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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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세 남자의 원초적인 몸싸움을 그린 영화가 하나 있다. 이들은 조선군으로 저 광활한 만주벌판 전장터에서 죽다가 살아남은 자들이다. 물론 같은 편이기에 이들의 목적은 하나다. 고향 땅 조선으로 돌아가는 거. 그래서 의기투합해 어떻게든 살아서 돌아가야 하는데, 이들은 서로를 경계하며 죽이려 한다. 아니 왜? 무엇 때문에 같은 아군인데도 불구하고 서로 죽이려 하는 것일까? 그것도 적지에서 말이다. 이런 의문에서 다소 독특한 설정으로 출발하는 영화가 바로 '혈투'다.

세 명의 조선군의 사투를 그린 '혈투', 박훈정 작가의 첫 감독 데뷔작

그런데 배경은 현대물이 아닌 사극으로 조선중기 광해군 11년 때라는 시대가 들어가 있다. 그래서 이들이 펼쳐낸 죽음을 불사하면서 싸우는 '사투'는 칼과 단검 도끼를 움켜쥔 채 다소 원초적인 몸싸움을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피를 볼 심산으로 '혈투'를 펼쳐낸 작품을 만든 감독은 영화 <부당거래><악마를 보았다>의 시나리오 작가 박훈정. 그의 첫 감독 데뷔작이자 유명세를 떨친 전작의 시나리오 작가라는 홍보만으로, 신예 감독의 영화가 이렇게 주목을 받은 셈이다. 그렇다면 두 편의 인상적인 시나리오처럼 영화도 제목처럼 혈투스럽게 그렸을까.. 먼저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광해군 11년, 만주벌판. 적진 한가운데 고립된 3인의 조선군. 명의 압박으로 청과의 전쟁에 파병된 조선 군장 헌명(박희순)과 부장 도영(진구)은 전투에서 패한 후 적진 한가운데 객잔에 고립되고, 그 곳에서 또 다른 조선군 두수(고창석)를 만난다. 하지만, 친구인 헌명, 도영 사이에 엇갈린 과거가 드러나며 팽팽한 긴장과 살의가 감돌기 시작하고, 둘 사이에서 두수는 행여 탈영한 자신을 알아볼까, 누구 편을 들까 노심초사다. 각자의 손에 장검, 단도, 도끼를 움켜쥔 채 세 남자의 시선이 부딪히고, 청군의 거센 추격 속에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혈투의 순간이 다가오는데…. 2011년 2월. 비밀이 밝혀질수록 혈투는 뜨거워진다.


(고립된 세 명의 조선군 도영, 헌명, 두수. 이들은 서로의 목숨을 노린다.)

세 명의 강한 캐릭터들이 펼치는 혈투, 왜 서로를 죽이려 했을까?

이렇게 영화는 전장터에서 살아남은 세 명의 조선군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동지이면서도 적이 되버린 상황 속에서 '누가, 누구를 먼저 칠 것인가'라는 중요한 상황에 몰리면서 영화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먼저 줄거리를 다시 요약해 보면은 만주벌판에서 청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조선군 세 사람, 각기 다른 위치에 있었지만 살기 위해서 허허벌판에 남겨진 다 쓰러져가는 객잔에 모이게 된다. 서로 적인 줄 알았지만 같은 조선군, 이에 안심하는 듯 하지만 이들은 동상이몽을 꿈꾸듯 모양새가 다르다. 그것은 각자가 살아온 길이 다르기 때문인데, 바로 그 지점에서 서로의 신분적 캐릭터로 대변된다. 그것은 바로 '계급'에 대한 것이다.

먼저 '도영'(진구)은 조정의 암투 속에 집안이 몰락한 세도가의 한량으로 모든 것에 무심한 듯 하지만, 마음 속에 독을 품고 있는 알 수 없는 본심이 있는 인물이다. 이런 도영과 죽마고우였던 '헌명'(박희순)은 조선최고의 군장으로 출세가도를 위해 권력의 편에 서면서 도영과 척을 두게 되는데, 전투에 패하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도영에게 남긴 한마디가 치명적인 사투를 불러 일으키게 된다. 바로 이 영화의 제목처럼 '혈투'를 불러 일으킨 사단이 된 거. 반면 여기 두 장수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두수'(고창석)는 군율을 어기고 전장에서 도망친 사병으로 하필이면 이 객잔에서 자신의 수장 헌명과 맞닥트리게 되며 위험에 처한다. 하지만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 그는 이곳을 살아 나갈려고 무진장 애쓰는 인물이다. 두 사람을 어떻게든 죽일려고 하면서..



이렇듯 영화는 세 명의 인물에 포커스를 맞춰어 그것도 한정된 공간 '객주'에 머물게 해, 이들의 사투를 그려낸 것이 기본 뼈대이자 플롯이다. 그런데 이런 그림들은 기존 사극에서 많이 보여준 장면들이나 흔한 이야기 구조가 아니다. 그것은 한복 대신 전투복, 당파싸움이 아닌 원정 파병 출정이라는 소재에서 조선 궁궐이 아닌 만주벌판에서 벌어진 전장터, 그리고 그 속에서 영웅의 이야기가 아닌 살고자 하는 한 개인, 그런데 같은 편인 아군인데도 불구하고 대결을 펼쳐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그것은 어떤 승패가 아닌 생사가 걸린 혈투로 정점을 찍으며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객잔에 고립된 이들의 현재와 과거를 뒤돌아보게 해주며 시간의 역순으로 드러나는 새로운 형식적 재미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과도한 개입처럼 느껴져 매끄러운 극 전개에 방해가 된 느낌이다.

