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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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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철이 없던 시절 불가항력적인 일들을 겪으며 평상심을 잃고 방황할 때면 주관적인 슬픔과 아픔에 매몰되어 나에게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며 초월적인 존재를 원망하곤 했다.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이 그 누가 겪은 일보다 몸서리칠만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연민에 빠지다가도 화를 내 질책하는 말을 던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보잘것없는 그릇에 지나지 않는 자신과 맞닥뜨리게 된다. 귀가 큰 토끼 베니를 캐릭터로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구 작가의 현실 이면에 자리한 숙명적인 시련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어떤 만남이건 소중히 해야 한다는 것을.’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도 허투루 해서는 안 된다고 일깨워 준 애니메이션고등학교 선생님의 한마디는 크고 작은 영향 아래 우리는 성장해 가는 것임을 직감하게 만든다. 구 작가가 두 살 때 열병을 앓아 청각장애 2급 판정을 받았을 때 딸의 혀가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입가에 설탕을 묻히고 혀로 입술 주변을 핥게 한 어머니의 지혜로운 노력은 딸에게 전해졌다. 어렵게 들어간 고등학교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학교 문을 나왔을 때도 그 시절 만난 선생님은 작가의 내면에 자리한 장점을 발견하여 지지해주었고 그녀만의 개성을 잃지 말고 살아가기를 당부하였다.

  의 말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며 귀가 큰 토끼 그림을 꾸준히 그리며 조금씩 인지도를 높여 싸이 월드 스킨 작가로 활동하며 용돈을 벌었지만 디지털 환경의 변화로 싸이 월드가 사양길로 치달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희망을 걸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작가는 블로그에 베니 그림을 꾸준히 그리며 개인전을 열기도 하면서 자신이 즐기는 일을 찾아 몰입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에 이상이 느껴져 병원을 찾았을 때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고 오래지 않아 시력마저 잃게 될 거라는 비보를 접하였다.

   잘 안 들리는데다 눈까지 멀게 된 상황이 분노를 유발하였지만 그녀는 좌절하며 낙심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사는 법을 실현하며 지냈다.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처럼 보내자고 다짐하며 힘을 내었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들을 챙기기 시작하였다. 다. 소망 상자 안에 담아두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실천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나서는 길만이 지금을 잘 사는 방편이라고 그녀는 여겼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창조성을 부과하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인 작은 작업실을 마련하고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길가에 탐스럽게 피어난 벚꽃은 내리는 빗줄기 사이로 잎은 떨구고 외로이 서 있다. 포장도로를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짧아진 봄은 이내 흔적을 감추고 연초록 세상으로 물들어가는 때 청춘 시절에 못다 한 이야기들이 고개를 내민다. 마음에 들었던 남자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지 못한 것,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el 못한 것 등이 회한으로 남는다. 안 하고 후회하기보다는 저질러 보고 후회하자는 쪽을 택하기를 바라며 구 작가의 버킷리스트를 따라 마음을 달래 본다. 눈이 멀어지면 타인이 입혀주는 대로 입고 살아야 하니 몸매 관리를 잘해 어느 옷이나 잘 맞도록 해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코끝이 시큰해진다.

  비가 내려 감성을 돋우는 날이면 소통하며 지내던 제자들에게 연락이 온다. 취직한 지 1년이 지났으니 저녁 한 끼 대접하고 싶다는 소식이 반가운 것은 자기 역할에 걸맞은 활동으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데서 뿌듯함을 느껴서이다. 봄꽃 아래에서 예쁘게 단장하고 사진 찍기,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연락처 묻기 등의 소박한 바람에서부터 파리의 가장 큰 미술관인 오르세 미술관에 가서 전시된 작품들을 직접 보면서 느끼기 등이 이뤄지길 바란다. 청각과 시작을 잃더라도 생생히 남아 있는 촉각을 떠올리며 그 감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는 구 작가를 보면서 치기어린 불평을 토로하며 한탄하였던 미욱함이 괴란쩍어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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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오렌지색 옷을 입힐까 - IS(이슬람국가)에 대해 당신이 아직 모르는 것들
이케우치 사토시 지음, 김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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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람국가(IS)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야묵 팔레스타인 난민수용소를 공격, 팔레스타인 측과의 충돌 끝에 장악했다고 시리아 반정부 운동가들 및 팔레스타인 관리들이 밝혔다.’

