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 - 어떤 세상에서도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김제동과 전문가 7인이 전하는 다정한 안부와 제안
김제동 외 지음 / 나무의마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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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다른 분야의 나름 한가닥(?!) 하시는 분들과의 대담을 엮은 책.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수익금이 좋은 데 쓰인다고 해서 더 마음이 움직인 책이다.

650쪽이 넘는 분량에 압도 당하는 느낌도 없지 않지만 다 읽고 난 지금은 참 읽기를 잘 했다 싶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가를 나름 이룬 분들의 지식과 마음을 같이 할 수 있어서.

분량이 많아 그런지 개인적으로 두고두고 새겨 둘 이야기가 참 많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도 있지만 배울 것도 생각할 꺼리도 많은 이야기 책이다.

처음 기획 단계부터 엄청 신경 써서 만든 책이라는 것을 넉넉하게 느낄 수 있었다.

각 장마다의 내용도 좋고 편집도 아주 잘 된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보면 좋겠다.

처음부터 읽지 않고 먼저 읽어 보고 싶은 부분부터 읽어도 되는. 흔히 하는 말로 골라 읽는 재미도 느낄 수 있어 좋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편]

"또라이 짓이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첫 번째 사람보다 더 중요한 첫 번째 팔로워가 있어야 하는 거에요.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관계가 세상을 바구는 거죠."

"물리학자로서 경력을 쌓아갈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내가 해놓은 결과를 스스로 믿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에요."

"지금 사실 어느 하나도 명확하지 않아요. 서로 논의를 하고 시스템을 구축해나가야 하는거죠. 이때 시스템이란 완벽한 제도를 만든다는 끗이 아니라 끊임없이 논쟁과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는 거에요."

"인간의 문제는 오히려 답이 틀릴 수 있다는 것, 내가 항상 옳은 건 아니라는 것. 나아가 본래 절대적으로 옳거나 그른 것은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대한 자기 기준을 만들어서 그 기준과 모순 없이 일관되게 살도록 노력하되 끊임없이 점검해나가는 것. 그게 최선이 아닐까 싶어요."

[건축가 유현준 교수편]

칠레의 알레한드로 아라베나, 2016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어요. 그 건축가가 정부 보조금을 받아서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주택을 지었는데, 에산에 맞춰 작은 집(40제곱미터)을 짓는 대신 저소득층이 장기적으로 살 수 있는 큰 집(80제곱미터)의 절반만 지은 거예요. 예를 들어 지붕 아래 공간의 절반만 완성하고, 반은 비워놔요. 돈이 없으니까 반쪽은 거의 합판으로 골격만 짓는 거죠. 일단 반쪽만 완성된 집이라도 가질 수 있게 한 다음, 돈을 벌면 벽에 페인트칠도 하고, 화장실에 타일도 붙이고, 애가 태어나면 방도 하나 더 만들 수 있게 한 거예요. 그러면 저소득층이라도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집을 빨리 소유할 수 있게 되잖아요."

"언택트 사회가 되면 집안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할 것같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일수록 건전한 콘텍트를 유발할 수 있는 공간이 집 근처에 많아져야 해요. 지금은 이런 방향으로 도시 계획을 바꿔야 할 때인거죠."

"다양성이 나오러면 핵심은 소자본 창업이 쉬워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바꿔야  해요. 지금 있는 규칙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창업하라고 하면 결국 대자본이 들오아 기존 건물을 다 밀고 쇼핑몰 거리를 만들겠죠. 그러면 소자본 창업 기회는 또 없어지는 거예요."

"우리 나라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을 각 분야에서 생각해야겠지만, 건축가로서 제가 제안할 수 있는 부분은 이거예요. '집을 다양하게 만들어라. 도시를 다양하게 디자인 해라. 다양성을 키워라' 내 집 가치가 결국 집값밖에 안 남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건축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우리는 모두 건축주다.' 이렇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특히 공공건물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어느 정도 지분이 있잖아요. 우리가 낸 세금으로 지어진 건물들이니까요."

