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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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가을에 접어든 나이, 32년째 직장인으로 생활하며 겪은 일들은 복합적인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히게 하였다. 설익은 사과처럼 풋풋한 십대들과 함께하며 쌓인 크고 작은 경험은 애증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여럿을 키워냈다.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인간관계로 힘들어질 때마다 사람들의 심리를 살피는 책들을 가까이 하며 쉽게 곁을 주지 않던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을 돌아보았다. 그 때는 어느 누구의 말도 통하지 않았던 고집이 독선과 독단으로 치달아 소통의 물꼬가 쉽사리 트이지 않았지만 세월 따라 수용의 폭이 조금씩 넓어지면서 이해의 깊이가 더해졌다. 상충하는 의견으로 맞설 때에도 상대의 의견을 설득하려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름을 받아들이고 또 다른 인간 세계를 확인하며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인간에 대한 사랑보다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중시하며 이윤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 구조 속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하고 싶어도 일할 직장이 없다는 구직자들의 푸념을 들을 때마다 경제적 자립을 돕는 직장에서 자생력을 키우고 비전을 실현하는 현실적 삶이 고마울 때가 늘어난다. 직장인으로 서로 다른 뜻을 품고 살더라도 화합할 때에는 함께하는 일의 기쁨과 슬픔을 조율하며 살아가는 일이 평범한 삶이기도 하다. 무탈한 나날 속에 꿈을 꾸고 살아가는 직장인의 삶을 잇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뜻대로 굴러가지 않는 현실을 달가워하지 않는 청년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다큐멘터리 PD를 꿈꾸는 대학생이 취직을 준비하며 여름방학 3개월 동안 더블린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려 한다.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에 취업 준비까지 자기 힘으로 이뤄내야 하는 취업 준비생들의 시간은 여유가 없다. 어학연수 대신 워킹홀리데이라도 다녀와야 피디 지망생으로 면이 선다고 여겼기에 나는 아일랜드로 가기로 했다. 경유지 탐페레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핀란드 노인과의 짧은 산책은 힘을 불어넣는 시간이었다.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 노인은 항상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동창회에 참석한다며 훗날 추운 겨울 오로라를 찍으러 오라는 말을 남겼다.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졸업 후 방송국 신입 피디 공채에 낙방한 끝에 다른 일자리를 찾아 일하며 지냈다. 이후 6년이 흘러 신입 피디 공채를 보고 지원하려다 마음을 접은 날, 핀란드에서 만난 노인이 보낸 사진과 편지를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노인이 전한 따스한 한마디는 또 다른 꿈을 꾸면서 살아갈 이유를 찾게 한다.

 

   대학 졸업 후 수많은 소개서와 이력서를 써서 인턴과 계약직으로 일하며 겪은 직장인의 비애는 클 것이다. 백한 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의 주인공은 제목처럼 정규직 직장인으로 출근하는 첫날의 설렘과 두려움은 긴장으로 가득할 것이다. 일한 대가로 받을 돈을 미리 계산하며 새로운 욕망과 소비의 주체로 서기 위한 준비운동에 들어갔다. 출근 첫날 주인공은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확연히 알기는 어렵지만 현실적인 감각을 유지하며 새로운 욕망을 추구하는 직장인의 면모를 갖추어갈 것이다. 판교 테크노밸리의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일의 기쁨과 슬픔은 직장인의 비애를 담고 있다. 회장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카드 포인트로 월급을 받은 카드회사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주인공은 상사의 독선과 아집에 혀를 내두른다. 스타트업 회사답게 수평적인 업무 체계 환경을 조성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부조리한 자본주의적 구조를 재생산하고 있는 셈이었다.

 

    지상에 자기 한 몸 눕힐 공간도 확보하지 못한 채 사람답게 사는 일은 꿈도 꾸기 힘든 상황에서 결혼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20·30 세대들이 늘고 있지만 청첩장은 꾸준히 날아든다. 부부의 연을 맺고 잘 살아보겠다는 다짐의 글은 SNS를 타고 계좌번호까지 찍혀 온다. 코로나19 상황에 참석이 어려운 경우라고는 하지만 금전적인 거래를 위한 계고장 같아 기분이 썩 내키지는 않는다. 세상 물정 모르는 빛나와 회사 동료인 민희의 청첩장 전달기를 담은 잘 살겠습니다는 씁쓸함이 더한다. 빛나 언니가 건넨 청첩장을 받고 마뜩찮은 주인공은 교환 거래를 떠올리며 되갚아준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속담처럼 밥값과 찻값을 환산해 되갚는 상황은 정글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느라 고단한 직장인의 일면을 드러낸다.

