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감성
이어진 지음 / SISO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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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회색 바탕의 무채색 표지의 얄팍한 책, ‘가장 보통의 감성

이 책은 작가의 두 번째 쓴 책입니다. 이 책은 총 230페이지로 되어 있고, 글씨보다는 여백이 더 많아서 한 꼭지 한 꼭지의 글은 부담감을 주지 않아서 좋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소개한 내용은 우리 주의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일상들이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많은 내용들에서 작가의 생각과 일치함을 확인하면서 나의 생활철학이 별스럽지 않고 가장 보통의 감성임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글이 적고, 간단하다고 글의 내용이 허술하거나 조잡한 것은 아닙니다. 글은 시사성의 내용이 많아서, 가장 처음의 글인 결국 남는 것은 톤 앤 매너에서부터 그 말의 정확한 뜻을 확인하면서 책을 읽어야 했기에 속도감 있게 읽어 갈 수가 없습니다.

 

작가는 재치 있고 심플하게 설명하고 있는 내용이지만, 내게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보통의 감성을 공유하는 귀한 기회가 됩니다.

또한 풀리지 않는 인간관계라면에서는 억지로 풀려고 애 쓰지 말고, 나를 좋아해 주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시간, 에너지, 사랑을 쏟는 게 현명하다고 정리해 주고 있습니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사람 간의 정()’에서는 무심하게 두면 쌓이지만 붙잡으려고 하면 먼지같이 흩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해 줍니다.

이런 명쾌한 삶의 처방전을 알게 되니,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은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됩니다.

 

작가가 설명하고 소개하는 가장 보통의 감성은 매사를 인위적으로 맞추어가지 보다는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물이 흐르듯이 흘러가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거대한 세태를 혼자 거스르는 것은 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헛수고일 것이기 때문일 것이라 이해해 봅니다.

 

작가의 촌철살인과 같은 경구들이 마음에 단단한 근육이 됨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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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필요할 때 수필 한 편
오덕렬 지음 / 풍백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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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나 시 같은 장르는 명확히 구별이 되지만 수필문학은 막연하고 모호하고 구체적인 형상이 없습니다. 소설 같은 구석도 있고, 시 같은 향취도 있지만, 수필문학의 독특한 모습은 그려지지 않습니다.

이것이 수필에 대한 나의 인상입니다.

그러다 보니 피천득의 인연이나 고등학교 다닐 때 읽었던 청춘예찬 같은 작품도 잊혀진 기억일 뿐, 특별한 잔상 한 조각도 생각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쑥색 단색의 핸드북 크기의 아담한 크기의 수수한 이 책은 수필에 대한 나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책입니다. 저자는 지금도 ‘전라방언 문학 용례사전’을 편찬 중이라는데, 그런 내공이 고스란히 글의 품격을 높여 주고 있습니다.

책을 펼치자 마다 만나게 되는 ‘무랑태수’라는 단어가 삽시간에 어린 날을 소환해 버립니다. 이 말의 자세한 뜻은 설명할 수가 없지만, 내가 어렸을 때, 친구의 이름처럼 자주 듣던 말입니다.

심부름을 하거나 다른 친구들과 놀면서, 똑똑하거나 잇속에 밝게 행동하지 못하고 어수룩하거나 약간 손해를 당할 때마다, ‘무랑태수’라는 핀잔을 들었는데 이 말은 바보와 같은 뜻 같으면서도, 기분이 상하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나서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한 번도 듣지 못한 어머니의 젖비린내 같은 말입니다. 이 책에는 특히, 고향 만들기, 고향 옛집, 고향의 오월, 귀향, 입동 무렵과 같이 고향에 대한 글이 많습니다.

특히 내게도 입동 무렵에 등장하는 주인 잃은 고향집이 있기에 이런 글들은 금방 정이 가고 공감이 됩니다. ‘워낭 소리’의 글에 인용된 ‘소 팔아’ ‘안 팔아, 휴’ ‘농약 치소’ ‘농략 쳐서 소 먹이면--- 참 내, 새끼도 안 배, 그걸 알아야 해’

두 달여 만에 3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기록영화의 열기가 다시 느껴집니다. 두 분의 주인공들은 타계하셨지만, 그들이 남겨 주신 아름다운 부부의 정과 삶의 철학들이 작가의 글을 통해서 잔잔하게 감동을 줍니다.

수필, 글감은 어디에나 우리와 함께 있는 일상에서 차용하되, 수필을 쓰는 작가의 능력에 따라서는 장편소설 한 편이나 잘 된 시보다 더 깊은 가르침과 감동을 줄 수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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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아우르는 스토리텔링
랜디 올슨 지음, 윤용아 옮김 / 북스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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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생물학박사학위를 받은 후 호주의 섬과 남극의 빙하에서 흥미로운 해양활동을 하며, 해양학생물학과의 교수가 되어 네이쳐 등에 20개나 되는 논문을 게재하였고, 뉴햄프셔대학교에서 정년보장을 받은 과학자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교수직을 그만 두고, 남가주대학교 영화과 석사과정에 진학하여 할리우드 영화계로 진출하여 20여 년 동안 나름의 성공적인 활동을 한 후, 다시 과학계로 돌아와서 이 책을 씁니다.