"인간과 자연의 거리는 더 가깝게 만들고, 물건의 이동은 더 빨라지고, 건어다니면서 생활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많은 사람이 모여 살면서 일자리도 더 늘어나고, 새로운 형태의 산업도 만들어지고...., 그런 것들이 스마트 고밀화인 거죠."   

[천문학자 심채경 박사]

"혹여 우리 탐사선이 잘못된다 하더라도 저는 그 과정들을 다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럴 때 '한국은 수준이 별로야'라고 비웃는게 아니라 '재네가 뭘 잘못해서 저런 결과를 얻었는지 알아 보자. 다같이 알자. 그리고 다음에는 그런 실수를 하지 말자' 이렇게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결국 우리가 보고 있는 하늘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 생성된 스냅사진들의 컬렉션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별빛과 그 바로 옆에 있는 별빛이 서로 다른 시기에 생성돼서 우리한테 지금 보여지는 스냅사진인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하늘을 본다는 것은 서로 다른 시간들이 존재하는 하늘을 존재하는 하늘을 본다는 거죠."

"미래를 예측할 때 세 가지 중요한 변수가 있어요. 이건 전문가마다 조금씩 관점이 다를 수 있는데, 첫 번째 변수는 인구에요. 사람 수도 중요하지만. 그 구성이 어떤지를 봅니다. 두 번째 변수는 기술이에요. 기술이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따라 미래사회를 예측할 수가 있어요. 세 번째 변수가 요즘 많이 얘기되는 기후입니다. 인구, 기술, 기후 이 세 가지는 우리가 개입해서 바꿀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어요. 단시간에 어떻게 해보기가 쉽지가 않은 것들이죠."

[경제전문가 이원재 대표]

"결국 내가 선택해서 일할 순 있지만 당장 소득이 필요하면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하죠. 이런 걸 '긱 워크'라고 해요. 플랫폼 노동 중에서도 내가 원하는 만큼 업무를 선택해서 하는 노동 형태죠. 긱 노동이 사실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의 주류라고 할 수 있어요. 긱 워크, 자유롭지만 자유를 누릴 수 없는 조각노동. 이것이 문제인 이유는 소득이 불안정하기 때문이에요."

"개별적이죠.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이 세가지가 기본소득세의 가장 중요한 가치에요."

"기본 소득이 근본적으로 복지제도와 다르다고 얘기하는 이유가 두 가지 측면이에요. 복지는 혜택을 주는 것이라 수혜자가 있지만.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이 이 나라의 주주로서 배당금을 받는 것과 같아요. 또 하나는 이렇게 힘을 주는 거예요. 예를 들어 취업하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을 증빙하고 심사에 통과되면 30만원을 주겠다고 조건을 달면, 받는 사람에게 힘이 없어요. 하지만 조건 없이 주는 돈은 받는 순간 힘이 생기죠. 지금까지 조건을 달려고 했던 사람들을 반대하는 데 이 돈을 쓸 수도 있잖아요. 그런 힘이 생긴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은 복지제도와는 달라요."

"결국 일정한 단계를 넘어가면 성장은 가치를 추구하는 거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이웃으로부터 따듯한 말을 듣고,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인격적으로 성숙해지고, 충분히 소통하고,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환경을 보호하고, 이런 것들이 개인에게는 성장이거든요."

"나를 팔지 않아도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오히려 지역 안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할 수도 있는 거죠. 내가 만약 노래를 부른다면 그 이유가 돈을 벌거나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좋아서인 거예요. 한 사람을 위해서 작곡하고, 노래하고, 연주하고 다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소비를 부추기기 이해 어떤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요. 이런 것이 근본적인 변화에요. '탈상품화'하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더는 상품이 되거나 상품화하지 않아도 되는 것. 이것이 아마 문명 전환의 핵심일 것 같아요."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

"자살이라는 건 굉장히 개인적이고 내맬한 의사결정이면서도 굉장히 사회적인 의사결정이거든요. '세상의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람들이 버티고 살아갈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라는게 있어야 해요. 예를 들면 기본소득이 보장되어야 하고. 그들이 손을 내밀 때 잡아주는 곳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일가족이 살인 및 자살을 하는 그런 의사결정만큼은 하지 않는 사회여야 하는 거죠."

