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이 필요할 때 수필 한 편
오덕렬 지음 / 풍백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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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나 시 같은 장르는 명확히 구별이 되지만 수필문학은 막연하고 모호하고 구체적인 형상이 없습니다. 소설 같은 구석도 있고, 시 같은 향취도 있지만, 수필문학의 독특한 모습은 그려지지 않습니다.

이것이 수필에 대한 나의 인상입니다.

그러다 보니 피천득의 인연이나 고등학교 다닐 때 읽었던 청춘예찬 같은 작품도 잊혀진 기억일 뿐, 특별한 잔상 한 조각도 생각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쑥색 단색의 핸드북 크기의 아담한 크기의 수수한 이 책은 수필에 대한 나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책입니다. 저자는 지금도 ‘전라방언 문학 용례사전’을 편찬 중이라는데, 그런 내공이 고스란히 글의 품격을 높여 주고 있습니다.

책을 펼치자 마다 만나게 되는 ‘무랑태수’라는 단어가 삽시간에 어린 날을 소환해 버립니다. 이 말의 자세한 뜻은 설명할 수가 없지만, 내가 어렸을 때, 친구의 이름처럼 자주 듣던 말입니다.

심부름을 하거나 다른 친구들과 놀면서, 똑똑하거나 잇속에 밝게 행동하지 못하고 어수룩하거나 약간 손해를 당할 때마다, ‘무랑태수’라는 핀잔을 들었는데 이 말은 바보와 같은 뜻 같으면서도, 기분이 상하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나서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한 번도 듣지 못한 어머니의 젖비린내 같은 말입니다. 이 책에는 특히, 고향 만들기, 고향 옛집, 고향의 오월, 귀향, 입동 무렵과 같이 고향에 대한 글이 많습니다.

특히 내게도 입동 무렵에 등장하는 주인 잃은 고향집이 있기에 이런 글들은 금방 정이 가고 공감이 됩니다. ‘워낭 소리’의 글에 인용된 ‘소 팔아’ ‘안 팔아, 휴’ ‘농약 치소’ ‘농략 쳐서 소 먹이면--- 참 내, 새끼도 안 배, 그걸 알아야 해’

두 달여 만에 3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기록영화의 열기가 다시 느껴집니다. 두 분의 주인공들은 타계하셨지만, 그들이 남겨 주신 아름다운 부부의 정과 삶의 철학들이 작가의 글을 통해서 잔잔하게 감동을 줍니다.

수필, 글감은 어디에나 우리와 함께 있는 일상에서 차용하되, 수필을 쓰는 작가의 능력에 따라서는 장편소설 한 편이나 잘 된 시보다 더 깊은 가르침과 감동을 줄 수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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