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다시 성장할 것인가 - 저성장을 극복할 대한민국 뉴패러다임
박광기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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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성장 고물가 시대에 살아남기 힘들 정도라고 아우성인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학 4학년인 딸은 벌써부터 불투명한 미래에 자립할 능력을 갖추고 살 수 있을지 반문하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한계점을 스물여섯으로 정하고 인턴 사원으로 들어가 수습과정을 거치며 사회 공부를 해나갈 것이라는 말을 빼먹지 않는다. 설 연휴에 만난 서른셋인 조카는 아직도 취업을 준비하고 있어 할머니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하였고 그나마 직장을 잡은 조카도 처우 개선이 안 되면 이직을 하고 싶은데 옮길 만한 곳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지금 직장을 다닐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임은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이야깃거리로 나온 고민들 속에 힘든 한국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다.  

   삼성전자 부사장을 지낸 박광기 연구원이 그동안 해외 주재원으로 나가 여러 나라를 돌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저성장 시대에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부족해 보인다. 압축 성장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시대의 성장기 경쟁 패러다임을 성숙기 융합 상생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여 저성장의 시기를 벗어나야 한다고 보았다. 상생·융합·연결·공유·운용·활용의 가치를 지향하며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힘을 합쳐 경쟁력을 배가시켜 대한민국 재도약을 위한 3대 성장 전략을 내놓았다.

    첫째, 150여 개국의 개발도상국을 주력 시장으로 전환해 현지에 필요한 업종과 기술로 국가브랜드 신용을 쌓아 국내외 첨단제품과 고부가 제품 시장을 선점하는 기반으로 삼는다.

  둘째, 단품을 제조하여 우위의 경쟁을 추구하던 데서 벗어나 주력 성장 엔진으로 인프라 사업을 구축한다.

  셋째, 국내 저부가 고비용 업종에 대한 변화로, 국내에서 제조하여 해외로 수출하던 구조를 현지에서 제조하여 현지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과당경쟁을 해소한다.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도 생존과 성장을 거쳐 쇠퇴해 죽음으로 인생을 갈무리하듯 한 나라의 경제 역시 발아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를 거치며 새롭게 태어나고 사라진다고 본 저자는 성장기에 가려져 있던 문제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와 저성장의 성숙 단계에 이르렀다고 현사회의 문제를 진단하였다. 신지식 사회에 부합하는 교육콘텐츠를 개발하여 창조경제 산업으로의 질적 변화의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질적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며 충전을 위한 지식과 교육이 멀티미디어 시대에 쌓은 역량을 활용하고 운용하는 시대로의 전환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거시적 관점을 강조했다.

   경제성장의 변곡점에 와 있다고 여긴 한국경제가 다시 성장하려면 중국 경기의 성장 둔화, 미국 금리 인상 등 외부상황만 탓할 게 아니라 한국형 산업화 단지 프로젝트를 개발도상국에서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류 열풍의 기세를 이용한 한국의 인적기술적 자원을 해외에 수출하는 방식으로 사업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내세웠다. 기업 경영의 리더인 CEO는 시대정신을 아는 안목으로 조직의 이념을 바로 세우고 미래를 여는 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실행과 성과를 책임지는 사람을 우선시하여 인재를 채용할 때에도 사람과 잘 어울리는 인성을 갖춘 이들을 우선 채용하여 기술을 연마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압축 성장기를 보낸 산업화의 주역인 베이비부머 세대인 저자는 농경사회산업화 사회정보화 사회지식 사회를 경험한 점을 들어 은퇴하더라도 이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 할 수 있게 사회 적응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여겼다. 다양한 요소들이 어울려 새로운 혁신을 도모할 에너지가 생길 수 있음에 착안하여 민관이 협업하고 대중소기업이 서로 힘을 합치는 융합시대를 이끌어야 한다고 봤다. 끝으로는 개인적인 경험을 들어 올바른 습관 정착을 위해 반복할 필요가 있고 일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쉴 줄 알아 충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우수한 인재를 비정규직으로 선발하여 수습기간을 거쳐 사회라는 조직에 적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수습의 기회로 삼아 검증 과정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타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열정 페이라는 말이 공연한 말이 아닌 대한민국 현실을 감안하면 고용주의 시선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잣대로 본 것은 아닌가 싶다.