    201542일 네이버 기사에 의하면 IS가 수용소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세력과 격렬한 교전이 벌어졌다고 한다. 칼리프제를 선언하고 이슬람 세력 확장을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국제적인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간주되고 있다. 후세인 정권이 붕괴된 후 이라크의 국가 재건을 방해하고 사ghl 균열을 깊게 만들어 내전과 종파 분쟁으로 몰아넣기 위한 조직을 창설한 자르카위는 시아파를 이단시하여 이라크를 분열시켜 종국에는 내전을 조장함으로써 미국에 타격을 주었다. 그가 이끄는 타우히드와 지하드단은 인질에게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혀 참수한 영상을 내보냄으로써 미디어를 이용한 테러 문화를 확산해 갔다.

  ‘타우히드와 지하드단의 우두머리는 2004년 빈 라덴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형태로 알카에다의 산하에 들어간다고 선언한 뒤 글로벌 지하드 운동의 일익을 담당하는 분산형 조직으로 정착하여 갔다. 세계의 무슬림을 분기시키기 위해 20019·11 테러를 일으켜 미국뿐 아니라 세계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9·11 테러 사건 이후 글로벌 지하드 운동의 네트워크는 지도자 없는 지하드로 인터넷 게시판이나 채팅방의 가상적 공간에서 쌍방향 소통을 잇고 있었다. 이들은 2020년 세계적 규모의 칼리프제 국가 부활을 목표로 아랍의 봄을 계기로 2010~2013년에 아랍 정권을 타도해 권력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드러내었다.

   분쟁 지역에서 활동하는 무장 집단이나 글로벌 지하드 테러 조직의 잔혹한 행위와 비합법적인 활동까지 정당화하는 규범이 이슬람교의 교리 속에 있다. 이에 알라의 길을 위한 목적에 부합하는 전투에 참가하는 것이 이슬람교도들의 의무라고 밝히며 특유의 동원력으로 죽음까지 불사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아랍인과 이슬람교도가 미군기지에 수용되었을 때 입었던 오렌지색 죄수복을 자신들이 구속한 인질들에게 입히고 살해함으로써 이슬람교도의 지지를 얻는 동시에 미국에 대한 '정당한 보복'임을 주장하려는 의도가 숨어있음을 극명히 드러냈다. 이들은 인터넷과 위성방송 등 미디어를 이용한 가상적 공간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개척하여 지하드 운동을 가속화하고 있다.

