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습관 - 나만의 업業을 만들어가는 인문학 트레이닝북
윤소정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처럼 비가 촐촐하게 내리는 날 들른 술집에서 만난 제자는 인사를 하면서 자연스레 동석하게 되었다. 술잔에 맥주를 따라주며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물었을 때, 그는 면사무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위축되어 있었다. 술을 비운 뒤,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 꿈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스스로를 답답해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제자의 처진 어깨를 토닥거리며 지금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부터가 기존의 틀을 깨기 위한 몸짓으로 보인다며 경험 속에 길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이라는 피상적인 답으로 마무리 짓고는 우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공부는 대학을 가기 위한 자식을 전수받는 곳으로 고착화되어 다른 데 신경을 쓸 기회조차 주지 않고 오로지 내신 등급을 올리고 수능시험 고득점을 위해 질주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무한 경쟁 시대에 남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고 닦달하면서 동일한 스펙을 쌓느라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을 볼 때마다 무엇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지 반문하게 된다. 자신만의 인생을 기획하고 실현하기보다는 남들이 정해 놓은 것들을 취하기 위해 끌려 다니는 삶의 패턴으로는 현안을 해결하며 살아갈 대안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릴 수 있을 때 인문학적 삶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게 된다고 여긴 인큐 대표인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수강생들의 후기를 통해 변화 양상을 드러내며 자신이 즐기는 일을 찾은 성공담을 곁들였다.

 

     ‘The book must be the axe for the frozen ocean within us.’

     (책이라는 것은 얼어붙은 나의 세상을 깨는 도끼와 같아야 한다.)

    카프카가 남긴 문장은 인문학 서적을 읽고 그 내용을 수용하는 수동적인 독자에서 벗어나 스스로 물음을 던지고 해답을 찾음으로써 책 속의 내용을 다르게 해석하고 재구성하여 실천력을 겸할 때 인문학적 소양은 깊어짐을 명확히 하였다. 남들이 정해놓은 길을 답습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선택한 길에 집중함으로써 선택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춰가는 일은 11글쓰기 훈련부터 시작해 습관화하여 갈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수백 권의 책을 읽더라도 가슴에 새기고 싶은 구절 하나 제대로 말할 수 없다면 그것은 체화한 독서라고 말하기 곤란할 것이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자리하는 장단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장점이 단점이 될 때가 있는 것처럼 단점을 장점으로 치환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추고 달갑잖은 직장 상사를 반면교사로 삼는 일 역시 인문학적 고찰로 여길 수 있다.

 

    인생이란 게 매뉴얼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때가 더 많아 이런저런 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때가 늘어난다. 양질의 질문에서 출발하여 여러 사안을 해결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자존감을 키워주는 일 중 하나이다. 적성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푸념하며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아갈지도 모르겠다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적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쉽지 않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자신을 공부하기 위해 빅 데이터를 수집하듯 나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끊임없는 관찰을 통해 스스로가 몰입하는 지점을 발견하여 적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인상적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끌리는 책을 선택하여 그 내용을 읽을 때 가슴에 와 닿는 구절에 밑줄을 그어가며 그 이유를 찾아 정리하는 가운데 본질을 찾아 집중할 힘을 기를 수가 있다. 타인의 답을 따르는 게 아니라 나만의 답을 찾아 행동으로 옮기는 가운데 참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중시하는 인문학적 실천은 하나의 습관으로 정착될 것이다.

 

    정형화된 획일적인 공간을 벗어나 하늘을 학교 삼고 땅을 이론 삼아 경험을 확장해 나의 생각을 실현시키는 공부를 지속하겠다는 의지의 실천은 전문성을 갖춘 인재로 자리할 힘을 얻는다. 관심 분야는 독학을 해서라도 자신을 무장하고 사유하는 가운데 글을 씀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일에 능숙하여지도록 애쓰는 과정이 담보될 때 체계적인 글쓰기는 가능할 것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주창하는 대신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하며 나만의 정체성을 갖추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몰입하는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이 길어질 때 우리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 돈벌이에 나설 때 자신의 적성을 찾아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라면 좀 더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생존력을 기르는 일은 한 영역에서 배운 것을 다른 곳에 적용하는 능력인 전이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생활 속에 인문학적 트레이닝을 실천함으로써 현재적 삶에 충실할 때 의미 있는 시간은 축적되어 나만의 분위기를 형성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 알타이 걸어본다 6
배수아 지음 / 난다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상의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미답의 공간으로 수평 이동하는 여행은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내밀한 행위다. 여행자로 살고 싶은 바람에 끌려 빈 시간이면 여행기를 즐겨 읽으며 가야 할 곳을 찾아 자기 나름대로의 이유를 붙여 당위성을 부여한다. 노마드 풍에 끌려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그동안 옥죄어 둔 규범과 울타리에서 벗어나 타인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자신을 풀어놓고 대자유의 세계로 들어가는 일은 용기를 내야 하는 모험적인 일이다. 독일어로 소설을 쓰는 몽골 소설가 갈잔 치낙의 소설 귀향을 보고 몽골 서북부의 소수민족 투바의 추장이라는 사실에 끌려 저자는 그를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알타이로 떠나게 되었다. 기존의 여행기가 주는 멋진 경관이나 관광 명소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현실 속의 나로부터 도피하는 여행은 울란바토르 공항에 발을 내디디면서 시작되었다.

