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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편견
손홍규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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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견이라는 단어가 지닌 부정적인 의미를 떠올리며 책을 읽기 시작한 뒤 오래지 않아 편견은 일상 속 다양한 생각을 담은 통찰로 비춰졌다. 중앙지에 기고하던 글들 중 추려 뽑은 단상들 속에 융해된 편견은 양심에 걸맞은 소리를 내는 용기로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는 공정한 판결을 내리는 긍정적인 행동으로 집약되었다. 1부 시간이 지날수록 초라해지는 목록, 2부 선량한 물음, 3부 바느질 소리, 4부 다정한 편견이라는 소제목 아래 실린 A4한 페이지 분량의 글은 쉽게 읽히지만 깊은 생각으로 이끈다. 역사의 발전은 퇴조하여 극우 보수 세력들이 활개를 치는 시대에 진보적인 언행으로 사회적 제약을 받을 수도 있는 생각을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이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설정하고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로 세상을 바르게 살피며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가는 이들이 있어 세상은 희망적이다. 무너져야 할 것들이 여전히 버티고 서있어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할 때도 있지만 억압에 맞서 저항해 나갈 때 불복종의 힘은 발휘될 것이다. 진리라고 여기며 살았던 가치들이 산산이 부서져 명맥만 유지된 채 이 사회에 존재하는 현실을 직면할 때마다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외치며 거리로 몰려들었던 독재 정권을 복원한 듯한 시대로 회귀한 것 같아 음울해진다. 감상적인 울분을 토로하며 소시민적 삶을 탈피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비애를 안으로 삭이며 지금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떠올려 본다.

 

  벽촌에서 나고 자란 유년 시절의 소소한 기억들을 융해하여 서술한 대목에서는 동시대를 살아온 옹색한 살림살이가 떠올라 서로를 연민하며 다독거리는 행색을 떠올리느라 머릿속이 바쁘게 움직였다. 내리 사랑의 진수를 보이며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놓을 줄 알았던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O자로 굳어진 다리로 어정쩡하게 걷는 노모의 모습을 연상케 하여 처연해진다. 살갑지 않은 태도로 데면데면하게 지내온 모녀 지간이라 손을 마주 잡고 걸어본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성년 이전의 과도기라 불릴 만한 청소년기부터 도회로 나가 새로운 문물을 접하며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고군분투하며 지내는 사이 강퍅한 서울에서의 생활은 예나 지금이나 엄연히 존재하였던 모양이다

 

   “왜 사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살 이유를 모르겠어요.”

   라고 말하며 눈을 내리깔고 앉은 고2 아들의 힘없는 소리에 흠씬 놀라 생명체로 태어나 스러질 때까지 우리는 열심히 살아야 할 당위성을 지닌 존엄한 개체임을 강조해 보지만 아들은 시큰둥했다. 치열하게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의 좌절감이 뿜어내는 냉소는 곳곳에서 묻어났다. 헛된 욕망을 좇다 절망 속에 죽어가는 일보다는 스스로 삶의 가치를 일깨우며 나만의 역사를 만들어 자신을 바로 세우는 일이 절실한 요즘이다. 파킨슨병을 앓는 구순의 소설가가 형형한 눈빛으로 신념을 굽히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적절히 타협하고 안일하게 지내온 것은 반추하는 시간은 순연한 자신을 회복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가난한 자들 곁에 머물면서 의술을 베풀다 떠난 고 장기려 박사가 남긴 유품은 행동하는 실천가로 우리들 가슴 속에 오랫동안 남아 소신 있는 삶을 살아가는 일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운다

 

    ‘삶이란 그처럼 낯선 사람과 풍경 속으로 자신의 길을 내는 것이 아니던가.’ (112)

