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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아침엽서
안도현 지음 / 늘푸른소나무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읽기에는 너무나 좋은 책이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멍하게 있지 않고 책을 읽으면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책. 사람 사는 이야기임에 분명한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내용들. 또 흐릿하게 찍은 듯 보이는 사진들. 또렷하지 않아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너무나 아름다운 사진과 내용들이다.
'주인이란 손 때를 가장 많이 묻힌 사람을 말한다. 절실하지 않은 책은 두 번 다시 읽지 않는다. 손때 묻은 물건들이 아름다운 것은 손때를 묻힌 사람의 간절함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지나는 길에 오래 묵어 나이 많이 잡수신 느티나무를 만나거든 무조건 그 나무를 향해 경배할 일이다. 더불어 그 나무의 마을을 향해서도 경배할 일이다. 나이 많이 잡수신 느티나무가 있는 마을은 충분히 경배받을 자격이 있다.'
'컬러, 혹은 천연색, 혹은 총천연색이라는 말은 사실 자연의 빛깔에서 멀어진 빛깔이라는 뜻이다. 인공적이라는 말을 교묘히 숨기기 위한. 총천연색이라고 해서 다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요즘 처럼 새 것만을 좋아하는 세상에, 오래 묵으면 사람이든 물건이든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는 세상에, 인공적인 것이 더 좋은 것으로 둔갑하는 세상에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 글들이다. 어디든 가지고 다니면서 아무데나 펴고 읽어도 좋을 책. 나를 돌아 보면서 반성하게 하고 다시금 길을 잡을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