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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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되뇌며 살아서인지 복종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표면적 의미에 대한 거부 반응이 있어 왔지만 한용운 님의 복종(服從)’ 시를 암송하면서 단어의 이면적 의미에 주목하였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시적 화자인 나는 여러 의미로 불리는 당신에 대한 복종으로 자유보다 더 큰 존재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자발적 복종의 의미를 발현하였다. 타의에 의한 복종은 고통스럽지만 자발적인 복종은 달콤한 행복을 줄 수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며 존재의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았던 시기를 지나 학위를 받은 뒤 학문의 정점에 올랐던 위스망스 전공자인 소르본 대학교 교수인 프랑수아는 스스로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다는 의식에 젖어 지내고 있다. 이른 나이에 교수가 되어 전문적인 직업으로 사회에 편입되었지만 후진들 양성과 학문적 궁구라는 소명의식도 없이 학부 여학생들과의 성적인 쾌락을 좇으며 지낼 때가 있지만 그것 역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 일쑤였다. 사랑이라는 감정도 없이 본능적인 행위를 일삼다 끝내는 권태로운 일상을 지속할 뿐이다. 그는 지금껏 삶의 동반자이자 충실한 친구라고 여겼던 위스망스 연구로 박사 논문을 발표하고 난 뒤 삶의 열정은 끝나버렸고 헛헛함만이 크게 자리하였다.

 

   인간의 탐심을 적절히 조절하여 사회를 형성하며 사는 인간들은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국가를 이루어 정치적 활동의 영향에 놓인다. 한 개인의 역사도 어떤 정치적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인생의 향방이 달라진다.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에서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과 이슬람 정당인 이슬람박애당 대표가 맞붙음으로써 극우 정권에 대한 위기감은 프랑스 전역에 팽배해졌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국민전선의 사회당과 이슬람 박애당이 맺은 밀약으로 이슬람 정권이 들어서게 되자 프랑스 사회에는 걷잡을 수 없는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 휩싸였다. 공립학교가 이슬람 학교로 바뀌면서 기존의 교수 중에는 거액의 은퇴 연금을 받고 교수직에서 물러나야 했고, 잔류 교수들은 이슬람으로 개종하였으며 베일을 쓴 여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육 환경에 놓였다

 

   삶에 이국적인 향취를 주는 여성과의 만남에 비중을 두고 살았던 프랑수아의 연애사의 정점은 미리암과의 사랑이 그녀의 이스라엘 이민으로 끝나버리자 그의 육신은 다양한 고독의 근원지로 자리했다. 교수직에서 물러나 파란의 가장자리를 벗어나 외곽에 자리한 호텔에 머물며 주어진 시간을 죽이며 일상을 보내는 일로 고독하게 지내다 위스망스 논문을 쓰기 위해 머물렀던 리귀제 수도원으로 돌아갔지만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말한 그의 낙담은 도처에 자리하였다. 피정이 실패로 돌아섰음을 감지하고 수도원 생활을 청산하고 떠났던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감행하였다. 살던 집으로의 회귀는 누벨 소르본 교수직 수락과 플레이아드 총서 감수를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발판이기도 했다.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 이슬람 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소르본 대학 총장은 적재 적소에 필요한 부인을 적절히 활용하는 이야기는 경직된 원칙주의에서 비껴나고 싶은 프랑수아의 바람을 돋우었다. 프랑스를 넘어 유럽 국가에서도 이슬람당이 패권을 장악함으로써 테러에 대한 공포로 확산되었고 이슬람 세계에 억눌린 위기의식은 팽배해졌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아버지는 어머니와는 다른 욕정을 새어머니와 해결하며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 것처럼 프랑수와는 이슬람교 개종식을 거침으로써 남편에게 헌신적이고 순종적인 여성이 주는 쾌락을 맛보고 싶어 했다. 재직하던 대학을 나온 뒤, 자신에 대한 의무라고 합리화하여 충분한 은퇴 연금으로 에스코트걸을 고용해 성욕을 분출하는 적나라한 행위에서는 욕정을 이기지 못하는 지식인의 고독한 몸부림은 원초적인 색욕의 그림자에 지배를 받는 지식인의 음울한 일면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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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 - 한국과 일본, 라면에 사활을 건 두 남자 이야기
무라야마 도시오 지음, 김윤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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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학이면 세 끼를 집에서 해결해야 하는 불편함으로 한 끼 정도는 면으로 해결할 때가 있다. 다양한 면이 나와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고 있지만 인스턴트식품이 갖는 부적합한 영양 성분 때문에 즉석 식품을 꺼려하는 편이다. 어쩔 수 없이 라면을 섭취해야 하는 경우 열량을 낮추고 몸에 안 좋은 성분을 거르기 위해 두 군데의 냄비에 물을 끓였다가 라면만 넣어 삶은 뒤 그 국물을 따른 뒤 새롭게 끓인 물에 스프를 풀어 라면을 완성한다. 자극적인 맛은 덜하지만 불가피하게 라면을 섭취하는 경우 이 방법을 따른다.