 

   사방이 스텝 초원으로만 둘러싸인 건조한 땅, 황무지에 가까운 사막에 도착해서야 몽골 특유의 냄새로 저자는 여행을 실감하였다. 여행자들 22명은 몽골과 중국러시아의 접경지역이며 카자흐스탄 국경과 인접한, 시베리아의 끝자락에 위치한 알타이로 향하였다. 제대로 된 화장실이 없는 공항에다 물 한 방울이 귀한 곳에서 생활하는 게 익숙지 않았을 텐데도 여행자들은 불평하기보다는 척박한 환경에 감내하며 유르테 안에서의 생활에 젖어갔다. 유르테와 유르테에 거주하는 인간들을 보호해주는 여신으로 숭배 받는 불을 꺼뜨리는 행위를 금기시하며 불을 소중히 다뤘다. 잘 마른 야크 똥을 연료로 삼아 보온에 힘쓰는 유테르의 생활은 문명의 이기와는 거리가 먼 생활이지만 원시 본연으로 돌아가 미소 짓는 일이 많았다고 하니 물질적인 축적이 행복의 척도는 아님을 가늠할 수 있었다.

 

   알타이의 거칠고 투박한 자연이 고스란히 펼쳐져 위험을 수반하기도 하는 자연 환경이지만 인간의 발길이 끊어진 다른 행성에 있는 듯한 공간에서 절대 고독의 경지에서 자연에 눈길을 주는 여행자의 시선을 의식한다. 말을 타고 원승을 나갈 경우 예민한 말을 자극하지 않는 게 필요하고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말고삐를 잡아당겨 말을 멈추게 하는 요령을 터득해 미연에 사고를 예방하는 일 등은 유목민들의 생활에 동화되는 일련의 활동이다. 태어난 지 5년이 경과해서야 아이의 머리를 잘라주며 유목 사회의 일원으로 영입되었음을 입증하고 아이에게 말 타기를 배워주는 의식을 치름으로써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안내하는 풍습은 의미를 지닌다.

 

   여행 중에 현지에서 만나는 이들과의 인연 중에는 강렬한 인상을 남겨 가슴에 들어와 추억하게 하는 이들이 있다. 저자가 만난 첼리스트 마리아는 조용하면서도 느림의 미학을 실현하며 언어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다양한 세상과 만나는 일에 열성적이었다. 갈잔의 알타이 여행에는 알타이-투바를 위한 지원금과 갈잔 치낙 재단의 몽골 조림사업 기부금이 포함되어 있기에 경비가 비싼 편이지만 좋아하는 일을 위한 일에 열정적인 마리아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세상 소식과 단절된 공간에서 날 가는 줄도 모른 채 자신이 추구하면 살던 일도 잊고 무위의 상태로 돌아가 알타이의 천연에 빠져들었던 시간은 그동안 쥐고 있었던 것들을 내려놓음으로써 시작되었다. 향나무 계곡 사이를 비상하는 맹금류를 보면서 자유를 만끽하였고 책 한 줄도 안 읽고 시간을 보내는데도 불안하지 않았으며 느리게 움직이며 야크 똥을 모았을 뿐이었던 여행은 현지인 누르하치가 저자에게 건넨 치즈 한 봉지에서 감동을 더한다.