 

  포털 사이트 관계사에 근무하면서 댓글 모니터링 업무를 맡은 20대 여직원은 노골적인 음란 홍보물을 지우는 일을 주로 한다. 돈으로 욕구를 충족하려는 수요자들은 꾸준히 댓글을 달고 그 댓글을 기계적으로 지우는 일 사이에 접점은 없다. 오피스텔을 개조한 곳에서 혼자 사는 여자의 집에 남자들이 찾아와 초인종 누르는 이야기 새벽의 방문자들은 평범한 남자들의 기이한 행동에 공포를 느끼다 자구책을 찾기 위해 시도한다. 오피스텔 성매매 장소를 잘못 찾아 온 남성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그 중에는 안정적인 삶이 보장된 것처럼 보이는 대기업 직원인 전 남자친구도 있었다는 사실에 여자는 회의를 품는다.

 

   맞벌이를 하면서 1주일에 두세 번 가사도우미를 고용하여 집안일 도움을 받는 가정이 늘고 있다. 직장에서 돌아와 고단한 몸으로 집안일까지 하면서 부부가 부딪치는 것보다는 돈이 나가더라도 도움의 손길을 받는 것이 낫다고 여긴 부부는 가사 도우미를 부르기로 했다. 남의 집 살림을 제대로 살기는커녕 가정의 리듬을 깨뜨릴 수도 있는 부분이 있어 신중하게 사람을 쓰게 된 뒤 겪는 일들은 자본의 위력에 휘둘리는 사람의 마음을 가늠케 한다. 창틀 청소를 해달라고 부탁한 뒤 아줌마에게 건넨 웃돈은 다음번에도 창틀 청소를 하고 싶다는 도우미의 반응은 자본의 힘을 떠올리게 한다. 고마움을 표현할 때에도 돈은 기쁨을 낳고 감사 영역을 확장한다. 자본의 위력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유쾌하지는 않지만 돈으로 해결하려는 부분을 용인하는 분위기는 위험천만한 일을 부르기도 한다

 

   지훈은 여자에게 자신의 매력이 먹힐 때 자신감을 회복하며 지낸다. 직장에서 만나 호감을 갖고 있던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지유와의 연락이 닿아 그 나름의 계략으로 후쿠오카로 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번듯한 직장에 여자 경험도 많은 지훈이 여자로부터 자신의 매력과 애정을 확인 받는 방식으로 자족해왔던 근간이 흔들리게 되자 상대를 욕하며 분노한다. 임의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부분은 자아도취형의 남성에게 발견되는 일면이기도 하다.

 

   걷잡을 수 없는 코로나 19사태로 무대 공연이 열리지 않자 SNS 상의 개인 방송으로 감각을 잃지 않고 자신의 일을 잇고 있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다소 낮음속 장우는 아버지가 선물한 효율성이 낮은 4등급 냉장고를 보며 장난스럽게 쓴 가사가 유튜브 조회 수가 50만에서 100만으로 늘어나자 계약 제의가 들어왔다. 현실감각이 떨어진 장우는 여러 곡의 음원을 제공하는 CD형태의 음반 제작을 바라며 호재를 잡지 않았고 함께했던 유미마저 그의 곁을 떠나 극빈 예술가로 전락하였다. 가파르게 오른 임대료를 충당하지 못해 가난한 예술가들은 중심 거리인 홍대에서 점점 밀려나 변두리로 작업실을 옮겨야 했다.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지는 냉장고의 소음이 텅 빈 공간의 정적을 깨는 자리에서 평안함을 느끼는 예술가의 삶이 안타까움으로 밀려든다.