제목 '혈투'처럼 혈투스럽지 못한 가열한 다툼만이 남은 '혈투'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영화가 안고 있는 독틈함의 무게감 때문인지 몰라도 이들 상황에 대한 몰입이나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 다분하다. 즉 죽마고우였던 두 장수가 서로를 죽이게 되는 상황으로 몰린 개연과 필연에 있어 다소 때꾼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 어떤 가열한 사투 속에서 미친 광기의 혈투를 보고 싶었지만, 웬지 혈투가 아닌 다툼으로 보이는 건 왜일까? 더군다나 두 장수에 개입된 사병은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 듯 하면서 둘을 해치려 든다. 오로지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인데, 그것은 천민 출신이기에 신분 차별 사회에 대한 반항적 모드로 그들을 대하며 생사를 건다. 그러면서 이들은 그 객잔을 벗어나지 않은 채, 그 속에서 세 번을 전후로 가열한 몸싸움의 다툼으로 일관한다.

이것이 이 영화가 안고 있는 근원적인 패착의 느낌이다. 즉 제목처럼 '혈투'라는 게 무색할 정도인데, 그래도 마지막에 이제는 서로를 죽여야 하는 극한으로 달리고 청군이 그 객잔을 덮치면서 이들은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리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살아 남았을까? 아니면 모두 죽었을까? 이렇게 의문이 들지만 그간에 그 안에서 지칠대로 지친 몸싸움으로 그들은 기력조차 없을지도 모르겠다. '적이 되어버린 친구, 적군의 추격, 누구를 먼저 치고 누구와 손을 잡을 것인가'하는 동상이몽 속에서 영화는 끝장을 향한 최후의 혈투로 달려왔지만, 제목처럼 가열한 혈투 대신 살고자 하는 몸싸움의 다툼처럼 남고 말았다. 그래도 분명 기존 사극 영화와는 차별화가 느껴지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사극혈전' 핫이슈로 소개 되었지만, 제목만 다르게 고쳤어도 괜찮을 법 싶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이른바 죽음을 불사하며 피를 보는 가열한 사투인 '혈투',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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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넘버 포 - I Am Number F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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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강호는 이 영화를 이미 다 알고 봤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1월에 이미 동명의 원작소설을 읽은 것인데, 당시 재미난 영화적 그림들이 샘솟듯 펼쳐지며 흥미롭게 읽은 SF소설이었다. 그래서 영화로 나온다는 소식에 기대감이 컸고, 이렇게 24일 개봉하자마자 영화관을 찾아가 책에서 그렸던 상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비교하면서 보게 된 영화가 바로 <아이 엠 넘버 포>다. 제목처럼 여기 주인공은 넘버 쓰리도 투도 아닌, 네 번째인 '포'다. 왜 하필 '포'일까에 대한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다. 앞에 세 명은 이미 죽었고, 다음에 죽을 차례가 넘버 '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살기 위해서는 도망을 치고 적을 물리쳐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는 SF 장르로 부활돼 신개념의 액션 블록버스터로 눈길을 끌게 된다. 이런 이목을 끈 감독은 <이글아이>, <디스터비아>같은 스릴러 장르로 나름 주목을 끌었던 'DJ 카루소', 하지만 카루소 보다는 실사같은 로봇 액션의 정수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감독 '마이크 베이'가 제작에 참여했다는 홍보에 더욱더 눈길을 끌었으니,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지구에서 살아남기 대격전을 다룬 SF액션 '아이 엠 넘버 포' 

타종족을 학살하고 영토를 확장하는 잔혹한 모가도어인. 침략을 당한 로리언 행성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9명의 초능력자를 지구로 탈출시킨다. 그들은 뿔뿔이 흩어져 지구인들 틈에서 조용히 살아왔지만 모가도어인들이 지구까지 쫓아와 그들을 순서대로 죽이고 있다. 1,2,3번이 세계 곳곳에서 잡혀 제거됐고 이제 넘버 포의 차례. 모든 흔적을 지우고 살아가던 넘버 포 존 스미스는 더이상 피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이 닥친걸 알고 자신의 위대한 유산인 초능력으로 운명에 맞서기로 한다. 일생에 단 한번뿐이라는 사랑에 이미 빠져버린 넘버 포는 사랑하는 여인과 지구를 구하기 위해 모가도어인과의 전쟁을 시작하는데... 모가도어인은 왜 그들을 노리는 것일까... 아직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모르는 넘버 포는 무엇으로 싸울 것인가... 생존한 나머지 6명은 만날 수 있는 것인가!

이렇게 이 영화의 줄거리를 보면 대충 그림이 그려지는 것들이다. 보통의 SF 소설들이 차용하는 스토리들, 지구에서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사는 외계인들, 착한 편과 나쁜 편으로 나눠져 착한 외계인은 지구인을 사귀며 우정과 사랑을 싹틔우고, 나쁜 외계인은 그들을 처단하기 위해서 시시각각 암습해 오는 그림들, 바로 이 영화가 그 짝이다. 그래서 별거 없는 스토리이기도 하다. 결국에는 스토리보다는 이런 내용 전개에 있어 얼마나 긴박감있고 비주얼하게 보여 주느냐가 관건인 게 이런 영화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아이 엠 넘버 포'는 기본에 충실하게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게 심플하게 잘 담아낸 것 같다. 즉 기본 재미는 충분히 느낄만한 SF영화라는 점에서는 나름 합격점이다. 로리언과 모가도어로 대표되는 두 외계 종족의 행성전투로 로리언은 위기에 봉착한다. 그래서 살아남은 자들은 잔혹한 모가도어인을 피해서 지구로 도망쳐 온다. 바로 로리언의 미래를 짊어질 소년소녀 9명이 지구로 와 살게 된 것인데, 하지만 하나 둘 죽게 되고 결국 넘버 포 차례가 되면서 이야기의 서막은 오른다. 원작 소설과 백프로 같은 구성이다. 이미 강호는 책을 읽고 리뷰를 쓴 적이 있는데,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 주소를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이 엠 넘버 포' SF소설 리뷰: http://blog.aladin.co.kr/784708156/4456881




