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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그리는 언어
심현정 지음 / 푸른영토 / 2013년 8월
평점 :
책을 이렇게 알찬 내용을 재미있게 막힘없이 쓸 수 있을까 찬탄부터 나온다.
이 작가의 책을 처음 읽는 형편인지라 이 작가에 대하여 전혀 아는 바가 없으니, 오로지 이 책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책을 펼치자 물이 흐르듯이 걸리거나 막힘없이 술술 흘러가는 기분으로 책이 읽힌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이 나의 눈길을 이끌고 가는 기분이다.
표현하는 말이 진부하지 않고 신선하다. 그러나 내용에 담긴 역사와 깨달음과 경계와 교훈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리고, 책 내용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당하거나 경험하는 일상들이라 억지스럽지 않게 이해가 된다.
결혼에 대한 내용을 쓴 ‘보태다’를 읽으며, 막연하게만 이야기되고 생각되던 결혼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쉽게 이해가 되었다.
이 내용과 관련하여 접시라는 글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생각과 의식의 차이 때문에 마음과는 다르게 서로 충돌하고 긴장관계가 형성됨을 이해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결혼은 막연하고도 모호하며 환상적이다.
그러나, 결혼 생활은 결코 환상적이지 않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출발한게된 결혼생활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 삶의 문제이며 현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혼은 당사자 두 사람으로 출발하지만, 결혼을 결정하고 그 준비에 착수하는 순간부터 양가의 문제가 개제되기 때문에 복잡해져 버린다.
단순히 한 사람이 들어 올 줄 알았는데, 가족, 친지, 친구들까지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들에게 휘둘리게 되니 얼마나 혼란스럽고 당혹스럽겠는가?
또한 고부 갈등에 대하여 역사적인 고찰과 동서양의 관습까지를 망라한 방대한 자료를 근거로 한 고찰이 이 작가의 탁월성을 증명해 주고 있다고 하겠다.
학창시절부터 창작을 위한 자료 수집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작가 소개가 이해가 된다.
글은 역시 지식이 바탕이 되어야 좋은 글이 나온다고 본다.
이 작가는 큰 행복을 주는 말들을 모아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책 제목도 ‘행복을 그리는 언어’라고 정했나 보다.
작가는 이 책을 쓴 목적을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곁에 있는 행복을 너무 늦게 알아차리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바로 그것이다(6페이지)‘라고,
작가는 어느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생각을 따라 우리들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펼쳐간다.
젊은이들에게는 취업에 대하여 인생 선배로써 참고 사항을 현실감 있게 적고 있다.
회전문(89페이지)을 들어가는 것을 입사로, 그 회전문을 박차고 나오는 것을 퇴사로 상징성을 부여하여 설명하고 있다.
급하다고 무턱대고 아무 곳이나 들어가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연봉의 허상에 유혹되지 말라는 것이다.
최소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업무인지, 능력에 맞는 업무인지, 회사는 믿을 수 있는 회사인지를 따져 보라는 충고를 한다.
또,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베이비부머들의 재취업 문제를 현실감 있게 짚어 주고 있다.
웰빙과 웰다잉에 대한 조언과 견해, 명품에 대한 소회가 거부감 없이 설복이 된다.
아마 이 책의 내용으로 파악해 보면, 이 작가의 나이는 50이 넘은 중년 정도로 보이는데, 가지고 있는 앎의 깊이와 범위는 은퇴하신 대학교수 정도가 되는 것 같다.
커피를 즐겨 마시면서도 아무 것도 아는 바가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하여 에디오피아의 염소들이 맨 처음의 커피의 시음자라는 사실들을 아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