 

   치열하게 살아도 될까 말까한 시대를 살아가는 20·30세대들의 기쁨과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단편들을 만났다. 어렵게 들어간 중소기업의 비정규직 사원으로 1년 남짓 일하며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 발령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꺾은 코로나 19는 지금껏 지속되고 있다. 일하고 싶어도 고용을 줄이는 현 상황에서 비정규직으로라도 일할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20대 후반 딸의 푸념에 슬픔은 배어 있다. 대외 활동에 어학연수까지 다녀온 스펙을 갖췄지만 이력서를 넣을 곳마저 줄어든 지금,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20·30 세대를 보면서 이들이 경제인으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이 실리기를 바라는 마음만 커진다. 일의 기쁨과 슬픔을 느낄 수 있는 직장인의 삶이 이내 펼쳐지리라 믿으며 일과 생활의 균형을 회복할 날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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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서 자연으로, 마음에서 우주로 - with 동의보감 & 숫타니파타
고미숙 지음 / 북튜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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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생각대로 살아지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은 커진다.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힘을 쥐고 있는 이의 농간으로 한 해를 더 미뤄야하나 보다. 굴욕적인 일을 겪으면서도 교과와 비교과 연수를 들으며 자신을 무장하던 시간이 헛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결재권자의 마음까지 얻지 못했음을 알아차린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외출조차 쉽지 않은 때, 고전평론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책 한 권이 헛헛한 마음을 채운다. 동양의학의 고전으로 불리는 동의보감과 불교 초기 경전 숫타니파타를 중심으로 한 북튜브 강연 내용을 기반으로 한 책은 애착으로 물든 마음을 맑게 한다.

 

    미처 생각지 못한 시간들을 되돌리고 싶은 고난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왕명으로 허균이 편찬하게 된 의서 동의보감은 편찬 작업이 임진왜란 와중에 시작되어 유배지에서 18개월 만에 원고를 탈고하기까지 14년이 걸렸다는 정보는 놀랄 만하다. 고적한 공간에서 자신을 묶고 있는 온갖 사슬에서 벗어나려는 불굴의 힘으로 양생의 기예를 담은 의서를 편찬한 집중과 몰입은 고난의 시간을 견디는 힘으로 작용했을 듯하다. 몸과 자연의 대칭성에 주목한 동의보감은 자연적인 리듬을 따라 타고난 생명력을 잘 보존하고 자양하는 지혜를 담았다.

 

    하루에 여러 번 생각과 감정이 널뛰기를 하는 상황에 이를 조율하고 조정하는 일이 건강한 생활의 전제이다. ()로 가득한 우주에 기의 변주이자 생명의 토대인 ()’은 신장이 주관하며 생식활동의 원천으로 활기 있게 살기 위해서는 이를 잘 보존해야 한다. ‘()’는 질료를 순환시키는 에너지로 에너지 순환의 제일 중요한 적도인 호흡과 관련 있어 폐()가 주관한다. 심장이 주관하는 ()’은 정신활동을 담당하여 ··이 몸속에서 순환하면서 생명활동이 벌어지는 만큼 이 세 가지를 조율해서 균형 있는 생활을 이어야 한다. 아집에 싸여 자만하는 언행을 일삼으며 뜻대로 안 된다고 분노하다 보면 폭력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독약처럼 사람들을 해롭게 하고 번뇌에 젖게 하여 깨달음에 장애가 되는 세 가지의 마음을 불교에서는 삼독(三毒)이라 한다. 소유하려는 탐욕이 분노를 조장하고, 분노가 탐욕을 야기하여 치심이 짙어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관찰하고 마음을 공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저녁에 포식하지 말라는 말을 귓등으로 흘리고 배달 음식으로 소화 장애를 일으키는 이들을 향한 일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어 보인다.

   ‘섭생을 잘 하려는 사람은 하루와 한 달의 금기를 어기지 말고 일 년 사계절에 맞춰 살아야 한다. 하루의 금기는 저녁에 포식하지 않는 것이고..........’

   ‘동의보감속 구절은 마음의 힘으로 미각의 분별망상을 제어하며 살아야 양생할 수 있음을 일깨운다.

 

    문명의 발달로 더 많은 것을 소비하느라 분주한 시대를 사는 이들은 욕망의 화로를 가슴에 안고 사는 셈이다. 몸은 음기와 양기가 균형을 맞추고 있어야 정상적인 생명활동을 유지할 수 있음을 경험으로 알고 있지만 균형을 잡고 사는 일이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음양의 균형이 깨져서 비정상적으로 양의 기운이 많아지는 음허화동(陰虛火動)은 물과 불이 따로 놀아 생명 유지에 어려움을 야기한다. 외부로 향하던 시선을 안으로 모아 마음의 장을 바꾸고 삶의 방향을 바꾸는 공부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삶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물음에 답하는 방식으로 갈무리되어야 한다.

