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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살아서 즐거운 나날들 - 삶에 지치고 흔들릴 때, 프로방스에서 보내온 라벤더 향 물씬한 편지
원소영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3년 7월
평점 :
느리게 살아서 즐거운 나날들
프랑스의 남부의 도시, 엑상 프로방스!
인터넷을 뒤져보니 세잔의 고향이란다. 그리고, 대학의 도시라고 소개되어 있다.
남편을 따라 대학생을 둔 엄마가 프로방스에 산다는 호기심 하나로 결심하고 찾아 온 파리.
아는 말이라고는 ‘봉주르’ 한 마디 뿐인 작가는 작은 골목 하나하나와 그 곳에서 사귀고 만난 이웃들과 지인들과의 자잘한 일상들이 미주알고주알 써 놓은 책이다.
책 제목에서 알았겠지만, 그 곳 사람들은 매사가 여유롭고 느리단다.
다만, 찻길을 건널 때는 신호등을 잘 안 지키고 차의 흐름이 끊길 때는 지체 없이 무단 횡단을 한다고 한다.
얼른 보면, 공중도덕도 없고, 교통사고도 많이 발생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 이유는 사람은 어떤 경우에서건 차보다 우선이기에 교통사고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도시는 작은 골목이 많다고 소개한다.
그 좁고 작은 길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그들이 만들어 가는 아기자기한 일상과 역사가 만들어진다고 하니 글만 읽어고 훈훈한 정이 느껴진다.
이 책은 총 여섯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봄 편지, 여름 편지, 가을 편지, 겨울 편지인 사계절 편지와 여행편지, 예술편지로 되어 있다.
작가가 그 곳에 살면서 겪은 경험을 쓰고 있기 때문에 그냥 건성으로 보고 느낀 피상적인 글과는 차이가 있다.
그 곳 사람들의 동거와 이혼이 많은 이야기, 밤낮 온 종일 거행하는 결혼식과 피로연의 풍경, 해수욕장이건 공공장소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솔직한 애정 표현 등은 우리의 정서나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우리나라 말에는 ‘객지 벗 십년’이라는 말이 있다.
즉 고향에서는 그렇지 못하겠지만, 객지에서는 십년 정도의 나이 차는 친구처럼 지내도 무방하고, 나이 차이가 그 이상이 되면, 선배로 대우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그 곳에서는 어머니와 같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도 그냥 서로 마음에 맞는 사이이면, 친구처럼 지낸다는 것이다.
나는 프로방스라는 말을 좋아한다. 불어는 한 마디도 모르지만, 아마 영어로 지방을 의미하는 ‘프로빈스’의 불어가 ‘프로방스’라고 이해한다.
우리나라 말로 시골 정도로 번역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이곳의 대표적인 냄새를 보라색의 라벤더향기로 표현했는데, 그 짙은 향기가 글마다 행마다 배어 있다면 비약일까?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이 향기가 나고, 그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나 시간들에서 이 향기가 풍겨 온다.
나는 살아 보지 못했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작가가 머물던 자리, 그 곳에 서고 싶은 충동이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