 

    세계 인스턴트 라면협회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 중 1위로 오른 한국은 지난해 1인당 연평균 라면 섭취량은 74.1개라니 날로 이채로운 라면이 출시되는 것만 봐도 라면 시장은 불황을 모르고 있다고 여길 정도다. 라면 마니아가 많은 만큼 한국의 라면 시장은 활성화되어 세계로 수출되는 품목으로 각광받는다니 인스턴트식품인 라면의 성장세를 가늠해볼 수 있다. 제국주의의 침탈로 곤핍한 시기를 지내고 광복 후 국가 재건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여력도 없이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피폐해진 한국의 식량난 타개를 목적으로 19639월 한국 최초의 라면으로 삼양 라면은 출시되었다.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서 주식인 쌀을 대체하여 한 끼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식품을 공급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라면은 삼양식품 설립자인 전중윤 회장과 일본의 묘조식품의 오쿠이 사장의 인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오쿠이 사장은 가난한 나라 한국의 국민들이 누구나 배부르게 먹기를 바란다는 간곡한 전회장의 호소를 받아들여 라면 제조과정에서부터 기밀에 해당하는 스프 배합표까지 알려주며 협력 체제를 굳혀 갔다. 한 집안의 음식 맛은 장맛이 결정짓듯 라면의 국물 맛은 스프 맛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도 오쿠이 사장은 실패를 거듭하여 이뤄낸 스프 배합표까지 내주었다. 그 후 전 회장은 전수받은 라면 제조 공법 기술을 토대로 대량생산으로 박리다매를 내걸고 라면 시장을 이끌어갔다. 라면의 원활한 재료 공급을 위해 대관령 목장을 인수하여 5원 짜리 꿀꿀이죽으로 주린 배를 채우는 국민들의 허기진 배를 달래주었다

 

    한국 전쟁 후 보험업계의 실력자로 부상한 전중윤 회장은 위기에 몰린 제일생명을 구하라는 재무부의 요청대로 보험사 사장 자리에 올랐지만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보험계를 떠나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였다. 유지(油脂) 제조회사인 민성산업을 인수해 삼양제유로 바꿔 라면 제조 원료 중 유지부터 시작할 요량이었다. 기존에 걸었던 길과는 다른 길이었기에 무모해보일 수 있는 길이지만 가지 않은 길에 도전하며 척박한 환경을 극복해나갈 용기를 내었다. 일본의 닛신식품 안도 도모후쿠의 라면 발명 이후 오쿠이 사장의 도움으로 건면사업에 착수하여 굴지의 라면 식품업계를 키워 온 동안 공업용 쇠기름 사건으로 타격을 받기도 하였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기업을 키워왔다.

 