 

(이 리뷰는 21세기북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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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 -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한 책 읽기 아우름 9
장석주 지음 / 샘터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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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핍으로 이어진 생활 속에서도 책이 있어 너머의 세상을 꿈꾸며 새로운 삶을 살아갈 힘을 얻었다는 여학생은 책을 끼고 생활하는 사서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척박한 현실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은 어디에도 발견하기 힘든 상황에서 들입다 책을 읽으며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려 했다는 그녀의 소개서 구절이 생각나는 밤이다. 40년이 넘는 동안 책을 읽어온 저자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도서관을 드나들며 책을 읽으며 청소년기의 방황을 스스로 달랠 수 있었다고 한다. 독서 습관이 몸에 배어 활자와는 숙명처럼 엮여 글을 읽고 쓰면서 강연하는 활동으로 저자는 생계를 전담하여 왔다. 생존을 위한 독서가 앎의 영역을 확장해 지평을 넓혀 준 지적 성장과 더불어 타인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한 타자의 삶에 대한 수용의 폭까지 넓혀주었다.

 

   급변하는 시대 물신주의로 치달아 자본 증식에 혈안이 되어 사는 우리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지성인으로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는 규범을 스스로 정립해 가는 길에 독서는 자리한다. 갖가지 욕망의 화신들이 만들어 낸 표피적인 형태에 끌려 바르게 판단하지 못한 채 타인을 기준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책은 규범을 만들어 가는데 도움을 준다. 1년에 100권 이상 읽기를 5년째 지속하면서 점진적으로 향상된 자신과 맞닥뜨리는 기쁨은 쌓여 책을 읽는 즐거움에 빠져들게 하였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책을 읽고 올린 리뷰에 댓글을 다는 이웃들과 소통하면서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챙기며 사고력 함양에 도움을 받는 일련의 활동들이 책을 매개로 이어지는 행위는 즐거움으로 이어진다.

 

   활자 중독자인 저자는 1년에 책을 1000권 이상 구매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음으로써 균형 잡힌 삶을 꾸리는 주인으로 살아왔다. 살면서 고비가 올 때마다 책을 읽으며 시련을 감내하였고 절대 고독의 경지에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서울 살림을 접고 안성으로 내려와 살아야 했던 때, 저자는 낙오자의 열패감을 떨쳐 버리기 위해 노자의 <<도덕경>>100번 이상 읽으며 버리고 비우는 삶을 위한 수행 도구로 삼았다고 회고하였다. 견디기 힘든 상황을 감내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에너지를 준 책들의 의미를 좇아 자신의 행적을 살필 때마다 독서의 긍정적인 평가는 도처에 자리했다.

 

   자기 관리에 능숙한 저자는 스스로 정한 규율대로 움직이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행하며 즐기는 생활을 잇고 있다. 오전에는 글을 쓰고, 삿된 생각을 정리하며 걷기, 책 읽기 등의 단순하면서도 규칙적인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근간은 스스로 인생의 주인으로 바로 서는 삶을 지향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40년간 책을 읽어 오면서 반복 훈련과 학습을 거쳐 자신만의 책 읽기 기술을 습득하였음을 사례로 밝히고 있다. 첫 번째 읽기 과정은 반가통 지식으로 어렴풋하게 아는 것이고, 두 번째 책 읽기부터 모르는 것을 꼼꼼히 따지고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며, 세 번째 책 읽기는 완전한 지식을 자기 안으로 들이는 전가통 지식의 습득을 목표하였다.

 

   ‘완벽한 비움에 이르러, 고요함을 착실하게 지킨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함을 일삼으라는 노장 사상의 핵심을 무위(無爲)’로 본 저자는 욕망을 제어하면서 마음이 시끄러워지지 않는 삶을 지향하면서 지낸다. 분에 넘치게 채움은 몸을 고되게 하고,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인생을 고단하게 만들어 스스로 일 중독자로 전락하여 만성 피로 증후군을 앓는 이들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마음의 탐욕을 버리고 욕심을 덜어 마음의 고요를 지키며 어떤 것에도 휘둘리지 않는 잣대를 규정하며 살아가는 일은 우리 몫으로 남는다. 시인·인문학자·강사·방송인 등의 삶을 경험한 저자의 인터뷰에는 현상 이면의 본질이 담박하게 드러나 저자의 정체성을 더하고 있다.