 

    여성호르몬이 줄어드는 갱년기를 보내는 동안 진액은 말라 열감이 나고 쉽게 잠들지 못하는 시간, 인문학 책을 읽으며 한 번뿐인 인생을 잘 살고 있는지 반문한다. 90세 넘는 노인들이 흔한 시대에 지혜롭게 늙어 가기는 노년을 준비하는 중년의 과제로 남는다. 다변화된 사회를 호흡하며 지내기 위해서라도 지식을 공유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사유하는 생활로 말을 아끼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노년을 예비한다. 통찰력 있는 눈으로 감정을 제어하며 공부해 삶의 지혜를 쌓는 중년으로 다음을 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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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 맛, 매운 맛 매생이 클럽 아이들 - 어린이를 위한 글쓰기 교육 동화 한경 아이들 시리즈
이은경 지음, 변보라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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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에 적응하는 종은 생존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종은 도태된다는 적자생존은 다윈의 이론이다. 이론은 표현 활동을 중시하는 현대로 오면서 변주되어 적는 자가 생존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글쓰기는 못하면 사회에서 도태될 우려가 있다. 생각을 정리해서 말로 표현하고, 이를 글로 표현하는 과정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머릿속에 생각은 가득한데 글로 표현하기 힘든 상황에 놓일 때가 많아 글을 술술 잘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어른에게도 쉽지 않은 글쓰기의 왕도는 재미있게 꾸준히 쓰는 데 있다는 말에 공감하며 글쓰기 동화를 읽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조금씩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데 능숙해짐을 알아차릴 날이 올 것이다. 어떻게 하면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글쓰기를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든다. 자기 생각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항상 횡설수설하는 현규는 개구리 래퍼라는 별명을 그림자처럼 달고 다닌다.

  '정확히, 차근차근 말하라.’

   는 엄마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현규는 학교에서도 놀림을 받기 일쑤였다. 반장 욕심이 앞섰던 그는 웅얼거리며 알아듣지 못할 말로 공약을 발표해 반 아이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반면 머릿속 생각을 말끔하게 정리하여 멋진 공약으로 채원은 반장에 당선되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생각을 물어보고 스스로 대답해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이 있다. 한 조각에 불과한 생각들을 메모하였다가 꺼내어 조금 더 넓고 깊은 생각으로 발전시키는 연습은 글쓰기 비법 중 하나다. 더 많은 책을 읽고  기록하기는 더 많은 자유 글쓰기를 하면서 쓰기 근육과 생각하는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어여 할 시기에 필요한 과정이다.

 

   특별한 날 혼자 보내기 싫어 레스토랑에서 생일 파티를 할 것이라고 거짓말을 한 채원은 작가를 꿈꾸고 있다. 현규는 말이 빠른데다 더듬기까지 하여 개구리 래퍼로 통하지만 올바른 언어로 방송하는 아나운서를 꿈군다. 상대의 아픈 곳을 달리며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일을 좋아하는 아진은 상담사의 꿈을 품고 지낸다. 말하고, 듣고, 쓰고 싶은 아이들이 만든 동아리 매생이클럽은 생각을 글로 적으며 서로 소통한다. 일상에 부딪히는 문제와 고민을 빌리의 비밀 상담소에 털어놓고 서로 교감하고 공감하며 친구들과 함께 글쓰기 능력을 키워나가는 모습이 돋보인다

 

    매생이 클럽 아이들은 체험학습을 다녀온 이후 이것저것 관심거리도 넓어지고 생각도 깊어졌다. 알아보기 힘든 글씨로 짧은 글을 마구잡이로 썼던 현규는 글씨도 반듯하게 변하기 시작했고 글도 길어졌다. 소설 쓰기를 시도하고 있는 채원이, 친구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상담사가 꿈인 아진을 주축으로 매생이 클럽은 다채로운 빛깔로 수를 놓는다. 탄광촌의 빌리 엘리어트가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처럼 아이들 역시 구체적인 꿈을 꾸며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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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노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2
이희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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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일곱 아이들과 함께 1년을 보내다 보면 고해(苦海) 같은 현실에 비탄하는 이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아버지 폭력을 피해 핏덩이 아들과 네 살 딸을 할머니에게 내밀 듯 던져 버리고 이른 아침 첫차를 타고 줄행랑을 친 엄마를 지금도 용서할 수 없다는 소녀의 속내를 듣다 보면 안타까움이 더한다. 조손 가정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많은 시골 학교의 생태적 환경에 좌절하면서도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만한 일을 찾아 나섰다. 꿈 장학생으로 추천하여 매달 20만 원을 장학금으로 전하며 부정적인 관념으로 가득한 여고생이 그래도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라 여기며 더 이상 비탄에 젖지 않길 바라고 있어서이다.