   주황색 표지에 삼양 로고가 박힌 라면을 양은 냄비에 끓여 둥근 소반에 둘러앉아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김을 피해 후루룩거리며 젓가락질하던 추억은 따스함으로 스며든다. 다양한 즉석 식품들이 주를 이루는 바쁜 시대 트렌드에서도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하면 시장은 다양한 요리법만큼이나 소비자들의 애환이 녹아 있는 라면이다. 급식이 이뤄지지 않을 때 학교를 다닌 아이들은 컵라면에 물을 부어 후루룩 먹던 기억 때문에 라면은 쳐다보기 싫다고 하지만 가슴이 아려올 때면 따끈한 라면 국물에 식은 밥 한 덩이 넣어서 울음을 삼키던 음식이다. 인스턴트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칼칼한 라면을 먹어야할 때는 냄비 두 개에 물을 끓여서 염분과 칼로리를 낮춰서 먹을 필요가 있을 듯하다. 해외 오지를 여행 할 때 무심코 들른 구멍가게에서 발견한 한국 라면을 보고 반가움에 일렁이는 눈물을 감추고 라면을 사서는 봉지에 뜨거운 물을 넣어 반쯤 불린 라면을 먹었던 기억은 집을 나설 때마다 생각난다. 지금은 추억 속 아련한 향수를 달래는 음식 라면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뿌리를 내리기까지의 역사를 통해 굶주림을 면해주는 유용한 음식으로 사랑받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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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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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전에 대고 말할 수 없는 여러 제약이 있을 때 편지는 친교 및 정서 표현에 적절한 소통 수단이다. 그리운 이들의 이름을 불러 백지에 마음을 눌러 전하던 시절의 추억이 생각나는 것은 스마트 폰의 문자와 인터넷 메신저에 밀려 손 편지를 받아 본 기억이 아득할 정도다. 낯선 공간을 여행할 때면 그곳의 풍광이 그려진 엽서에 근황을 적어 보낸 것이 전부였던 데 반해 고인이 된 두 분의 편지는 30년 가까이 이어졌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순정함으로 아동 문학을 지켜왔던 거장의 편지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작품과 출판 관련한 사연을 전하며 서로의 건필을 기원하고 건강한 삶을 소망하는 글로 갈무리되었다.

 

    두 작가는 한 우물을 깊게 파는 게 어떤 것인지 몸소 보이면서 물질적인 재화를 축적하느라 정신적인 가치를 잃어가는 현대인들의 피폐해진 영혼의 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한 일련의 활동은 유연한 아동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초석으로 자리했다. 40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우리말 바로 쓰기 운동을 실천하며 쉬운 우리말로 아동 문학을 이끌어온 이오덕 선생님의 글은 지금도 책상 위에 자리하여 적절한 어휘를 선택할 때 살펴보고 있다. 보잘것없는 똥이 민들레꽃을 피우는 거름으로 새 생명을 잉태하는 소중한 양분으로 기능하는 강아지 똥은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야할지 고민하는 가운데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게 만들었다.

 

   일본의 빈민촌에서 태어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감내하며 불가항력적인 일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못 먹어 생긴 결핵까지 앓게 되어 20대부터 시달리게 된 만성질환은 권 작가를 고통의 심연 속으로 끌었다. 1973년 경북 안동을 거쳐 일직으로 그를 찾아간 이 선생과의 편지 왕래는 오랜 친구의 사귐처럼 이어졌다. 열두 살을 뛰어넘는 문우의 사귐을 이으며 서로의 표정과 안색을 살피며 따사로운 말을 전하는 편지의 구절은 서로를 진정으로 아끼고 배려하는 삶이 배어 있었다. 두 선생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문학의 가치를 귀중히 여기며 평론가와 동화작가로 자신만의 가치를 세워가는 데 적극적이었다.

 

   일직 교회의 종지기로 살면서 필요 이상을 취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여기며 가난한 삶을 선택하여 살면서도 글을 읽고 표현하는 일에 정밀함을 다하는 권 선생은 질병의 고통 속에 괴로워하면서도 창작을 멈추지 않았다. 건강을 잃고 육신의 병을 앓는 사람이 정신적인 병까지 앓으며 소멸되어 가는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이 선생의 건강을 기원하는 대목은 지병 속에 갇혀 지내는 권 작가의 아픔이 전해졌다. 튜브를 끼우고 소변을 봐야 했던 고통까지 이 작가에게 진솔하게 전하며 약물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숙명적 고리를 끊어내려는 정신적인 노력은 추위를 견디며 글을 써 내려가는 지난한 활동에서도 드러났다. 문인들과 교류하며 출판사에 권 선생의 작품 출간을 의뢰하느라 신경을 모으는 이 선생은 결핵 치료에 필요한 약값을 대며 서로를 지지해주었다.

