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밤 고향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토속 음식을 나누며 기억 속 똬리를 틀고 앉은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낸다. 핸드볼 선수로 활약하던 친구들은 그 시절 지도 교사의 맹훈련에 지쳤을 때 물오른 앵두나무 가지를 꺾어 알알이 달린 앵두를 먹으며 달콤함에 젖었던 순간만큼은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고 하였다. 순리를 따르며 하늘의 명을 받아들인다는 나이에 이르러서야 한자리에 모인 친구들은 아련한 기억 속 향수를 토해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면소재지에 위치한 양조장에서 구매한 막걸리로 갈증을 해소하고 햇고사리 넣어 묽게 쑨 들깨죽으로 요기하면서 연로한 엄마의 손맛을 그리워하였다.

 

   연륜이 쌓이고 인생이 깊어질수록 사는 게 뜻대로 되지 않아 푸념할 때가 늘어나고 궤도를 이탈한 행성처럼 좌충우돌하며 지낼 때에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으며 스스로를 위로하여 근심을 덜어줄 때가 있다. 뜻하지 않은 만남과 이별을 겪으며 좌절하고 실의에 젖기도 하지만 달갑지 않은 상황을 감내하며 극복하는 삶의 지혜를 발현하며 살아갈 뿐이다.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갈 때 인생의 후회는 줄어들 것이라 믿으며 현재에 충실한 생활을 열심히 하라는 구절에 담을 때가 있다.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한 채 동동거리며 살아내느라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지내다 몸에 적신호가 들어왔을 때에서야 발병 사실을 확인한 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뒤 이승을 뜨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서른이 되기도 전에 남편을 여읜 어머니는 집안일과 생계를 병행하며 사느라 지쳐갔다. 이른 새벽에 집을 나가 온 세상이 암흑이 되었을 때 집으로 돌아와 퉁퉁 부은 다리를 펴고 고꾸라질 듯 잠들기 일쑤였다. 어린 마음에 엄마가 우리를 버리고 떠나면 고아원 신세를 져야 한다는 생각에 눈치를 많이도 살피며 지냈다. 살가운 모녀 지간이 아니라 엄마 눈치를 살피며 애어른 흉내를 내며 일찍 철이 들어야 했다. 세월이 흘러 자식들은 가정을 이루고 가족들을 돌보며 살고 있지만 칠순이 넘은 엄마 눈에는 여전히 물가에 내놓은 자식 같은 모양이다. 그냥 엄마는 엄마인 채로 살면 된다고 해도 오히려 자식들 눈치를 보면서 살고 있는 듯해 애처로울 때가 늘어난다. 서로 눈치 안 보면서 가족을 배려하며 살면 될 텐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참견하며 그것이 간섭인 줄도 잊고 지낸다. 성인이 되어 딱 한 번만이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겠다는 저자의 생각은 지난한 시간을 반추하게 만든다.

 

   그림으로 동심을 보듬고 살아가는 일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동화 작가는 인생의 희로애락과 동고동락하며 넉살좋게 살아온 사람일 것이다. 위선과 가식으로 본질을 위장한 채 살기보다는 창피한 일을 무릅쓰더라도 가슴이 전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왔다. 패악을 쓰기보다는 소곤소곤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의 따스한 한마디처럼 고양이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으며 공생하는 유기체에게 사랑을 전한다. 나이 들어도 소녀 감성을 품고 세상을 낙천적으로 살고 싶은 독자는 저자가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일부터 그들의 마지막 가는 길까지 전송하고 오는 길을 떠올리며 정이 흐르는 살풍경을 연상한다.

 