[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

"자연에 평화로운 죽음이란 없어요. 그것이 바로 자연사죠. 서열1위도 언젠가는 처참하게 자연사하고 서열 2위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역사가 끝없이 반복돼요. 인간 사회가 동물의 왕국과 다른 것은 서로 존중하고 공정한 규칙 안에서 경쟁하고 협력하기 때문일 거예요."

"갈릴레오가 '카스텔리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소논문에서 '성경은 오류가 없으나 주석가는 실수를 할 수 있다'라고 했거든요. 그 편지 말미에는 '만약 과학자들이 성경과 다른 것처럼 보이는 어떤 사실을 증명한다면 그때 신학자들이 해야 할 일은 성서를 재해석하는 일이다'라고 적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냐면 과학자들은 자연현상을 가치 판단없이 보여주는 일만 해요. 그걸 재해석하는 건 신학자들이 일인거죠."

"고학자는 '의심을 촉진하는 사람'. 과학적인 태도는 의심과 겸손함이 기본이에요. 의심하되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고, 그 의심에 대해 해명할 때도 겸손하게 하는 거죠'

"우리가 기후위기나 미세먼지의 해결책으로 찾아낸 방법은 대부분 '나한테만' 괜찮고 지구 전체로 보면 해결책이 아니에요.

"정전이 없다는 건 항상 전기가 과잉생산되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많은 분이 선진국은 초고도 산업국가라고 생각하는데, 전 세계에서 농업이 가장 발달한 나라는 미국이고, 유럽 국가들도 농업 생산량이 많아요. 그러니까 정작 선진국들은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은데 우리는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아예 농업을 버린거죠. 농업 지식은 수십 년 동안 몸으로 배워야 하는데 농업 지식이 사라지고 있는 거예요."

"재미있는게 과학논문에는 '나(I)'로 쓰는 게 없어요. 다 '우리(We)'예요. 혼자 하는 사람이 없거든요. 다 여럿이 함께하죠. 그래서 주어를 대명사로 쓸 때는 항상 '우리(We)'라고 써요."

[대중문화평론가 김창남 교수]

"아메리카 인디언은 말을 멈추고 달려온 길을 뒤돌아 봅니다. 영혼이 따라 오기를 기다립니다. 공부는 영혼과 함께 가는 것입니다. -쇠귀-"

"2006년 서울대 입학식에서 신영복 선생님 '대학시절에는 그릇을 채우려고 하기 보다는 그릇 자체를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먼저 그릇을 비우고 크기를 키우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친구가 되지 못하는 스승은 좋은 스승이 아니고, 스승이 되지 못하는 친구는 좋은 친구가 아니다.  명나라 때 이탁오라는 사상가가 했던 말을 현대적으로 말씀해 주신 것으로 결국 가장 좋은 관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친구이자 스승이 되는 관계."

"공부의 옛 글자는 사람이 도구를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농사 지으며 살아가는 일이 공부입니다. 공부란 삶을 통하여 터득하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인식입니다. 공부는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의 존재 형식입니다. 그리고 생명의 존재 형식은 부단한 변화입니다. -쇠귀-"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엣 가슴까지라 합니다. 사상이 애정으로 성숙하기까지의 여정입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여정이 남아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발은 실천이며, 현장이며, 숲입니다. - 쇠귀 -"

"씨과실은 먹지 않는다. 무성하던 이파리가 다 떨어지고 앙상해진 나뭇가지에 하나 남은 씨과실은 비극의 표상 같지만, 그게 떨어져 땅에 묻히면 다시 싹이 되고, 나무가 되고, 숲을 이루잖아요. '씨과실은 궁극적으로 새로운 희망의 언어다' 그런데 작은 씨과실은 다른 데서 오는 게 아니라 바로 나, 내 주변의 친구들, 작은 만남,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작은 기쁨, 이런 데서 시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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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2-04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