   <<쿠란>>·하디스의 해당 전거를 인용해 자신들의 주장을 증명하는 근거로 삼아 과격한 무장투쟁을 정당화하고 근대국가나 국제정치의 규범에 도전하는 데 유용한 부분을 발췌해 이슬람 법학의 통상적 수법을 답습하며 불합리함을 정당화하는 일에 적극적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이 쿠웨이트를 침공하여 아라비아 반도의 산유국들을 위협한 일을 계기로 중도 지역의 패권을 장악한 미국을 이슬람국가 부활의 최대 적으로 간주하고 반미 무장 운동을 전격적으로 벌이고 있다. 테러를 통한 범 이슬람 세력의 확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광기 어린 흉악함으로 잔혹한 일을 서슴지 않는 이들의 움직임은 인류의 평화에 반하는 행동으로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세계적인 연대가 절실하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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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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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6 참사가 일어난 지 11개월째다. <<눈먼 자들의 국가>>를 읽으며 비통해하던 때와는 달리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원회 작가기록단이 쓴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으며 생떼 같은 자식을 잃은 가족의 아픔에 눈물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 내렸다. 배 타고 가기 싫다던 제주도 수학여행의 추억을 쌓아야 한다고 아이를 보냈던 부모의 회한은 더 커보였다. 여행을 좋아하여 훌쩍 떠나기를 즐기는 만큼 여행의 목적은 여행지를 찾았다가 있던 자리로 무사히 돌아오는 것까지 포함된다. 34일 수학여행을 마치고 금요일에 돌아와야 할 아이들을 기다리던 유가족들에게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의 시간은 극명하게 달라졌다. 차가운 바다 속에서 존엄한 생명을 멈추고 말았다. 밥상머리에 앉아 함께 하였던 식구를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보내고 비탄에 젖어 있을 새도 없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구해낼 골든타임을 놓치고 핑계만 늘어놓은 책임자들의 직무 유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구명조끼를 입고 선체에 있다가 배가 침몰하는 바람에 급류에 휩쓸려 가버린 아이들이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구조를 위한 실천적인 대응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상의 단란한 행복이 소중함을 잊고 지내다가도 돌연한 일들로 나락으로 떨어져 쉽게 헤어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한 이들은 안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를 다독거리며 지냈던 아들, 친구 같은 동행인으로 자리했던 딸, 철이 일찍 들어 무엇이든 알아서 해내던 아들, 온유함으로 부모를 기쁘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속을 썩이지 않은 딸,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자신의 길을 탐색하여 가던 아들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야 할 부모의 육성은 자식을 향한 애끓는 그리움으로 통렬한 아픔을 더했다. 억울하게 죽어 간 아이들이 남긴 미증유의 숙제를 해결해야 할 의무와 책임 아래 세월호 희생자들의 유가족은 정신을 가다듬고 대책을 세워야 했다.

 

   진실을 전하여야 하는 언론이 거짓된 보도로 사람들을 농락하는 현실에서 왜곡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중들 앞에서 진실을 알리는 일은 진상 규명을 위한 출발점이다. 전원 구조되었다는 오보에 안도하며 아이가 생존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진도 체육관으로 향하던 길에서 희생 학생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연락은 자식과 살아서 만나지 못할 수 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으로 뒤섞여 가족들은 갈피를 잡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비규환 같은 진도 체육관에서 시신으로 돌아온 아이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장례를 치르는 동안 가족들은 지쳐갔지만 실종자 가족들이 마음에 걸려 다시 팽목항을 찾는 일이 이어졌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사랑하는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남은 가족들은 아이들의 유품으로 나온 휴대폰 영상 자료를 통해 세월호 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며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규명하는데 힘을 모아야 했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서로를 챙기며 의연하게 행동했던 건우의 모습을 보면서 그나마 낫다는 어머니는 그토록 구조를 바랐던 아이들을 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진상규명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자식은 죽었는데 살자고 밥을 먹기도 힘든데다 외출마저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유가족들의 아픔은 당한 사람들만이 감당하고 지낼 수 있는 무게이기에 당하지 않은 이들이 괜찮으냐고 묻는 말도 조심스러울 듯하다.

 

   제대로 즐기면서 놀지도 못한 아이들이 책상 앞에서 공부만 하고 짧은 생을 마감한 게 내내 마음에 걸려 편히 숨을 쉴 수도 없는 부모들을 보면서 한 시민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다 세월호 대책위원회 홈페이지에 들렀다. 억울한 죽음으로 일상의 균형이 깨져버린 가족들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세월호 참사를 기록하여 알리는 일이 무엇보다 먼저였다. 아직까지도 실종자로 남은 아홉 희생자들을 가족 품에 돌려주고 성역 없는 수사와는 요원해진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세월호 선체 인양을 청원하는 서명을 했고 정기 후원 약속으로 소중한 목숨이 이익 앞에 쓰러져 가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바란다. 사사로운 이익에 눈이 멀어 안전을 위해 지켜야 할 규정을 위반하여도 제재를 가하지 않고 도리어 금권 결탁으로 권력의 비호는 받는 부조리한 상황은 근절되어야 한다.