   아버지의 권위에 굴종하며 살아온 가족 구성원들은 자기 방어책으로 저마다 비상구를 염두에 두고 살아야했을 것이다. 부정적인 상황과는 거리가 있는 환상 같은 소설 속 가정을 떠올리며 소녀 소설에 빠져들었다. 뒤늦게 우리 사는 세상이 소설보다 드라마틱한 현실임을 깨닫지만 살아보지 않는 한 발견하기 힘든 것 중 하나다.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얽히고설켜 살면서 제 빛깔을 띠고 살아가는 운명 공동체인 가족의 일상은 감춰진 속살을 드러냄으로써 진솔한 삶의 가치를 비춰주는 거울로 기능한다. 지나고 보면 불운했다 여겼던 일들도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 힘이었음을 깨닫고 살아 숨 쉬며 읽고 싶은 책을 접하며 사색하는 가운데 표현하는 일상이 고마움 선물임을 일깨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문명 생활과는 거리가 먼 1970년대 중반에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난 뒤 이른 아침에 일어나 당시 유일한 책인 교과서를 낭독하기를 좋아하였습니다. 국어 책을 읽을 때면 배역에 걸맞은 소리를 내며 읽어 동네에 소문이 과하게 나서 공부를 못하면 어쩌나 염려할 정도였답니다. 그래서인지 6시 이전에 눈을 뜨는 편인데 전날 읽던 책을 10분 남짓 소리 내어 읽은 뒤 하루 일정을 열어갑니다. 고미숙 님의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를 읽은 뒤부터는 낭송하는 책읽기를 지속하려고 실천하는 편입니다. 자가 운전자가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목적지로 향하는데 300페이지 이내의 책을 휴대합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책을 읽어도 멀미를 하지 않는 강한 체력이라 어디에서든 책을 읽습니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너의 길을 걸어라, 누가 뭐라 하든지.’

유명세를 타는 이들이나 평범한 삶을 사는 이들 모두 유한한 삶을 사는 만큼 자신의 생을 주체적으로 꾸려 의미를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종이 책에 익숙해져서인지 전자책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편입니다. 노안으로 피로가 가중되는 편이라 화면을 오랫동안 보기가 힘들어 종이 책을 찾습니다. 책들 대부분 증정 받아 읽는 편이라 연필로 밑줄을 긋고 핵심을 파악하며 읽기를 즐겨하고 책장에 자리하고 있는 책들은 풀리지 않은 문제를 해결할 때 도움을 줍니다. 쌓여가는 책들을 한곳에 자기 나름대로 분류한 서재를 갖춘 독립된 공간에서 타인의 훼방 없이 그곳에 박혀 책을 읽고 사유하며 표현하는 일에 몰두하고 싶은 바람은 자꾸만 커져 갑니다.

 