(툼레이더의 '안졸리나 졸리'가 부럽지 않다. 넘버 식스로 분한 '테레사 팔머')

'아이 엠 넘버 포'의 여전사 히로인 '넘버 식스' 역의 '테레사 팔머'

그럼 간단히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여기 넘버 포는 마치 집시족처럼 유랑생활을 한다. 자신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모가도어인의 추격을 피해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정착 생활을 하는데, 사실 오래 있지도 못한다. 그러면서 어느 한 곳에 머무른 존과 헨리, 존은 '세판'이라 불리는 레거시를 갖춘 초능력자인 넘버 포요, 헨리는 그를 지키는 '가드'로 일종의 스승같은 개념이다. 그러면서 그곳 학교생활을 하면서 예쁜 여자친구 '새라'를 사귀고, 학교 짱인 '마크'와는 시비가 붙고, 범생이 스타일의 '샘'과는 친해지면서 영화는 중반까지 하이틴성 짙게 전개가 된다.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이미 이런 그림은 '트와일라잇' 시리즈 등에서 익숙하기에 넘길만 하다. 그런데 영화는 중간중간에 다른 로리언 멤버인 '식스'를 보여주고, 모가도어가 이들을 찾는 그림을 곳곳에서 보여준다.

그러면서 학교 축제 때 마크 일당을 레거시를 발휘하며 제대로 혼을 내준 존, 그리고 헨리가 어디에 정보를 캐러 갔다가 위험에 닥쳐 모가도인 수색자과 1차 격돌을 하게 되고, 결국 학교에서 2차로 대격전을 앞두게 된다. 과연 넘버 포는 이 위기를 잘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러데 혼자서는 사실 힘들다. 그래서 여기 파란 불빛의 장풍을 쏜 넘버 포와 함께 넘버 식스가 엣지있게 나타나 그를 도우며 제대로 된 SF 액션을 선보인다. 바로 그 역에는 '테레사 팔머'가 맡아 제대로 된 여전사를 보이며 이목을 끌었다. 차세대 '툼레이더'의 안졸리나 졸리와 같은 복장으로 모가도어인을 제압하는 그녀.. 넘버 포보다 더 멋진 넘버 식스가 아닐 수 없다.


(넘버 포와 넘버 식스.. 이들은 모가도어와 멋진 한판 대결을 펼친다.)


(넘버 포를 찾아 다니기 위해서 그녀가 자주 애용한 애마, 그녀의 섹시함과 잘 어울린다.)

아무튼 사실 강호 입장에서는 이미 원작소설을 다 읽고 봤기에 결말까지 다 알고 본 케이스다. 영화는 정말로 원작과 거의 백프로 같은 구성이고, 차이점이 있다면 두 가지가 조금 다르다. 바로 넘버 포의 가드인 '헨리'에 대한 이야기와 학교 짱 '마크'와 관련된 것인데, 스포가 되기에 자세히 이야기를 할 순 없고, 어쨌든 헨리와 마크 부분이 원작 소설과 다소 다르다. 그외는 백프로 거의 같고, 특히 존이 데리고 있었던 애완견 '버니 코사'의 모습은 정말 제대로 표출이 되었다. 모가도어가 데리고 다니는 애완 괴수랑 한판 대결은 볼만했다. 그외 존의 여친인 새라도 지구인 주인공답게 예쁜 처자로 나와 볼만했지만, 역시 눈길을 끄는 건 마크와 샘 역할이었다. 특히 외계인에 심취해 있던 샘의 캐릭터는 뿔테 안경의 고지식한 학구파 친구인 줄 알았는데 나름 샤프해서 깜놀했고, 학교 짱인 마크는 역시 예상대로 느끼한 놈으로 잘 나왔다. ㅎ

주인공은 물론, 두 캐릭터 '넘버 식스'와 '모가도어' 인상적이다.

그래도 이 영화의 백미는 바로 주인공인 넘버 포로 분한 21살의 신예 짐승남 '알렉스 페티퍼'의 모습을 빼놓을 순 없다. 아직은 신인이지만 나름 어울려 보이는 게 눈길을 끌며 그가 여친과 사랑에 빠지고, 헨리와 이주 문제로 고민을 빠지는 등 정극 연기도 볼만했다. 물론 손에서 파란 장풍 때문에 고심하는 것까지.. 원작과 그대로다. 그리고 제일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모가도어인들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가 됐는데, 원작에서 캐릭터 설명처럼 큰 키를 자랑하는 그로테스크한 페이스의 소유자로 나와 꽤 볼만했다. 그런데 그 큰 키는 마치 우리가 어느 이벤트 행사 때 긴 나무 막대기를 다리에 덧된 모습으로 비추어져 다소 웃기기도 하다. 즉 아래의 모습인데, 그래도 앞 모습은 임팩트있게 가히 인상적이다.


(로리언을 죽이려는 모가도어 수색자들, 큰 키에 '블레이드'에 나온 페이스 같은 외계종족들)

'아이 엠 넘버 포' 시리즈는 계속된다. 다음에는 '식스'를 마음껏 본다.