 

   주말 내내 눈물바람으로 읽어 내려간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이야기 일부를 접하며 재난 공화국이라는 오명이 붙은 나라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언제 어디서 또 이런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 아이를 가슴에 묻고 힘들게 간 아이를 생각하면 편안히 지낼 수 없다는 호성 엄마는 무엇이든 해내는 만능으로 변신하였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지 가늠할 수가 있다. 매뉴얼이 없는 해수부와 해양경찰들에게 매뉴얼을 제공해야 했다는 지성 아버지 이야기에서는 허상만이 움직이는 조직이 국민들 세금을 축내고 있는 현실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사고 당일 해경 함정은 구조를 위한 수색은 전혀 없었고 먼저 빠져 나온 선원들만 구해내었다니 304명의 죽음을 재촉하였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듯하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위해 시민들이 연대하여 권력을 비호하는 세력의 철옹성 같은 벽을 허무는 일부터 시작해야할 것이다.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한 줌의 재로 화성 효원 공원에 갇혀 있는 아이들의 영혼이 숨을 쉴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주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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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세상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
고은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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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과 더불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고 답하는 석학들의 강연 속에 일깨우지 못한 우리들의 미욱함을 뉘우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어떤 방향을 추구하며 살아야할지 고민하게 된다. 불황의 늪 속에서 헤어나기 힘든데다 내우외환의 위기가 깊어지는 때 총체적인 난국을 헤쳐 나갈 지혜를 얻는 일은 쉽지 않을진대 12명의 지성인들의 글을 통해 현안을 해결해 갈 물꼬를 트고 자신의 상황에 부합하는 선택과 결정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 가야할 숙명이 내려졌다

   의견을 드러내다 보면 상충하여 갈등할 때가 있는 우리 사회는 그것을 분열로 몰고 가서는 흑백논리로 치닫고 말아 화합과 상생의 조합과는 요원한 길을 걷는 경우가 허다하다. 원효는 화쟁론에서 모든 경전을 인정함으로써 개별적 다양함을 살려내 나의 경험과 지식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경험과 지식도 진리임을 인정해야 함을 밝혔다. 내가 옳음을 입증하는 논쟁에 비해 대화는 상대방의 옮음을 발견하는 과정인 만큼 경청을 통해 상대방에게 집중하는 일부터 시작할 일이다. 조성택 교수는 세상의 아픈 곳을 세계의 중심으로 여기고 인문학이 세상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작용할 수 있는 시민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임진왜란 당시 전시 총사령관격인 영의정 겸 도체찰사였던 '류성룡'이 임진왜란 7년을 온몸으로 겪은 후 집필한 전란의 기록인 <<징비록>>을 통해 한명기 교수는 임진왜란 당시의 역사적 과오를 응징하여 미래의 위기에 대비하는 지혜와 통찰을 구하려고 하였다. 임진왜란 동안 15회나 물러나겠다고 선수를 쳤다가 철회한 선조를 다독여 종묘사직을 유지하였던 영의정 류성룡의 고달픈 임무를 떠올리며 최고 지도자에게 필요한 능력과 책임감이 막중함을 후세에 전하려는 의도가 컸다. 국정 최고의 요직에 있으면서 전란의 현장에서 조선의 재건을 위해 류성룡은 상업적인 측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식으로 외교나 교섭의 힘은 한 나라가 갖고 있는 능력과 힘에 비례함을 간파하였다

