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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텀 - Sanctum
영화
평점 :
현재상영
이제는 '제임스 카메론' 하면 다 알 정도로 그의 네임밸류는 대단하다. 대표적으로 유명한 <터미네이터> 시리즈나 <타이타닉> 그리고 재작년에 외화 사상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돌풍을 몰고온 <아바타> 때문이라도 그는 낯선 영화계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 그가 연출한 영화인줄 알고 내심 기대를 했다가 그의 감독작은 아니고, 제작 총지휘를 맡으며 '초특급 극비 프로젝트'라고 홍보한 영화 '생텀', 사실 다 보고 나니 '극비'적인 요소까지 아니었는데 왜 굳이 '극비 프로젝트'라고 했을까? 싶을 정도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강호는 이것이 3D로 나온 줄도 모르고, 그냥 일반 2D로 지난 주에 보고서 나름의 감흥을 받은 영화이기도 하다. 제목 자체에서 주는 생소함과 더불어 큰 기대보다는 '제임스 카메론'의 전작 <어비스>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던,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먼저 이렇다.
동굴 탐험가 ‘프랭크’는 자신의 탐험대와 함께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남태평양의 깊고 거대한 해저동굴 ‘에사 알라’를 탐험 중이다. 어린 시절부터 탐험에 동행한 아들 ‘조쉬’는 수개월 째 계속되는 강행군에 지친 대원들에게도 냉정한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해 잦은 충돌을 빚는다. 한편 탐험 비용을 지원하는 투자자 ‘칼’과 그의 약혼녀 ‘빅토리아’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에 ‘에사 알라’로 들어간다. 열대 폭풍에 휩쓸려 수중미로에 갇힌 탐험대 생존의 탈출구를 찾아 나선 그들이 만나는 것은… 이 때, 갑자기 들어 닥친 열대 폭풍으로 지상과 연결된 유일한 출구가 순식간에 차단된다. 이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동굴의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다른 출구를 찾는 방법뿐. 여러 번의 조난 상황을 경험했던 ‘프랭크’는 불안에 떠는 사람들을 이끌고 끝없이 펼쳐지는 수중미로를 향해 생존을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점점 거칠어지는 물살과 싸우면서 탈출구를 찾아보지만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기이한 동굴의 구조 때문에 점점 더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 얼마 남지 않은 식량과 비어가는 산소통, 꺼져가는 불빛… 그리고 하나 둘 줄어드는 일행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이들은 극단적인 상황 앞에서 미지의 세계만큼이나 충격적인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렇게 내용이 좀 긴데, 자세히 읽어보면 딱 느낌이 오는, 아니 어찌보면 재난류에 속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즉 여기서 재난의 상황은 바로 해저동굴 탐험 중에 벌어진 상황극으로 그 탐험의 위기를 다루며 주인공들의 사투를 그린 것이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 주인공은 잃어버렸던 그 어떤 것을 찾는다는 주제의식이 깔려 있다. 그 주제는 바로 가족애로써 아버지와 아들의 소원했던 관계가 서로 위기를 헤쳐나가며 종국에는 관계 회복의 근원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어찌보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사실 클리셰적 요소로 영화를 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지되는 그림들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이른바 진부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제임스 카메론'이 역량을 쏟아내듯 관객들은 두 시간 가까이 대자연 속에 숨겨진 그 해저동굴의 심연을 만끽했기 때문이다.
대자연의 해저동굴 탐험 속에서 살아남기와 가족애 찾기 '생텀'
영화 초반부터 '아바타'와 비슷한 느낌으로 어느 정글의 빽빽한 밀림을 보여주듯 하늘에서 그 광경을 광활하게 주시한다. 그러면서 숲속에 어마머마한 구멍이 나 있는 그 터널같은 공간을 비추며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그곳으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바로 그 속에는 이미 탐험을 시작하고 있는 '프랭크'(리차드 록스버그)가 있고, 그곳에 같이 합류코자 그의 아들 '조시'와 탐험 투자자 '칼'과 그의 약혼자 '빅토리아'가 그곳에 내려온다. 이에 프랭크는 못마땅하지만, 어쨋든 내려왔으니 같이 탐험을 해야할 터. 프랭크는 기존 멤버들과 다시 해저 속으로 탐사를 나간다. 그런데 같이 나갔던 여자 탐사대원이 산소통 문제로 그만 죽고 만다. 이에 혼자 돌아온 프랭크. 엎친 데 덮친격으로 지상에서 폭풍우가 몰아치며 지각 변동이 일자, 이 해저동굴까지 그 여파가 몰아쳐 위기가 닥친다. 이에 탐험을 중지하고 미로같은 지하의 해저 물길을 찾아 바다로 연결된 통로를 찾는다.
