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무선) 보름달문고 44
김려령 지음, 장경혜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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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리를 걸어 다니며 등하교를 도맡아 했던 초등학교 시절 차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는 일이 작은 바람 중 하나였다. 새마을 운동으로 농촌 근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멍게처럼 울퉁불퉁한 길을 바로 펴 비포장도로를 확장하는 공사가 강가에서부터 동네 앞까지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면 하릴없이 섬진강 가를 돌며 공사판 주변을 기웃거리다 차를 태워주는 아저씨의 큰 트럭에 올라 앉아서는 놀이공원이라도 온 것처럼 부풀어 올라 즐거워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흙을 운반하는 큰 차에 낑낑거리며 올라 타서는 높은 자리에 앉아 속력을내며 달리기 시작하면 그동안 가슴 속에 품었던 작은 꿈을 실현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 중 노동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의 우악스러움과는 대별되는 자애로운 기사 아저씨는 새참으로 얻은 빵을 내게 건네고는, 맛있게 빵을 먹는 가무잡잡한 소녀의 모습을 지켜보며 흐뭇해하였다.  그 당시 가정 사정으로 딸과 멀리 떨어져 생활하느라 만날 수는 없지만 딸을 보듯 어린 소녀를 귀애하며 아껴줬다. 30년이 훌쩍 흘러 기억 속 아저씨 얼굴은 가물가물해졌지만 어디에서 잘 지내고 있을지 소식이 궁금하고, 보름달 빵을 전해 주던 아저씨의 따스한 손길이 그리워진다.

 


   타인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는 가운데 유대하며 존재감을 확인하고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바람대로 쉽게 되지 않는 인생이 많다는 것을 절감할 때가 있다. 7년 전 채 여물기도 전에 동화작가 등단이라는 열매를 거둬들인 오명랑은 이내 무명작가로 전락하여 침체의 늪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진정한 작가는 고독한 것이라고 가족들에게 항변해 보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스스로 위축되어 대안을 찾아야 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작가는 기거하는 집에 ‘이야기 듣기 교실’을 개설하고 1개월 무료 수강으로 회원들을 모집하였지만 회원 수는 세 명으로 정해졌다. 영어 학원에 가는 대신 우회하여 들른 종원, 그 동생 소원, 동화작가를 꿈꾸는 나경이를 두고 작가는 꼭 들려 줄 이야기가 있다며 말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작가는 ‘그리운 건널목 씨’ 이야기가 실화인지 허구인지 알아맞히라는 수행 과제를 아이들에게 제시하며 아련한 향수 속에 자리하고 있는 건널목 씨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아리랑 아파트 후문 앞  2차선 도로에는 건널목이 없어 통행할 때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통행에 불편을 느꼈던 이들은 구청에 건널목을 세워달라고 민원을 제기하여 봤지만 성사되지 않아 통행할 때의 안전사고의 위험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이 사실을 목도한 허름한 행색에 정체 모를 남자는 배낭에 넣어 둔 카펫을 꺼내 들고는 그것을 아파트 앞 도로에 건널목이 그려진 카펫을 펼쳐놓고 아이들이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교통 지도를 시작하였다.  이동식 건널목을 따라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나가게 되자 사람들은 그를 ’건널목 씨’라고 부르며 그에 대한 경계를 풀고는 비어 있는 경비실에 방을 꾸미고 아저씨와 이웃처럼 지내게 되었다.  말없이 아파트를 청소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사랑을 베푸는 그를 아파트 주민들은 좋아하였다.  거널목 아저씨는 쌍둥이 자식을 교통사고로 잃고 다른 사람들을 도움으로써 허한 마음을 달래며 자신이 받은 상처를 타인에게 나눔으로써 부재(不在)의 아픔을 극복하여 왔다.