    인생이라는 긴 항해를 계속하면서 돌연한 일들로 쉽지 않은 생활을 잇다가도 또 다른 변수로 그럭저럭 살아온 삶이 일상의 풍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와 자아가 서로 조응하지 않을 때에도 다른 시선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역사를 새기며 살아간다. 다음 생을 약속하며 현재에 회한을 남기기보다는 지금 행할 일을 실천하며 나답게 살아가는 일이 긴요함을 알아차리며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의 마중물을 붓는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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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친 슬하에 올망졸망 깃들어 사는 친구네를 부러워하며 지냈던 아동기가 떠오른다. 아버지 없는 빈자리를 채우며 생업에 뛰어든 어머니는 시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실천력으로 한 집안의 가장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느라 고단한 시간을 메워야 했다. 편중됨 없이 균형 있는 생활이 유지되는 평범한 가정을 이루며 사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 사람의 부재는 또 다른 이의 희생과 베풂 아래 빈자리를 채우며 안간힘을 쓸 때 일상적 삶은 영위될 수 있음을 알아차렸다. 살다 보면 우리네 삶이 최적의 선택과 결정보다는 불가항력적인 결정대로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왕왕 벌어진다. 작은 개체인 점들이 모여 하나의 연결 고리인 선으로 이어져 크고 작은 영향 아래 놓여 또 다른 파장을 불러일으켜 은폐된 진실을 규명하려는 움직임으로 이끌기도 한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들어온 이복동생 신하정을 숙명처럼 받아들인 신기정 어머니는 의탁된 미성년자를 돌보는 일로 책무를 다하는 것처럼 여겼고, 졸지에 언니가 되어버린 그녀는 동생과 데면데면하게 지내기 일쑤였다. 가면을 쓰고 각지 처한 환경과 상황에 걸맞은 역할 수행으로 무탈하게 지내는 삶을 잇던 중 돌연한 사고는 점점이 떨어져 있던 이들을 하나의 선으로 결박하여 인간의 품위를 짓밟고 만다. 날 때부터 특별한 부와 권력을 쥐고 태어난 원도준이 도난 사고의 중심에 선 이유 중 하나가 훔치지도 않은 물건을 훔쳤다고 소리치는 주인아줌마를 향한 복수심의 발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신기정은 아연실색하면서도 그동안의 교직 생활을 반추하였다. 피교육자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진실을 받아들이는 일보다 그들의 소리를 차단하고 편의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순응 잘하는 학생들로 길들여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며 위선적인 행동을 성찰하였다.

 

   고립된 섬처럼 찍힌 작은 점에 지나지 않았던 동생의 죽음은 그녀의 죽음이 배태하는 슬픔이나 그리움 대신 생전에 잘해주지 못하였다는 부채감으로 어떤 사연이 죽음으로 치닫게 하였는지 알아내야한다는 의식이 강해졌다. 동생의 죽음을 추적하던 중 동생이 남기고 간 통화 내역서에 수차례 찍힌 발신인 번호를 발견하고는 죽음의 단서를 찾아 나섰다. 사회적 약자에게 다가가 단기간에 목돈을 만질 수 있다고 유혹하여 하부로 삼는 구조망으로 연결된 먹이사슬에 지나지 않는 다단계 수업에 걸려든 게 포착되었다. 연락의 실마리를 찾아 다단계 물꼬를 트고 는 서로에게 덫을 놓아 먹이사슬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종국에는 인간관계까지 파괴시켜버리는 다단계 수법의 그물망은 약육강식의 비정함을 표면화하였다. 독립된 개체의 점조직들이 상부와 하부로 나뉘면서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서로를 잠식하는 연결고리에 지나지 않았다.

 

   가스 폭발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하며 윤세오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딸에게 사랑을 베푼 아버지를 빼앗아간 원흉을 찾아 응징하려는 복수심이 마음속에 크게 자리하였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줄곧 함께 지냈던 아버지의 부재는 골방에서 갇혀 지내던 생활을 청산하고 새로운 생활을 시도하며 현실을 살아내기 위해 나서야했다. 채무 이행 독촉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아버지의 죽음 이면에 자리하는 사채업자의 주구인 이수호의 행방을 추적하며 지니고 있던 장도리로 그의 머리를 가격하여 죽이려는 윤세오의 살의는 보라색 트렌치코트를볼 때마다 굳어졌다. 세상 곳곳이 돈에 저당 잡힌 채 연명하는 전당포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뒤부터 그녀 역시 괴물로 변해갔다. 조미연이 윤세오를 끌어들이고 자신은 빠져나간 자리에 세오는 부이를 끌어들였고 부이는 다시 일면식이 있을 뿐인 하정을 끌어들여 하부로 삼았던 일은 악의 연결 고리를 끊지 못한 채 기생하는 삶을 배격하지 못하는 폭력의 그림자를 응시하게 된다. 윤세오를 만났지만 그녀의 말을 밀어낼 정도로 또렷한 의식으로 자신을 무장하며 지내온 부이는 의과대학생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홀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였다.