   자기 안의 언어가 저절로 커서 자연스럽게 폭발하여 표현된 시가 자연스러우면서도 잘된 작품이라는 글을 통해 힘을 배는 작업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견고한 성처럼 자리한 주체성이 비껴난 자리 밑에 감춰져 있던 것들이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힘을 내게 하는 시를 통해 자신 안에 깃든 타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일흔인 학자는 잘 살기 위해서 시를 읽으며 말귀가 밝아질 수 있도록 힘쓰고, 관용의 정신을 기름으로써 외롭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것도 잘 사는 방법 중 하나라 일컬었다. 격동의 시대를 보낸 고은 시인은 많은 죽음을 목도하면서 생존자로서 애도해야 할 의무를 안고 살아가는 원죄를 말하며 폐허 위에 삶을 노래하며 궁극적으로는 통일된 세상을 바라는 시로 갈무리하였다

   ‘쾌락이야말로 최고선이며 고통과 불행은 최고 악이다.’

   에피쿠로스는 고통으로부터 해방하는 게 행복이라고 보았지만 관능적인 쾌락이 주는 행복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욕구를 끌어 올리다 보면 행복과는 점점 멀어지고 욕구를 낮출 때 행복은 우리 가까이 있게 됨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는 정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철학적인 성찰을 나누면서 책을 읽는 즐거움에 빠질 때 행복했다고 회고하였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죽음의 수용소라 불리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존한 빅터 프랭크는 니체의 구절을 가슴에 새기며 죽음의 공포를 견뎌내게 한 희망의 전언이었다. 고통은 홀로 맞서야만 하는 주관적인 체험으로 홀로서기를 통해 극복 가능한 것이지만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때가 있다는 말에 공감하며 타인의 상처를 섣불리 아는 것처럼 나서서는 안 됨을 절감한다.

   특정한 방식과 목적을 갖고, 비판 없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여 주의를 기울이고 10초 동안 호흡에만 집중할 때 감성지능은 높아지고 마음의 고요는 들어앉아 열락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명상법을 차드 멩 탄은 소개하였다. 바깥으로 향하던 시선을 거두고 내면을 살핌으로써 자기 인식 능력을 발전시켜서 번뇌로부터 벗어나 친절과 자비를 베푸는 습관이 자리할 때 세계 평화로까지 확대해 나갈 수가 있다. 돈을 어떻게 써야 더 행복해질 수 있을지 고민할 때 서슴지 않고 여행 경비와 문화생활을 위한 관람료 지불 등을 꼽는다. 재화는 남지 않지만 남는 경험으로 지금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열심히 살아갈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해야 무엇이든 이루며 살 수 있는데 지난해에는 건강한 생활을 위해하는 요소들이 불거져 온 가족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내야 했다. 여전히 안고 가야 할 일이지만 이상 징후는 보이지 않아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며 지금 있는 자리에서 정성을 다하며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건강한 신체에 의미 있는 내용을 담아 가는 평생 학습을 잇고, 계획대로 살아지지 않을 때를 대비해 대안을 모색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이강호 교수는 글로벌 시대의 필수 과제로 보았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아 무고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세월호 사건을 통해 안전한 생활을 담보할 수 없는 나라의 우울한 자화상이 떠올라 숙연해지고 만다. 130년 째 건설 중인 이탈리아의 밀라노 대성당에는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가운데 제대로 된 성당을 완공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경계의 벽을 허물고 호기심을 품어 변화를 추구하며 무엇인가에 도전하며 살아갈 때 그 생활에 깃든 의미를 발견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행복한 삶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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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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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가 독서의 효과를 말하며 책을 읽고 표현하는 일이 자기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말을 달고 사는 교사로 자리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독서는 나의 힘이라는 말을 방증할 만한 이들의 일화를 들려주며 책을 즐겨 읽던 이들이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만족지수가 높다고 말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책 읽기를 강조하게 되었다. 책장을 넘기며 행간에 따라 읽어 내려갈 때마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 곳곳에 숨어 있어 사고하는 과정을 통해 책은 나만의 보석으로 가슴 속에 자리한다. 책이 좀 많은 집의 주인들은 대부분 애서가인 경우가 많다. 헌책방을 운영하는 저자가 책을 매개로 맺은 인연들의 서재를 찾아 서재 풍경을 피사체에 담고 서재의 주인공들과 나눈 대화를 글로 엮어 풀어냈다.

