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우샤오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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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문구에서 '화차'와 '도가니'를 섞은 듯한 소설이라고 해서 어떻게 풀어내는지 궁금해서 선택햇다. 실상 두 소설을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여성과 미성년의 성 문제를 주제로 하기에 다른 나라는 어떤지 알고 싶어서.

선생님의 어린 학생에 대한 성추행, 남편의 부인에 대한 가정 폭력, 오빠와 동생의 근친상간 등 언뜻 보기에 자극적으로 보일지 모르는 문제들인데 책을 다 읽고 나면 몹시 마음이 아픈 내용이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들에 대해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 보다는 그저 힘없는 아이들, 여자들이 문제인 것으로 몰아부쳐 끝내는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 세상 참으로 무섭다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특히나 성문제에 관한한 가해자 보다 피해자가 더 고통 받고 주목 받고 심지어는 사람들에 욕받이까지되어야 하는 지. 

우리 모두가 바라는 세상은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세상일텐데, 그럼 우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희망이 마음에 깃들면 절망이 부르지 않아도 다가온다. 그가 희망을 버리자 절망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좋은 선생님이라면 학생 때문에 바뀌는 순간이 학새을 바꾸는 순간보다 많다고요."

"하지만 자극적인 문구의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며칠 후 타이베이에서 더 끔찍한 치정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그제야 언론은 그들을 놓아주었고, 더 큰 고깃덩이에 달려드는 상어 떼처럼 그쪽으로 몰려갔다."

"나는 서른 살이 넘은 후에야 여성이 사회에서 '서술자의 자격'이라는 면에서 심각한 불평등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걸 깨달았다."

"폐쇄적인 공간은 여성에게 있어서 이웃끼리 서로 돕고 사는 이점보다 악인을 도와 나쁜 일을 같이 하는 단점이 더 크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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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편하게 말해요 - 마음을 다해 듣고 할 말은 놓치지 않는 이금희의 말하기 수업
이금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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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처럼 짧은 단어, 줄임말, 심지어 초성을 이야기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전화 한 통 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얼굴을 보면서 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점점 줄어 그러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가 뛰어 놀고 상상하면서 놀던 어린 시절이 어느 순간 학원과 공부로 바뀌면서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말을 편하게 잘 하는 사람을 보기가 쉽지 않죠. 그런데 이금희님은 오랜 아나운서 생활로 다져진 경험과 노하우가 차고 넘치는 분이죠. 늘 친근한 모습과 편안한 진행으로 인정 받으신 분이 쓰신 "우리 편하게 말해요"라서 선뜻 구입해서 읽었습니다. 쉽게 쓰여지고 경험이 녹아 있어 참으로 잘 읽힙니다.

엄청 새롭거나 뭐 그런 것을 원하신다면 맞진 않지만 편하게 바른 말을 사용하고 싶다면 한 번 읽어 보시라 추천드립니다.


단, 아쉬운 점은 출판 경험이 있는 제가 볼 때 출판사가 좀 욕심을 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수가 없네요. 책 마지막이 307쪽으로 표시되는 데 실제 중간 속지를 제외한다면 280쪽이 될까말까인데 표지를 하드커버로 하고 종이를 좀 두께 있는 것으로 해서 책 가격을 17.000원으로 한 것은 심하게 넘치는 편집이네요. 삽화 한 점 없는데요. 잘못된 편집으로 지은이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만들어 줄 수도 있으니 이런 것은 지양하면 좋겠네요.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사회생활을 해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말은 곧 권력입니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목소리가 크고 말이 길어집니다. 나이가 어리거나 경력이 짧은 막내는 자기 얘기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전적으로 몰입해서 들어주는 경험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마음에 위안을 얻을 수 있구나."

"우리말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려면 두 가지만 기억하라. 낮게, 천천히!"

"가장 좋은 부모는 코치가 아니라 응원 단장이라죠. 필드에서 뛰는 건 선수 자신이니까요. 부모는 잘하면 잘한다고 호나호해주고 못하면 기죽지 말라고 응원의 구호를 외쳐주면 된다는 겁니다. 후배도, 부하ㅗ, 아랫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는지요."

"언어에는 놀라운 힘이 있어요.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렇게 되기도 하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왜 그렇게 말을 하는 지 텍스트보다는 콘텍스트, 단어보다는 맥락에 신경을 쓰는 겁니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거죠."

"누가 듣느냐. 누구에게 말을 하느냐. 말하기에서 중요한 것은 화자가 아니라 청자입니다."