이 지점에서 여기 해저동굴은 탐험의 공간이 아닌 바로 살아서 돌아가야 할 사투의 장으로 돌변한다. 그 깊은 해저 속에서 잠수하고 다시 올라와 걷고 동굴의 암벽을 타면서 위험천만한 미션들이 그들 앞에 펼쳐진다. 그러면서 몇 몇 대원이 하나 둘 위기에 빠지면서 처참히 죽어 나가는 등, 더이상 이곳은 어머니 자궁 속처럼 안전한 곳이 아닌, 가만히 있으면 산소 부족에 배고픔과 추위로 죽어나갈 생지옥과 같은 곳이 된다. 결국 남은 사람은 프랭크와 그의 아들 조시, 그리고 이번 탐험에 투자를 한 칼, 이렇게 셋만 남고 모두 죽은 것이다. 과연 그들은 온전히 살아서 햇살이 비추는 바다 위로 올라갈 수 있을까? 아니면 이 셋 중에 누가 죽고 살 수 있을까? 영화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끈을 놓치 않으려 했지만, 보통의 재난영화에서 살아 남은 이가 주인공임을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 예상은 된다.
이렇듯 영화는 어찌보면 꽤 흔한 재난영화처럼 그려졌고, 그 주제 또한 많이 벗어나지 않는다. 두 주인공인 아버지와 아들을 내세워 이들이 그 해저동굴에서 위기를 맞이하고 헤쳐나가면서 서로를 다시 보게 되고, 잃어버렸던 부자간의 사랑을 되찾다는 코드가 그 심연에 깔려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이야기 구조가 소위 진부하다해서 이상해 보이거나 극에 반하지는 않는다. 그 위기에 처한 극한이 주는 조여드는 맛에 '나라면 어땠을까?'로 동화시키는 매력이 충분히 있다는 점을 견지하게 된다. 즉 허술하게 가족애를 불러 일으키는 아니라, 그 거대한 대자연 속에 갇힌 한낱 미물인 인간의 나약함을 꼬집으면서도 부자를 통해서 그 자연적인 모태 신앙처럼 경배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대자연의 해저동굴 속 사투, 경배하며 가족애로 '생텀'을 말하다.
그렇기에 제작 총지휘를 맡은 제임스 카메론이 만들어낸 그 해저동굴의 위용은 장엄하고 웅장할 정도로 사실감이 뛰어나다. 실제 파퓨아 뉴기니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대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냈고, 해저동굴의 경우는 길이 40미터, 7층 건물 높이, 7백만 리터의 어마머마한 물을 쏟아 부은 거대한 해저세트로 만들었다는 전언이다. 그래서 그 엄청난 규모는 위용만큼이나 스크린으로 완벽하게 재현됐고, 실제 보는 이로 하여금 빠져들게 만들었다. 또한 여기 주인공들이 종국에는 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사투를 벌이는 미션의 과정들 또한 사실적이고 긴장감있게 그려져 하나 둘 죽어나가는 상황을 때로는 숙연하게 만들었다. 특히 영화 내내 조시의 아버지 프랭크가 위기 때마다 외운 시 구절은 분위기를 더욱더 고취시켰다.
"쿠블라이칸은 도원경에 웅대한 아방궁을 지으라고 명했다.
그곳엔 인간이 알 수 없는 끝없는 동굴을 통해, 성스런 알프강이 태양도 미치지 못하는 바다로 흘러간다."
In Xanadu did Kubla Khan A stately pleasure-dome decree.
Where Alph, the sacred river, ran Through caverns measureless to man Down to a sunless sea.
이렇게 영화는 탐험이라는 소재 때문에 다분히 어드벤처 장르적 성격을 띄고 있다. 그러면서 부자간을 통해서 가족애 찾기라는 전제를 심어넣고, 그 천재지변의 대자연 앞에 놓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인간의 사투를 중점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 현장은 바로 깊이를 가늠키 어려운 어둡고 거대한 동굴 성소(聖所)라 불리는 '생텀'(Sanctum)을 통해서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미지의 세계에 스스로 빠져들고 만 그곳에서, 인간은 대자연의 심연을 만나며 경배를 드리지만, 종국에는 살고자 몸부림치는 존재적 가치 증명을 보이는 한 편의 전위적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강호는 정말로 잘 본 영화였다. 제임스 카메론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그림이 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제작역량은 나름 표출이 잘 되었다. 다만 3D로 접한 분들이 그 효과가 없어서인지 불만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3D로 안 본게 다행일 정도로, 있는 그대로 그만의 스케일과 해저동굴의 환상적인 모습, 그 속에서 펼쳐진 그들의 긴장감 넘치는 사투는 분명 오락적인 요소로도 괜찮은 영화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전에 심연 속 대자연을 경배하며 잃어버린 가족애를 찾은 부자의 모습이 더욱 남는 영화 '생텀'.. 역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는 가지 않는 게 상책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