 

   오지 여행을 하다 보면 여행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영양 섭취가 부실한데다 체력은 고갈되어서인지 병을 앓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 역시 북인도 여행 중 몸살감기를 된통 앓으며 해뜨기를 간절히 기다리며 엄동설한을 견뎠던 기억이 떠오른다. 저자 역시 호흡 곤란으로 가슴에 통증을 느끼면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일행이 권했던 동종 요법으로 통증을 완화하며 느린 호흡법으로 가쁜 숨을 달래야 했다. 양고기 스튜 대신에 맨밥에 소금을 뿌려 먹음으로써 기운을 돋우며 서서히 생체 리듬을 회복하여 갔다.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 외에는 거의 갖지 않은 유목민들의 검소한 생활은 구멍 뚫린 옷을 입어도 괘념치 않은 의복 착용은 자연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수단일 뿐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오페라 보기를 즐기는 마리아는 무대 맨 앞 입석표를 구하기 위해 서너 시간 줄을 서서 기다려 자신이 관람하고 싶은 공연을 보면서 예술적 취향을 분명히 하였다. 마리아를 만나러 빈으로 간 저자는 알타이 여행을 추억하며 유테르에서 함께 머물렀던 시간으로 회귀하여 유목민처럼 거처를 옮기며 피폐해진 영혼에 쉼을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비처럼 나남신서 1834
김병일 지음 / 나남출판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낙동강이 휘돌아 흐르는 지형 한가운데에 위치한 만송정 숲을 거닐며 느릿느릿 움직이던 지난가을의 한나절이 그리워진다. 일상에 매달려 마음의 쉼을 주지 못한 채 허우적거리다 하루를 십대 아들과의 말다툼으로 시작하여 마음이 개운치 않은 날 선현들이 삶의 지표로 삼고 지냈던 구절은 어른스럽게 처신하지 못한 자신을 질책하고 있는 듯하다. 퇴계 선생의 겸손공경헌신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움직임을 표본으로 지행합일을 구심점으로 삼고 있는 도산서원 선비문화원 수련원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저자는 <<선비처럼>>의 내용이 청소년들의 인성 교육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몸으로 가르치면 따라오고, 말로 가르치면 대든다.’

  조선 영조 때 정승을 지낸 이태좌의 가르침은 밥상머리에서 학업에 충실하기를 바라면서 마음을 바로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하니 화를 버럭 내면서 볼멘소리를 하여 갈등이 증폭되었다. 차 한 잔을 마시고 마음을 누그러뜨리며 책 속 구절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부모는 말없이 책을 펴 들고 모범을 보이면 자식은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을 학생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한다고 채근하였다. 경쟁이 불가피한 사회에서 타인 위에 군림하여 우위를 차지하여야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고 내세우기만 할 게 아니라 따뜻한 마음으로 남을 배려하며 선의의 경쟁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어른이 모범을 보여 아이가 가슴으로 느끼어 자발적으로 실천할 때 의미는 살아나 가정에서부터 스스로를 살피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품성을 길러야 한다.

 

   퇴계 선생의 어머니 춘천 박 씨는 남편을 일찍 여의고 7남매를 키우며 불우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였다. 어머니의 긍정적인 태도와 신실한 생활력 덕분에 올곧은 선비 정신을 새기며 학문을 닦아온 퇴계는 생활 속에서 인간 존중의 길을 저버리지 않았다. 첫 부인과 사별하고 얻은 둘째 부인이 정신질환을 앓았지만 그녀를 홀대하는 일 없이 살았던 일은 부부의 연을 소중히 여긴 증표로 남는다. 진실함으로 남의 처지를 헤아리고 배려할 줄 아는 충서(忠恕)정신은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을 근간을 이룬다. 학덕을 겸비하여 실천하는 사람으로 모두에게 존경받을 인격체인 선비는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며,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한 실천을 근본으로 삼아 도덕적 리더십을 발현하여 왔다.

 

   생존을 위한 경제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성장 발전을 주창하며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중요한 정신문화를 도외시한 채 성과를 내느라 분주한 삶을 살았던 폐해는 패륜적인 사건 사고로 이어져 우리 사회를 음울하게 만든다. 문화적 콘텐츠로 나라의 경쟁력을 키워가는 브랜드 구축은 미래가치를 창출하여 가는 토대로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선비 정신을 들 수 있다. 조선 시대 선비는 검소한 살림살이에서 인성을 도야하며 선공후사(先公後私)하는 솔선수범으로 백성을 교화해 갔고, 나라가 어려울 때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나섰던 의병 활동의 정신적 근간을 이루었다. 이른 봄 동토를 뚫고 나오는 매화를 사랑한 선비 퇴계는 매화 시를 모아 매화 시첩으로 엮을 정도로 매화의 암향(暗香)을 즐겼다. 자신을 낮추며 제자를 생각하는 참된 스승의 표상으로 남은 퇴계 선생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호남의 선비가 영남의 선비를 찾아 교류하며 지낸 역사 속 배움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사제 간의 정을 떠올리게 한다.