아무튼 이 영화는 다시 언급하지만 원작을 읽고 보면 그 재미는 배가 된다. 말글이 주는 나름의 상상에서 펼쳐진 그림은 영화에서는 SF 액션답게 잘 표출이 되었고, 중반까지는 하이틴성이 짙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지만 곳곳에 지루하지 않게 '넘버 식스'와 '모가도어'의 존재를 보여주며 눈길을 끌었고, 마지막 학교에서 대격돌도 SF 액션스럽게 잘 표출이 되었다. 그러면서 원작에서 너무나 궁금했던 넘버 포와는 다른 레거시를 갖춘 '식스'의 정체를 보고 나니, 이건 뭐.. 제대로 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녀만의 상상을 초월하는 스피드와 초능력, 그리고 그녀의 애마인 레드 바이크 등 볼거리는 많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분명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미국에서도 이 영화는 '로리언 레거시' 1탄으로 소개가 되었고, 흥행에 따라서 영화는 계속 만들어 진다는데, 우선 속편은 나올 것으로 기대가 된다. 특히 원작소설은 애초에 6부작 시리즈로 기획되어서 '피타커스 로어'란 필명을 쓰는 제임스 프레이와 조비 휴즈 작가가 현재 이 시리즈의 2편을 집필 중이라는 전언이다. 그래서 이미 2편은 넘버 포와 함께 '식스'에 초점을 맞춰 '파워 오브 식스'로 올 가을에 나올 예정이라니 정말 기대가 되는 '로리언' 시리즈가 아닐 수 없다. 책은 총 6편의 기획으로, 영화는 몇 편까지 나갈지 모르겠지만, 우선 '테레사 팔머'가 보여준 매력만점 넘버 식스의 모습이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SF 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여전사는 누가 뭐래도 섹시한 매력이 최고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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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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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어느 시골의 꼬마 녀석들이 산으로 도룡뇽을 잡으러 갔다가, 그들은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그들을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이라 통칭하며 찾으려 애를 썼다. 하지만 아이들을 찾은 건 한참 뒤 뼈만 남은 유골이었고, 그렇게 아이들을 해친 범인은 아직도 못 잡은 희대의 미제사건으로 남겨져 아이들의 영혼은 아직도 구천을 떠돌고 있다. 바로 1991년 3월 26일 대구에서 발생한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모두가 기억하기에는 이미 시간이 많이 흘렀고, 또 세월의 풍파 속에 잊혀져가고 있었지만.. 우리네 기억 속 저편의 심연으로 사라진 아이들이 2011년 스크린으로 다시 부활해 돌아왔다. 바로 영화 속에서 그려낸 '개구리소년 사건 일지'는 아래와 같다.

20년 전 사라진 개구리 소년들, 영화 <아이들...>로 부활하다.

   
 

1991년 03월 26일 

* 기초의회 선거일 사건 발생. 
* 아이들의 부모들이 신고하지만 선거일이라 초반대응 미흡
* 토압산 일대 수색 작업(헬기, 4백여명 수색 인원 동원)
* 실종인 아이 중 한명인 종호에게서 전화가 왔으나 종호 엄마의 실수로 추적 버튼을 누르지 못함 

1993년 그리고...

* 다큐멘터리 피디 강지승 대구로 발령
* 저수지 수색작업, 아이들 발견되지 않음
* 무당의 점괘에 따라 나주 쓰레기장 수색 작업, 아이들 발견되지 않음
* 국립과학대학 황우혁 교수가 자신의 가설에 따라 범인 지목
* 종호집의 화장실, 골방, 뒷벽 사이 등 수색작업 시작된다.

 
   

이렇게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거의 비슷한 사건 일지의 양상을 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이 알고 싶다'류의 다큐가 아니기에 영화적으로 옮겨진 그림들에 대한 기대치가 있기 마련이다. 그 사건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반추작용은 물론이요, 영화기에 실종사건이 주는 근원의 스릴러적 요소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다룬 영화 <아이들...>은 꽤 근접하게 실제 벌어졌던 실화와 실종이 주는 미스터리 요소를 어우르게 그려냈고, 마지막에는 아이들 유골 앞에서 그들 부모들이 겪어왔을 세월의 무게에 짓눌리듯 찢어지는 가슴으로 통한의 눈물을 쏟으며 영화는 숙연하게 방점을 찍는다. 그리고 이제는 공소시효가 사라진 이 사건을 명시하며 영화는 또 다른 기분을 마지막까지 괴어오르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큐가 아닌 이상 어느 정도 상업성을 추구한 영화가 바라본 '개구리 실종사건'의 실화극은 어떻게 다루어졌을까? 간단히 살펴보면 영화는 긴 호흡의 2시간이 넘는(132분) 영화다. 그렇기에 마치 축구 경기의 전후반을 나눈 듯한 인상이 깊게 배어져 있다. 즉 전반과 후반으로 나눠서 전반에는 아이들을 찾기 위한 노력을 그려냈고, 후반에는 그 아이들을 해친 범인을 쫓는 미스터리적 요소로 그려냈다. 물론 그 범인은 영화가 만들어 낸 가공의 인물이다. 하지만 이 전후반의 공격과 수비는 유기적으로 흐르지 못하고, 꽤 상충되게 부딪쳐 영화가 안고 있는 근원적 무게감마저 상쇄시켜 버리는 다소 악재로 다가온 느낌이 다분하다.



