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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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걸에 어이 두 번째로 읽은 지은이의 책이다.

누군가 적은 것처럼 지은이의 책은 숫자와 사실에 바탕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다큐멘터리를 읽고 있는 것 같다. 재미 있다거나 흥미롭다거나 하진 않는다. 오히려 읽고 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랩걸을 읽었을 때도 여성인 과학자가 얼마나 고단한 삶인지 심하게(?!) 느끼면서 답답했는데...

이번 책 역시 답답하고 한숨이 나온다. 개인 이기주의와 국가 이기주의가 지구를 어떻게 망가뜨리고 있는지 드러내놓고 보여주고 있기에.

 

지은이 글은 자신의 경험과 사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진심으로 와 닿는다. 읽을수록 속이 더부룩하고 머리가 아파 오지만 사실을 모른 척 할 수 없기에 끝까지 읽게 된다. 알아야 뭔가 하나라도 더 고치고 나이지도록 애 쓰면서 살 수 있기에.

50년 전보다 사람이 살기엔 편해졌는지 모르지만 지구는 시름시름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그동안에 나와 있던 사실들을 모아 지은이의 경험에 녹여 넣어 나를 꼼짝 못하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느끼고 깨달아서 지구와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번역자에게 아쉬운 점은 50쪽부터 나오는 콩을 왜 "대두"라는 한자어를 썼는지 이해가 잘 안간다. 우리 말로 콩이란 말이 있는데, 딱! 한 번 콩으로 쓰고 다음부터는 모두 "대두"로 표시한 것에 대해서. 다음 판엔 우리말로 콩이라 하면 좋겠다. 이런 내용을 다루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라면 반드시 있어야 할 게 아닌 띠지는 없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지구와 더불어 사는 우리는 지구와 한 가족이지만 한 번도 가족처럼 따듯하게 지구의 안녕을 물어본 적이 없다. -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 -"

"인류의 10퍼센트에 의해 이루어지는 엄청난 식량과 연료 소비로 인해 나머지 90퍼센트의 삶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만들어내는 지구의 능력이 위협받고 있다."

"1990년만 해도 미국에서 사용된 항생제의 3분의 2가 고기를 얻기 위해 동물들에게 투여된 것이었다. 이는 명백히 성장 촉진과 폐사율 저하를 위한 것이었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 두 가지 목적 중 어느 것에도 효과를 내지 못했다."

"굶주림은 지구의 부족한 공급 능력 때문이 아니라, 생산한 것을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우리의 실퍠로 등장한 문제다."

"자동차에 장착된 엔진을 위해 엄청난 양의 식량에 불을 붙인다는 점에서 바이오 연료에 대한 부가적인 윤리적 고려가 필요하다."

"두려움운 문제를 외면하게 만들고, 정보는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한다."

"화석 연료의 사용으로 덕을 보는 사람들과 그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가장 많은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일치 하지 않는다."

"우리가 보이지 않는 신은 경배하고 눈에 보이는 자연은 학살해버린다. 우리가 학살하는 자연이 사실은 우리가 경배하는 보이지 않는 신인 것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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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잡사 - ‘사농’ 말고 ‘공상’으로 보는 조선 시대 직업의 모든 것
강문종 외 지음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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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잡(job)사라고 해서 조선시대엔 어떤 일들을 하고 살았는 지 궁금하고 지금 우리가 하는 일들과 어떤 점이 다른지 알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다. 지은이가 글머리에 적은 것처럼 '사농' 보다는 '공상'에 촛점을 맞춘 이야기이다.

생각 보다 알고 있는 업들이 많아서 엄청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지금의 일들과 엄청나게 다르진 않고 그때에도 시대가 바뀌고 문화가 바뀌면서 사라진 직업들이 있다는 것이 같고 새삼 놀랐던 것은 지금 웨딩플래너라 불리는 직업이 엄청나게 높은 수입 직업이었다는 것, TV에서 본 것은 신부가 절할 때라던가 술잔을 건넬 때만 여인네가 돕는줄 알았는데 실상은 예식 전체를 맡아서 운영했다는 것.

정말 중요하고 생활에 꼭! 있어야 할 직업인데도 대우는 아주 바닥이었다는 것이 입맛을 쓰게 한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기에.

