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1~4 세트 - 전4권 (포스터 에디션) 강풀 순정만화
강풀 지음 / 재미주의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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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에는 우연이라고 여기며 살기에는 석연찮은 일들이 존재한다. 지독하게 안 좋은 법칙이 한 사람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불행한 일들을 낳아 마녀라는 올가미를 쓴 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예쁜 얼굴에 공부를 잘하는 미정은 자기 의지와는 무관하게 벌어지는 일들에 짓눌려 타인과 어울리는 법을 모르는 듯 외따로 떨어져 지내기 일쑤다. 미정은 같은 공간에서 자신과 말을 섞고 시간을 보내는 이는 부상을 입거나 죽었다. 이유는 알 길이 없었지만 안타까운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미정은 혼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미정이를 좋아하면 죽는대.’

미동고등학교 재학 당시 미정에게 호감을 갖고 다가가 말을 걸고, 선물과 함께 사랑을 고백한 남학생은 안전사고를 당하였다. 비오는 날 우산 없이 비 그치기를 기다리고 서있는 미정과 우산을 같이 쓰고 집으로 간 남학생은 돌아가는 길에 감전사하였다. 운구차가 교정을 한 바퀴 돌아나가는 망자의 마지막 길에 애도 시간을 갖는 학생들 입에서는 마녀 때문에 남학생이 죽어나간다는 말이 튀어 나왔다.

미정은 타인의 불행 원인 규명보다는 결과를 초래한 화살이 자신을 향할 때마다 위축돼 지내는 게 상책이라 여기며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내딛는 심정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급식소 점심을 포기하고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며 다른 학생과 말을 섞지 않고 고립되어 지냈다. 동진은 계열이 달라 한 반에서 생활하지는 않았지만 외톨이로 지내는 그녀가 안쓰러워 눈길이 갔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라도 한 것처럼 불행한 사건은 끊이지 않았고, 미정은 입소문과 따가운 시선에 밀려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어 자퇴를 하였다.

자퇴한 미정이 집안에서만 생활하며 더 이상 고민 없이 검정고시를 준비하여 대학에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독자의 바람과는 달리 아버지와 함께 감자를 심으러 간 날, 미정의 아버지는 뱀에 물려 정신을 잃은 딸의 상처에 독을 빨아들이다 독이 퍼져 목숨을 잃었다. 급기야는 아버지까지 죽음으로 내몬 마녀라는 소리를 들으며 더 이상 살던 동네에서 살아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동네를 떴다.

통계학과로 진학한 동진은 혼자 생활하는 데 익숙한 중혁에게 다가가 말을 붙이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동진은 혼자 밥을 먹는 중혁에게 먼저 다가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 그에게 말을 걸며 자신의 곁을 내어주었다. 후로 둘은 단짝이 되어 비밀로 부치던 일을 공유하며 우정이 두터워졌다. 자발적 함구로 일관하던 중혁은 동진이라면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아도 괜찮을 친구라 신뢰하며 지냈다.

대학을 졸업하고 데이터 마이너로 일하는 동진은 경찰 시험에 합격해 사이버수사팀에서 일하는 중혁에게 짧은 문자를 남기고 자취를 감추었다. 마녀라는 소문에 휩쓸려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단절한 미정, 그녀를 둘러싼 불운의 법칙을 깨고자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를 스토킹하는 동진의 마음에는 사랑이 자리한다.

‘Shine on you.’

동진은 마녀라 불리는 미정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그녀에게 집착하여 관련 자료를 모으고 기록하며 자료를 분석하였다. 그는 그녀와 관련 뉴스를 취재하는 기자처럼 자료를 모아 소요된 시간과 공간에서 이뤄진 대화 내용 등을 블로그에 기록하였다.

대학 때부터 고립되어 지내는 미정에게 관심이 보이며 힘을 준 허PD는 중혁을 찾아와 동진의 실종을 알렸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물으며 동진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으니 그를 찾는 데 필요한 단서를 찾다 노트북을 열었다. 중혁이 수사를 하며 동진의 방에 들러 노트북을 열어볼 것이라 여겼는지 그는 중혁의 주민번호를 비밀번호로 설정하였다. 동진은 김중혁 역시 박미정과 같은 일을 겪으며 자발적 고립을 선택하고 침묵을 지키며 대학교를 다녔음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진은 미정을 둘러싼 불의의 사고가 미정과 직접적 연관이 없음을 증명하기 위하여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의 불운한 일들을 불러 모았다.미정의 일뿐 아니라 중혁이 겪은 불행한 일들 역시 취재하여 수집한 자료의 패턴을 찾아 서로의 구원자가 되려고 하였다. 동진은 용기가 없어 좋아했으면서도 미정에게 한마디 말도 건넬 수 없던 지난시간을 돌아보고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증명하였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은 채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홀로 지낸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듯 미정과 동진, 은실과 중혁은 서로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어둠과 침묵 속에 자신을 유폐한 채 지낸 시간, 불행의 늪을 빠져나올 수 있게 할 사랑의 빛은 희망을 투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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