왜 그랬을까? 우선 전반에는 다큐멘터리 PD로 전도가 유망했던 강지승(박용우)이라는 인물이 이 사건을 재구성하기에 이른다. 즉 임팩트하고 무언가 있을 법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함인데, 혼자서는 할 수 없기에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에는 범인이 따로 있다고 주장하며 '인지부조화'에 대해서 설파해온 황우혁(류승룡) 교수를 찾아간다. 그리고 이들은 이 사건의 진범?을 찾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러면서 당시에도 수많은 잘못된 루머 중에서 취사 선택한 것이 바로 '암매장설', 그리고 범인은 실종된 아이들 부모 중 종호 아버지(성지루)를 지목해 강PD와 황교수는 그를 범인으로 몰아가며 그 집을 샅샅히 파고 헤친다. 하지만 발견된 것은 딸랑 여자아이 신발 하나, 그들 부모는 애당초 범인이 아니었고, 이로 인해 두 사람은 궁지에 몰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여파로 물러난다.

실화와 스릴러 요소의 상충적인 충돌, 그래도 '아이들'은 잊혀지지 않기를...

그러면서 시간이 10여 년이 흘러 그 아이들이 올라갔다는 산에서 유골이 발견되며 또 다른 전기를 맞이한다. 즉 아이들의 죽음이 확인되는 순간이자 그 유골의 과학적 분석과 남몰래 범인 쫓기에 주력해온 박 형사(성동일)의 노력으로 한 범인이 지목된다. 그리고 아직도 아이들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 강PD가 그 범인을 쫓기에 이른 추격자의 모습으로 분전한다. 결국 범인이라 지목된 이와 마주친 도축장, 그는 소를 단숨에 때려잡을 정도의 포스를 지닌 도살업자로 그와 육박전을 벌인 강PD, 죽기 직전까지 몰린 그에게 범인이라는 그 사내는 한마디 던진다. "내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있어.. 증거가 있냐고.." 하면서 쓸쓸히 퇴장하는 가상의 범인..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 까만 화면이 사라진다. 결국 아이들 유골이 가지런히 모셔놓은 현장에서 가슴 찢어지게 울분을 쏟아내는 부모들을 바라보며, 과거로 돌아가 산으로 올라가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다시 보이며 영화는 갈무리된다. 

이렇듯 영화는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에서 아직도 범인이 잡히지 않은 실화가 주는 근원적인 사건의 깔끄장한 요소를 끄집어내며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후반으로 나누어진 그림들은 유기적이지 못하게, 전반은 아이들 부모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현장을 그리며 나름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이마저도 허망하게 끝내버린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더군다나 후반에는 세월이 흘러 아이들 유골이 발견된 후 일종의 가설로 범인을 내세우며, 이것을 마치 영화 '추격자' 버전처럼 그려냈다. 그런 그림은 분명 스릴러적 요소가 있지만 밀도감은 없이 영화와는 무관한 번외편으로 묻히고 말았다.

즉 이런 그림들이 따로 놀듯 그려진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서로 충돌시켜 그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는 부족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 실종돼 죽은 아이들의 실화적 요소까지 묻히고 만 것은 아닐지다. 이제는 공소시효까지 사라진 사건이 되버렸지만, 어딘가 아이들의 원귀가 떠돌듯 그들은 아직도 우리 가슴 속에 남아 있을지 모른다. 그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원죄적 의식이자 우리 모두가 이 영화에서 보게 되는 아주 근원적인 메시지다. 아이들은 사라졌지만 영원히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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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노운 - Unkn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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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년의 포스를 자랑하는 매력적인 남자, 아니 이제 우리나이로 환갑(52년생)이 된 '리암 니슨'옹이 또 하나의 액션 스릴러 영화로 우리를 찾아왔다. 개인적으로 강호가 좋아하는 배우. 훤칠한 키에 무언가 지적인 매력과 중후한 목소리로 무장한 그만의 매력을 발산하기 때문인데, 그는 2008년작 유괴된 딸을 구하는 아비의 미친 액션 존재감을 선보인 <테이큰> 이후 이상하게 액션 스릴러 장르로 변모한 느낌이 든다. 그만큼 그 영화가 유명했기 때문인데.. 물론 이후 <애프터 라이프><클로이>를 통해서는 액션보다는 지적이고 중후한 매력을 선보였고, <A특공대>에서는 '한니발' 역을 맡으며 한바탕 액션을 선보였으며, <타이탄>에서는 모든 신들의 신 '제우스'역으로, <쓰리 데이즈>에서는 주인공 '러셀 크로우'와 함께 조연급으로 출연도 했었다.

그리고 이번에 <언노운>으로 또 다시 액션 스릴러에 방점을 찍으며 돌아왔다. 이렇게 보니 리암 니슨도 은근히 다작을 하는 것 같은데,  그만큼 그가 스크린에서 활약하는 폭이 넓다는 반증인 셈. 그래서 이번 '언노운'도 은근히 기대를 했고, 보고 나니 대만족은 아니어도 이 정도면 나름 괜찮게 만든 영화가 아니었나 자평하고 싶다. 더군다나 영화를 보기 전, 이번 작품을 연출한 감독이 바로 <오펀:천사의 비밀>로 임팩트한 공포 스릴러의 반전을 선보인 감독(하우메 콜렛 세라)이라서 기대를 모았다. 즉 영화 '오펀'처럼 이 액션 스릴러도 '무언가 대단한 반전이 있을꺼야' 하는 기대치를 준 가운데, 영화내내 제목처럼 '언노운'(unknown), 알려지지 않은 알 수 없는, 그 어떤 존재에 대한 실체를 파헤친 그 이야기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사라진 72시간 액션을 재구성하라 | 72시간 후 사라진 인생, 나를 되찾아야 한다!