 

   배움의 끈이 짧아 글 한 편을 창작할 때도 늘 사전을 찾아 적절한 어휘 선택을 위해 고민하는 권 선생의 모습에서는 정밀함을 추구하는 소신파를 연상케 했다. 기다리지 않아도 올 것은 오고야 말 것인데 바보 같이 애를 태우며 사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권 선생의 믿음은 이 선생의 한량없는 은혜를 떠올리며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결집되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없게 될까 두려워하는 권 선생은 한 인간을 고통 속으로 밀어 넣은 불온한 역사를 규명해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다. ‘몽실 언니의 주인공이 겪어야 했던 시대적 아픔과 희생 속에서도 넉넉한 사랑을 펴는 헌신적인 인간애가 그 예이다. 질병의 고통이 없었다면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 토로하는 권 선생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하고 지지하는 이 선생은 그의 고통을 함께 나누었다.

 

   평생을 가난과 질병의 고통 속에서 살다 간 권 선생이지만 그의 작품은 인류에 대한 따스함을 잃지 않았다. 질병의 고통이 극에 달했을 때는 자살을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사는 데까지 살아보자고 했던 어머니 말을 떠올리며 감내하였다. 이 선생은 세상이 어수선하고 기막힌 일들이 일어나 맹렬한 분노를 느낄 때에도 힘껏 살아 긍정의 힘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했고 일상에 묶여 움직일 수 없을 때의 아쉬움을 드러내며 얼굴 마주보고 대화할 날을 기다렸다. 만날 수 없을 때는 서로의 근황과 더불어 작품에 대한 의견을 넣어 창작 활동에 관심을 불어넣는 편지를 부치며 서로의 길을 잇는 다리로 서로에게 건네는 따듯한 위로로 두터운 정을 확인케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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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더워야 제맛이라 말하면서도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에

찜찝해하는 경우가 있어 사고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곤 합니다.

에어컨에 선풍기로 열기를 식히며 사느라 땀 흘리며 살아가기를 거부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우리 사는 환경은 사람들이 살아가기 힘든 공간으로

변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에어컨을 트는 게 능사가 아님을 알고 섭리대로 살아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연이어 에세이 신간 평가단으로 활동하며  신간 도서를 살피어

읽고 싶은 작품을 선정하고 그 이유를 들으며 평가단 선정을 기다리고

두 권을 책을 읽고 표현하는 시간은 미처 깨닫지 못한 세계를 살피는 성찰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쌓이는 책이 늘어날수록 앎의 영역은 확장되고 일깨움은 늘어납니다.

 

지금까지 읽은 작품 중 최고의 글은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이다.

근육이 굳어가는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긍정적인 믿음으로 오늘 하루를  재미있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저자의 실천이 눈물겨웠기 때문입니다.

회복탄력성으로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안일하게 살아온 자신을 반성케 합니다.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1)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2) 우리가 사랑한 소설을

3)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4) 금요일엔 돌아오렴

5) 다정한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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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독해져라 - 현실에 흔들리는 남녀관계를 위한 김진애 박사의 사랑 훈련법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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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문화적 맥락과 성장해 온 환경이 다른 이들이 운명처럼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여 한 곳에 안착하여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음은 결혼 생활을 지속해 온 부부들이라면 수긍할 것이다. 서로를 사랑하는 감정은 처한 상황과 환경에 의해 달라지기 마련인데 현실로 들어오지 않으면 경험할 수 없는 일일진대 머릿속으로 그리는 결혼 생활은 환상 속에서나 가능함을 깨달을 때가 더 많다. 24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 산 부부지만 여전히 다른 행성에서 온 이방인처럼 여겨질 때가 더 많은 남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자고 다짐하면서도 마음이 머리를 따라주지 않아 오늘도 마찰을 일으키고 말았다. 서로 다르지만 공동의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소통하는 가운데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왕왕 있어 평행선을 긋고 살아갈 때가 있는지도 모른다.

 

    정에 끌리고 모질지 못하여 인간관계에서 손해를 보며 살 때마다 지인들은 바보같이 산다고 지청구를 늘어놓을 때가 있다. 연민의 감정이 앞서 남들이 꺼려하는 버거운 일을 자청해 행하면서도 이게 뭣 하는 짓인지 모른다고 푸념할 때도 있지만 관성대로 움직이며 지낸다. 어떻게 사랑하면 독하게 사랑하며 사는 것인지 의문을 품고 저자의 생각을 되짚어 본다. 다름을 인정하고 커리어를 쌓는 일을 도우며 공조하는 부부는 학부 시절에 만나 5년 연애한 뒤 결혼하여 지금까지 마찰하면서 에너지를 주고받는 관계로 지내고 있음을 밝혔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생활하며 부부가 함께 텃밭을 가꾸며 생명력 있는 삶을 영위하고 시장을 보는 공통의 취미로 지속 가능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감당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 현실에서 헤쳐가야할 일들과 병행해 사랑의 대상을 지켜내는 일은 쉽지 않기에 반복적인 노력이 따라야 한다.