 

   장서가 빽빽하게 꽂힌 나만의 서재를 꾸미고 싶은 열망은 책 읽기를 즐기는 이들의 바람 중 하나다. 변변한 서재를 마련하지 못한 까닭에 거실 한쪽에는 읽은 책들로 쌓여만 간다. 거실 책꽂이 밖으로 나와 있는 책들로 공간이 너저분하게 보일 때도 있지만 읽을 책들과 읽은 책들로 산을 이루는 풍경은 지적 양분의 저장고처럼 풍요로워진다. 미답의 공간을 찾아 나서는 여행자처럼 호기심을 열어주고 충족하여 주는 책 읽기는 개인의 삶을 바꾸는 숭고한 가치를 지닌 활동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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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 그리움을 안고 떠난 손미나의 페루 이야기
손미나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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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탈하게 지내던 건강한 이의 부음은 돌연한 죽음으로 슬픔의 깊이를 더한다. 뜻밖의 상황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을 때, 지금 이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게 회한을 덜 남길 수 있음을 일깨운다. 역사학자로서 대학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던 아버지를 하루아침에 여읜 상실감과 허탈함은 남은 식구들이 감내하기 힘든 시간으로 바꾸어 버렸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아버지를 여의고 생전에 역사학자였던 아버지가 가고 싶어 했던 페루를 찾아 길 위에 섰다.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아버지의 영혼을 느끼고 싶었던 마음은 인간 세상과 신의 세계를 이어준다는 신비로운 동물 콘도르를 보기 위한 여정은 시작되었다.

 

   참척의 슬픈 소식은 맥을 추스르기도 힘들 정도로 꺾여 힘을 모아 살아갈 동기조차 앗을 때가 있다. 인생의 큰 고비를 맞을 때마다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일상을 벗어난 여행은 미답의 공간에서 만난 이들과의 우연한 만남은 소통과 교감으로 이어져 고통의 시간을 견디게 하는 원천으로 자리할 때가 있다.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에 위치하고 있는 남미 대륙에서도 페루는 잉카 문화의 진수를 담고 있는 보고(寶庫)로 많은 이들이 신들의 거처라 불리는 마추픽추로의 여행을 동경한다. 노쇠하여 기력이 딸리기 전에 남미 몇 나라라도 여행해야겠다는 막연한 계획에 작가의 페루 여행기는 그동안 심연에 자리했던 여행의 세포들이 살아나 달뜨게 했다.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고 부족한 물자를 조달하기도 힘든 점을 감안해 목록을 작성해 여행 짐을 꾸린 여행자는 디트로이트를 경유해 애틀랜타를 거쳐 페루의 수도인 리마에 도착했다. 페루를 떠나서는 심장과 영혼이 평화로울 수 없다는 친구 이야와 만나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시간을 맞춰 그녀의 고향 쿠스코를 찾아 마추픽추에 동행할 계획을 세웠다. 지구 저편에 살던 친구를 위해 시간을 내어 함께 하는 일은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밀림 지대에서 위협적인 모기의 공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탐험대장이 이끄는 정글프로그램에 참여해 대자연 속에 깃든 생명체의 신비로움에 젖을 수 있었다. 열대우림답게 폭우가 쏟아졌다 금세 비구름이 걷히는 날씨 변화에도 현지인은 여유를 잃지 않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이치를 역설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계획한 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최근에 제주도 여행을 떠났을 때 공항을 지나쳐 버려 탑승을 놓치고 고가의 항공료에 저가 비행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그 덕분에 친절한 청년을 만나 제주도 여행이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비행기 결항으로 만찬을 즐기고 숙소로 돌아갈 때 식당 아주머니가 전한,

   ‘젊은 아가씨, 우리의 땀이 곧 우리의 삶이에요. 인생은 그런 거지요. 어디에서 살든 부자든 가난한 자든 똑같아요. 중요한 건 가슴에, 그리고 우리의 영혼에 있죠. 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요. 당신도 부디 행복하세요.’ 92

   한마디는 작가의 여행기를 읽는 내내 소중한 가치는 거창한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음을 일깨웠다.