마틴 해리스 박사(리암 리슨)는 베를린 출장 중 교통사고를 당하고 72시간 만에 깨어난다. 하지만 부인(재뉴어리 존스)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낯선 남자(에이단 퀸)가 그녀의 곁에서 자기 행세를 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 모두 그를 이상하게 몰아가고 급기야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들로부터 공격까지 당한다. 사고 당시 택시를 운전했던 여인(다이앤 크루거)의 도움으로 마틴은 이 이상한 일들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하지만, 점점 자신의 정체와 자신의 기억마저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모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거대한 음모에 맞서야 함을 알게 되는데...



위처럼 줄거리는 의외로 간단한다. 여기서 리암니슨은 대학교수인 박사인 '마틴'으로 나온다. 아주 예쁜 금발의 아내와 출장차 베를린으로 온 그. 호텔에 투숙하러 가는데 공항에서 자신의 가방을 놓고 온 것을 알고 다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급히 간다. 그런데 운 나쁘게도 교통사고가 나면서 위처럼 그 택시가 시내 강가로 추락하고 만다. 택시 드라이버인 여자가 그를 구해주더니 현장에서 사라지고, 그는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3일 간 72시간 동안 혼수상태에 있다가 깨어난 그. 잠시 과거의 기억이 안 나는가 싶었지만, 금세 자신의 이름 '마틴 해리스'를 떠올리고 아내가 있는 호텔 리셉션장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아내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더군다나 그 옆에는 자신이 남편이라고 우기는 작자가 버티고 있다. 오 지저스.. 웬 날벼락, 불과 몇 시간 전에 사랑을 속삭이던 아내가 웬 외간 남자랑 같이 있고, 자신을 몰라보다니.. 그는 미칠 노릇이다.

교통사고로 자신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정체' 밝히기, '언노운'

이때부터 그는 백방으로 자신의 존재 증명을 위해서 뛴다. 택시를 몰았던 묘령의 백인 여자를 찾아가 보지만, 그는 독일에 불법체류자로 이 사건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면 그를 처음에는 멀리한다. 다시 병원에도 찾아갔지만 그를 기억상실증 환자 취급만 할 뿐이다. 더군다나 낌새가 이상한 게 자신을 노리고 있는 두 명의 킬러가 시시각각 죽이려 한다. 백면서생같은 분위기의 마틴에게는 일촉즉발의 위기인 것인데, 그러면서 그는 병원 간호사가 일러준 어느 노신사를 찾아가 이번 사건 수사를 의뢰한다. 그 노신사는 바로 독일이 갈라졌던 동독시절 보안 비밀경찰로, 마틴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서 조력을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위기에 봉착하는데, 결국 마틴은 강물에 잠수된 택시에서 자신을 살려준 그 여자와 함께 자신을 인생의 궁지로 몬 이 사건의 내막, 즉 자신이 '마틴 해리스'이고 그 여자는 내 아내가 맞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다시 뛰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영화는 중반 이후 마틴의 존재 입증 위에다 또 다른 이야기를 덧칠해 그의 새로운 정체를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것이 어떻게 보면 스릴러 장르가 가지는 근원적인 재미, 즉 극 중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대전제를 깔고, 기존에 알고 있던 사람들이 '왜 나를 몰라보는 것일까?' 라는 데서 출발하며 영화 곳곳에 심어놓은 요소들로 극의 긴강감과 몰입감을 높인다. 바로 여기서도 마틴이 분명 자신이 진짜 마틴인 것을 인지하고 파고 들어갔지만, 그가 접촉했던 어떤 과학자가 사우디 왕자의 후원을 받아 전세계에 무상으로 배포할 혁기적인 식량자원이 있다는 것이 드러나며 '마틴'은 그 사건과 연루된 것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보는 이들은 마틴이 좋은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을 눈치 챈 상대방, 즉 적들이 그를 택시 사고사로 위장해 '마틴'이라는 인물을 지우고 새로운 인물로 내세워 그 사건에 끼어들게 만들 것일까 하는 근원적이고 일반적인 추리를 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마틴은 정말 존재했던 인물일까? 아니면 마틴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그 정체와 진실은 과학자를 구하려는 과정에서 다소 때꾼하지만 의도되게 해명하듯 밝혀진다.



'리암 니슨'의 자아찾기 게임 '언노운', 그는 누구였을까? 혹시...

이렇게 영화는 제목이 주는 의미처럼 '알 수 없는', '알려지지 않은' 그 어떤 정체를 파헤치는 액션 스릴러물이다. 그렇기에 이를 좇는 재미, 즉 정체를 알아가는 재미가 근원에 깔려있고, 그것은 '리암 니슨'의 포스대로 제대로 발현이 돼 극의 몰입감을 충분히 주었다. 다만 전작 '테이큰'처럼 큰 액션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여지는 있다. 여기서는 그런 액션은 마지막에 제대로 한 건 터뜨리고 그 전에는 상대방을 엣지있게 제압하는 리암 니슨을 찾아보긴 힘들다. 대신에 자신의 정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같이 고생한 미모의 여자 택시 드라이버로 분전한 '다이앤 크루거'가 꽤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독일 출생답게 꽤 매력적인 유럽피안 스타일로 남성들에게는 영화내내 또 다르게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마틴의 부인보다 더 예뻤다는.. ㅎ 

결국 영화는 마지막 반전을 드러내기 전까지 곳곳에 장치들이 숨어 있어 꽤 몰입감있게 지켜보게 하는 근원적 힘이 있다. 즉, 택시 드라이버로 분전한 그녀도 비밀스러운 게 그녀가 일부러 사고사로 위장한 간자인 것인지,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도 분명 그들과 한통속인 건 아닌지, 또 자신을 몰라보는 아내 또한 분명 그들에게 협박을 당해 이렇게 당하고 있는 것인지.. 일반적인 스릴러적 장치와 코드로 안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어찌보면 택시를 타고 가다 사고난 그 장면에서 '마틴'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즉 죽다 살아난 혼수상태 72시간 동안 그는 자신의 과거를 철저히 잊어 버렸던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더 이상의 스포일러가 되기에 여기서 줄인다.