없으면 안되는 일인데, 필요할 땐 난리를 치면서 잦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나몰라라하는 일을 지금도 많기에, 제발 그런 들이 제대로 대접까지는 아니더라도 일한만큼 인정 받는 세상이 얼른 오기를 바란다. 책은 술술 잘 읽히니 한 번쯤 읽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남녀의 영역을 넘나드는 직업 역시 여성의 차지였다. 남성은 여성의 영역에 진입할 수 없지만, 여성이 남성의 영역에 들어오는 데는 관대한 편이었다. 중년 이후의 여성이 무성의 존재로 간주되는 것도 여성이 남녀의 영역을 넘나들수 있는 이유다."

"사실 꽃은 딱히 쓸모가 없는 물건이다. 꽃의 쓸모는 그 존재 자체에 있다. 우리는 인생의 한순간을 빛내기 위해 그 존재를 필요로 한다."

"사기장은 도자기를 만드는 장인이다. 흔히 도공이라고 하지만 일본식 표현이다. 사기장이 올바른 표현이다."

"붓은 서예가의 생명이다. 서화 평론가 남공철은 '붓이 가장 중요하고 종이가 다음, 먹은 또 그다음'이라고 했다."

 "우리 나라 직장인의 종착지가 결국은 모두 치킨집으로 귀결되는 것처럼 조선 시대 선비의 종착지는 짚신 삼기 아니면 돗자리 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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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유죄 - 그러나 포기하지 않은 여성을 위한 변론
김수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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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상위 시대"라는 말이 아주 오래 된 낡은 이야기 처럼 느껴지는 지금.

여성들은 어떤 대접을 받고 있을까? 

지난날과 견주어 훨씬 좋아졌나?

오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건 크게 많이 달라졌는 지 모르겠다는 것.

또한 지금 이 자리도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 없는 요구와 피 흘린 선배들이 있었기에 만들어진 것이란 생각을 한다.

남성들은 지금 여자들이 얼마나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고 하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여자들이 살기 좋아진 세상이 맞는지.

성희롱, 성폭력으로 죽어나가는 여자들,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안간힘을 인정받지 못하는 문화.

그래도 포기하지 않기에 반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지금 이 자리를 지키고 발전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대한민국 사는 사람 가운데 한글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읽어보길 권한다.

 

"같은 싸움이 반복되는 것 같아도 같은 싸움은 없다. 포기하지 않은 싸움에는 늘 한 발 전진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가 유발한 성적 충동의 결과가 아니라, 약자에 대한 폭력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 성매매'라는 용어 대신 '성매매 상황에 있는 아동 성 착취'라는 용어를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

"학계 연구에 따르면 당시(일제강점기) 호주제는 일제가 식민통치를 위하여 일본의 '가'제도(일본의 천황제도를 가족제도에 구현한 것)를 조선에 이식한 것으로 광복 이후까지 온존해온 것이었다." 

"최재천 교수는 '자연에서는 몇 세대만 지나면 부계는 확인할 수 없고 (미토콘드리아를 통해) 모계 조상만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부계혈통 위주의 호주제도는 자연의 질서에 반한다'고 증언했다."

"과거 국가는 인구 조절을 목적으로 '월경 조정술'이라는 이름의 낙태를 하도록 권유하고 그 성과를 수집했다."

"여성의 노동은 언제든 가정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보조적인 노동으로 취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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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글 바로 쓰기 3 우리 글 바로 쓰기 3
이오덕 지음 / 한길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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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초딩이 되어 국어 공부를 하는 느낌이다.

중국글자 하나하나를 사전에서 찾아서 가장 우리말 다운 말을 찾는다.

전에는 그저 생각나는 대로 썼는데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가셨지만 뿌린 씨앗이 남아 나같은 사람한테 공부를 하게 한다.

좀더 일찍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늦었다 생각할 때라도 행동으로 옮기고 이런 생각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실천하는 일이 중요하니까'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는데 아직은 반응이 뜨듯미지근하다.

그래도 이제 시작했으니 주변부터 알리고 함께 하도록 해야겠다.

 

"왜 말이 글에 눌려 맥을 못추고 있는가? 그 까닭은 세 가지다. 첫째는 일하는 백성이 주인으로 살아기지 못하는 나라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 까닭은 외국의 침략과 반 민족의 무리들 때문이다.

세번째 까닭은 이와 같은 거꾸로 된 역사, 꽉 막힌 반역의 역사가 오랜 세월을 이어오는 동안에 어느새 우리 겨레의 몸과 마음에 깊이 스며들어 굳어져버린 어떤 슬픈 버릇 때문이기도 하다."