Q3. 지금 침대 머리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서평 도서로 읽어야 할 순서대로 두는 편이고 읽은 책 중 필요한 부분을 머릿속에 저장하고 싶은 책들이 세 권 자리합니다. 오한진 박사의 <<내 몸을 살리는 호르몬>>, 김정경 님의 <<아저씨 욕망하다>>, 전에 읽었지만 생각날 때마다 선현들의 독서법을 통해 진짜 공부를 일깨우고 싶은 정민 교수의 <<오직, 독서뿐>>입니다.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2층을 나만의 서재로 꾸미고 그 안에서 책들을 읽는 자신을 상상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어느 순간 읽은 책들을 쌓아두는 것도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어 읽은 책들 중 10대의 청소년들과 공유하며 읽으면 좋을 책들은 나누어 여럿이 함께 읽어가는 가운데 독서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한 해에 두 번은 책 나눔을 합니다. 읽은 책을 모두 내놓지는 못하고 오랫동안 곁에 두고 싶은 책은 소장하는데 도서관 서고처럼 장서를 배열하기는 힘들고 통시적 관점에서 출간 순서대로 책을 정리하는 편입니다.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책이 귀하던 시절 초등학교-그 당시는 국민학교- 다닐 때는 교과서 외의 책은 없었고 학교로 배달되는 어깨동무를 친구들과 함께 돌려 읽었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중학교 들어가서는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으며 첫사랑의 열병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며 나에게도 사랑이 찾아오기를 바랐습니다. 소녀의 죽음으로 소년은 상실의 아픔에 젖을 새도 없이 끝나버린 사랑의 안타까움이 전해져 왔습니다.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갈등하는 부부를 위해 지인이 선물해 준 책 김진국 저자의 << 멀티를 선물하는 남자>> 명화를 표지로 내세워 선정적인 장면을 떠올리게 한데다 내용은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의 욕망에 탐닉하는 상황을 연출하여 책장 깊숙이 숨겨 두고 있습니다.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아동교육과 우리말 바로 쓰기를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다 퇴임한 뒤 창작에 힘썼던 고 이오덕 선생님을 뵙고 싶습니다. 교육자로 10대의 청소년들과 함께 생활하며 제 2외국어에 밀려 우리말을 경시하는 풍조에 고운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하자는 취지를 살려 선생님 재직 당시 반 아이들과 함께 했던 표현 활동의 형태에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맨 오브 라만차 돈키호테 뮤지컬 공연을 보고 기사 소설에 빠져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채 지낸 행동파 돈키호테를 보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며 도전하는 그의 결단력에 동요될 때가 있었습니다. 일상에 매어 살아내느라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하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돈키호테 1권과 2>>을 구비해두고 900패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 주눅 들어 처음 몇 장을 읽다가 말았습니다. 방학 때마다 읽어야지 다짐만 하였는데 이번 여름방학에는 돈키호테를 완독하고 싶습니다.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고미숙 작가의 책은 출간될 때마다 주머닛돈을 털어서 사는 편입니다. 호모로 시작하는 책들과 사주팔자와 오행의 원리를 중심으로 한 책들을 사서 읽다가 어려워 읽다 만 책은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입니다. 상생과 상극의 구조를 이해할 때 필요한 오행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읽으려니 힘이 들어 중간에 읽다 말았습니다.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문명 시설이 없어도 해가 뜨면 책을 읽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기를 바라며 드라마 작가 노희경의 드라마에 나오는 명대사를 간추려 뽑은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 서자로 태어났지만 신분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세상을 향해 한탄만 하고 지내기보다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벗들과의 폭넓은 교류로 서로의 성장에 도움을 주었던 이덕무를 중심으로 한 <<책만 보는 바보>>, 부처님 초기의 설법을 묶은 <<숫타니파타>>를 가져갈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 - 푸시킨에서 카잔차키스, 레핀에서 샤갈까지
서정 지음 / 모요사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앞서 갔던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미답의 공간을 찾아 사유하는 생활이 주는 여유는 일상에 매몰되어 사느라 숨 가쁘게 지낸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여행을 꼽는다. 갈망하던 공간을 찾아 나설 수 없을 때면 여행기를 들추며 책상 앞에 앉아 책 속 풍경이 이끄는 대로 빠져든다. 낯선 공간에서 일상적 삶을 잇는 일이 쉽지 않은 만큼 저자는 러시아와 인연이 있는 예술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나선 길에서 그들의 내밀한 예술적 감성과 작품 세계를 조명하였다. 러시아의 대표 시인 푸시킨에서부터 머리보다는 현장에서 발로 움직이며 자유롭게 살고 싶은 열망을 담은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철학적 삶의 발로로 귀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자유를 향한 걸음에 속력을 내어 무슨 짓을 했건 후회는 없다는 조르바의 유언에서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서글픔이 신성 모독죄로 그리스 정교로부터 내쳐진 카잔차키스의 묘에 꽂힌 간소한 십자가에서 그의 의지적 행동이 낳은 항거가 벽에 부딪혀 상처로 남았음을 알 수 있었다.

   진실로 진실로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엄숙한 표정을 한 도스토옙스키의 흉상 아래 쓰인 성경 구절에서 죽음은 또 다른 열매를 맺는 숭고한 가치를 새긴다.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묘지에 잠들어 있는 예술가들의 혼령이 잠들어 있는 숲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다 간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듯 묘비와 표석에서 다양성을 읽는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하며 건축, 연극, 심리학, 회화 등에 관심을 두었으나 최고의 혁명을 지향하는 최상의 미학적 표현으로 형상화한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의 옆얼굴을 담은 부조는 몽타주 기법으로 새로운 영화 장르를 개척한 그를 조명하고 있는 듯하다.

 

   깊이 생각하여 말하고 말한 것은 반드시 행하려고 애쓴 톨스토이는 금욕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이면에 자리한 주체하기 힘든 육체적 쾌락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던 만큼 내면에 자리하는 동물성과 싸워나갔다는 저자의 말에 대문호에 대한 궁금증은 더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작은 개선을 위해 열심히 일하기를 스스로에게 주문하면서 육체노동· 정신노동· 수공 일을 할 것, 사람들과의 사귐을 일일 실천 덕목으로 삼아 깨어 있는 양심으로 살기를 지향하였다. 예술인들의 방문을 반겼던 그는 방문한 이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대화하며 정서를 고양하는 일에도 관심을 보였다. 작가의 지난날을 밟아가는 성지로 떠오른 야스나야 폴랴나는 자신의 신념을 펼칠 이상적 공간으로 여긴 곳을 찾고 싶은 바람이 커진다.