아무튼 '리암 니슨'이 또 다시 액션 스릴러를 들고 나왔기에 기대가 되면서 본 '언노운', 하지만 마지막 그의 정체가 드러나는 반전이 다소 때꾼하게 이미 의도된 것처럼 풀어내는 모양새가 좀 아쉽긴 하다. 그것은 감독의 전 작품이었던 영화 '오펀'에서 꽤 신선하게 그려낸 그 미친 소녀의 정체를 마지막에 그렇게 드러내듯 이 영화도 해명하듯이 표출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오펀'이 더욱더 임팩트 했지마는, 어찌보면 여기서 '마틴'의 정체는 사실 다 보고나면 충분히 예상이 가는 그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혀 사전 정보없이 이 영화를 지켜보는 마지막 전까지는 스릴러답게 꽤 몰입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액션 스릴러가 기본으로 원용하는 코드인 잃어버린 기억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의 대전제 앞에 자신을 죽이려는 킬러들, 내가 죽지 않으려면 그들의 정체를 반드시 알아내 죽여야 한다. 그 순간 나의 정체도 드러나는 것이다. 여기 '마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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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텀 - Sanc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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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제임스 카메론' 하면 다 알 정도로 그의 네임밸류는 대단하다. 대표적으로 유명한 <터미네이터> 시리즈나 <타이타닉> 그리고 재작년에 외화 사상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돌풍을 몰고온 <아바타> 때문이라도 그는 낯선 영화계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 그가 연출한 영화인줄 알고 내심 기대를 했다가 그의 감독작은 아니고, 제작 총지휘를 맡으며 '초특급 극비 프로젝트'라고 홍보한 영화 '생텀', 사실 다 보고 나니 '극비'적인 요소까지 아니었는데 왜 굳이 '극비 프로젝트'라고 했을까? 싶을 정도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강호는 이것이 3D로 나온 줄도 모르고, 그냥 일반 2D로 지난 주에 보고서 나름의 감흥을 받은 영화이기도 하다. 제목 자체에서 주는 생소함과 더불어 큰 기대보다는 '제임스 카메론'의 전작 <어비스>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던,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먼저 이렇다.

동굴 탐험가 ‘프랭크’는 자신의 탐험대와 함께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남태평양의 깊고 거대한 해저동굴 ‘에사 알라’를 탐험 중이다. 어린 시절부터 탐험에 동행한 아들 ‘조쉬’는 수개월 째 계속되는 강행군에 지친 대원들에게도 냉정한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해 잦은 충돌을 빚는다. 한편 탐험 비용을 지원하는 투자자 ‘칼’과 그의 약혼녀 ‘빅토리아’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에 ‘에사 알라’로 들어간다. 열대 폭풍에 휩쓸려 수중미로에 갇힌 탐험대 생존의 탈출구를 찾아 나선 그들이 만나는 것은… 이 때, 갑자기 들어 닥친 열대 폭풍으로 지상과 연결된 유일한 출구가 순식간에 차단된다. 이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동굴의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다른 출구를 찾는 방법뿐. 여러 번의 조난 상황을 경험했던 ‘프랭크’는 불안에 떠는 사람들을 이끌고 끝없이 펼쳐지는 수중미로를 향해 생존을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점점 거칠어지는 물살과 싸우면서 탈출구를 찾아보지만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기이한 동굴의 구조 때문에 점점 더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 얼마 남지 않은 식량과 비어가는 산소통, 꺼져가는 불빛… 그리고 하나 둘 줄어드는 일행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이들은 극단적인 상황 앞에서 미지의 세계만큼이나 충격적인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렇게 내용이 좀 긴데, 자세히 읽어보면 딱 느낌이 오는, 아니 어찌보면 재난류에 속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즉 여기서 재난의 상황은 바로 해저동굴 탐험 중에 벌어진 상황극으로 그 탐험의 위기를 다루며 주인공들의 사투를 그린 것이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 주인공은 잃어버렸던 그 어떤 것을 찾는다는 주제의식이 깔려 있다. 그 주제는 바로 가족애로써 아버지와 아들의 소원했던 관계가 서로 위기를 헤쳐나가며 종국에는 관계 회복의 근원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어찌보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사실 클리셰적 요소로 영화를 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지되는 그림들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이른바 진부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제임스 카메론'이 역량을 쏟아내듯 관객들은 두 시간 가까이 대자연 속에 숨겨진 그 해저동굴의 심연을 만끽했기 때문이다.