"정신대에서 '정신(挺身)이란 말을 사전에서 찾으면 '솔선하여 앞장섬' '무슨 일에 앞장서 나아감'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일본말 사전에 나오는 풀이도 비슷하지만 ' 많은 무리 가운데서 먼저 스스로 나아가는 것'이라 하여, 일본 사람들이 이 말을 어떻게 쓰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 "내 기억에 일제 시대에 '정신대'란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우리는 모두 '처녀 공출'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부모와 교사들, 그리고 모든 어른들 말이 병든 책임의 뿌리를 캐면 세 갈래가 된다. 그 하나는 행정이고, 또 하나는 신문과 방소이고, 나머지 하나는 글을 쓰는 지식인들이다. 물론 이 세 뿌리는 서로 얽혀 있다."

"달력에 해, 달, 불, 물, 나무, 금, 흙, 이렇게 쓴다면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본래 글이란 말을 따라 말이 되도록 써야 하는 것이고, 글의 논리도 말의 실상과 말의 질서를 따라야 하는 것이다."

"세상에 제것을 아끼고 소중히 여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무슨 창조를 하겠는가? 창조가 없는 겨레는 영원히 식민지 종살이를 할 뿐이다."

"우리 나라 국어 사전에 올려 있는 한자말은 거의 모두 일본말 사전에 올려 있는 말 그대로다. 우리가 한문글자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서 한자말을 쓰게 하는 것은 일본말을 가르치는 것이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것이 일본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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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글 바로 쓰기 2 우리 글 바로 쓰기 2
이오덕 지음 / 한길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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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정말 미치겠다.

책을 읽고 공부할수록 정말 미칠 거 같다. 예전에 이 책이 나왔을 때는 읽으면서 크게 문제라는 생각없이 술술 읽었는 데 지금은 한 장을 읽을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오염된 말과 글 속에 찌들어서 살았는지...

한 숨만 푹푹 쉬어지는 게 죽을 맛이다.

지금이라도 다시 처음 공부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고 있다.

읽는 것으로 그칠게 아니라 동네방네 떠들고 다녀야 할 것 같다.

읽는 동안에도 이미 여러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지만 내가 먼저 좀더 제대로 된 글을 써야겠다 싶어서.

책 내용을 생각하면서 글을 쓰려니 써지지 않는다. 써놓고 보면 중국글자 투성이고 그동안 생긴 버릇으로 우리 말 같지 않은 글을 써서.

이 책은 그냥 책상 위에 올려놓고 시도 때도 없이 들여다 보면서 내 머리 속에 담아야 할 거 같다.

 

"말은 누가 만드는가? 민중들이 백성들이 만든다.백성(민중)들이 아닌 어떤 사람들도 만들 자격이 없다. 백성(민중)들은 말을 머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몸으로 만든다.만든다기보다 저절로 만들어진다 해야 하겠지. 지식인들은 백성(민중)들이 쓰는 말을 다만 따라가고 살펴서 그것을 깨닫고 배울 뿐이다. 그래서 같은 백성이 되고 민중이 될 뿐이다."

"글은 말을 글자로 적어 놓은 것이다.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말이 으뜸이고, 글이 말을 따라가야 하는 것이지 말이 글을 따라가서는 안된다." 

"초록이 아니라 우리 말로는 '푸르다' '푸른 빛' ' 푸른색'이다. 이 '푸르다'을 생각하면 곧 깨달을 수 있다. [ 푸른 산 저 너머로 멀리 보이는 / 새파란 고향 하늘 그리운 하늘]

"한, 두, 세.... 하면 '사람'을 쓰고 1, 2, 3....이면 '명'을 쓴다."

"우리 말이 있거나 우리 말로 얼마든지 말할 수 있는데도 서양말을 그대로 따라 쓰는 젓은 분명히 잘못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우리 것을 버리고 남의 것을 따르는 부끄러운 짓이고, 식민지 백성들이나 즐겨하는 노릇이라고 본다."

"분리 수거 = 나눠 버리기"

"지양해야 할 = 넘어서야 할, 지향해야 할 = 목표로 삼아야 할"

"살아 있는 말 = 삶에서 쓰는 말, 입으로 하는 말"

"었었다는 우리 말법을 영문법에 맞추어 적어놓은 학자들의 책을 배운 결과가 이렇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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