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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시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4년 12월
평점 :
작가 조정래, 그는 세 권의 대하소설을 쓴 사람으로 기억된다.
200쇄 돌파가 임박한 ‘태백산맥’ 100쇄를 돌파한 ‘아리랑’ 1,200만권이 팔려 나간 ‘한강’
이들의 소설을 쓰기 위하여 작가는 1년 열 두 달 중에서 구정을 빼고 362일 동안 매일 12시간 넘게 글쓰기에 매진하며 하루에 서른 장의 원고지를 채운다고 한다.
그는 이 작업량을 채우기 위하여 책을 쓰는 동안 술을 끊었다고 회고한다.
왜냐하면 술을 마시면 마시는 시간, 흐트러진 정신, 그 정신을 가다듬는 시간을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볼 때 작가에게 글쓰기는 자신의 생명보다 우월한 신앙같 은 것이고, 작가는 그 신앙의 순교를 다짐한 열렬한 신자인 듯하다.
한 마디로 글 쓰는 일에 사명감 같은 것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스스로를 글 쓰는 일에 헌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으 책은 그런 그가 짬짬이 신문에 칼럼도 쓰고, 강연이나 방송에 출연하여 말했던 것들을 책으로 정리했다고 한다. 그러한 글들은 시간적인 제약으로 금방 잊어지기 때문에 활자로 정리해 놓기 위함이다.
이 책의 내용은 작가의 문학론이라거나 인생관, 민족의식, 민족사나 현실 인식 등 작가가 가졌던 관(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글쓰기는 쉽지 않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온 정신과 혼을 집중하여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불태워야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렇게 쓰다 보니, ‘혼불’을 쓴 최명희작가가 떠오른다. 그는 열권으로 된 한권의 소설을 남기고 젊은 나이에 타계했다. 아마 그의 삶은 그 혼불을 쓰다가 사위어졌으리라고 생각한다.
또, ‘토지’로 유명한 박경리작가도 많은 책을 냈지만, 대하소설은 ‘토지’가 유일함을 볼 때 조정래작가는 대단한 작가임이 틀림없다.
이 책은 최근에 잘 팔리는 ‘정글만리’에 대하여 우리나라와 중국의 관계와 더불어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 이 책은 원고지 3,615장으로 바닥에 쌓으면 어른 가슴 높이까지 되는 분량이란다. 작가는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 자신이 옳다고 인식한 바를, 혼신의 힘을 다해 쓰는 것이다(26p)]라는 철학을 피력하고 있다.
작가는 문화사가들의 말을 빌려서 ‘작가는 그 시대의 산소요, 그 시대의 스승이요, 그 시대의 나침판이다(38p)’라는 정의에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런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 [역사학자다운 냉철한 눈, 철학적 통찰과 초월적 이성, 성직자다운 헌신과 너그러운 마음, 교육자와 같은 계몽성,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같은 냉철한 투시력과 소재에 대한 접근력, 끝없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야기꾼의 재치 있고 슬기로운 입담(38p)]을 화학적으로 융합하여 태어난 것이 소설이라고 정의한다.
이 책에는 평론가들의 질문과 기자들과 논객들의 다양한 내용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어서 작가의 생각과 소신과 철학을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소설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작가의 숨겨진 또 다른 면을 보기도하고, 그 사유의 넓고 깊은 곳을 탐험하는 소득을 얻는 유익한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