 

   지체를 겸비한 선비를 양성하기 위해 일상생활 속 예의범절을 가르친 뒤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학문에 나갈 수 있는 길을 택하였다. 선비들은 자신부터 치열하게 닦아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이웃과 백성을 감화시키는 단계로 나아갔고, 세상만물의 이치에 통달하기 위해 폭넓게 공부하였다. 하지만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현대로 오면서 인격을 도야하는 교육은 차치하고 지식을 축적하는 기능적인 교육에 편중되어 인성교육은 도외시되어 크고 작은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선진국의 지도자들이 중시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은 선비정신의 실천인 청렴 개결한 생활과 상통한다. 부자 3대 가기 어렵다는 시절에 경주 최부잣집의 성공 비결은 자기 절제와 타인 배려의 선비 정신으로 흉년에는 땅을 사지 않고 과객을 융숭하게 대접하는 등의 타인 배려의 삶을 이었기 때문이다.

 

   혼탁한 시대일수록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며 고민하는 가운데 중심을 바로 세우고 살아갈 때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수기치인(修己治人)의 길을 걸을 수가 있다. 군자와도 통하는 선비는 자신의 영달보다는 국민과 국가를 먼저 생각하며 의를 숭상하여 실천하는 지도자로 나라의 근간을 세웠다. 후대의 지도자들이 지혜를 모아선비 정신을 발현하여 총체적인 난국을 풀어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도래하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하라 사막에 있는 파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보러 가는 길 유적지 주변에는 어린 아이들이 인쇄된 엽서와 돌로 만든 모형을 들고 원 달러를 외친다. 언제 씻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아이들 얼굴에 난 자국들은 생계를 위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여실히 드러낸다. 교육의 기회마저 박탈당한 채 먼지 자욱한 거리로 나서서 원 달러를 외치는 아이들을 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가방을 열어 스핑크스 모형을 하나 사서는 돌아 나오는 길 먹고 사는 일이 힘겨운 이들이 도처에 있음을 다시 깨닫는다. 카이로의 아이들이 겪는 고통에 가슴 아파하다가도 고국으로 돌아오면 기억조차 묻어두고 일상을 살아갈 뿐이다. 한쪽에서는 배가 불러 더 이상 못 먹겠다고 손사래를 치고 어느 한쪽에서는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 더미를 파헤치는 양극화 현상은 사회 구조의 불평등에서 파생한 문제로 보인다.

 

