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공구 - 공구와 함께 만든 자유롭고 단단한 일상
모호연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려개, 반려묘, 반려 거북이, 반려 파충류, 반려 식물까지 많은 동식물들이 사람과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 생각했는데... 와! 반려 공구라고? 책 제목과 내용 구성을 보고 홀려서 읽은 책이다.

지은이가 이야기 하는 공구? 도구? 따위는 왠만한 가정에서는 최소 2~3개 기본 갖고 있을 듯하다.

정작 흥미로운 이야기는 지은이가 "어떤 기성품도 직접 만드는 것보다 편하지 않다."고 스스로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 나에게 쉽지 않은 선택지이기에.

최근 문제가 생겨 기술자를 부르니 인건비가 장난 아니게 높아서 깜짝 놀랬었다. 그래서 간단한 것은 나도 배워서 직접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기에 이 책이 더욱 끌렸던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남녀 구분 없이 가사와 기술을 배웠으면 우리가 세상 사는 데 좀더 편했을텐데.

공구에 대한 전문가 같은 지식은 아니나 생활에서 우리가 써먹을만한(?!) 이야기라 더 재밌고 생생하게 와 닿는다. 반려 공구 이야기.


"가능한 것만을 가능케 하는 노동, 생계를 위해 목숨까지 걸지 않아도 되는 노동만이 허용되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소통이란 오해 없이 뜻이 통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은 - 그것이 아무리 흔한 도구라도 - 새로운 영역으로 생각의 지평을 뻗어나가게 한다."

"스스로를 쫄보라고 비웃지만 쫄보인 내가 싫지 않다. 두려워 하는 사람은 쉽게 다치지도,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지도 않으니까."

"용도에 따라 성분이 다르므로 창호에 바르는 실리콘인지, 욕실이나 주방에 쓰는 바이오 실리콘인지, 외장용 실리콘인지 잘 확인해서 구입해야 한다."

"함께 고민하고 노동하고 그 결가에 감사할 줄 안다면 이 세상에 '티가 안 나는' 노동은 없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오랫만에 읽어 보는 일본 소설이다. 내 기억에 1Q84 이후 처음 접하는 소설인데. 

와~ 정말 재밌게 마음 편하게 읽은 이야기 책이다. 주인공이 말을 잃었고 그 원인은 믿고 의지했던 동거 남자친구가 식당을 하기 위해 알뜰살뜰 모아온 돈과 집까지 모든 것을 갖고 튄(?!)데 있는 듯 보인다. 시작이 좀 우울했는데 주인공 린코가 고향으로 돌아가 식당을 열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부터 따스함이 느껴지고 사람 냄새 물씬 나는 것이 참으로 좋았다. 엄마 같지 엄마라 생각했는데 반전 모습도 좋고, 엄마의 첫사랑과의 결혼 이야기, 거식증 걸린 토끼 이야기, 마지막 초코문 내용까지 정말 좋다. 왜 힐링 소설이라고 했는 지 궁금하시면 직접 읽어 보세요. 마음이 편안해질 테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선고 당한 무력감은 그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다."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만으로 진심으로 행복했다."

"내 취향으로 보면 밥이 너무 질긴 하지만, 그래도 얼마든지 주먹밥을 먹을 수 있었다. 뱃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점점 힘이 솟았다. 구마 씨의 어머니가 우리를 위해 정성껏 이 음식을 만들어 주어 서다.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사랑 그 자체를 먹는 기분이었다."

"초조하거나 슬픈 마음으로 만든 요리는 꼭 맛과 모양에 나타난단다. 음식을 만들 때는 항상 좋은 생각만 하면서, 밝고 평온한 마음으로 부엌에 서야 해."

"내게 요리란 기도 그 자체다. 엄마와 슈이치 씨의 영원한 사랑을 비는 기도이고, 몸을 바친 엘베스에게 감사의 기도이고, 요리를 만드는 행복을 베풀어 준 요리의 신에게 올리는 기도이기도 했다. 나는 이때만큼 무한한 기쁨을 느낀 적이 없었다."

"정말로 소중한 것은 내 가슴 속에 넣어 놓고 열쇠로 꼭꼭 잠가 두자. 아무에게도 도둑 맞지 않도록. 공기에 닿아 색이 바래지 않도록. 비바람에 맞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우샤오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광고 문구에서 '화차'와 '도가니'를 섞은 듯한 소설이라고 해서 어떻게 풀어내는지 궁금해서 선택햇다. 실상 두 소설을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여성과 미성년의 성 문제를 주제로 하기에 다른 나라는 어떤지 알고 싶어서.

선생님의 어린 학생에 대한 성추행, 남편의 부인에 대한 가정 폭력, 오빠와 동생의 근친상간 등 언뜻 보기에 자극적으로 보일지 모르는 문제들인데 책을 다 읽고 나면 몹시 마음이 아픈 내용이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들에 대해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 보다는 그저 힘없는 아이들, 여자들이 문제인 것으로 몰아부쳐 끝내는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 세상 참으로 무섭다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특히나 성문제에 관한한 가해자 보다 피해자가 더 고통 받고 주목 받고 심지어는 사람들에 욕받이까지되어야 하는 지. 

우리 모두가 바라는 세상은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세상일텐데, 그럼 우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희망이 마음에 깃들면 절망이 부르지 않아도 다가온다. 그가 희망을 버리자 절망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좋은 선생님이라면 학생 때문에 바뀌는 순간이 학새을 바꾸는 순간보다 많다고요."