"면접관은 나에게 관심이 많은 어른이다."

"괜찮아. 괜찮지. 괜찮을 거야."

"불안이 현대인의 디폴트(기본값)라니 좀 덜 불안한가요. 그래도 스멀스멀 불안이 영혼을 잠식할 때 가장 좋은 항불안제는 바로 믿음입니다. 나를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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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 2022년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김준녕 지음 / 허블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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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소설은 처음 읽어 보는 것 같은데 디스토피아라~ 하긴 요즘의 지구라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을 보면 유토피아가 그려지진 않는 것 같다.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내용이 바로 그 막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과학 소설이라 해서 엄청나게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읽어 보니 어렵지 않아 다행이었다. 현재 시점에서 알고 있는 과학지식으로 생각할 때 조금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지만 이게 어느 시점을 지정하지 않아서 뭐 그냥...

과학소설이라는 옷을 입고는 있으나 현재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 이야기라 쉽게 읽혀서 좋다. 

"생존과 효율만이 유일한 가치"로 남은 세 대 우주선을 배경으로 소년, 소녀들이 선발되는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우리가 아는 세계, 계급과 수저의 세계, 기후 위기 시대의 식량 생산량 변화라는 환경적인 문제, 한 공동체에서 권력이 배분되고 행사되는 정치적인 문제를 동시에 다루고 있다.

지금 우리는 그런대로 살고 있지만 다음 세대들은 또 그 다음 세대들은 어떤 환경에서 살게 될지....

나 처럼 과학 소설이 처음인 사람이라면 뭐 한 번쯤 읽어 보는 것도 좋지 싶다.


대기라는 천장과 중력이라는 족쇄에 갇혀 약육강식이라는 생존 방식의 질서에 따라 살고 있었으니 말이다.“

대수는 계속해서 우스갯소리를 해댔다. 지구에는 자동차라는 이동 수단이 있었는데, 그 이동 수단에 치이거나 깔려 주는 사람이 무척이나 많았다며 어떤 미친놈들이 자기가 만든 것에 죽느냐고 말했다.“

어찌 보면 모든 곳이 무덤이 아니었나 싶다. 생명이 죽으면, 다른 생명에게 먹히니 모든 생명체는 다른 생명체의 무덤인 셈이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전 인간의 무덤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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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정상적인 아픈 사람들 - 실화를 바탕으로 영혼의 싸움터를 추적한 르포
폴 김.김인종 지음 / 마름모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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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개 글 그대로 사례 중심으로 정신 질환과 뇌기능 장애에 대하여 이해를 돕는다. 

과거 우리 나라는 "미친X"라는 한 단어로 정리했던 정신 질환과 뇌 기능 장애에 대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우리는 낯선 것들에 대해 쉽게 겁 먹고 도망치고 꺼리기 때문이다.

정신 질환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면 세상이 좀더 살기 좋아질 것 같아서 많은 사람들이 읽고 배우고 생각하고 아는 만큼 잘 처신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정신 의학적인 관점에서 대부분 인간은 증상이 가볍거나 무거운 상태의 차이일 뿐정신 질환의 한 스펙트럼에 포함돼 있다정신 질환은 특정한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누구나 질환을 겪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어떤 자극이나 계기를 통해 발병하는가 하지 않는가의 차이이다여러 정신 의학자가 거의 모든 사람이 정신병의 범주에 들어가 있다고 본다.“라고 하니 우리 모두 잘 알면서 살아가면 좋겠다.  


”’정신질환이라는 단어는 사실 애매하고 차별적인 용어다위장이 아플 때 위장질환이라고 부르지 뭉뚱그려 육체질환이라고 명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뇌 기능장애나 뇌질환은 그냥 모두 정신질환‘ ’정신병으로 부른다. 이렇게 명확히 구별 짓지 않고 모호하게 부름으로써 이 질환들을 터부 시하고 죄악 시 하는 차별과 편견의 뉘앙스를 만들어간다. 정신병, 정신질환이란 인간의 최고 관제탑인 뇌의 기능에 이상이 생긴 육신의 병의 하나이다. 정신질환도 증세에 따라 뇌기능장애 혹은 뇌질환과 같이 구체적이고 의학적인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확산됐다. 정신질환, 정신병이란 뇌라는 육체의 한 부분에 생긴 병이다.“