 

   프랜차이즈 점포 개발 방식 중 보편적인 점선면의 법칙처럼 한 점에서 시작해 일정한 선을 만들고 일정한 선이 모여 면을 만들어가는 식으로 체계적인 유통물류 방식과는 차별화된 다단계 사업의 허구성이 한 개인의 파멸로 입증되었다. 자본을 독식하려는 소수의 비대화는 이루어질지언정 대사수의 약자는 피해의 골이 깊어져 회생 불능의 상태에 귀착되는 현실은 익사채로 발견된 신하정과 사채업자의 전횡과 폭력에 짓눌려 목숨을 잃은 윤세오의 아버지는 죽음으로써 악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었다. 무소불위의 권력과 횡포 아래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기에 극단적인 선택으로라도 자신의 소리를 냄으로써 세상의 어두움을 걷어내는 일에 희망의 빛을 투사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크고 작은 연결고리로 이어진 생명체의 부음을 들을 때마다 망자와의 함께 했던 인연을 떠올리며 잘해준 것보다 못해준 게 늘 마음에 걸렸다. 잘 지내냐는 안부 전화에 시큰둥하게 반응한 것부터 그곳으로 간다는 소리에 어디 외출 중이라 핑계 대며 편의성을 찾은 일 등이 회한으로 남는다. 사람들 사이의 다정한 위로와 사소한 웃음이 인간관계의 질을 향상시키고 서로를 성장시키는 동력으로 자리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게 되지만 윤세오가 상상하는 세계는 인간적인 풍경과는 점점 멀어져 갔다. 양심을 짓누르는 무게에 휘청거리면서도 노모에게 착한 아들이었던 이수호의 선혈이 낭자한 죽음은 또 다른 채무자의 거대한 분노 앞에 무력한 존재의 삶을 일단락 짓게 하였다. 가학적인 폭력으로 피해의식을 부추기며 자유롭게 숨 쉬고 뜻한 대로 움직이며 살아갈 힘까지 앗아가 버린 악인들의 행동은 거대한 자본의 힘에 굴종하여 기생하는 삶을 잇는 선들의 법칙이었지만 이들은 하나의 연결고리로 유대하고 연대하여 공공의 선을 실현하는 일에는 실패하였다. 가족이 함께 밥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마저 유기한 채 지내온 시간들을 복원할 수 없기에 지금부터라도 구성원들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묻고 응대하는 가운데 소원해진 관계는 서서히 회복될 것이다. 신기정이 신하정의 죽음의 궤적을 좇아 외로운 삶을 끝낼 수밖에 없었던 인생을 연민하면서 진정한 애도를 시작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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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 초입인 마흔 고개를 넘으면서 회복 탄력성은 떨어져 생기 있게 움직이며 지내던 30대와는 달리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변화를 자주 느끼던 중 생애 전환기 건강 검진 대상자에게 통지되는 안내문을 받았다. 국민 건강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질병 치료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행하는 검진을 받기 위해 인근 도시의 종합병원으로 향하였다. 같은 연배의 검진 대상자들은 검진 표를 들고 순번대로 움직이며 검사에 응하였다. 위내시경 수면 검사를 받고 깨어났을 때 담당 의사는 위에 용종이 발견되어 그것을 따로 떼어내 조직 검사를 해야 한다며 그 결과는 열흘 뒤에나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생각지도 못한 조직 검사는 비극적인 상상을 불러일으켜 평정심을 유지하기는커녕 극심한 공포에 짓눌려 결과가 나오기까지 애간장을 졸여야 했다. 암으로 판명되어 항암 치료를 받는 고통보다 어린 자식들이 눈에 밟혀 잠을 이루지 못했던 시간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결과는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서른도 안 된 데이지의 암 재발은 불가항력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재앙처럼 여겨졌다.