 


   폭력이 난무하는 가정의 자녀들은 또 다른 마음의 상처를 안고 가슴에 큰 멍에를 진 채 살아간다.  일시적이나마 폭력을 피해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아저씨가 기거하는 경비실이었다. 건널목이 없어 통행에 위험이 따랐던 도로에 건널목을 서게 하여 사람들의 안전을 도모한 것처럼 아저씨는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약한 자들을 감싸 안아 그들을 도왔다. 건널목 아저씨는 돈을 벌어 집칸이라도 마련하겠다고 집을 나간 어머니대신 태희, 태석이를 돌보았고,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찾아 온 도희의 주린 배를 따끈한 라면으로 달래 줬다.  이야기가 정점을 향해 치달을수록 눈치 빠른 아이들은 그 내용이 실화에 바탕을 둔 것이었음을 알아차리고는 호기심어린 눈으로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어 갔다.  어린 시절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던 작가는 그녀의 가족들까지 도와 준 아저씨의 고마움을 잊지 못하고 어린 제자들에게 이야기로 들려 줬다.

 


  ‘불안했던 가정이 제자리를 찾을 기미가 보이자 자신의 일은 끝났다는 듯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만 건널목 아저씨는 건널목이 필요한 곳에 이동식 건널목을 펼치고는 교통지도를 하고 있을까?’
   보호자 없이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져 안개 자욱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준 건널목 아저씨는 항로를 이탈하지 않도록 비춰주는 등대처럼 자리했다.  규격화된 삶 속에 평준화된 삶을 거부하고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길을 떠나고 있을 것만 같은 아저씨가 자꾸만 그리워진다.  어쩌면 그것은 각박한 시대에 자애로운 모습으로 인정을 베풀며 사는 이를 그리워하는 방증인지도 모를 일이다.  누군가에게 안전한 건널목이 되어 그 사람이 지금의 아픔을 삭일 수 있다면 행복할 수 있라는 믿음으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은 건널목 아저씨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하루가 다르게 나무들은 진초록으로 옷을 갈아입고 햇살 아래 빛을 발산하며 싱그러움을 더하는 5월,  맑고 밝은 영혼으로 세상을 환히 비추는 건널목 아저씨가 더욱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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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양성우)는 2011년도‘5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보통의 독자』(버지니아 울프/ 박인용, 함께읽는책) 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했다.
또한,‘2011년 5월의 청소년권장도서'로  『여기는 독도』(전충진, 이레) 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 발표했다.

2011년 ‘5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는 20세기 여성 소설가를 대표하는 버지니아 울프가 섬세하게 적어 내려간 독서노트 『보통의 독자』(버지니아 울프/ 박인용, 함께읽는책), 정치를 바라보는 새로운 창을 발굴․확장시켜온 저자가 패션에 주목하여 정치를 흥미롭게 분석한 『패션과 권력』(박종성,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로 다른 문화가 융합된 혼합주의가 현대 라틴아메리카의 새로운 전통으로 자리하며 라틴아메리카 예술을 생동감 있게 이끌어가는 고유한 에너지의 원천이 되고 있음을 기술한 『라틴현대미술 저항을 그리다』(유화열, 한길사) 등이 선정되었다.




 

‘2011년 5월의 청소년권장도서'로 신문기자인 저자가 본적지를 독도로 옮기고 1년간 독도에서 거주하며 독도의 사람들과 독도의 자연, 동식물에 대해 기록한 『여기는 독도』(전충진, 이레), 엄마의 죽음과 아빠의 가출에도 불구하고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접지 않고 동생과 가난한 삶을 꿋꿋하게 이어가는 우리세대 명랑 소녀 열일곱 율미의 성장을 다룬 『독립명랑소녀』(김혜정, 문학과지성사), 쌍둥이 남매가 여러 친척집을 방문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통해 핵가족화로 잊혀져가는 가족과 혈연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 가족간의 예절, 호칭 그리고 변모하는 가족 형태에 대해 알려주는 『우리는 몇 촌일까?』(문정옥 글, 백정석 그림, 아이세움) 등이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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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공고 제 2011-10 호

 

 

2011‘손 안 애서(愛書)’공모전 공고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는 전 국민의 독서 생활화를 유도할 수 있는

사진 및 포스터 공모를 통해 책과 독서의 소중함을 되새기고자 하오니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공모 개요