어떤 뇌질환의 증상이 환자를 자살로 이끌 때 이를 막을 방법은 암 환자를 살리는 기술보다 제한돼 있다. 뇌질환은 아직도 풀지 못한 뇌의 화학적 메커니즘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병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효과적인 치료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이 무지와 편견은 세습되어온 사회적 통념, 그릇된 종교관에서 비롯됐다.“

암을 치료해서 죽음의 기로에서 살려내듯이, 자살에 이르는 병을 과학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합리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자살은 대부분 뇌질환에서 비롯된다. 이 아픈 자들을 적절한 치료를 통해 구해내야 한다는 공개적인 합의가 절실하다. 자살에 대한 사회적 종교적 편견과 무지의 제거가 이 죽음에 이르는 병의 치료의 첫째 관문이다.“

현대의 많은 정신의학자, 생물학자가 정신질환에 대한 유전환경의 영향을 연구하면서, 유전자 보다는 환경에 정신질환의 원인을 두고 있다.“

특히 정신질환 같은 병에서는 인간관계가 유전인자와 인체의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는 가장 큰 영향 인자로 꼽히고 있다. 외부적 요인, 환경 조건 중에서도 인간관계가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것이다. 인간관계는 질환 발병의 요인이기도 하지만 치료의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마약을 통한 뇌손상 질환은 현대사회의 감추어진 대재앙이다.“

뇌질환, 뇌기능 장애를 앓는 환자들의 가족을 돌보는 일은 환자들을 돌보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러나 사회나 법률, 의료 시스템은 환자들의 병관 권리에 치중하고 그 주변에서 희생 당하는 가족들에 대해서는 무관심이나 무지로 일관한다.“

뇌질환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주변 가족들을 서서히 파괴해간다.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그 가족 전체의 삶이 망가져버린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공평하고 공정하게 살 수가 없습니다. 잠깐 잠깐의 즐거움과 쾌락 속에서 불공평을 잊고 시간을 채워갈 뿐이죠. 그러다가 결국 우리에게 닥치는 것은 죽음입니다. 이 세상 것들 중에서 가장 공평한 것은 죽음이죠.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습니다.“

어떤 경우 우리는 환자보다 더 아플 때가 있다. 우리가 아픈 환자를 위해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런 손을 쓸 수 없는 우리의 무기력 때문에 아픈 것이다.“

불행은 개인의 주관적 느낌일 뿐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성진이가 불행한 것이 아니라 성진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불행한 것이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최후로 남는 것, 마지막 돌아갈 자리는 가정이고 가족관계이다.“

많은 경우 고통은 육체적 질병을 발견하는 수단이고, 죄나 약을 극복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정신 질환자, 뇌기능 장애자들의 고통은 발견되기 어려워서 치료가 어렵다. 대다수 사람이 정신 질환자의 범주에 포함되지만 나병처럼 고통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병자라고 인식하지 못하며 살아간다.“

정신 질환자, 뇌기능 장애자들과 그 가족들의 소원은 소박하다. 가족 내 정신 질환자와 대화가 통하고, 밥과 약을 제대로 먹고, 잠을 제대로 자면 그것이 행복이다.“

정신질환은 착하고 똑똑한 청년들이 많이 걸립니다. 남에게 스트레스나 미움, 분노를 풀어내지 못하고, 자신이 다 감당하여 참고 지내다가 뇌기능 장애가 오는 겁니다. 대부분 그들은 희생자들이에요.“

많은 사람을 가르치는 교사나 상담사, 단체 지도자들은 필수적으로 정신건강과 그 질병들에 대한 지식과 상담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폴 김은 정신병을 수치로 여기는 한국인의 체면문화가 병을 키우는 주요인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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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변호사 - 삼례 나라슈퍼, 익산 택시 기사 살인 사건, 그리고 재심
박준영 지음 / 이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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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변호사 옆에 그의 사랑 똥만이 박상규 기자, 장경호 변호사 그리고 문제 있는 지난 사건을 파헤치는 프로그램 피디들. 이런 분들이 어려움을 견디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덕분에 우리나라 민주주의도 한 걸음씩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잘못된 일에 눈감지 않고 입 다물지 않는 분들 덕분에 조금씩 더 민주주의가 뿌리는 내리는 것을 느끼게 되네요.

1990년대 사법 관련 사람들(판사, 검사, 변호사), 민중의 지팡이 경찰들 중에 참으로 못난 사람들 가운데 잘못을 저지르고도 뉘우칠 줄 모르는 그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 분들일지....