"하지만 자극적인 문구의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며칠 후 타이베이에서 더 끔찍한 치정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그제야 언론은 그들을 놓아주었고, 더 큰 고깃덩이에 달려드는 상어 떼처럼 그쪽으로 몰려갔다."

"나는 서른 살이 넘은 후에야 여성이 사회에서 '서술자의 자격'이라는 면에서 심각한 불평등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걸 깨달았다."

"폐쇄적인 공간은 여성에게 있어서 이웃끼리 서로 돕고 사는 이점보다 악인을 도와 나쁜 일을 같이 하는 단점이 더 크다는 것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편하게 말해요 - 마음을 다해 듣고 할 말은 놓치지 않는 이금희의 말하기 수업
이금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처럼 짧은 단어, 줄임말, 심지어 초성을 이야기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전화 한 통 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얼굴을 보면서 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점점 줄어 그러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가 뛰어 놀고 상상하면서 놀던 어린 시절이 어느 순간 학원과 공부로 바뀌면서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말을 편하게 잘 하는 사람을 보기가 쉽지 않죠. 그런데 이금희님은 오랜 아나운서 생활로 다져진 경험과 노하우가 차고 넘치는 분이죠. 늘 친근한 모습과 편안한 진행으로 인정 받으신 분이 쓰신 "우리 편하게 말해요"라서 선뜻 구입해서 읽었습니다. 쉽게 쓰여지고 경험이 녹아 있어 참으로 잘 읽힙니다.

엄청 새롭거나 뭐 그런 것을 원하신다면 맞진 않지만 편하게 바른 말을 사용하고 싶다면 한 번 읽어 보시라 추천드립니다.


단, 아쉬운 점은 출판 경험이 있는 제가 볼 때 출판사가 좀 욕심을 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수가 없네요. 책 마지막이 307쪽으로 표시되는 데 실제 중간 속지를 제외한다면 280쪽이 될까말까인데 표지를 하드커버로 하고 종이를 좀 두께 있는 것으로 해서 책 가격을 17.000원으로 한 것은 심하게 넘치는 편집이네요. 삽화 한 점 없는데요. 잘못된 편집으로 지은이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만들어 줄 수도 있으니 이런 것은 지양하면 좋겠네요.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사회생활을 해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말은 곧 권력입니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목소리가 크고 말이 길어집니다. 나이가 어리거나 경력이 짧은 막내는 자기 얘기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전적으로 몰입해서 들어주는 경험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마음에 위안을 얻을 수 있구나."

"우리말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려면 두 가지만 기억하라. 낮게, 천천히!"

"가장 좋은 부모는 코치가 아니라 응원 단장이라죠. 필드에서 뛰는 건 선수 자신이니까요. 부모는 잘하면 잘한다고 호나호해주고 못하면 기죽지 말라고 응원의 구호를 외쳐주면 된다는 겁니다. 후배도, 부하ㅗ, 아랫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는지요."

"언어에는 놀라운 힘이 있어요.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렇게 되기도 하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왜 그렇게 말을 하는 지 텍스트보다는 콘텍스트, 단어보다는 맥락에 신경을 쓰는 겁니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거죠."

"누가 듣느냐. 누구에게 말을 하느냐. 말하기에서 중요한 것은 화자가 아니라 청자입니다."

"면접관은 나에게 관심이 많은 어른이다."

"괜찮아. 괜찮지. 괜찮을 거야."

"불안이 현대인의 디폴트(기본값)라니 좀 덜 불안한가요. 그래도 스멀스멀 불안이 영혼을 잠식할 때 가장 좋은 항불안제는 바로 믿음입니다. 나를 믿어주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 2022년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김준녕 지음 / 허블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과학소설은 처음 읽어 보는 것 같은데 디스토피아라~ 하긴 요즘의 지구라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을 보면 유토피아가 그려지진 않는 것 같다.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내용이 바로 그 막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과학 소설이라 해서 엄청나게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읽어 보니 어렵지 않아 다행이었다. 현재 시점에서 알고 있는 과학지식으로 생각할 때 조금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지만 이게 어느 시점을 지정하지 않아서 뭐 그냥...

과학소설이라는 옷을 입고는 있으나 현재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 이야기라 쉽게 읽혀서 좋다. 

"생존과 효율만이 유일한 가치"로 남은 세 대 우주선을 배경으로 소년, 소녀들이 선발되는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우리가 아는 세계, 계급과 수저의 세계, 기후 위기 시대의 식량 생산량 변화라는 환경적인 문제, 한 공동체에서 권력이 배분되고 행사되는 정치적인 문제를 동시에 다루고 있다.

지금 우리는 그런대로 살고 있지만 다음 세대들은 또 그 다음 세대들은 어떤 환경에서 살게 될지....

나 처럼 과학 소설이 처음인 사람이라면 뭐 한 번쯤 읽어 보는 것도 좋지 싶다.


대기라는 천장과 중력이라는 족쇄에 갇혀 약육강식이라는 생존 방식의 질서에 따라 살고 있었으니 말이다.“

대수는 계속해서 우스갯소리를 해댔다. 지구에는 자동차라는 이동 수단이 있었는데, 그 이동 수단에 치이거나 깔려 주는 사람이 무척이나 많았다며 어떤 미친놈들이 자기가 만든 것에 죽느냐고 말했다.“

어찌 보면 모든 곳이 무덤이 아니었나 싶다. 생명이 죽으면, 다른 생명에게 먹히니 모든 생명체는 다른 생명체의 무덤인 셈이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전 인간의 무덤으로 여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