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영화
평점 :
현재상영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어느 시골의 꼬마 녀석들이 산으로 도룡뇽을 잡으러 갔다가, 그들은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그들을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이라 통칭하며 찾으려 애를 썼다. 하지만 아이들을 찾은 건 한참 뒤 뼈만 남은 유골이었고, 그렇게 아이들을 해친 범인은 아직도 못 잡은 희대의 미제사건으로 남겨져 아이들의 영혼은 아직도 구천을 떠돌고 있다. 바로 1991년 3월 26일 대구에서 발생한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모두가 기억하기에는 이미 시간이 많이 흘렀고, 또 세월의 풍파 속에 잊혀져가고 있었지만.. 우리네 기억 속 저편의 심연으로 사라진 아이들이 2011년 스크린으로 다시 부활해 돌아왔다. 바로 영화 속에서 그려낸 '개구리소년 사건 일지'는 아래와 같다.

20년 전 사라진 개구리 소년들, 영화 <아이들...>로 부활하다.

   
 

1991년 03월 26일 

* 기초의회 선거일 사건 발생. 
* 아이들의 부모들이 신고하지만 선거일이라 초반대응 미흡
* 토압산 일대 수색 작업(헬기, 4백여명 수색 인원 동원)
* 실종인 아이 중 한명인 종호에게서 전화가 왔으나 종호 엄마의 실수로 추적 버튼을 누르지 못함 

1993년 그리고...

* 다큐멘터리 피디 강지승 대구로 발령
* 저수지 수색작업, 아이들 발견되지 않음
* 무당의 점괘에 따라 나주 쓰레기장 수색 작업, 아이들 발견되지 않음
* 국립과학대학 황우혁 교수가 자신의 가설에 따라 범인 지목
* 종호집의 화장실, 골방, 뒷벽 사이 등 수색작업 시작된다.

 
   

이렇게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거의 비슷한 사건 일지의 양상을 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이 알고 싶다'류의 다큐가 아니기에 영화적으로 옮겨진 그림들에 대한 기대치가 있기 마련이다. 그 사건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반추작용은 물론이요, 영화기에 실종사건이 주는 근원의 스릴러적 요소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다룬 영화 <아이들...>은 꽤 근접하게 실제 벌어졌던 실화와 실종이 주는 미스터리 요소를 어우르게 그려냈고, 마지막에는 아이들 유골 앞에서 그들 부모들이 겪어왔을 세월의 무게에 짓눌리듯 찢어지는 가슴으로 통한의 눈물을 쏟으며 영화는 숙연하게 방점을 찍는다. 그리고 이제는 공소시효가 사라진 이 사건을 명시하며 영화는 또 다른 기분을 마지막까지 괴어오르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큐가 아닌 이상 어느 정도 상업성을 추구한 영화가 바라본 '개구리 실종사건'의 실화극은 어떻게 다루어졌을까? 간단히 살펴보면 영화는 긴 호흡의 2시간이 넘는(132분) 영화다. 그렇기에 마치 축구 경기의 전후반을 나눈 듯한 인상이 깊게 배어져 있다. 즉 전반과 후반으로 나눠서 전반에는 아이들을 찾기 위한 노력을 그려냈고, 후반에는 그 아이들을 해친 범인을 쫓는 미스터리적 요소로 그려냈다. 물론 그 범인은 영화가 만들어 낸 가공의 인물이다. 하지만 이 전후반의 공격과 수비는 유기적으로 흐르지 못하고, 꽤 상충되게 부딪쳐 영화가 안고 있는 근원적 무게감마저 상쇄시켜 버리는 다소 악재로 다가온 느낌이 다분하다.



왜 그랬을까? 우선 전반에는 다큐멘터리 PD로 전도가 유망했던 강지승(박용우)이라는 인물이 이 사건을 재구성하기에 이른다. 즉 임팩트하고 무언가 있을 법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함인데, 혼자서는 할 수 없기에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에는 범인이 따로 있다고 주장하며 '인지부조화'에 대해서 설파해온 황우혁(류승룡) 교수를 찾아간다. 그리고 이들은 이 사건의 진범?을 찾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러면서 당시에도 수많은 잘못된 루머 중에서 취사 선택한 것이 바로 '암매장설', 그리고 범인은 실종된 아이들 부모 중 종호 아버지(성지루)를 지목해 강PD와 황교수는 그를 범인으로 몰아가며 그 집을 샅샅히 파고 헤친다. 하지만 발견된 것은 딸랑 여자아이 신발 하나, 그들 부모는 애당초 범인이 아니었고, 이로 인해 두 사람은 궁지에 몰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여파로 물러난다.

실화와 스릴러 요소의 상충적인 충돌, 그래도 '아이들'은 잊혀지지 않기를...

그러면서 시간이 10여 년이 흘러 그 아이들이 올라갔다는 산에서 유골이 발견되며 또 다른 전기를 맞이한다. 즉 아이들의 죽음이 확인되는 순간이자 그 유골의 과학적 분석과 남몰래 범인 쫓기에 주력해온 박 형사(성동일)의 노력으로 한 범인이 지목된다. 그리고 아직도 아이들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 강PD가 그 범인을 쫓기에 이른 추격자의 모습으로 분전한다. 결국 범인이라 지목된 이와 마주친 도축장, 그는 소를 단숨에 때려잡을 정도의 포스를 지닌 도살업자로 그와 육박전을 벌인 강PD, 죽기 직전까지 몰린 그에게 범인이라는 그 사내는 한마디 던진다. "내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있어.. 증거가 있냐고.." 하면서 쓸쓸히 퇴장하는 가상의 범인..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 까만 화면이 사라진다. 결국 아이들 유골이 가지런히 모셔놓은 현장에서 가슴 찢어지게 울분을 쏟아내는 부모들을 바라보며, 과거로 돌아가 산으로 올라가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다시 보이며 영화는 갈무리된다. 

이렇듯 영화는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에서 아직도 범인이 잡히지 않은 실화가 주는 근원적인 사건의 깔끄장한 요소를 끄집어내며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후반으로 나누어진 그림들은 유기적이지 못하게, 전반은 아이들 부모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현장을 그리며 나름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이마저도 허망하게 끝내버린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더군다나 후반에는 세월이 흘러 아이들 유골이 발견된 후 일종의 가설로 범인을 내세우며, 이것을 마치 영화 '추격자' 버전처럼 그려냈다. 그런 그림은 분명 스릴러적 요소가 있지만 밀도감은 없이 영화와는 무관한 번외편으로 묻히고 말았다.

즉 이런 그림들이 따로 놀듯 그려진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서로 충돌시켜 그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는 부족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 실종돼 죽은 아이들의 실화적 요소까지 묻히고 만 것은 아닐지다. 이제는 공소시효까지 사라진 사건이 되버렸지만, 어딘가 아이들의 원귀가 떠돌듯 그들은 아직도 우리 가슴 속에 남아 있을지 모른다. 그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원죄적 의식이자 우리 모두가 이 영화에서 보게 되는 아주 근원적인 메시지다. 아이들은 사라졌지만 영원히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처럼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