 

   잉카인들의 경제적·종교적·정치적 요충지였던 도시 쿠스코를 찾기 전에 고산병 적응을 위해 그보다 해발이 낮은 마추픽추를 먼저 찾았다. 위를 최대한 비우고 마추픽추 등반에 나선 길은 인간의 한계를 확인하고 위대한 자연 앞에 보잘것없는 인간으로 교만함을 버렸을 때 영혼은 자유롭고 평화로운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음을 가르쳐줬다. 지상에서는 볼 수 없는 하늘 위의 도시를 건설하고 잉카인들은 그들만의 고유한 삶의 방식대로 살면서 자연을 숭배하면서 섭리를 따르는 생활을 잇다 신의 부름을 받고 하늘로 떠났을 것 같은 오랜 유적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반문한다.

 

   이야의 고향 쿠스코를 찾아 그녀의 집을 방문했을 때 한 가족이 오랫동안 지내면서 특별한 날에 심은 나무들로 조성된 정원은 가족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안데스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퓨마를 닮은 쿠스코의 코발트 빛 하늘은 탐내는 마음 없이 사는 질박한 삶이 잣는 인생의 문양이다. 쿠스코 여행을 마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한 티티카카호수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사는 현지인들의 강인한 생명력은 자연적 질서를 거역하지 않는 순응으로 일생을 살면서 부지런히 살아가는 삶의 태도에서 시원을 찾을 수 있었다. 콜카 캐니언 협곡에서 창공을 비행하는 콘도르를 보면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음성이 들려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딸은 슬픔을 품고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워갔다.

 

   페루가 내세우는 생태계의 보고인 바예스타 섬은 새똥들이 쌓인 섬으로 작물을 기르는 비료의 재료로 페루 경제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니 놀라웠다. 무용지물처럼 보이던 새똥도 무엇인가를 성장케 하는 촉진제로 작용하는 것처럼 여행은 아집을 꺾어 타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넉넉함까지 선물해주는 명약 같은 것이다. 쿠스코의 하늘을 한 번 더 보고 싶어 일정을 미루고 들른 그곳의 마을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는 그레고리와 동행하며 누린 경험은 이방인을 환대하는 현지인들의 정성과 사랑이 빚어낸 향연이었다. 따뜻한 미소로 타인의 삶에 안녕이 깃들기를 바라며 행복하게 지내기를 빌어주는 마음을 간직한 이들을 추억하며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묘약으로 기능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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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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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꾸던 이상을 실현하여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천직이라고 믿으며 지내는 직장인들이 몇이나 될까? 전공과 무관한 직장에 들어가 힘들게 일하지만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냉혹한 현실에서 정규직으로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에서 젊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생활에 감사할 때가 는다. 불황으로 55세 이상의 임원을 포함한 사원들의 명예퇴직 신청 접수 중이라는 기사가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것은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바로미터로 작용한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타인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반목과 질시로 그만 두고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은 적도 있지만 생각한 대로 직장을 쉽게 그만 두지 못하는 직장인들의 일상이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은 왠지 모르게 유쾌함이 더하고 힘든 일도 그냥 넘기게 되는 불금이다. 부담 없이 술 한 잔을 나누며 그동안 있었던 일을 안주 삼아 회포를 풀기에도 그만인 날이 지나 일요일 저녁이면 새롭게 시작될 한 주를 생각하며 가슴이 답답해질 때가 있다. 월요병이라는 말이 유행병처럼 번져 피곤에 찌들어 시간이 빨리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하루를 보내고 안도하다 보면 어느 새 주 중반인 수요일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은 한 해라도 빨리 자리를 잡고 싶은 생각이 앞서 직장에 들어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왕왕 있다. 시간을 두고 이 직장에서 일하는 게 즐겁고 행복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한 뒤 결정해도 늦지 않은데 성급히 결정하여 힘든 시간을 보내는 다카시를 보면서 대학 4학년인 딸의 모습이 겹쳐져 마음이 무거웠다.

