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믿음의 글들 9
엔도 슈사쿠 지음, 공문혜 옮김 / 홍성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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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를 치는 반전이 없어도 드라마틱할 수 있다는 엔도 슈샤쿠의 역량을 보여주는 소설.

개인적으로 가장 어리석은 이념 중 하나가 종교라 생각하고, 그 중에도 가톨릭은 특히 역사상 정치와 밀접하게 발을 붙이고 세속적이고 악랄했었기에 신의 종교가 아닌, 인간의 종교를 매우 혐오한다. 때문에 종교색이 다분한 작가 엔도 슈샤쿠의 글들을 아직까지 손대지 않아왔다.

중세로부터 뒤로는 매춘으로 돈벌어 시스티나 성당 세우던 가톨릭이  앞으로는 희생이 강요된 이념에 신부들, 신자들을 목숨 던지게 하던 무모한 포교, 배교 이야기 따위가 뭐 흥미롭겠나 싶었는데 종교적 관점에서 한발 물러나 이념과 그 이념에 대한 의심으로 접근해 읽으면 충분히 와닿는 점이 있다. 아니, 이 또한 그냥 엔도의 역량이겠지...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에 비해 글의 중심 주제는 사실 크게 와닿진 않는다. 평이한 내용. 한 성직자의 이념에 대한 환멸과 고뇌, 배반에 대한 죄책감... 그 이상은 없다는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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