 

    명사 사랑을 실천하는 동사 사랑하기는 자신의 사랑을 객관화하는 습관의 훈련으로 상대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때 마음의 병을 깊게 하는 생지옥을 벗어날 가능성은 높다. 지친 마음을 달래며 서로를 구원해 줄 마음이 설 때 결혼이라는 제도권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는 것은 결혼 생활은 통념적인 인간관계까지 포용하며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은 남녀를 부부로 묶어 복잡해지는 관계망 속에 파생하는 여러 일들을 해결하며 살아갈 운명 공동체로 간주되어 자유에 대한 환상을 깨는 일부터 시작하게 만든다. 이에 저자는 결혼한 부부가 제도의 틀에 기대지 않고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관계를 지속하길 바라며 남녀관계는 몸과 마음, 정신과 영혼을 나누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공유하는 관계로 보았다. 부부 사이의 공허함이 자리하지 않도록 방어하는 길 중 하나가 남녀 관계로 협력과 지지 속에 지속되는 부부의 모습을 강조하였다.

 

   함께 한 세월이 켜켜이 쌓여도 여전히 상대를 잘 모르겠다고 여길 때가 있다. 자기애를 바탕으로 한 이기심이 발동할 때마다 사랑한다고 매달리며 불가능한 일을 이뤄낼 것처럼 비장하게 말하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때도 있었다. 기본에 충실하기를 바라지만 서로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기본은 다르기에 의견 일치는 쉽지 않았고 변하지 않는 바닥 선을 혁신할 수 없기에 이를 그 사람의 성향으로 수용하며 나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살 수가 없을 때도 있었다. 남편의 험담을 하다가도 이 또한 부메랑이 되어 내게로 올 것이라는 생각에 입을 다물며 유머감각을 동원해 에피소드를 곁들이며 유연하게 살아갈 힘도 연륜과 경험으로 얻을 수 있었다. 쓸 돈과 벌 돈에 대한 개념을 바로 한 뒤 경제 파트너로서 같이하는 프로젝트를 고안하여 살아갈 때 서로를 비춰주는 거울로 동반 성장하는 부부가 자신의 커리어를 갖춘 남녀 관계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온 세월이 깊어도 위기는 여러 형태로 올 수 있는 결혼 생활이다. 라이프 사이클과 결부된 위기는 자아 정체성의 혼란과 허무의식이 자리하여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메울 수 없을 때 일상은 이지러진다. 생이별을 최소화하며 살아가는 일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스킨십과 지혜로운 언행으로 공동 프로젝트를 이어갈 때 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단기간에 끝이 날 프로젝트가 아니라 길게 가는 공통 사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밋밋한 일상에 변화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을진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경청하고 내면의 울림에 공명할 때 인간적인 신뢰를 쌓아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 관계를 구축해갈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눈치를 보고 눈치를 주는 관계로 눈치 채는 훈련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하였다.

 

   스물 셋인 딸이 어떤 상대를 만나 결혼할지 궁금해 하면서도 능력을 갖춘 직장 여성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면 굳이 자유를 누리기에 제약이 있는 결혼이라는 제도권 속으로 들어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결혼하고 난 뒤 출산과 육아, 집안일 건사하느라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푸념하는 젊은이들을 대할 때마다 경제활동을 함께 하면서 삼중고를 숙명처럼 안고 사는 여자들이 적지 않음을 발견한다. 예나 지금이나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것 같은 힘겨루기에서 남성이 우위를 차지함으로써 여성이 겪는 고통은 커 보인다. 경제적 비용을 함께 마련하는 동반자로 자녀 양육에 동참하는 남성의 모습이 보편화되어 함께 일하고 쉬는 남녀 관계로 자리하길 바라며 딸이 결혼할 상대는 일가견을 갖추고 지혜롭게 처신하는 남성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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