1. 사 업 명 : 2011 ‘손 안 애서(愛書)’ 공모전

2. 주 최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후 원 : 문화체육관광부, 교보문고 등

3. 접수 기간 : 2011년 5월 2일(월) ~ 6월 30일(목)

4. 응모 자격 : 일반인 및 학생 등 전 국민 누구나 가능

5. 공모 내용 : 아래와 관련된 사진 및 포스터

o 책 읽는 사람의 행복한 모습

o 책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

o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이미지를 묘사한 작품

o ‘손 안 애서(愛書)’의 의미를 형상화한 작품

o 독서의 소중함을 알릴 수 있는 작품

o 기타 책과 독서를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 등

 

● 작품 응모

1. 작품 규격 및 출품 방법



응모

부문


작품 규격


사진

분야


ㆍ프린트된 컬러 또는 흑백사진 8˝×10˝(20㎝×25㎝)

※입상자는 촬영필름 혹은 3024×2016픽셀 이상의 psd 혹은 ai파일 제출

ㆍ출품방법 : 작품명 및 설명, 촬영년도(2년 이내 촬영 작품), 촬영장소 등을 응모신청서에 기재


포스터

분야


ㆍ직접 그린 그림의 경우 : 4절 사이즈(39.4×59.4㎝)

ㆍ컴퓨터그래픽 작업의 경우 : A3 사이즈(29.7㎝×42㎝)

※작품 원본(300dpi 이상 JPG, JPEG파일)을 CD에 복사하여 함께 제출

ㆍ출품방법 : 응모작품은 검정색 폼보드에 부착하여 제출(여백사방 3㎝)

폼보드 뒷면에 작품설명 등을 기재한 응모신청서 부착



o 응모작품과 함께 참가신청서(사진 및 포스터 부문 확인)를 작성하여 방문 또는

우편접수

o 신청서 다운로드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독서인(www.read-kpec.or.kr)

2. 출품 수량

o 1인 또는 1팀 2점 이하

3. 접수처

(157-857) 서울시 강서구 금낭화로 154(방화3동 827)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독서진흥팀 ‘손 안 애서(愛書)’ 공모전 담당자 앞(☎ 02-2669-0742)

 

● 발표 및 시상

 

1. 수상작 발표

o 2011년 8월 1일(월) [예정]

o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홈페이지 및 '독서인' 발표 후 개별 통보

2. 시상 내역 : 상금 및 상장



시상 내역


수 상 자


상 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1명


100만원


최우수상


사 진


포스터


각 50만원


2명


1명


우 수 상


5명


4명


각 30만원


장 려 상


22명


6명


각 10만원




29명


11명


800만원


41명



 

공모 규정

 