 

   스물세 살의 데이지는 불의한 사고로 다친 팔을 치료하던 종 종양을 발견해 종양 절제술 이후 항암 치료를 끝내고 무탈한 일상을 회복하여 부부는 신혼의 행복을 찾아갈 것처럼 보였다. 수의사로 동물들을 치료하고 돌보며 수의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잭과 심리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데이지는 타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학위 논문을 완성하고 대학원을 졸업한 뒤 부부는 사랑의 열매인 아기를 가지려고 했지만 가혹한 운명의 신은 예고 없이 유방암 재발과 다른 기관으로 암이 전이돼 길어야 4~6개월이라는 시간을 유예했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계획을 행할 수 없는 시간이 긴박하게 다가선 만큼 부부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파고를 억누르며 성숙한 언행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암 재발을 막기 위해 했던 일련의 활동들이 무위로 돌아가 허탈감에 젖을 새도 없이 데이지는 햇빛에 스러지고 말 이슬처럼 사위어갈 목숨을 부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홀로 남겨질 잭을 위해 그의 아내를 구하는 계획을 실행하였다.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전문가이지만 아내의 손을 필요로 하는 일이 많은 남편의 성향을 이해하고 부족함을 채워 줄 새 아내를 구하는 일은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선고였다. 남편의 새 아내에게 필요한 자질을 챙기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편의 사진을 올리는 아내의 비통함에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잭이 혼자 남으면 어떻게 될까?’

  데이지의 염려와 고민은 치료 불능의 상태에 이르고 만 자신의 고통에 귀착하기보다는 홀로 남을 남편의 원활한 생활에 집중되어 있었다. 생자필멸(生者必滅)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유한한 인생에 대한 통찰로 생에 집착하기보다는 스스로 남은 삶을 정리하면서 살아남은 자를 배려하는 데이지의 넉넉한 마음은 남편의 새 아내를 구하는 요건에서도 드러났다. 그녀는 교감하며 지내던 케일리와 함께 잭에게 걸맞은 아내를 구해주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낼 때도 있지만 기저에는 슬픔의 깊이가 더한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뒤 데이지는 돌연한 교통사고로 남편을 여의고 딸을 키워냈던 그녀의 외로움을 통찰하며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는 성숙함을 보였다.

 

   고작 스물일곱! 공부 때문에 미루어 두었던 일들이 줄지어 서있는 원하는 바를 접고 오로지 한 가지 일을 계획하는 동안 데이지의 바람은 잭이 잘 지낼 수 있는 있는 방안을 찾는 일에만 집중하였다. 곁에 있을 것이라 여겼던 한 사람이 사라지고 난 뒤의 불가피한 현실을 준비할 수 있도록 그를 밀어내는 그녀의 행동은 남은 정을 떼려는 의도처럼 비춰져 처연함이 더했다. 심사숙고하여 잭의 배우자로 결정한 패멀라는 남편과 함께 강아지 구조대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벌여온 사이다. 둘의 친밀함을 토대로 상상해내는 세상은 자신이 채울 수 없는 단란한 가족의 일상이 갖는 쓰라린 즐거움이었다.

 

   생명적 유기체는 누구든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으로 향하는 여정에 놓여 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이틀이 멀다하고 접하는 부음(訃音) 중에서도 젊은 생명이 제 빛을 발하기도 전에 세상과 결별하였다는 소식은 헛헛함에 휩싸이게 한다. 스물 셋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제자의 상가를 찾았을 때 남은 식구들과 친구들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오열하는 진풍경은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척의 광경이었다. 다양한 죽음을 목도하면서 슬픔에 젖을 때마다 불가항력적인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아가야할지 고민한다. 순연한 흐름으로 죽음을 수용하며 남은 자들을 배려하는 넉넉한 사랑은 견지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불평을 늘어놓기보다는 푸념을 거두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부터 시작하고 싶다. 데이지와의 짧은 결혼 생활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며 살아갈 잭의 입가에 번지는 엷은 웃음은 인연의 고리로 잔잔한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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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하지 말고 선점하라 - 나는 어떻게 1등 프랜차이즈를 만드는가
강훈 지음 / 다산3.0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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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들어도 매너리즘에 젖지 않고 가지 않은 길을 도전하며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은 강렬해졌다. 편안하고 쉬운 길을 걸으며 현실에 안주하는 삶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기보다는 굳건히 서서 힘을 모으는 일은 생존의 당위성을 더하는 일련의 활동 중하나다. 스타벅스에서 일하다 할리스 커피카베베네로 토종 커피 브랜드 프랜차이즈를 창업하여 토종 브랜드로 키워낸 <<카베베네 이야기>>를 이전에 읽어서인지 그의 도전이 낯설지 않다. 편안하게 돈을 모을 수 있는 길을 마다하고 망고를 주재료로 한 새로운 브랜드 망고 식스로 음료 시장이 트렌드를 선도하여 온 과정이 책 속에는 융해되어 있다.