법 체계에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는 것을 알면 수정하고 개정하고 실제화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왜 그게 어려운 걸까요? 법은 상식이 통하는 게 최고의 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재심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탈북민들이 우리 나라에 정착하기가 얼마나 험난한 지, 교도관들이 처한 어려움에 대한 이해입니다. 막연히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만 하다 확인된 내용을 글로 보니 마음이 참으로 좋지 않습니다. 법을 제개정하는 분들이 체계가 잘 정비해서 문제가 최소화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아이들은요믿어주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제자리로 돌아옵니다방황하고 삐뚤어져도 돌아올 끈만 놓지 않으면 됩니다.“라고 쓰셨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100% 공감합니다. 40년 넘게 소년원에서 봉사활동을 하셨던 아버지께 전해들은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라서요. 문제 청소년은 없다고 문제 부모와 어른들이 있을 뿐이라고도 하셨었는데....지금은 하늘에서 아버지가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던 청소년들을 열심히 응원하고 계실 것 같네요.

중심 단락은 판사는 양심에 따라 판결을 하고변호사는 양심에 따라 변호를 하고검사는 양심에 따라 수사를 하고의사는 양심에 따라 치료를 하는 것이고운전하는 사람은 양심에 따라 안전 운전을 하는 겁니다이 객관적 양심직업적 양심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면우리는 더 정의로운 사회에서 살 수 있다.“가 아닐까 싶네요.


”‘유별나다, 꼴통이다소리 좀 듣는 것에 부담 느끼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려면 조금 유별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법조인들은, 그리고 언론에서는 시국 사건이 아닌 일반 형사 사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습니다.“

자백했다는 이유로 새로운 증거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동일 사건에 한해 재심을 여러 번 청구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도, 불이익 재심(확정판결을 받은 이에게 불이익한 경우에 도 재심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저는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치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요? 저는 예측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심을 청구해 놓고도 내 사건에 대한 판단이 언제 어떻게 내려질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그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안 그래도 억울하고 답답한 재심 청구자들에게서 기다리는 고통이라 도 덜어 줄 수 있습니다.“

재심이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게 아니라 오판이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유죄 확정 판결이 내려지면 증거물을 보관하지 않습니다.~우리는 증거물을 폐기하고 있기 때문에 DNA를 분석해 보려 해도 할 수가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노센스 프로젝트>를 한국에 적용하자고 해도 적용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못 되는 겁니다.“

흉악범을 변호한다는 것이 범죄자의 이익을 위한다는 게 아니라 그 사람도 재판 받을 권리가 있고 수사 과정에서 자기를 항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사실, 그런 보편적 정의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 환경

"법원이 수사기관의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데는 아직 몹시 인색합니다만 시민들의 상식이 재판에 반영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재심만큼 어려운 것이 형사 사건 피해자의 국가 배상 청구인 것 같습니다. 수사기관의 잘못과 범죄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사나 재판의 과실을 묻는 국가 배상 청구 소송은 승소 사례 자체가 찾기가 어렵습니다. 오원춘 사건의 피해 가족들이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기는 했습니다만, 몹시 드문 일입니다."

"지금까지 형사재판을 잘못한 법관의 책임은 단 한 번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흔히 참기 힘든 고문이나 폭행, 협박 같은 것만 허위 자백을 하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성년자에다 가정이 해체된 이 아이들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빠져나갈 구멍도 보이지 않는데다 그나마 자백을 해야 혜택이 주어질 것 같아서 허위 자백을 하고 맙니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상황에서는 절대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허위 자백 자체가, 비이성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일입니다."

"형사 소송을 할 때 검사는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피고인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게 아닙니다. 유죄는 검사가 입증을 해야 하며, 못 하면 무죄가 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재심을 통해 억울함을 풀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법원이 재심 사유를 심리하는 과정에서 헷갈리는 사정을 재심 청구인의 입장에서 생각해야합니다."

"허위 자백은 자존감이 파괴된 상태에서 하게 됩니다. 자시 손으로 자기를 파괴하는 일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잣대로 생각할 수 없는 영역이 아닙니다."

"교도소는 사무 공간이기도 하지만 일차적으로 재소자와 교도관드이 잠을 자고 생활을 하는 주거 공간입니다. 인간의 존엄성 문제와 직결되는 인간의 기본적 품위, 사생활 보호가 지켜져야 하는 공간이라는 뜻입니다. 그런걸 고려하지 않고 교도소를 지으니, '사회적 비용 중가로 인한 국가적 손실'의 대가를 이곳에 있는 교도관들이 온몸으로 받아 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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