 

저자는 과학과 할리우드의 두 세계를 경험하면서, 스토리텔링의 기초가 되는 이야기의 역사는 4,000년 인데 반하여, 과학자들이 논문을 쓴 지는 겨우 400년 정도임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저자는 과학은 최근에야 서사의 세계에 도착한 손님 정도라고 비유합니다. 과학의 논문들은 가설, 실험, 토론의 형태로 자리 잡고 있으며 복잡하고, 분석적인 과학의 특성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스토리텔링의 세계와는 이질적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에 저자는 두 세계를 직접 살아 온 경험을 통하여 스토리텔링은 진실을 가지고 흥미를 유발하고, 과학은 진실을 찾아가는 방식임을 인식하면서 두 세계는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과학 세계가 어차피 서사에 흠뻑 젖어 있으면서도 그것의 힘과 중요성을 너무 망각하고 있다(025p)’고 말하면서 자신이 가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듯합니다.

 

두 세계의 경험한으로 는데, 비논리적이고 반직관적으로 인식되는 스토리텔링과 대척점에 있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소개, 방법, 결과, 그리고 토론의 첫 글자로 만들어진 IMRAD의 공식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그 공식을 ABT(And But There : 그리고, 하지만, 그러므로)의 공식으로 새롭게 구성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더 나아가 1700년대 말에서 1800년대 초에 활동했던 철학자 게오르크 헤겔이 최초 발견한 정립, 반정립, 종합으로 수렴하여 설명하면서, 이 책의 구성을 정립, 반정립, 종합으로 나누어서 효과적으로 내용을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는 문장 구조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경우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귀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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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하지 못한 사랑한다는 한마디 - 메마른 가슴을 울리는 16人의 감동적인 편지
임동현 외 지음 / 봄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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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옛날보다 모든 것이 편리해졌습니다.

예를 들어서 다른 이에게 내 마음과 의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옛날에는 오직 손 편지를 써서 인편으로 전달하거나 우편으로 발송을 하는 방법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각 자의 손에 핸드폰이 들려져 있어서, 수시로 다른 사람에게 문자로 메모나 편지 글을 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편리하고 빠른 전달 수단이라고 해서 반드시 손으로 쓰는 편지보다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마음을 담지 못하고, 감동을 전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기계적인 활자이기에 손으로 쓴 편지보다 더 형식적인 글 밖에 전할 수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 책은 이런 세태에, 16사람이 쓴 감동적인 편지 글을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수신인이 산 사람도 있고, 죽은 사람도 있고, 사람이기도 하고 반려 견이기도 합니다.

 

보통의 SNS는 살아 있는 사람과의 연락 방법입니다.

그러나 편지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전달할 수 있기에 그 효용의 폭이 넓습니다.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절절하고, 시간이 오래일수록 더 간절합니다.

 

이 책에 실린 한 편 한 편의 편지는 그냥 메마른 활자가 아니라, 자신의 숨결과 영혼이 깃든 진심을 담았기에 독자들에게도 깊은 감동과 공감이 됩니다. 한 글자 한 글자는 손으로 쓴 글자가 아니라 정성과 진심을 담아서 쏟아낸 눈물 같습니다.

 

나와는 관계없는 사람들끼리의 편지가 아무런 관계도 없는 독자들까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기에 한 호흡으로 읽어가지 못하고, 중간 중간 창밖을 내다 보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흔들고 지나는 바람을 쳐다보기도 하며 감정을 조절하며 읽어 갑니다.

 

그러면,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나는 또 다른 편지의 수신이 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책의 출판사와 이 책을 쓴 16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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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감히 우리 집안을
장병주 지음 / 맥스밀리언북하우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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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사뭇 도전적이고 공격적으로 보입니다.

네가 감히 우리 집안을이 책을 읽기 전에 제목이 주는 선입견은 며느리의 생경한 행동에 시가의 전통과 권위를 지키려는 시어머니의 강고한 의지가 반영된 표현으로 읽힙니다.

 

이 책은 비교적 늦은 나이인 40대에 등단하여 20여 년 동안 활발하게 글을 쓰고 있는 중견 작가의 첫 산문집입니다. 이 책의 서문에서 작가는 자신의 소개와 함께 자신의 글은 구세대와 신인류 사이의 낀 세대가 느낀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서늘한 칼과 즐거운 창의 기법으로 그려내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열네 가지의 글들은 작가의 이런 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전통적인 고래의 우리들의 삶의 결이 작가의 세대에서 미묘하게 변해 가고 있음을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가부장적인 유교 전통과 남아 선호사상, 고부갈등과 부모와 자녀 간의 미묘한 세대 차이 등이 실감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상황을 관통하는 상징어가 바로 이 책의 제목입니다.

 

자신은 어쩔 수 없이 대가족의 가족 관계에서 치이고, 형식적인 제례의식과 같은 허례허식의 전통을 타파하면서 자녀들의 편에 서고자 하지만, 자녀들의 형편과 입장에서도 겉도는 불편한 위치를 매우 진솔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오래토록 면면히 자자손손 지켜 져 온 한 가정의 전통과 습속이 한 사람의 의지나 노력으로 일거에 시정되지는 않겠지요. 그러므로 변화를 솔주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저항에 부딪히기도 하고, 오해를 사는 것도 각오해야겠지요. 이런 자세와 용기가 선각자와 개척자가 갖추어야할 소양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저자는 이런 역할을 자처하고 살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시어머니와의 불편한 관계, 남편과의 서먹한 관계, 네 자녀에게서 겪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뚜벅뚜벅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작가의 용단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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