 

   직원에게는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서 그들이 직장을 위해 서비스해주기를 강요하는 직장 생활은 아침에 일어나 직장으로 나가 퇴근할 때까지 지속된다. 피폐해진 육신에 휴식을 제공할 일요일에도 상사가 부르면 달려가야 하는 직장의 말단 영업직 사원인 다카시는 승강장에서 선로 위로 몸을 던지려다 야마모토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이 일을 계기로 간간이 만나 소통한 둘은 옛 기억을 더듬으며 서로를 향한 진정성 있는 조언으로 삶의 자세를 조금씩 바꿔 나갔다. 친구의 도움으로 자신감을 회복해가던 다카시는 입사 이후 계약을 성사시킬 가능성을 열어둔 채 친절한 직장 상사를 믿고 그에게 정보를 노출한 게 화근이 되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친절하였던 상사는 이익 앞에서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얼굴로 본심을 드러내면서 어떤 계약도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한 채 후배 직원을 물 먹였다.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놈은 쓰레기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 부장은 그에게 잡일을 시키면서 스스로 열패감에 젖도록 종용했다. 존재감 없이 일상을 보내는 일은 또 한 번 자살을 시도하게 만들었고 그 때도 야마모토는 푸른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오르려 했던 그를 붙들었고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을 떠올리라고 조언했다. 자살한 야마모토 준과 닮은 야마모토는 다카시가 죽으려 할 때마다 나타나 그를 구조해주었다. 야마모토의 정체를 둘러싸고 머리 아파했던 다카시는 13층에서 투신자살한 야마모토 준의 집을 찾아 숨겨진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을 낳아 길러준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시간 속에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괜찮아. 인생은 말이지. 살아만 있으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어.’

   엄마의 부드러운 말은 얼어붙은 아들의 마음을 녹여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다면 견딜 필요가 없음을 깨닫고 실행에 옮겼다. 지금 회사 좀 관두고 올 거라는 말을 건넨 다카시는 그동안 자신을 핍박하던 상사에게 인간의 마음으로 조언하고 충고하는 일이 가치 있음을 드러낸 뒤 사표를 제출했다. 일도 안 하면서 월급을 챙겼다며 소송하겠다는 부장을 향해 사원을 부속품으로밖에 여기지 않는 회사에 더 이상 볼일이 없다며 일침을 가하는 모습은 통쾌하였다. 이제부터 내 인생에 참견할 수 있는 사람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사람뿐이라고 말하는 다카시의 인생에 희망의 빛은 조금씩 비췄고 또 다른 삶을 살아갈 힘을 주었다.

 

   옛날에는 어른들 말에 순종하며 반듯하게 행동하는 아이들을 귀하게 여기며 그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감내하며 살다 보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살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대에 기존의 가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겉돌 때가 많다.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직원들을 윽박지르며 권위에 복종하기를 바라기보다는 사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의 생각을 들으려고 할 때 회사는 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어려움이 무엇인지 진단하여 문제를 해결하여 가는 과정은 삶의 연속이라는 생각을 떠올리며 다카시의 결단과 이직에 따른 그의 움직임에 활기가 넘쳐흐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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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가 안정적인 삶이 지속되던 공간을 벗어나 관계에서 멀어진 채 자유로운 일상을 구가하는 여행을 동경하며 지내는 자신과 조우했다. 집 밖으로 나가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 보면 시간은 금세 흘러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면 지친 걸음을 옮겨 집으로 향하는 길이 즐겁지만은 않았다. 밤 새워 놀고 싶은 마음에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리면 좋겠다고 여기던 소녀는 방랑벽이 강한 중년으로 자리해서인지 늘 미지의 공간을 동경하며 지낸다. 길 위에 서기를 즐기는 이들이 다녀 온 여행지 중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로 많은 이들이 체코를 꼽는데 서슴지 않았다. 자본에 물들지 않은 신비로운 순수성이 그곳에는 내재해 있더라고 전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기 전에 체코로 떠나기를 권했다. 50세가 되는 해 계획대로라면 8명의 친구들과 함께 여름이면 동유럽 중에서도 체코와 오스트리아를 묶어 집중적으로 여행하고 있을 것이다. 부디 그 여행 계획이 실현되기를 바라며 체코의 중심지인 <<프라하 홀리데이>>를 만났다.