 

 

  여고 시절 보수동에 살았던 친구 집을 오르내리며 들렀던 책방 골목은 예전보다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아련한 향수 속에 자리하던 공간이 관광 명소로 각광받으며 부활하는 듯해 반가웠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았던 시절 참고서와 문고판 책을 사러 들렀던 책방 골목은 오래 된 책들이 뿜어내는 냄새는 은은히 묻어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었다. 대형 온라인 서점이 영세한 서점의 문을 닫게 하였고 중고 서점까지 대형 서점이 운영하고 있어 작은 책방들이 문을 닫는 사례가 늘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 책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 헌책방을 운영하는 일로까지 확장된 저자가 만난 평범한 애서가들의 책사랑은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다.

 

   집에서 혼자 책을 읽다가 동네를 한 바퀴 돌아야겠다고 집을 나서서 정비된 길을 걷다가 군립 도서관으로 가 가판대 위의 신문을 보고 열람실에 들러 책들을 둘러보고 오는 여정이 즐거움을 준다. 사서 교사 이영주 씨는 독서를 상상력 함양의 수단으로 여기는 학교 독서교육의 편협한 시선을 교정하여 독서를 즐기는 교육으로 치환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상상력을 기르는 일은 우리 사는 세계를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써 균형 있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토대로 기능할 것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마감 기한에 쫓기지 않고 차분히 읽어야 하니까 책은 사서 읽는다는 여행 작가의 애장 도서 이야기는 배낭 옆에 놓인 메모지만큼이나 생활의 내밀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타인이 가르쳐주는 대로 따라하는 공부는 한계가 있는데 반해 스스로 책을 보면서 깨우친 것을 바탕으로 하는 공부는 재미를 더한다. 책 읽기에 좋은 시간은 애독자마다 다를 테지만 소요로 들끓는 시간보다는 만물이 잠들어 적요함으로 가득한 시간일 것이다.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책을 읽으며 연애 감정을 느낀다는 대학원생의 독서는 허상의 세계가 발현하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에 책을 소유하여 읽는 것일 테다.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역사적 주체로 바로 서기 위해 건강한 역사의식을 길러주기 위해 역사서 관련 책을 읽으며 후학들에게 그 의미를 들려주는 일에서 의미를 찾는 인터뷰이의 글은 가르침을 실천하는 이들이 새겨야 할 일이다.

 

   ‘너의 길을 걸어라, 누가 뭐라 하든지.’

   유명세를 타는 이들이나 평범한 삶을 사는 이들 모두 유한한 삶을 사는 만큼 자신의 생을 주체적으로 꾸려 의미를 찾을 필요가 있다. 존엄한 개체로 자아 존중감을 잃지 않고 살기 위해서라도 내면의 성장을 도모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며 살아야 할 당위성은 곳곳에 자리한다. 책장에 자리하고 있는 책들은 인생의 오욕(五慾)칠정(七情)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양분으로 자리한다. 인생의 고비가 있을 때마다 책 속의 인물들은 체념하지 않고 견디며 현안을 해결하는 열쇠로 작용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애서가는 컨테이너에 책들을 보관하느라 경제적 부담이 큰데도 지적 양분이 축적된 책을 쉽게 처분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책 읽기를 즐기고 표현하는 일을 좋아하는 만큼 나만의 서재를 마련하고 싶은 열망은 점점 커져간다. 책을 좋아하는 헌책방 주인이 서재의 주인들을 만나 대화하는 동안은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시대에 느림의 미학을 발견하며 내장된 가치를 일깨우는 시간이었다. 나 역시 쌓여가는 책들을 한곳에 모아 자기 나름대로 분류한 서재를 갖춘 독립된 공간에서 타인의 훼방 없이 그곳에 박혀 책을 읽고 사유하며 표현하는 일에 몰두하고 싶어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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