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너와 나를 이어주고 힘듦을 나누며 소통하는 이들이 있어 행복한 인생이다.

아끼는 제자가 다녀갔다. 그녀와는 고2때 만났으니 햇수로 9년째다. 학교 다닐 때는 피상적으로 흘렀던 관계가 지난한 시간 속에 두터운 정으로 맺어진 우리다. 삼수로 교대를 졸업하고 임용에 합격하여 교단 생활 1년을 보내고 앞에 선 제자의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남달랐다. 제자는 아이들의 일기에 댓글을 늘 달아주면서 교감했던 시간이 소중하였던 모양인지 이제는 그 아이들의 일기를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고 하였다. 스물 한 명의 아이들을 말하며 이 아이는 엄마가 없어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고 말하며 마음이 유독 쓰였다고 했으며,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데다 절제력이 떨어진 아이, 학습력은 떨어지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에게 용기를 주는 등 참 어엿하게 교단 생활을 잘 잇고 있는 듯해 덩달아 신이 났다. 

   언제 전화를 걸어도,

  "그래, 얼굴 보자. 시간 없는 네 시간에 맞춰서 봐."

   라고 화답하게 되는 제자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오늘도 누군가에게 희망의 빛을 투사하는 교사이고 싶다. 긴 봄 방학이지만 병원을 오가느라 시간을 소진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한 기간이었지만 이제는 건강을 회복해 생기 있게 활동하며 살아갈 일만 남았다.

 

 3월 2일은 입학식과 시업식이 있어 분주해질 것이라 이왕이면 해결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짓는 게 우선인 시간이다. 에세이를 읽는 이유 중 하나가 저자가 쓴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전율하고 공감하는 시간 속에 사실성에 기초한 의미가 커보이기 때문이다. 진정성 있는 통찰로 크고 작은 일깨움을 전해주는 2월의 에세이들 역시 눈길을 끄는 책들을 자의적으로 꼽는다.

 

     

‘기록되었다’라는 뜻으로, 하나님의 섭리를 받아들이고 체념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것은 라우흐 알 마흐푸즈(al-lawal-maḥfūz, 보호받은 서자()판) 위에 기록된 신의 교리와 ‘지상에서 일어나는 재난과 너희에게 일어나는 것은 하나님이 그것을 드러내기 전에 이미 기록된 것이라 실로 그것은 하나님께 쉬운 일이라…’(57:22)와 같은 코란 구절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지식백과 사전>>발췌

  언어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코엘료의 신작 에세이가 나와 마음을 끈다. 종교는 달라도 신의 섭리를 따르며 그 안에 변호를 끌어내는 지혜의 힘을 모으려 할 때 저자의 책은 함께 했다.

 

 

 

 

 

  어려서부터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였다. 할머니는 어린 손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을 즐겼다. 이야기 소재는 친근한 동네 할머니들에서부터 이웃 동네 할아버지의 무용담까지 곁들여 흥미로움을 더했다. 이야기 속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고 현상 이면에 숨어 있는 인생살이의 신산함과 다복함까지 읽어내는 힘이 필요함을 알았다. 이야기꾼은 천명대로 살다 하늘로 떠났고 남은 이는 책 속의 내용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지내야 했다. 공동체적 삶이 무너지고 잔인한 이기심이 팽배해져 극악무도한 짓을 서슴지 않는 시대에 가치관의 혼란은 가중된다. 솔닛은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면서 목격한 일들을 일상성에 융해하여 고독한 군중들의 연대를 공고히 할 필요를 역설한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바른 것인가?

물음을 던지며 살고 있는 중년이다. 속박되는 삶이라 여기는 제도권을 이탈하여 자유롭게 살고 싶은 열망이 강해질 때마다 미답의 공간을 찾아 길 위에 서는 꿈을 키워왔다. 지금의 정황에 걸맞은 소유격 다음의 호칭보다는 오롯한 자신으로 일상을 보내는 삶은 생각만 해도 짜릿해진다. 나를 찾아 떠나는 길은 열려 있는 가능성의 길이지만 어른으로 책임지고 살아야 할 것들이 많아졌을 때는 언감생심이라는 비탄만 늘어난다. 불확실한 미래이지만 그래도 쉽게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부럽다. 언젠가는 나만의 길을 찾아 떠나는 길 위에서 잊고 지낸 자신과 맞다뜨리게 되겠지.

 

 

   엘리트를 지향하는 교육의 대열에서 이탈하여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빈민가 학생들의 학습을 도우며 공동체 교육으로 차별 없는 세상을 지향하는 교육에 한결같이 정성을 쏟는 교육 운동가 김중미 선생님의 신작이다. 어떻게 성장할지 가늠하기도 힘든 아동들의 곁에서 그들이 경제적인 소외 계층의 자녀라는 숙명으로 희망까지 꺾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식을 외국 유명 대학에서 수학하게 만든 엘리트 연예인 부부들의 교육 방식을 방송하는 프로 안내를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으로 실의에 젖을 다수를 고려하지 않는 민영 방송의 기획이 달갑지 않은 것은 극소수의 금수저들에게 관심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함께 살아가는 힘을 얻고 소소한 기쁨을 같이 느끼는 공동체적 삶을 바라며 <<괭이부리말 마을 아이들>>에 이어 김중미 작가의 산문을  만나고 싶어진다.

 

  유럽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복지혜택이 잘 되어 있는 선진국이다. 동남아 국가를 여행하며 우리보다 못한 환경에서 지난한 삶을 견디고 그자리에서 충실한 그네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알게 모르게 우월감에 젖기도 하였다. 이와는 달리 서유럽을 여행했을 때는 부러움과 질시, 열등감이 자리하여 위축되기 일쑤였다.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한 것도 한몫했다. 다음 해 동유럽 여행을 앞두고 스펜인어 공부를 다짐하지만 아직 실천하지는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드넓은 국립공원에서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고 책을 보는 유럽인들의 여유로운 삶은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닐진대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국한하여 생각하는지 반성해본다. 여럿이 모여 걷다 보면 길이 형성되고 막혀 있던 것도 통하고 만다. 사유하는 철학 걷기를 좋아하는 만큼 그들을 따라 유럽의 바깥을 걸어보고 싶다.

 

 

   바람의 향기를 맡고 봄바람에 미소를 지으며 햇볕 아래 자유로이 걸을 수 있는 일상이 선생님께는 허락되지 않은 시간이 근 20년 세월이었다. 정치범으로 몰려 수감 생활을 오랫동안 한 후유증이었는지 선생님은 햇볕을 오랫동안 보지 못해 생기는 암으로 영면하셨다. 처음처럼이라는 글씨체에 홀려 생전에 재능 기부한 회사의 술을 자주 마셨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평생 올곧은 신념으로 살다 가신 선생님의 부음을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였다. 한 제자는 술을 마시고 울면서 전화해서는 선생님의 죽음을 애도하며 영적 스승을 잃었다며 탄식했다. 극악무도한 정신적, 물리적 폭력으로 치닫는 척박한 세상에 선생님의 어록은 희망의 빛을 투사하는 잠언으로 남을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6-03-01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성지님, 골라주신 에세이들 모두 눈길 갑니다. 내일부터 정말 새로운 시작이네요. 보람된 날들 되길 소망합니다.

자성지 2016-03-01 20:45   좋아요 0 | URL
예. 새 출발을 기념하여 조금 이른 시간에 읽고 싶은 에세이로 모았답니다. 김중미 작가의 책을 먼저 접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