 

 

   깊은 눈매에 우수 가득한 얼굴로 정면을 보던 카프카의 얼굴은 엄격한 아버지의 그늘에 위축된 아들의 이지러진 모습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안쓰럽다. 절대적인 고독 속에 요절한 카프카의 영혼을 애도하는 움직임에 동참하고 싶은 열망은 프라하를 찾으려는 이유 중 하나다. 세일즈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한 마리의 커다란 독충의 모습으로 변해버린 자신을 대면하는 현실은 벗어나기 힘든 공포다. 침대 위에 꿈틀거리며 누워 있는 한 마리 벌레로 변해 버린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시일이 지날수록 그를 냉대하는 가족들의 시선은 견디기 힘든 굴레로 작용해 비관 속에 빠져 지내던 주인공은 죽음에 이르고 말았다. 남은 식구들은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무연하게 야외 나들이를 떠나는 모습에서 잉여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그레고르 잠자의 가치는 어디에도 자리하지 않았다. 프라하 성에서 카를교 방향으로 향하는 길에는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소설가 카프카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어 먼저 들러 카프카의 영혼을 느끼고 싶다. 다양한 오디오와 영상 자료가 있어 작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는다니 기대가 된다.

   블타바 강 오른쪽에 자리한 프라하의 구시가지를 거쳐 신시가지를 지난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명소를 찾아 교통숙박음식볼거리 등을 실어 개인의 여행 취향에 따라 재구성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휴대하면 좋을 안내서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으로 명소로 떠올랐던 카를교는 동유럽 최고의 돌다리로 석양이 비치며 떠오르는 실루엣을 프라하 성에서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광경 아래 거리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음악에 젖는 시간은 생각만 해도 설레는 풍경이다. 부조로 새겨진 곳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후문이 있다고 하니 그곳을 지날 때면 발원 한 가지쯤은 지니고 다리를 건널 일이다. 팔색조 같은 모습으로 변신하여 황홀한 이국적 정서를 더할 프라하의 야경은 인공적인 조명으로 빛을 투사하는 도시의 모습과는 대별될 것이다. 정각이 되면 마법이 일어나는 구시청사 천문시계는 시계의 여러 부분이 작동하며 소리를 내 단막 인형극을 보는 듯 신비로움이 더한다니 기대된다. 69.5미터인 시계탑에 올라 구시가지를 조망하는 유쾌함도 선물해 줄 천문시계를 볼 날을 기다린다.

   체코 역사의 전환점으로 등장하는 신시가지의 바츨라프 광장은 1968년 두브체크로 대표되는 개혁공산주의자들이 시도한 '프라하의 봄'이 소련군 탱크부대의 침공으로 많은 체코국민들이 희생된 곳으로도 유명한 역사적 현장의 중심지다. 바츨라프 광장 중앙에서 정면으로 마주하는 국립박물관은 체코와 프라하의 역사의 맥을 짚어주는 곳인데다 1층에는 체코 최대 장서를 보유하는 도서관이라니 책들의 향연 속에 젖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진다. 꼭대기에 작은 지구본이 있고 춤추는 듯 독특하게 디자인된 건물인 댄싱 하우스는 유려한 곡선미를 살린 현대 건축물로 각광을 받는 명소다. 구시가지 뒤편에 자리한 유대인 지구는 핍박받던 유대인의 삶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에 자리한 구 유대인 묘지에는 카프카의 시신도 안치되어 있다니 숙연해진다. 화장을 하지 않는 유대인 장례 문화의 영향으로 자리 부족으로 이미 있던 묘지를 파 그 위에 시체를 다시 묻었다니 놀라웠다. 유대교인들이 모이는 시나고그가 자리하여 그들의 신앙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 같다.

   프라하 성이 있는 블타바 강 왼쪽은 수많은 성과 궁전이 들어서 있어 웅장함과 정교함을 더하는 프라하 성을 중심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용된 프라하성은 내부 장식과 정원 조성으로 유럽 최고의 성으로 손꼽히며 정오에 펼쳐지는 위병 교대식은 구경거리 중 하나라니 시간을 맞춰 성을 찾아야 할 당위성을 각인시킨다. 밀란 쿤테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배경이 된 언덕에 위치한 페트린은 분주한 도심과는 달리 여유롭게 걸으며 푸니쿨라를 타고 페트린 타워에 올랐다 내려오는 묘미가 클 것 같다. 이 외에도 들를 만한 곳을 간명하게 적어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며 체코의 정취에 젖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여 배낭여행을 준비하는 이에게도 유익한 책자로 비춰진다. 내년 여름 친구들과 찾을 그곳을 미리 둘러보았으니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보고 싶은 곳을 넣어 한정된 시간에 의미 있는 여행자로 자리하고 싶은 마음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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