대자연의 해저동굴 탐험 속에서 살아남기와 가족애 찾기 '생텀'

영화 초반부터 '아바타'와 비슷한 느낌으로 어느 정글의 빽빽한 밀림을 보여주듯 하늘에서 그 광경을 광활하게 주시한다. 그러면서 숲속에 어마머마한 구멍이 나 있는 그 터널같은 공간을 비추며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그곳으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바로 그 속에는 이미 탐험을 시작하고 있는 '프랭크'(리차드 록스버그)가 있고, 그곳에 같이 합류코자 그의 아들 '조시'와 탐험 투자자 '칼'과 그의 약혼자 '빅토리아'가 그곳에 내려온다. 이에 프랭크는 못마땅하지만, 어쨋든 내려왔으니 같이 탐험을 해야할 터. 프랭크는 기존 멤버들과 다시 해저 속으로 탐사를 나간다. 그런데 같이 나갔던 여자 탐사대원이 산소통 문제로 그만 죽고 만다. 이에 혼자 돌아온 프랭크. 엎친 데 덮친격으로 지상에서 폭풍우가 몰아치며 지각 변동이 일자, 이 해저동굴까지 그 여파가 몰아쳐 위기가 닥친다. 이에 탐험을 중지하고 미로같은 지하의 해저 물길을 찾아 바다로 연결된 통로를 찾는다. 

이 지점에서 여기 해저동굴은 탐험의 공간이 아닌 바로 살아서 돌아가야 할 사투의 장으로 돌변한다. 그 깊은 해저 속에서 잠수하고 다시 올라와 걷고 동굴의 암벽을 타면서 위험천만한 미션들이 그들 앞에 펼쳐진다. 그러면서 몇 몇 대원이 하나 둘 위기에 빠지면서 처참히 죽어 나가는 등, 더이상 이곳은 어머니 자궁 속처럼 안전한 곳이 아닌, 가만히 있으면 산소 부족에 배고픔과 추위로 죽어나갈 생지옥과 같은 곳이 된다. 결국 남은 사람은 프랭크와 그의 아들 조시, 그리고 이번 탐험에 투자를 한 칼, 이렇게 셋만 남고 모두 죽은 것이다. 과연 그들은 온전히 살아서 햇살이 비추는 바다 위로 올라갈 수 있을까? 아니면 이 셋 중에 누가 죽고 살 수 있을까? 영화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끈을 놓치 않으려 했지만, 보통의 재난영화에서 살아 남은 이가 주인공임을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 예상은 된다.



이렇듯 영화는 어찌보면 꽤 흔한 재난영화처럼 그려졌고, 그 주제 또한 많이 벗어나지 않는다. 두 주인공인 아버지와 아들을 내세워 이들이 그 해저동굴에서 위기를 맞이하고 헤쳐나가면서 서로를 다시 보게 되고, 잃어버렸던 부자간의 사랑을 되찾다는 코드가 그 심연에 깔려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이야기 구조가 소위 진부하다해서 이상해 보이거나 극에 반하지는 않는다. 그 위기에 처한 극한이 주는 조여드는 맛에 '나라면 어땠을까?'로 동화시키는 매력이 충분히 있다는 점을 견지하게 된다. 즉 허술하게 가족애를 불러 일으키는 아니라, 그 거대한 대자연 속에 갇힌 한낱 미물인 인간의 나약함을 꼬집으면서도 부자를 통해서 그 자연적인 모태 신앙처럼 경배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대자연의 해저동굴 속 사투, 경배하며 가족애로 '생텀'을 말하다.

그렇기에 제작 총지휘를 맡은 제임스 카메론이 만들어낸 그 해저동굴의 위용은 장엄하고 웅장할 정도로 사실감이 뛰어나다. 실제 파퓨아 뉴기니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대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냈고, 해저동굴의 경우는 길이 40미터, 7층 건물 높이, 7백만 리터의 어마머마한 물을 쏟아 부은 거대한 해저세트로 만들었다는 전언이다. 그래서 그 엄청난 규모는 위용만큼이나 스크린으로 완벽하게 재현됐고, 실제 보는 이로 하여금 빠져들게 만들었다. 또한 여기 주인공들이 종국에는 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사투를 벌이는 미션의 과정들 또한 사실적이고 긴장감있게 그려져 하나 둘 죽어나가는 상황을 때로는 숙연하게 만들었다. 특히 영화 내내 조시의 아버지 프랭크가 위기 때마다 외운 시 구절은 분위기를 더욱더 고취시켰다.

"쿠블라이칸은 도원경에 웅대한 아방궁을 지으라고 명했다.
그곳엔 인간이 알 수 없는 끝없는 동굴을 통해, 성스런 알프강이 태양도 미치지 못하는 바다로 흘러간다."
In Xanadu did Kubla Khan A stately pleasure-dome decree.
Where Alph, the sacred river, ran Through caverns measureless to man Down to a sunless sea. 

이렇게 영화는 탐험이라는 소재 때문에 다분히 어드벤처 장르적 성격을 띄고 있다. 그러면서 부자간을 통해서 가족애 찾기라는 전제를 심어넣고, 그 천재지변의 대자연 앞에 놓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인간의 사투를 중점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 현장은 바로 깊이를 가늠키 어려운 어둡고 거대한 동굴 성소(聖所)라 불리는 '생텀'(Sanctum)을 통해서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미지의 세계에 스스로 빠져들고 만 그곳에서, 인간은 대자연의 심연을 만나며 경배를 드리지만, 종국에는 살고자 몸부림치는 존재적 가치 증명을 보이는 한 편의 전위적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강호는 정말로 잘 본 영화였다. 제임스 카메론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그림이 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제작역량은 나름 표출이 잘 되었다. 다만 3D로 접한 분들이 그 효과가 없어서인지 불만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3D로 안 본게 다행일 정도로, 있는 그대로 그만의 스케일과 해저동굴의 환상적인 모습, 그 속에서 펼쳐진 그들의 긴장감 넘치는 사투는 분명 오락적인 요소로도 괜찮은 영화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전에 심연 속 대자연을 경배하며 잃어버린 가족애를 찾은 부자의 모습이 더욱 남는 영화 '생텀'.. 역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는 가지 않는 게 상책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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