 

    우물 안 개구리식 사업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감동과 행복을 전하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을 궁극적 목표로 망고 식스를 연 강훈 대표의 경험은 성공적인 사업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준다. 망고가 나지도 않는 곳에서 망고 음료로 승부를 거는 일에 승산이 없다며 만류할 때도 그는 무모해 보이는 도전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자산으로 자신 안에 있는 두려움을 제거하고 나섰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굴지의 음료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키워낸 성과는 사상누각이 아니었음을 입증한 만큼 마음먹은 일을 주저하지 않고 행하는 일부터 시작하였다.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재단하기보다는 도전함으로써 경험으로 알 수 있는 길을 그는 선택하였다.

 

   할리스 커피 창업 시절부터 그는 국내 브랜드를 해외에 진출시켜 널리 알리는 비전을 잊지 않았다. 기존의 카페베네 해외진출보다는 새로운 글로벌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다짐하고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는 카페를 찾아 직접 맛보고 관찰하며 소비자들의 기호를 알아 그들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일로 차별화된 아이템을 발견하였다. 시간에 쫓기는 관광객들이 홍콩의 디저트 전문점인 허유산의 망고주스를 사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모습에 착안하여 망고를 선택한 그는 망고 주스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 갔다. 주스가 많이 팔리는 계절의 한철 장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계절 내내 찾을 수 있는 공간인 디저트 카페를 위해 따뜻한 커피와 차 종류까지 포함하는 메뉴로 고객들에게 다가갔다.

 

   매장수가 적을 때는 점선면의 법칙을 따르며 브랜드 홍보에 효율적인 방식으로 매장 수를 늘려 눈에 잘 띄는 방식을 추구하여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갔다. 20퍼센트 정도 시장이 형성되어 있을 때 새로운 수요 창출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본 저자는 기존에 있는 것들을 구성하고 해체하여 재구성한 결과물로 창조의 원천으로 삼았다. 오더 메이드 방식을 도입하여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하여 주문 즉시 만들어내 젊은 고객층의 호응을 끌어냈다. 신생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적절한 타이밍을 포착해 모아 둔 자금을 부으며 드라마 PPLCF제작 등의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효율성을 높여갔다. 신사의 품격 드라마에 투입된 망고식스 PPL 작업은 투자 대비 높은 수익을 창출하며 망고 식스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갔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할 때 트렌드가 된다.’

   고릴라 캐릭터 망식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는 SNS 사용자들의 움직임은 자발적인 홍보 효과를 낳아 마케팅 전략을 선점해갔다. 직원이 개발한 메뉴를 미리 먹어보고 평가하지 않음으로써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창조적 기반을 다지는 일에 주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갔다. 특별한 맛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하는 실패의 경험 역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가운데 남보다 먼저 시도하는 경험으로 누적될 때 혁신적인 맛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음료 시장의 개척지로 떠오른 중국에서 현지 파트너를 찾아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을 도입하여 가맹점을 열기까지 걸린 4년이라는 시간은 그가 몰두한 목표에 부합하는 실천력을 입증하는 성과로 남는다. 대식가인 중국인들의 기호에 걸맞은 음료 사이즈를 생각하였고, 음료를 시킬 때 디저트까지 주문하는 소비자들의 경향을 고려해 디저트 메뉴를 개발해 현지인들의 호감을 끌어냈다

 

