에 대한 죄책감... 그 이상은 없다는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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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수업 - 하루에 하나, 나를 사랑하게 되는 자존감 회복 훈련
윤홍균 지음 / 심플라이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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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터 3분의1 지점까지는 내가 대체 이책을 왜 보고있나... 싶었는데, 중 후반부 내용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단순히 자존감만이 아니라 대인관계에 예민해서 상처받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내용들이 많다. 많이 팔린 책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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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성의 역사 - 인류학자이자 정신의학자가 쓴 섹스에 관한 과감하고도 장대한 인류학적 서사시 만화로 보는 교양 시리즈
필리프 브르노 지음, 레티시아 코랭 그림, 이정은 옮김 / 다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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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으로도 흥미로운 요소가 많은 책. 인류 역사에서 고대 이집트가 가장 여성권익이 높았었다는게 놀랍다. 물론 무슬림 지배시절 순식간에 역행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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