1. 모든 수상작의 저작권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 귀속

2. 응모작은 순수 창작물이어야 하며, 시상 후 표절이나 모방 등이 밝혀질 경우 수상 취소와 상장 및 상금 환수

3. 타인의 초상권 및 지적 재산권 침해 작품 또는 타공모전 출품 작품은 응모 불가

4. 사진 분야의 경우 공모전의 특성상 과도한 합성과 후보정은 입상에서 제외

5. 작품의 초상권 및 저작권 문제 발생시 출품자 책임

6. 사진 분야 입상자는 촬영 필름 혹은 디지털 원본 파일을 제출, 미제출시 입상 취소

7. 응모작이 심사 기준 및 수준에 미달할 경우 수상작 미선정

8. 수상작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홍보사업 및 포스터 제작 등에 활용되며, 필요에 의해 수정 혹은 변형하여 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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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의 아이들 - 부모를 한국으로 떠나보낸 조선족 아이들 이야기 문학동네 청소년 8
박영희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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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 삼십 단을 이고 / 시장에 간 우리 엄마 /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 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 …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빈방에서 훌쩍거리며 행상을 나간 엄마를 기다리는 소년의 애처로운 모습이 자꾸만 생각나 가슴을 시리게 한다. 생계를 전담하는 엄마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시인의 소년 시절의 슬픔을 담은 ‘엄마 걱정’에는 고스란히 배어 있다. 돌아 올 엄마를 기다리는 소년의 고독과 두려움은 엄마가 제자리로 돌아옴으로써 스러져버리겠지만 기약 없이 떠나버린 엄마를 그리워하며 지내야 하는 만주족 아이들의 일상은 참담함에 쓸쓸함을 더할 듯하다. <<만주의 아이들>>은 부모를 한국으로 떠나보낸 뒤 조선족 학교 기숙사에서 단체 생활하며 가슴에 상처를 안고 외롭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만나 취재한 기록을 현장의 목소리로 르포 형식에 담았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만주에 사는 조선족들에게도 ‘한국 바람, 간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린다는 명분을 내세워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찾는 부모가 늘어났다. 친척집에 맡겨지거나 오갈 데가 없는 아이들은 조선족 학교의 기숙사에서 집단생활을 하며 외로움을 견디고 어린 나이에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법을 체득할 수밖에 없다. 비자 연장을 위해 잠시 들른 부모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를 묻기는커녕 성적 향상여부부터 물어 자녀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때가 종종 있다. 얼굴도 잘 생가나지 않는 부모를 기다리며 고통 속에 나날을 보냈을 아이들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 줄 사람은 부모일진대 자본을 축적하는 일에 골몰하고 있는 부모들이 자식들의 마음을 헤아릴 만한 여유는 없어 보인다.

"엄마가 한국에 나간 뒤부터 무섭단 말임다. 저도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봐설랑 쪼매 아꼬망, 한국은 절대 안심할 나라가 아이잖습네까. 이혼을 마치 금메달 따는 대회처럼 한단 말임다."(44쪽)

 이혼율이 급증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익히 알고 있는 아이는 가정 붕괴와 해체로 외톨이로 남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강을 건너는 시련을 예상하고 그것을 두려워하며 불안에 떨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혼·결손 가정이 급속도로 증가하자 심양시의 한 중학교 교장은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이곳에 남아 달라는 간곡한 메시지를 전했다니 조선족 가정의 위기는 수위를 넘어 서 보인다.


   광활한 만주 벌판에 정착하여 삶의 뿌리를 내리고 살던 조선족들이 맞닥뜨린 문제는 어른들의 선택으로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점점 민족성까지 잃어가는 모습을 보는 듯해 안타까움이 더한다. 동북아 공정의 일환으로 조선어 사용 금지를 내세워 중국어 사용을 강요하는데다 점점 빠져나가는 학생들로 운영마저 힘든 조선족 학교의 실태를 엿보며 점점 자본에 잠식당하는 민족이 위태로워 보인다. 부모에게 버림 받은 상처의 골이 깊어갈수록 치유 불가능한 마음의 병을 안고 사는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비관하여 잘못된 길을 걸을까 염려스럽기도 했다. 고모가 있어 다행스러운 효범이는 학업이 우수해야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며 스스로 무장하여 자기 방어책을 찾아가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웠다.

 