  소수가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대가로 대다수가 고통 속에서 절망적인 삶을 살다가 파멸로 귀결되는 일에 침묵한다면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하는데 동조하는 셈이 될 것이다. 학자로서 도덕적 양심을 견지하고 기아 퇴치 운동에 적극적인 저자는 비정부조직, 다국적 자본과 과두제에 저항하는 노조들의 세계적인 연대를 통해 인권 탄압을 일삼는 부조리한 법제화에 맞설 때 희망이 있다고 단언했다. 이익을 쟁취하기 위해 전쟁을 일삼고 방만한 국가 정책을 양산하는 정치권력의 부패, 살인적이고 불합리한 세계경제 구조 등이 가속화됨으로써 남반구의 기아 희생자들은 쌓여만 간다. 애덤 스미스의 고전적 자본주의에서 기인한 자유주의는 정부의 통제를 최대한 줄이는 대신 자본 활동의 자유를 강조하였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자유주의는 여러 차례 수정 과정을 거쳐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한 시카고학파가 주도하는 신자유주의가 1970년대 일련의 경제적 공황 이후 각광을 받음으로써 초국적 자본이 최고의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거대 자본을 쥐고 있는 강대국들은 국제적 헤게모니를 확대하며 세계화를 빙자하여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삼아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여 이윤을 창출하였다.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분유를 무상으로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뒤 대통령 후보 아옌데가 칠레 대통령에 당선된 뒤 다국적기업인 스위스의 네슬레와 협약을 요청하자 네슬레 본사는 이를 거부하고 말았다. 아옌데 정권의 개혁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면 그동안 강대국이 누렸던 특권들이 침해받을 수 있다고 여겨 CIA는 군부 쿠테타를 도와 칠레 민주정부의 수장을 살해토록 했다. 세계의 주요 농산물이 거래되는 시카고 곡물 거래소에서의 거래는 초대형 금융 자본가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면서 세계 시장에서 거래되는 농산품 가격이 투기의 영향 아래 놓인다니 제 3세계를 위시한 약소국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침략으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한 식민지 권력자들은 지금도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정한 공산품과 농산물을 집중적으로 생산하게 조종하고 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세네갈의 국민들은 부지런하여 식량을 자급자족할 능력이 있는데도 땅콩 농사를 지어 헐값에 넘기고 식량을 수입하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져도 부패한 고위 관료들은 자국의 식량 생산 증진에 관심이 없다니 공동체의식은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심각한 정치 부패를 종식하고 식민지 정책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치개혁 운동을 맹렬하게 벌였던 부르키나파소의 상카라는 대통령에 취임한 뒤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거대하고 비효율적인 행정조직부터 개편하며 인프라를 구축해 나갔다. 이에 부르키나파소는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되었고,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사회구조 아래 불평등은 사라졌다. 정치 부패에 시달리는 주변 국가에서는 상카라의 개혁 정치를 달가워하지 않은 이들은 그를 제거하기 위해 나섰다. 외국세력의 조종을 받은 군부 세력에 의해 상카라가 살해된 뒤 부르키나파소는 부정부패가 만연한 극빈 나라로 돌아가 만성적인 기아에 시달려야 했다. 무기를 가진 자가 식량을 가지는 현상이 벌어지는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지뢰가 많이 묻혀 있어 공중에서 살포하는 식량 상자를 보고 달려가던 사람들이 지뢰를 밟아 몸이 찢겨 나가는 경우도 있다니 누구를 위한 구호 활동인지 회의가 든다.

 

   산림파괴로 사막화가 가속화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고 목숨을 건 탈출로 불안한 생활을 견디는 환경 난민들이 늘고 있는 현실은 자연적 질서를 거스르고 살아온 인간의 욕망에 제동을 걸어 줄 재앙으로 비춰진다. 르 아이으 농민들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생명수를 공급해 줄 수도꼭지를 지키기 위해 경비를 서는 눈물겨운 실천은 함께 살아남으려는 연대로 작은 희망을 떠올리게 한다. 숙명적인 기아가 지구의 과잉 인구를 조절하는 확실한 수단이라며 적자생존·자연도태의 논리로 무의식적인 인종 차별을 일삼는 부정한 기득권에 맞서려는 공공의식을 실천할 때 이름도 없는 작은 이들의 무덤은 줄어들 것이다. 겨울이면 사랑의 모자 뜨기 운동에 동참하여 아기들의 생명 온도를 높여 목숨을 지탱할 수 있도록 도왔던 일회성을 벗어나 정기적인 후원과 교육으로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의 실상을 바로 알리는 일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때 기아 퇴치 운동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면을 끓이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길 위에 서서 두 발로 걸어 다니며 사유하는 시간은 표피적 삶을 잇는 일상에 본질을 더하는 시간이다.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희로애락의 감정은 한 사람의 삶을 규정하는 색깔로 인생을 물들이며 일상에 매몰되지 않는 각성을 준다. 단음절의 단어가 풍기는 이미지는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의견을 내재하고 있어 명징함을 함축한다. 하루 세 끼를 먹는 집의 휴일은 다른 반찬 한두 가지라도 만들어 따뜻한 밥을 마련해야 하는 힘듦을 토로할 때가 늘어난다.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지지 않은 식구들은 집에서 먹는 밥을 고집할 때가 많아 푸념을 늘어놓을 때도 있지만 밥의 힘으로 산다는 말에 위로받으며 밥 짓는 일을 마다하지 않으려 애쓴다.

   점심때는 라면에 찬밥 한 덩이를 놓아먹을 때도 있지만 라면에 질려하는 식구들이라 그럴 수도 없어 떡국으로 대신할 때가 종종 있다. 음식은 재료의 조리 과정에서 배인 화학적 실체라기보다 정서적 현상이라 여긴 저자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더라도 옛날 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하는 것과 같은 추억을 불러낸다. 쌀밥을 배불리 먹고 싶었던 시절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그만이었던 라면을 작가는 자신만의 비법으로 끓여먹는 고난도 기술을 서술하며 서민적 음식으로 인간 가까이 다가서 서로를 달래줄 음식으로 꼽았다.