 

   바이러스 감염이 창궐하는 세상에서 평범하게 혹은 보통으로 살기 점점 어려워진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상식이라 정한 틀을 벗어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살다보면 세상일은 궤도를 이탈하여 수습하며 살기 힘든 상황에 놓이곤 한다. 열일곱 아들은 서른넷 엄마와 함께 한 배를 타고 순항 중이다. 애가 애를 키워야 하는 상황에 처한 미혼모 최지혜 씨는 세상의 편견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 생활력 있는 가장으로 함께 살아내야 했다

 

   아들을 키우기 위해 정든 공간을 나왔고, 익숙한 이들과 결별하며 새로운 공간에서 가정을 지켜야 했다. 엄마는 미혼모 시설에 머무는 동안, 액세서리 수업에서 배운 기예를 바탕으로 지혜 공방을 차려 액세서리를 만들어 팔거나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으로 생계를 이었다. 일찍 철이든 아들은 중국집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었다. 양파를 까거나 야채를 다지는 일이 주된 일이지만 일의 경중을 헤아리지 않고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는 노일이다.

 

   한순간을 붉게 타올랐다 어둠 속으로 스러져가는 노을 진 풍경을 보며 태중 아기에게 붙인 이름에 엄마 성을 붙여 최노을이 생존하게 되었다. 같은 건물에만 요리를 배달한다는 철칙을 지키는 짜장·짬뽕 집 사장은 특별하다. 돈벌이가 되었던 때, 배달사고로 목숨을 잃은 20대 대학생 사건 이후 돈을 적게 벌더라도 타인의 목숨을 해할 수도 있는 배달은 안 하는 것이 옳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신 같은 건물 엄마가 일하는 지혜공방에는 배달이 가능하여 종종 엄마를 만날 수 있어 노을은 좋았다. 시험이 끝나는 날이면 바쁜 엄마를 대신해 집안 청소를 하고 요리를 하면서 서로 부족함을 채워 진일보한 생활을 위해 노력하는 아들이다.

 

    평준화된 틀에서 벗어난 출발로 보통의 가족과는 다른 모습을 한 노을 네이지만 모자(母子)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데는 일반 가정과 별잔 다르지 않다. 둘은 서로 의지하며 사랑하는 가족으로 당면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고 있다. 비싼 패딩을 사러 간 옷가게 점원이 노을을 보고 동생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당당히 아들이라고 밝히며 비밀에 갇혀 지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노을은 앞으로의 시간은 보통의 모습으로 평범하게 살고 싶었으나 보통으로 보이지 않는 일들이 일어난다.

 

   엄마를 5년 동안 바라봐 온 연하의 남자 성빈은 막역하게 지내온 친구 성하의 열 살 위 오빠이다. 엄마보다 여섯 살이 적은 성빈은 엄마의 사랑을 얻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여 마침내는 대기업 정규직으로 입사하였다. 여러 이유를 들어 성빈의 사랑을 거절하였던 엄마는 한 가지 한 가지 자기와의 약속을 이뤄낸 그의 기다림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열여덟 살 아들이 딸린 서른넷의 아줌마와 연하남의 사랑을 곱게 봐 줄 리 만무하다며 보통으로 사는 일이 이리도 힘든지 통감하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이 일을 둘러싼 파생적 문제를 두고 성하와 대화하며 우려했던 일들은 성빈 아버지의 한마디에 무색해지고 만다. 성인인 두 사람의 사랑을 믿어주고 지켜보는 것 이상의 역할은 없을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는 통상적으로 일컫는 평균적 사랑에 잣대를 두고 있었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좋아하는 사람이 일하는 곳을 깜짝 방문해 관심을 드러낼 때가 있다. 노을이 일하는 중국집을 찾은 동우는 성하를 소개해 달라고 하였지만 실상은 노을을 만나고 싶어서였다. 말수가 적고 신중한 우등생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친구 동우의 고백은 노을을 당혹스럽게 하였다.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동우에게 거부감을 강하게 드러내는 대신 자신은 이성애자라고 말하는 부분은 상대의 감정을 인정하되 자신과는 다름을 분명히 했다. 되돌릴 수 없는 일을 탓하며 현실을 외면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수용하며 서로 성장하는 길을 택한 노을과 엄마의 모습에서 희망을 읽을 수 있다. 보통의 삶을 갈구할수록 보통의 삶과는 비껴나 얽히고 설기더라도 꼬인 매듭을 풀어 나가는 인생에 또 다른 획을 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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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오늘을 산다
가네코 유키코 지음, 박승희 옮김 / 즐거운상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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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갱년기를 조심하자.’