   조선족 자치주 주도인 연길시는 조선족 고유의 문화를 지켜가는 모습과는 괴리된 가족 윤리 붕괴와 성 도덕의 문란이 가중되어 이혼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변해버렸다.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으로 나가는 비행 청소년 같은 어른들이 많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미혜의 말은 지금 조선족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것을 돌보기보다는 물질적 재화를 얻기 위해 낯익은 곳을 벗어나 허영을 충족하려는 움직임은 지금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한국행을 돕는 브로커가 야욕을 앞세워 사기 행각을 벌이고, 한국행 비자를 얻기 위해 사기 결혼을 하여 자신의 이익만을 좇아 한 가정을 파탄 내는 일들을 보면서 인간의 본지에 대해 회의를 품는다. 목단강 4층 합숙소에는 부모를 멀리 떠나보낸 아이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전기장판이라도 틀아 추위를 녹이고 방과 후 학습으로 배움의 길을 열어 갈 수 있다는 데 위안을 삼으며 지내고 있었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살 길이 막막해 지자 아들과 함께 한국으로 시집 온 엄마는 지금 학교 급식소에서 일을 하며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고 있어 적이 안심이 된다. 여느 때와는 달리 자율학습 감독을 마치고 늦게 돌아 온 엄마를 보고는 보고 싶었다며 달려 와서는 안기는 아들을 보면서 엄마 얼굴도 잘 기억 못한다는 조선족 아이들의 얼굴이 생각나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자신의 선택 의지와는 달리 돈을 벌기 위해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길을 떠난 엄마를 기다리다 그리움만 가슴에 켜켜이 쌓아두고 지내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생일날 엄마가 끓여 준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을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라는 어린 소년의 말은 고통 받는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길은 사랑의 힘을 보태는 일밖에 없을 듯하다. 가정이 흔들리면 다른 상부 조직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들이 한탕주의로 흘러 돈의 하수인으로 살기보다는 근원적인 궁핍을 해결하기 위해 대안을 세워 가족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생활을 지원하여 자력갱생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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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
주경철 지음 / 사계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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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낡은 사진첩을 들추며 추억 속 아련한 향기를 맡으며 깨알 같은 글씨로 새겨 놓은 시간 속에는 앳된 소녀 시절의 역사가 담겨 있다. 가끔은 사진을 붙이고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며 나만의 기록물로 남겨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일을 서슴지 않을 때도 있었다. 크고 작은 시대적 경험 속에 융해된 감수성은 서정 시인으로 변모해 어쭙잖은 글을 남기며 개인의 역사를 창조해 갔다. 일반적으로 역사는 사람들이 살아가며 남긴 흔적을 되짚어 보며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객관화된 사실 중심의 사건을 따라잡기에도 힘겨웠다. 이름부터 낯선 정체불명의 나라의 지명과 정치가들의 이름을 외우기에도 버거웠던 세계사 시간은 지금도 떠올리고 싶지 않은 수업 시간 중 하나로 자리한다. 하지만 세계사를 공부하는 시간에 문학 작품을 펴 두고 학문 간 소통하는 시대적 배경과 인물을 둘러싼 맥락을 꿰뚫어 토론하며 재해석한 책, <<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는 어렵다고만 여겼던 세계의 역사를 쉽게 풀어 줬다. 지난 시대의 전체적인 모습을 조망하며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정서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연구는 문학 작품과 역사적 사실을 아우르고 있다.

   부조리하고 불온한 시대일수록 부정적 상황은 도처에서 벌어져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을 일으키고 그 일에 연루된 이들이 희생되고 마는 일들을 역사 속에 보아 왔다. 그럴 때마다 문학은 시대적 아픔을 작품 속에 용해해 당대를 살아가는 이들 뿐 아니라 후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통찰력을 키워줬다. 현명한 노예 이솝은 당대에서 중시하던 도덕적 덕목을 우화 형식에 담아 넌지시 알려 주던 <<이솝 우화>>를 통해 세상을 지혜롭게 사는 일이 쉽지만은 않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문학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통시적 고찰 아래 놓인 역사적 배경이 문학 속에 깃들어 있는 부분을 간명히 소개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방식으로 귀결하는 글은 균형 감각을 더한다. 피는 피를 부른다는 말처럼 원시적 복수의 연쇄를 끊고 공적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는 신과 인간 모두 법질서를 지켜야 함을 정당화한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는 그리스 시대 절대적 규칙을 정했던 역사의 이면을 가늠케 한다.  