   시간 속에 슬픔의 깊이도 엷어져 살아남은 자는 살아가게 된다. 울분과 절망의 하중을 견뎌내지 못한 채 광기어린 삶을 살다 생을 마감해 안타까운 그리움의 결정체인 저자의 아버지를 회고하는 대목에서는 목울대가 시큰해진다. 망한 조국을 안고 이역만리에서 조국을 그리워하며 무협소설로 갈증을 풀어내던 아버지의 말없는 광야를 떠올리며 밖으로만 떠돈 아버지를 원망하는 대신 연민의 눈으로 보는 저자의 시선이 울림을 준다. 밥벌이를 위해 거센 파도를 감내하며 그물질하며 생선을 잡고 물고기를 털어낸 그물을 손질해 다시 바다로 나가 조업하는 어부들의 삶은 생존을 위한 의식주 해결을 위한 개별적인 선택이면서 보편적인 의식을 치르는 일이었다. 진부하지만 일상성이 유지되는 밥벌이의 경건함이 새삼 떠올라 삶의 당위성을 부여한다.

   ‘난 여기서 죽지 않을 거야.’

   딸과 함께 본 마션의 주인공이 불확실한 화성에서 생존의지를 불태우는 대사 중 하나다. 화성에서 540여 일을 보낸 주인공이 지구로 돌아와 우주 비행사 교관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월호 사건이 떠올랐다. 평형을 잃고 뒤집히는 배안에서 아이들은 삶의 의지를 품었으나 결국 구조되지 못하였다. 돈을 아끼기 위해 안전 점검을 소홀히 하고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 어린 아이들을 수장한 세월호 사건은 지금도 미증유의 사건으로 시간 속에 무덤덤해지길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치고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구조구난의 지휘체계를 바로 잡는 일로 개조해 가야할 텐데 여전히 책임을 전가하고 몇 사람 옷을 벗는 일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실물을 지배하는 돈은 인간의 판단과 정치적 이해까지 장악하고 있는 물신주의에서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자는 많지 않을진대 정당히 벌어 값지게 쓸 필요가 있다.

   사랑은 물가에 주저앉은 속수무책이다.’

   감성적 영역을 관장하는 사랑은 이성적인 사람의 마음까지 뒤흔들어 균형을 잃기 십상인 채로 몰고 갈 때가 있다.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는 이를 확인하고 싶어 하고 목소리로 상대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품으며 여자는 화장으로 자신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한평생 연필로만 습작한 작가는 애부에 자리한 결핍이 상상력으로 드러남으로써 내면의 소리를 내는 창작으로 이어짐을 놓치지 않았다. 연장을 써서 물건을 만들거나 수리하기를 좋아하는 저자는 손으로 도구를 제작하고 페달을 밟아 가고 싶은 곳으로 나가는 삶을 지속해왔다. 군 생활하는 아들이 평발이었음에도 현역으로 입대해 복무에 힘쓰는 동안 나라의 쪽박을 깨지 않는 일이 애국이라며 그를 다독거리는 아버지의 소리는 진중함을 더한다.

   고풍스러운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높게 쌓은 돌담 안쪽에 있을 본질을 찾아 모퉁이를 도는 화자의 고독과 본질을 탐구하는 이의 실천적 노력이 떠오른다. 퇴색한 빛깔의 낡은 우체통 속에 깃든 사연을 궁금해 하며 걷던 시절의 낡은 지붕이 그리워지는 것은 나이 듦의 증거이리라. 화려한 것들을 실컷 누리고 나서야 밋밋함이 주는 담박함을 깨닫게 되는 것은 오랜 경험의 산물이리라. 칠장사를 배경으로 시작되는 벽초 홍명희 소설 속 두령들이 길 위에서 나누는 정의와 사랑 등이 서사처럼 펼쳐진다. 연어의 생로병사에 대한 관찰과 명상을 담은 글을 소개하며 모천 회귀성의 숙명을 끌어안고 사는 생물이 갖는 숭고한 사랑은 새 생명을 살리고 장렬히 죽어가는 의로움을 닮았다. 책을 읽고 사유하며 표현하는 생활을 즐기며 사는 독자에게 작가는 자발스러움 대신 진중함을 겸하는 이로 깨어있으라 일침을 가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