   열여섯 살 아이들이 중학교 3학년 졸업을 앞두고 학급 신문을 만들면서 선생님 인상을 한마디 남기는 대목이 적힌 구절이다. 갱년기를 조심하라는 한마디에 등짝은 활활 타오르는 화롯불처럼 뜨거워졌고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소통이 안 될 때가 생길 때면, 아이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던 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감정이 널을 뛰면서 언행에 민낯을 드러내었다는 사실이 후회막급이지만 돌이킬 수 없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지금부터라도 후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우회하며 살아갈 일이다.

   나이 50, 자전거를 타고 해안가를 달리는 중년의 모습은 동적이면서도 활기차 보인다.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오늘을 산다는 제목은 50대 중반에 이른 자신에게 물음을 던진다.

   “그대는 지금 현재를 잘 살고 있는가?”

    라는 물음에 긍정적인 답을 내리기 힘들지만 더 나이 들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포부를 담는다. 후회를 덜하기 위해 지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머뭇거림 없이 실행에 옮기고 싶다. 그 때 그 자리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들이 머리를 밀고 올라올 때가 있다. 현재의 삶이 심드렁하고 하는 일이 뜻대로 안 된다고 푸념할 때면 더더욱 그러하다.

   잠자리에서 눈을 뜨고 일어나 움직이기 전 오늘 하루도 깨어 있음에 감사하는 기도를 올리며 악업을 짓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무릎이 시큰거리고 발바닥에 통증을 느끼며 어깨가 아플 때가 늘어나지만 살아있어 감각을 잃지 않았기에 감사하다. 아직은 큰 병 없이 움직이며 일터에서 가치를 발휘하는 일상이 소중한데 달갑지 않은 갱년기는 50대 여성의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며 공허한 일상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이제는 이 시기를 관찰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가 생겼다.

 

   살다 보면 인생이 녹록치 않음을 느낄 때가 늘어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처럼 유한한 시간의 흐름 속에 자신을 저당 잡힌 채 아등바등 살아내느라 놓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마음에 물음을 던져할 시기 50대이다. 비록 시행착오를 겪게 되더라도 하고 싶은 목록 순위를 정해 시도하며 지금을 생생하게 호흡하며 살아가고 싶다. 어느 때가 되면 해야겠다고 생각만 하지 말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뽑아 순위를 매겨 실행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일상에서도 일의 순서가 있듯, 인생에서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들이 있다. 혼자 실천하기에는 용기가 잘 나지 않을 때에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할 목록을 뽑아 하나하나씩 실천하는 것도 방법이다.

   저자는 50대에 새롭게 시도하는 인생의 한 궤를 밟아온 과정을 관찰하듯 풀어놓는다. 캠핑 장비를 땡 처리 숍에서 하나하나씩 마련하여 친구와 함께 후지산 캠핑에 성공하였고,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며 승용차를 타고 갔을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을 확인하며 자연 깊숙이 들어가 생생하게 호흡하는 시간을 즐겼다. 서핑을 하고 싶어 수영 강습을 시작하고는 시니어 바디보드 강습교실에서 서핑 기술을 익힌 뒤에는 파도를 타기 시작하였다. 몸이 잘 안 따라준다는 말로 다음으로 미뤘던 요가 교실에 등록하여 굳은 근육을 풀며 유연성을 기르고 싶은 열망을 더한다.

   팔순에 가까운 어머니들이 살았던 50대와는 다른 50대를 살고 있지만 신체 곳곳에서 적신호를 보내고 있어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피로에 대한 부담이 있어 주저하면서도 지금 아니면 다시 행하기 힘들다는 점이 동전의 양면처럼 들러붙어 있는 중년의 시간 다시 용기 내어 가지 않은 길을 걷는다. 오지 않은 노후에 대한 염려로 지금의 시간을 유예하며 안달재신하지 않을 용기는 비워도 좋을 것들을 범주화하게 만든다. 다음보다는 지금이 더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이기를 바라며 현재 채워야 할 것들을 마음에 담고 목록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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