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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오늘을 산다
가네코 유키코 지음, 박승희 옮김 / 즐거운상상 / 2021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갱년기를 조심하자.’
열여섯 살 아이들이 중학교 3학년 졸업을 앞두고 학급 신문을 만들면서 선생님 인상을 한마디 남기는 대목이 적힌 구절이다. 갱년기를 조심하라는 한마디에 등짝은 활활 타오르는 화롯불처럼 뜨거워졌고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소통이 안 될 때가 생길 때면, 아이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던 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감정이 널을 뛰면서 언행에 민낯을 드러내었다는 사실이 후회막급이지만 돌이킬 수 없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지금부터라도 후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우회하며 살아갈 일이다.
나이 50, 자전거를 타고 해안가를 달리는 중년의 모습은 동적이면서도 활기차 보인다.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오늘을 산다는 제목은 50대 중반에 이른 자신에게 물음을 던진다.
“그대는 지금 현재를 잘 살고 있는가?”
라는 물음에 긍정적인 답을 내리기 힘들지만 더 나이 들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포부를 담는다. 후회를 덜하기 위해 지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머뭇거림 없이 실행에 옮기고 싶다. 그 때 그 자리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들이 머리를 밀고 올라올 때가 있다. 현재의 삶이 심드렁하고 하는 일이 뜻대로 안 된다고 푸념할 때면 더더욱 그러하다.
잠자리에서 눈을 뜨고 일어나 움직이기 전 오늘 하루도 깨어 있음에 감사하는 기도를 올리며 악업을 짓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무릎이 시큰거리고 발바닥에 통증을 느끼며 어깨가 아플 때가 늘어나지만 살아있어 감각을 잃지 않았기에 감사하다. 아직은 큰 병 없이 움직이며 일터에서 가치를 발휘하는 일상이 소중한데 달갑지 않은 갱년기는 50대 여성의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며 공허한 일상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이제는 이 시기를 관찰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가 생겼다.
살다 보면 인생이 녹록치 않음을 느낄 때가 늘어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처럼 유한한 시간의 흐름 속에 자신을 저당 잡힌 채 아등바등 살아내느라 놓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마음에 물음을 던져할 시기 50대이다. 비록 시행착오를 겪게 되더라도 하고 싶은 목록 순위를 정해 시도하며 지금을 생생하게 호흡하며 살아가고 싶다. 어느 때가 되면 해야겠다고 생각만 하지 말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뽑아 순위를 매겨 실행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일상에서도 일의 순서가 있듯, 인생에서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들이 있다. 혼자 실천하기에는 용기가 잘 나지 않을 때에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할 목록을 뽑아 하나하나씩 실천하는 것도 방법이다.
저자는 50대에 새롭게 시도하는 인생의 한 궤를 밟아온 과정을 관찰하듯 풀어놓는다. 캠핑 장비를 땡 처리 숍에서 하나하나씩 마련하여 친구와 함께 후지산 캠핑에 성공하였고,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며 승용차를 타고 갔을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을 확인하며 자연 깊숙이 들어가 생생하게 호흡하는 시간을 즐겼다. 서핑을 하고 싶어 수영 강습을 시작하고는 시니어 바디보드 강습교실에서 서핑 기술을 익힌 뒤에는 파도를 타기 시작하였다. 몸이 잘 안 따라준다는 말로 다음으로 미뤘던 요가 교실에 등록하여 굳은 근육을 풀며 유연성을 기르고 싶은 열망을 더한다.
팔순에 가까운 어머니들이 살았던 50대와는 다른 50대를 살고 있지만 신체 곳곳에서 적신호를 보내고 있어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피로에 대한 부담이 있어 주저하면서도 지금 아니면 다시 행하기 힘들다는 점이 동전의 양면처럼 들러붙어 있는 중년의 시간 다시 용기 내어 가지 않은 길을 걷는다. 오지 않은 노후에 대한 염려로 지금의 시간을 유예하며 안달재신하지 않을 용기는 비워도 좋을 것들을 범주화하게 만든다. 다음보다는 지금이 더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이기를 바라며 현재 채워야 할 것들을 마음에 담고 목록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