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사막에 있는 파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보러 가는 길 유적지 주변에는 어린 아이들이 인쇄된 엽서와 돌로 만든 모형을 들고 원 달러를 외친다. 언제 씻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아이들 얼굴에 난 자국들은 생계를 위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여실히 드러낸다. 교육의 기회마저 박탈당한 채 먼지 자욱한 거리로 나서서 원 달러를 외치는 아이들을 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가방을 열어 스핑크스 모형을 하나 사서는 돌아 나오는 길 먹고 사는 일이 힘겨운 이들이 도처에 있음을 다시 깨닫는다. 카이로의 아이들이 겪는 고통에 가슴 아파하다가도 고국으로 돌아오면 기억조차 묻어두고 일상을 살아갈 뿐이다. 한쪽에서는 배가 불러 더 이상 못 먹겠다고 손사래를 치고 어느 한쪽에서는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 더미를 파헤치는 양극화 현상은 사회 구조의 불평등에서 파생한 문제로 보인다.

 

  소수가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대가로 대다수가 고통 속에서 절망적인 삶을 살다가 파멸로 귀결되는 일에 침묵한다면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하는데 동조하는 셈이 될 것이다. 학자로서 도덕적 양심을 견지하고 기아 퇴치 운동에 적극적인 저자는 비정부조직, 다국적 자본과 과두제에 저항하는 노조들의 세계적인 연대를 통해 인권 탄압을 일삼는 부조리한 법제화에 맞설 때 희망이 있다고 단언했다. 이익을 쟁취하기 위해 전쟁을 일삼고 방만한 국가 정책을 양산하는 정치권력의 부패, 살인적이고 불합리한 세계경제 구조 등이 가속화됨으로써 남반구의 기아 희생자들은 쌓여만 간다. 애덤 스미스의 고전적 자본주의에서 기인한 자유주의는 정부의 통제를 최대한 줄이는 대신 자본 활동의 자유를 강조하였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자유주의는 여러 차례 수정 과정을 거쳐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한 시카고학파가 주도하는 신자유주의가 1970년대 일련의 경제적 공황 이후 각광을 받음으로써 초국적 자본이 최고의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거대 자본을 쥐고 있는 강대국들은 국제적 헤게모니를 확대하며 세계화를 빙자하여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삼아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여 이윤을 창출하였다.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분유를 무상으로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뒤 대통령 후보 아옌데가 칠레 대통령에 당선된 뒤 다국적기업인 스위스의 네슬레와 협약을 요청하자 네슬레 본사는 이를 거부하고 말았다. 아옌데 정권의 개혁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면 그동안 강대국이 누렸던 특권들이 침해받을 수 있다고 여겨 CIA는 군부 쿠테타를 도와 칠레 민주정부의 수장을 살해토록 했다. 세계의 주요 농산물이 거래되는 시카고 곡물 거래소에서의 거래는 초대형 금융 자본가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면서 세계 시장에서 거래되는 농산품 가격이 투기의 영향 아래 놓인다니 제 3세계를 위시한 약소국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침략으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한 식민지 권력자들은 지금도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정한 공산품과 농산물을 집중적으로 생산하게 조종하고 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세네갈의 국민들은 부지런하여 식량을 자급자족할 능력이 있는데도 땅콩 농사를 지어 헐값에 넘기고 식량을 수입하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져도 부패한 고위 관료들은 자국의 식량 생산 증진에 관심이 없다니 공동체의식은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심각한 정치 부패를 종식하고 식민지 정책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치개혁 운동을 맹렬하게 벌였던 부르키나파소의 상카라는 대통령에 취임한 뒤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거대하고 비효율적인 행정조직부터 개편하며 인프라를 구축해 나갔다. 이에 부르키나파소는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되었고,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사회구조 아래 불평등은 사라졌다. 정치 부패에 시달리는 주변 국가에서는 상카라의 개혁 정치를 달가워하지 않은 이들은 그를 제거하기 위해 나섰다. 외국세력의 조종을 받은 군부 세력에 의해 상카라가 살해된 뒤 부르키나파소는 부정부패가 만연한 극빈 나라로 돌아가 만성적인 기아에 시달려야 했다. 무기를 가진 자가 식량을 가지는 현상이 벌어지는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지뢰가 많이 묻혀 있어 공중에서 살포하는 식량 상자를 보고 달려가던 사람들이 지뢰를 밟아 몸이 찢겨 나가는 경우도 있다니 누구를 위한 구호 활동인지 회의가 든다.

 

   산림파괴로 사막화가 가속화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고 목숨을 건 탈출로 불안한 생활을 견디는 환경 난민들이 늘고 있는 현실은 자연적 질서를 거스르고 살아온 인간의 욕망에 제동을 걸어 줄 재앙으로 비춰진다. 르 아이으 농민들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생명수를 공급해 줄 수도꼭지를 지키기 위해 경비를 서는 눈물겨운 실천은 함께 살아남으려는 연대로 작은 희망을 떠올리게 한다. 숙명적인 기아가 지구의 과잉 인구를 조절하는 확실한 수단이라며 적자생존·자연도태의 논리로 무의식적인 인종 차별을 일삼는 부정한 기득권에 맞서려는 공공의식을 실천할 때 이름도 없는 작은 이들의 무덤은 줄어들 것이다. 겨울이면 사랑의 모자 뜨기 운동에 동참하여 아기들의 생명 온도를 높여 목숨을 지탱할 수 있도록 도왔던 일회성을 벗어나 정기적인 후원과 교육으로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의 실상을 바로 알리는 일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때 기아 퇴치 운동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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