 

   두 자루 촛불 밑에서 독서하기를 즐긴 도스토엡스키는 고질병으로 위축되는 생활과 경제적 압박의 탈출구로 룰렛에 빠져들었고, 이에 따른 자신의 경험이 융해된 도박꾼을 창작했다. 작가가 도박에 빠져 여비를 전부 잃은 곳이 독일의 온천 휴양지 바덴바덴과 작가가 죽음을 맞은 집을 박물관으로 꾸민 곳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바라며 리히텐탈러 거리를 거닐고 싶다.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에 시달릴 때 지혜로운 아내 안나는 작가를 북돋아주기 위해 돈을 쥐어주었다는 일화를 접하며 고통을 상쇄하였으리라 여기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독일연방 의회 건물인 라이히스탁 유리 돔은 밀실을 멀리하고 서로 말조심하는 독일 분위기를 투영하는 듯 의정 활동 전체를 감시받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는 듯하다. 무료로 개방하는 유리 돔을 자유롭게 걷는 이들을 보면서 민생을 생각하는 투명한 의정 활동에 부합하는 일로 비춰진다. 옛 나치의 게슈타포 친위대 본부가 있는 공포의 지형은 도처에 자리하는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남아 있는 베를린 장벽의 일부에서 발견한다. 괴테하우스 뒤채 뒤로 뻗어 있는 정원에 심어놓은 다양한 식물을 보는 즐거움도 클 것이다. 왕성한 호기심을 충족하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여 개조한 집에서 감성적 깊이를 더하고 싶어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심장을 향해 쏴라]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흉기를 마구잡이로 휘두른 청년의 충동적인 범죄로 이승을 뜬 이웃의 소식을 듣고 조문을 다녀오는 길, 흉흉한 소식은 안심하고 살 수 없는 공포를 확산시켰다. 옆방에 세 들어 사는 만취 청년에게 밤이 깊었으니 조용히 하고 자자는 말에 발끈한 그는 부엌에 있는 칼로 60대 이웃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무기징역을 구형했다고 검찰은 밝혔지만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청년의 잔혹한 범죄는 한 가정의 붕괴를 초래하였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흔한 사건· 사고 소식은 서로에 대한 불신의 골을 깊게 하여 회복 불능의 상태로 치달아 불안감을 증폭하고 있다.

    롤링 스톤지의 수석편집장을 지낸 대중음악평론가인 마이클 길모어는 그의 형 게리 길모어가 사형수로 총살형에 처하게 된 경위를 통시적으로 고찰하여 담담하게 기술하였다. 저자는 자기 집안에 짙게 드리워진 파멸의 궤적을 찾아 조상들의 삶까지 고찰하며 쉽게 드러내지 못할 가족의 비극적인 삶까지 여과 없이 드러냈다. 비인간적이고 가부장적인 모르몬교도 부모 밑에서 자란 어머니 베시 길모어는 자비와 용서를 모르는 부모의 가혹한 폭력을 감내하며 억압적인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키우며 지냈다.

    이미 여섯 번이나 결혼을 해 낳은 자식들을 버리고 그 사실을 숨긴 채 프랭크 길모어는 베시와 결혼했다. 자유로운 삶을 사는 프랭크의 매력에 빠진 어머니는 성급하게 결혼하여 가정을 이룸으로써 끔찍한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참척의 슬픔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했다. 여섯 번이나 결혼하고 부인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이까지 돌보지 않으며 광고사기 수익금에 의존하던 곳곳을 떠돌며 지냈던 아버지는 연이어 태어난 자식들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가부장적인 권위를 행사하였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시를 좋아하고 그림에 재능이 있던 소년 게리는 부모의 학대, 제도적 폭력에 끊임없이 시달리면서 갖은 악행을 저지르며 무고한 시민을 살해한 살인자로 변해 갔다.

   22년 동안 감옥을 들락거리며 반사회적인 삶을 살아 온 게리는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며 패륜적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짐승 같은 폭력을 행사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범죄를 저지르며 비열하고 폭력적인 괴물로 변해갔다.

    그래. 지금까지 난 당하면서 살아왔다. 이제는 내가 파괴자가 되겠어.’

