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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평점 :
반 아이들과 함께 수업하면서 꿈꾸는 미래를 발표하는 시간에 한 학생은 일어나 촌철살인(寸鐵殺人)하는 언론인으로 소외되는 국민들을 위해 일하는 기자를 꿈꾼다며 ‘기레기’ 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고 했다.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인 기레기는 대한민국에서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저널리즘의 수준을 현저하게 떨어뜨리고 기자로서의 전문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사람과 그 사회적 현상을 지칭한다.’-위키백과 사전-
예상했던 대로 포털 사이트가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본문 내용과는 다르게 자극적인 제목으로 올려 네티즌들의 관심을 끄는데 혈안이 되어 제목과 내용이 엇갈려 낚였다는 자괴감을 낳을 때가 있다. 본질을 왜곡하는 보도에 맞서 일반인들이 알고 싶어 하는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글쓰기를 포함한 입장 표명은 가치 있는 일이라 여였기 때문이리라.
SNS는 실시간 소통의 전파효과로 새로운 연대와 참여의 순기능이 있는 반면에 매체를 이익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여겨 악용하는 역기능이 있어 양면성을 띤다. 권좌에 오르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댓글 문화를 확산하고 상대 후보에게는 악성 댓글을 유포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은 댓글부대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원하는 방향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기 위해 중상모략과 권모술수를 써서라도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전횡은 국정원에서 본격화되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려는 애국심이 있는 이로 전문지식을 갖추고 보안 의식과 정보 감각을 겸비한 인재 상을 내세운 국정원의 기능에 회의가 든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국정원 댓글 부대의 위력은 상당했음을 국정 감사에서도 지적했지만 적법한 재제를 받기는커녕 2015년 10월에 있었던 국정 감사에서 국정원 댓글 관련 법원 및 국회 증인으로 나왔던 경찰 관계자의 절반 이상이 댓글 사건 이후 승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당시 공헌한 이들이 상위 관료에 포진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가성이 있는 활동으로 비춰진다. 빅 데이터로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온라인상에 많은 정보들이 유출되고, 유출된 정보를 이용하는 이익집단이 파생하는 시대에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정보가 새나가고 유령 집단에 연루되는 전화를 받는 등의 불안감은 증폭된다.
20대 청년 세 명으로 꾸려진 '팀-알렙'이라는 여론 조작 팀은 이철수로 대변되는 정체 모를 권력자의 사주를 받고 진보적 성향을 지닌 온라인 커뮤니티를 공격해 좌초시키는 일을 모두로 돈이 되는 일이라면 하청을 받고 일을 수행했다. 커뮤니티의 허점을 찌르는 전략을 실현할 교묘한 선전술에 능숙한 기술력으로 여론을 조작하여갔다. 연봉이 보장되는 직업군에서 벗어난 20대 청년 셋은 수중에 현금이 들어오는 일이라면 도덕성에 위배되는 일이라도 서슴지 않았다. 현금이 들어오면 술집으로 가서 돈으로 거래되는 정욕을 충족하는 청년들의 모습에 경제적 자립 능력을 갖추고 살기 힘든 모습이 겹쳐져 울울함은 더했다. 저렴한 돈으로 고용한 이들에게 댓글 하청을 시켜 커뮤니티 여론 판을 우세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의뢰인은 목적을 달성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름으로써 여론몰이에 나섰다.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한 방향을 넌지시 찔러주고 그 방향으로 달리게 하는 방법으로 유착관계를 보이는 합포회와 팀-알렙의 역할은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드러냈다. 잘나가는 학원 강사를 인신공격하는 동영상 사진을 유출하고 악성 댓글 몰이로 더 이상 학원가에 존립하기 어렵게 매장하였고, 그 실상을 파악하여 언론에 바른 정보를 주려는 임상진 기자 역시 언론 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가차 없이 버리는 비정한 댓글부대의 위악성은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며 궁극적인 합의 책을 찾으려는 합의와는 거리가 멀다. 보신을 위한 중국행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강이었음을 뒤늦게 알아차린 찻탓캇의 운명처럼 자산가와 권력자들의 술수에 휘말려 그들의 입장을 유리하게 대변하다 스러져버린 청춘은 동정의 가치도 없다.
온라인 여론 판을 기획하는 두뇌 집단이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팀-알렙'을 보면서 근시안적인 태도로 이익을 좇는 무리들이 도처에 자리함을 알게 되었다. SNS 뉴스와 정보 게시판에 기록된 글을 접할 때면 진위 여부를 먼저 가리고 자동 댓글로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들은 먹이를 주는 손은 물지 않는 십대들의 영악함을 이용하여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기성세대들의 야욕을 표면화하였다. 뭇사람의 입은 쇠도 녹인다는 말의 위력을 새삼 깨달으며 왜곡하지 않은 정보로 진리를 찾아나서는 이들의 자정 노력이 나비효과처럼 퍼져나가길 바라며 SNS 미디어의 순기능이 자리 잡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