 
  상상력으로써 인간의 감정과 사상을 표현하는 문학에 여러 유형으로 나타나는 사랑은 행복한 삶을 사는 인간의 일상에 촉매로 작용한다.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트리스탄과 이즈의 곡진한 사랑은 중세의 봉건적인 인습을 뛰어넘은 사랑의 힘으로 비춰진다. 14세기 흑사병 창궐로 수많은 이들이 맥없이 스러져 갈 때 피렌체 양갓집 남녀 10명이 흑사병을 피해 간 곳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열흘 동안 내놓은 이야기를 묶은,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인간의 실존에 대한 탐구서가 되었다. 거역할 수 없는 운명에 휘둘릴 수도 있는 인간이지만 운명에 굴복하지 않는 의지로 역경을 헤쳐 나가는 지혜 속에 스스로 어떻게 행동하며 살아야 하는지 답을 주고 있다. 개선 가능성이 없는 심각한 사회 모순이 프롤레타리아 혁명인 러시아 혁명을 초래한, 푸시킨의 <<대위의 딸>>은 농민들의 처참한 삶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프랑스 혁명은 자유와 해방을 가져왔지만 쿠테타로 권력을 장악하고는 스스로 황제임을 선언한 나폴레옹의 억압을 불러왔다. 힘과 권력으로 여성들 위에 군림하며 여성들에게 자아를 말살토록 강요하던 영국 사회의 남성적 시각을 개선하여야 함을 <<코린나>>에서 넌지시 밝히고 있다. 국가를 대리하여 해외 사업을 수행한 사업가로 민족적 영웅으로 떠오른 초기의 해적이 제국주의자로 변신해 이민족을 침략해 보물을 빼앗아 부를 쌓는 소년의 이야기인 스티븐슨의 <<보물섬>>은 해군 제독이 된 해적 드레이크에서 그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이와는 달리 국가로부터 적으로 취급받으면서도 문명 세계를 등지고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사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에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에 대해 깊은 성찰을 담았다. 미군이 멕시코를 공격해 전쟁을 일으킨 사실에 반대하며 양심대로 살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깨끗하고 소박한 삶을 이어 왔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친구들과 만나 서면의 극장에서 봤던 영화,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이 연출한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연기 속에 숨어 있는 아버지의 사랑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상대를 죽여야 이기는 전쟁과 홀로고스트로 불리는 유대인 대량학살의 잔혹함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것을 넘어 아들의 동심을 지켜주고 싶은 아버지의 사랑이 달달하게 녹아 있었다. 죽음의 수용소인 아우슈비츠 감옥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경험을 담은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에서는 생명 연장을 위해 치열하게 투쟁하느라 절대 고독에 시달리며 공포에 떨었던 시간을 작품 속에 반영하여 후세인들에게 반성의 시간을 준다. 히틀러를 위시한 우월주의에 젖어 광기어린 탄압을 해 온 독일인들의 잔혹한 학살을 쥐에 담은 만화는 진실 너머의 문제를 고민하게 만든다. 미국 경제가 대공황을 겪던 시절 극심한 가뭄과 농업구조의 변화로 땅을 잃고 서부로 이주해 간 소작농들의 삶을 다른 작품,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는 생명체가 공존하기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피를 팔아 한 가족을 부양하는 허 삼관의 눈물겨운 삶을 다룬, 위화의 <<허 삼관 매혈기>>는 문화 대혁명을 살아 온 가장의 슬픈 인생은 자신의 기(氣)를 빼내서 가족을 살리는 끈끈한 사랑 아래 버티고 서 있는 책임감이 눈물겹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로 발전적인 미래를 위한 지평을 열어나가는 길에, 문학은 역사적 사건을 작품 속에 발현하여 보편성을 얻어 생명력을 더하고 있다. 지금은 실존하지 않지만 살아 온 자들이 남긴 발자취를 더듬어 현재를 반성하고 내일을 구상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문학 작품은 영향을 끼친다. 프로이센과의 전쟁 후 많은 상처를 입은 프랑스 국민들이 한 민족의 노예가 되더라도 모국어를 간직하는 한 정신까지 앗아갈 수 없다는 점을 담은 <<마지막 수업>>은 패권주의에 물들어 민족적 정체성을 잃어가는 청소년들에게 삶의 좌표가 될 듯하다. 무엇보다 자신이 삶의 주체로 우뚝 서기 위해 과거의 모든 일은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존재해야 할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의 어깨 위에 올라타고 앉아 그를 괴롭히면서 내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먼저 살펴야 할 것이다. 그 사람 역시 자신의 계획을 추진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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