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집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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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따뜻한 색감이다.

아직 철들지 않은 손주가 도배지 위에 아무렇게나 드려 놓은 순수와 담백이 물씬 풍기는 색감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아치울은 가까운 곳이라 노란 집을 찾아 가 보았다.

 

그러나, 그 집은 주인이 바뀐 것 같았다. 지금은 모 탈렌트가 살고 있단다.

아치울에서도 노란집으로 불리는 것을 보면, 박완서씨가 늘그막에 거주했던 집을 그 곳 사람들도 그렇게 부르고 있는 듯하다.

 

이 책 113페이지를 보면, 아마 박완서씨가 살아생전에 이 노란 집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한 것으로 짐작이 되기도 한다.

노란색의 동화적인 이미지와 분위기가 책 제목으로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미발표된 유작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낸 딸의 정성과 애틋함이 절로 묻어난다. 박완서씨가 쓴 다른 작품에서도 그가 나고 자란 고향과 가족사에 대한 글들이 자주 나오지만, 이 책을 통하여 더 자세하게 알게 된다.

 

박작가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에게서 특별하게 극진한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랐음을 술회한다. 이 할아버지는 박작가 외의 식구들에게는 웃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는 것으로 가장의 위엄을 유지하였다고 나름 짐작하고 있다.

 

그러나, 손주인 자신과 자신의 친구들에게는 싫은 소리 한 번 하시지 않고 말년에 거동이 불편한 중에서도 빙그레 웃음을 보여 주셨다는 유년의 기억이 작가의 노년에 그의 손주들에게 본이 되었다고 말한다.

작가가 이 책에서 소개한 조용한 아차산자락의 개울, 무성한 나무들, 그리고 무수한 산새들을 나는 경험하고 있다.

 

나는 그저 덤덤하게 보고 느낀 것들을 이토록 섬세하고 오롯하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음이 존경스럽기만 하다. 손주와 함께 떠났던 여행을 이야기하면서, [사람이 한 세상 살고 나서 남길 수 있는 게 사랑밖에 없다]는 자각을 하는 것도 작가의 예리한 통찰력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 책 중에 [내가 너의 이름을 불렀을 때]는 작가의 우리말에 대한 우려가 깊게 배어난다.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상대방들이 불러 주는 호칭에 대하여 혼란스러움을 말하고 있는데 우리가 꼭 한 번쯤은 경험했음직한 이야기라 많은 참고가 되었다.

 

지금은 추석 명절이다.

이 책에 나오는 [배려]가 곧 추석의 이야기인데, 작가는 요즈음 아이들을 적게 낳는 것과 관련하여 씨가와 처가의 배려 없이는 항상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음을 걱정한다.

참으로 속 깊고 사려 깊은 걱정이고, 우리 모두가 다 생각해 볼 문제임이 분명하다.

 

작가는 어린 시절, 서울에서 유학할 때 지금처럼 집단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고 생생히 증언하다. 그러나,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 고향에 가서 귀여움을 받고, 위로를 받아 그 어려움을 넉넉히 이겨 냈다는 경험담은 많은 참고가 된다.

 

시멘트로 된 아파트, 흙을 받을 수도 없는 시멘트 운동장, 부모님들은 모두 삶에 바빠서 제대로 챙겨 줄 형편이나 여건이 되지 못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이 삭막한 현실을 이겨 낼까를 잠시 생각해 보면, 자신도 숨이 막혀 옴을 어찌하랴?

 

여름 철 아차산 자락에서 흘러내리는 폭우를 보면서도, 저지대에 사는 사람들을 염려하고, 마구잡이 개발로 자연을 훼손한 걱정을 읽으며 작가의 깊은 이웃 사랑과 투철한 역사인식을 읽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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