   둘째로 태어난 게리 길모어는 부모에게 사랑 받기를 갈구하였으나 부모는 자식의 바람과는 달리 방어기제를 잃은 폭력에 시달리며 자기 파멸로 가족과 관습에 분노를 표출하였다. 두 명의 무고한 시민을 죽인 그는 사형을 자처하여 심장으로 날아든 총탄에 고단한 인생을 마감하였다. 저자는 미국 내에 사형 제도를 부활시킨 그는 유명한 사형수로 낙인이 찍힌 둘째 형의 일생을 들여다보며 그의 삶 깊숙이 자리하는 혈연의 연결 고리를 추적하며 얽히고설킨 운명의 실타래를 풀어 운명의 코드를 확인해 갔다.

    지난 세월 비난과 경멸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베시는 결혼 후 행복한 가정을 바랐지만 현실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헤어나기 힘든 지옥으로 변했다. 가학성을 띤 괴물로 바뀐 남편은 아내와 자녀들에게 폭력을 자행하며 자애로운 모습과는 멀어져갔다. 끊임없는 학대와 폭력의 희생자로 성장한 둘째 형 게리에 비해 특혜를 받았던 막내아들 마이클은 마음의 채무를 안고 위태롭게 지내는 가족들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이 컸을 것이다. 아이들이 조금만 잘못을 저질러도 벨트로 채찍질을 일삼던 아버지의 횡포 아래 악몽을 꾸던 게리의 불균형은 악화 일로를 걷게 하였다.

    미국에 사형 제도를 부활시킨 사형수의 동생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살아야 하는 운명에서 벗어나고 싶은 저자의 바람은 자신의 살길을 찾아 나서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다. 어머니와 큰형, 막내 동생은 형의 구명을 위해 나섰지만 사형을 언도받은 그는 그들이 자기를 죽이게 함으로써, 그 제도를 이겨낼 방법을 생각했다. 게리에게 흐르는 나쁜 피를 추적하며 접신술사로 일한 페이 할머니가 들려 준 가문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는 저승의 영혼들이 빚는 변주곡으로 유령처럼 식구들을 따라 다녔다.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 게리는 끔찍한 혼이 그의 몸으로 들어가 비정한 괴물로 변한 것이라는 고통스러운 신화의 지배 속에 파국으로 치달았다. 종국에 게리 길모어는 유타 주에서 총살형에 처해 져 피의 속죄라는 모르몬 교회 식의 엄격한 대가를 치렀다.

   그래도 아버지란 존재는 늘 남아 있겠지.’

   심장에 총을 맞기 전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비정한 아버지의 폭력성은 심인성 질환을 부추기는 트라우마로 자리해 그의 전 생애를 지배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형 게리가 처형된 뒤 오랫동안 시간을 함께 보낸 어머니와 아들은 가슴 한복판에 짙게 드리워진 고통 아래 멀쩡하게 지낼 수 없었다. 죄악의 피가 흐르는 듯, 수치스러운 유산을 숙명처럼 안고 지내야 했던 마이클 길모어는 비틀즈의 노래에 심취하며 황폐함과 처연함을 달래 보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가감 없이 드러낸 한 가문의 비극적인 역사는 어린 시절부터 배태되어 개인의 인격 형성에 영향을 끼쳤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무관심과 방치나 학대 · 애정 결핍· 언어적인 힐난이나 질책 등은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 아이로 머물게 하였고, 뜻대로 안 되는 벽을 향해 분노하는 불안정한 화를 돋우어 격렬한 폭력에 휩싸이게 했다. 치욕스러운 가문의 역사를 가감 없이 드러내 바람직한 관계 형성을 위한 토대는 사랑에 기인함을 깨달으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가족의 파멸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아버지의 사랑을 원했지만 폭력으로 돌려받은 그는 가족과 종교의 테두리를 벗어난 곳에서 숨을 고르고 싶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따스한 눈빛과 사랑의 한마디가 주는 힘은 큰 파장으로 힘듦을 견디고 살게 하는 원천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재확인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킨의 50가지 그림자
F. L. 파울러 지음, 이지연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창의적인발상의 전환으로 기존의 치킨의 범주를 넘어서는 치킨들의 향연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합니다. 육식을 즐기지 않지만 치킨앞에서는 자꾸만 손이 가 절제를 모르는 독자로 변하고 마는데 50가지의 치킨 속으로 가보고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