   중국을 넘어 미국으로 진출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였지만 현지화 실패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지만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것으로 여기고 철저한 준비로 미국 본토 진출을 위한 계획을 재수립하였다. 현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트렌드를 관찰해 이를 공략 포인트로 삼아 집중 투자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려는 노력은 직원을 고용할 때도 적용해갔다. 창업주와 오래 갈 수 있는 사람을 뽑는 일에 주안점을 두고 능력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를 고용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했고, 타인에 의존하지 않는 진짜 주인으로 자리할 수 있게 돕는 교육으로 사업 파트너를 찾아 갔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아버지의 가르침과 다양한 길을 열어 갈 열쇠를 쥐고 있는 독서를 통해 현안을 해결해 간 저자의 시도는 조금 힘들다고 포기하고 체념하는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당부하고 있는 듯하다. 초심을 잃지 않고 신뢰를 쌓으며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사업 도전가의 여정은 힘겨워 보이기도 하지만 진짜 주인으로 자리하는데 큰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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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없이 사랑하고 싶다 - 사랑하지만 상처받는 이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박규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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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태어나면서부터 관계를 형성하며 사는 이들이 통과의례처럼 겪어야 할 일련의 일들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배태된다. 고립되어 살 수 없는 상황에서 타인과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하며 사는 일이 쉽지 않기에 많은 심리학자들은 관련 도서를 발간함으로써 관계 지향적인 삶에서 놓쳐서는 안 될 것들을 무게감 있게 담았다. 자신의 고유한 생명력과 자율성을 유지하며 타인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여 발전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조명이 필요할 때 제 기능을 발휘하며 사는 일이 쉽지 않음을 절감한다. 건강한 자기애와 자존감은 긍정적인 나르시시즘으로 모든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행동기제로 작용하지만 지나친 자기중심적 성격은 열등감과 오만함으로 사랑하는 이들에게 파멸을 줄 가능성이 높다.

   균형을 잃을 정도로 자기애가 강한 자기도취자들은 사랑하는 이들과의 조화로운 관계 형성이 힘들다. 자기 가치감을 조절할 능력을 상실하기 쉬우며, 대인관계에 지나치게 예민하고 다른 사람을 수단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견지하는 확고부동함으로 타인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허세로 일관하는 외현적 자기도취자, 예민한 감수성으로 타인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한 채 망설이거나 거절당했던 경험으로 굴욕감에 치달아 있는 내현적 자기도취자로 분류된다. 자기애적인 인격 장애는 긍정적인 가치-성공칭찬인정애정 표현-를 회복함으로써 바람직한 인간관계 형성을 위한 자양분을 쌓아 갈 수가 있을 것이다. 자기중심적이고 스스로에게 과잉된 애정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공감하는 능력을 배우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한다면 이지러진 관계 회복은 가능해 보인다.

   타인은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받아들이기 힘든 단점은 남에게 투사하여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이상을 만족시켜주지 못하면 충동적으로 치달아 공격성을 드러내기 쉽다. 관계 맺기의 두려움을 은폐하기 위해 강한 자존심으로 자신을 포장하며 보호막을 치는 이들은 정체성 문제에 혼란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중에는 어린 시절 내면에 핍박받는 신데렐라가 내재하고 있어 자신의 주변 세계를 거둬들이는 확장된 자아를 상대방으로부터 만들어 내려고 하여 관계 장애를 유발하는 경우가 있다.

   유아기 때부터 경험한 인간적 상호작용의 유형을 통해 현재의 우리 모습은 결정되었다고 보는 이들에게 성격 형성은 내적 투사와 내면화, 동일시의 세 유형으로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역기능적 인간관계 형성은 피그말리온 역동성과 맞닿아 상대방을 자신의 생각에 맞춰 만들어가려는 경향이 강해 긍정적인 관계 모색은 힘들어진다.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거부당했던 경험은 자기애적 역동성으로 나타나 상대방의 독립과 자율성을 인정하는 관계 형성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반복된 인정과 수용으로 형성되는 자기 신뢰로 사랑하는 관계를 받아들여 서로가 질적으로 성장하기 위해는 신뢰를 바탕으로 자기 내면의 아이를 존중하고, 중요한 유기체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일이 필요하다. 서로 평등한 관계를 바탕으로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며 자기 자신을 찾아 가려는 걸음을 내디딜 때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걸림돌로 작용할 자기애적 부분을 제거하여 갈 수 있을 것이다.

   만나서 소통하고 싶은 이들과 교류하며 살기보다는 불가피하게 만나서 함께 생활하여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로 사랑하고 있어 화목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결혼하였지만 행복하지 않은 생활이 이어져 남녀의 사랑에 대해 회의마저 들 때가 흔하다. 타인의 말에 공감하지 않으며 자신의 뜻만을 관철하려는 이기적인 자기애로 자신을 멋지게 포장해 줄 상대로 배우자를 선택하였다면 한쪽이 갖는 정신적 피폐는 생활의 균형을 앗아가고 만다. 다양한 사연으로 심리 치료를 받은 상담 사례를 보면서 사랑한다면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배려하는 가운데 이해를 증진하여 갈 때 상처 없이 사랑하는 이들의 관계로 정립되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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