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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콜드 ㅣ 머시 톰슨 시리즈 1
파트리샤 브릭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파트리샤 브릭스 Patricia Briggs / 문 콜드 Moon Called (2006)
저자 "파트리샤 브릭스"는 본래 정통 판타지 소설을 쓰던 작가입니다. 그런 그녀를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의 동참하게 한 것이 바로, 늑대인간이나 뱀파이어, 요정등이 등장하는 패러노멀 판타지인 이 작품<문 콜드>입니다. <머시 톰슨 시리즈Mercedes Thompson Series>의 첫작으로, 이 시리즈는 현재까지 단편 1작품을 포함해서 본편 5작품, 그밖에 외전격인 <알파 앤 오메가 시리즈 Alpha and Omega>2작과, 그래픽 노블인<홈커밍Homecoming>까지 나와 있는 상태입니다. 포멧을 넘나들며 발표하는 대로 베스트셀러 자리를 꿰차는 인기 시리즈라고 합니다.
파트리샤 브릭스의 HP : http://www.patriciabriggs.com/
요정이나 늑대인간 흡혈귀등이 살아 숨쉬는 현대 미국을 무대로, 코요테로 변신하는 능력을 가진 히로인의 활약을 그리는 어번 판타지.
미국 워싱턴 트라이시티즈에서 독일 클래식카 전문 정비소를 운영하는 "머시(메르세데스)톰슨"은 , 실은 코요테로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워커". 어느 날, 그녀가 일하고 있는 곳에 너덜너덜한 옷차림을 한 소년이 찾아와 일자리를 청한다. 머시는 소년에게서 풍기는 냄새로 소년이 늑대인간임을 간파하지만, 어린시절을 늑대인간 무리와 보낸 내력 덕분에 늑대인간을 다루는데 익숙해져 있는 그녀는 소년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한다. 그러나, 소년이 아직 늑대인간이 된지 얼마 안된 신참자라 본능을 제어 못하고 있는 것을 깨닫은 머시는 이웃이자 이 지역 늑대인간들의 우두머리(알파)인 "아담 하웁트만"에게 소년을 맡기는데... 그 직후, 정체불명의 늑대인간 무리가 아담의 저택을 습격해 소년은 살해당하고 아담은 빈사상태에 놓인다. 그리고 아담의 외동딸 제시가 납치당한다.
이것은! 대단히 재미있습니다. 비슷한 계열의 판타지 로맨스물을 연상하고 조금 주뼛주뼛 읽었습니다만, 로맨스가 있으면서도, 전체 스토리는 어느 한쪽에 중심이 치우치지 않고 상당히 유연합니다. 당찬 여주인공이 늑대인간들의 항쟁에 말려 들어가는 서스펜스. 어쨌든, 요즈음 한참 유행하는 패러노말 로맨스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엮어버리기에는 조금 다른 느낌의 소설입니다. 일단, 다른 소설들처럼 늑대인간이라든가 뱀파이어라든가, 요정, 마법사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단계를 이 시리즈는 이미 넘어서고 있습니다. <문 콜드> 안에서 이런 존재들은 엄연한 현실이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한 걸음 나아간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판타지이지만 현대물이기도 하므로 휴대전화로 연락을 하고, 21세기이긴 하지만 판타지이므로 뱀파이어가 왔다갔다 하고 마법사가 저주의 주문을 걸고, 일견 애매하게 될 수도 있는 것들을 절묘하게 조화시켜서 마치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하나로 녹여낸 세계관이 대단히 자연스럽습니다. 과학기술의 진보로 요정의 정체가 다 드러난지 오래, 그 존재가 공공연화 된 현대 미국에서 늑대인간들도 커밍 아웃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그런 시기입니다. 늑대인간이나 그램린, 뱀파이어, 거기에 인간까지 뒤섞여 대혼잡한 가운데, 수수께끼의 사건을 쫓아 여주인공이 대활약 하는 스토리는 리듬감 좋고, 흡입력도 상당합니다. 목을 타고 잘도 넘어간다는 기분으로 벌컥벌컥 읽어나갔습니다. 유머러스한 대화나, 이종족들이지만 마치 보통의 인간같은 일상감 넘치는 묘사들은 판타지 독자가 아니라도 쉽게 친숙해 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매혹적인 수퍼 내추럴들의 판타스틱 로맨스" 같은 간지러운 문구가 표지에 당당하게 써있는 만큼 로맨스 부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머시의 주위를 꾸물거리는 두 명(2마리). 한쪽은, 터프 가이 스타일의 아담(이혼경험), 다른 한쪽은, 예전의 연인이기도 하며, 어릴 적 머시와 함께 자란 다정한 올아버니 느낌의 지적인 새뮤얼. 머시는 30대입니다만, 불로인 늑대인간 사회에서는 계집아이로 불릴 정도의 연령밖에 안되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이건 판타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설정이네요. 이 새뮤얼과의 이별에 얽힌 과거의 사연이 안타깝습니다. (가슴을 후벼파거나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로맨스가 주가 아니라고 했지만, 이 작가 로맨스 부분을 그리는 데에도 대단히 능숙합니다. 무엇보다, 늑대의 모습으로 변한 상태에서 이만큼 로맨틱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소설도 없습니다. 늑대가 머시의 배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장면은 뭐라 말할수 없이 요염합니다. 어쩌면 코요테로 변한 상태의 머시의 스킨십에 더 들뜨게 될지도 모릅니다.
조역들의 개성도 풍부합니다. 믿음직한 동료이지만 동성애자인 늑대인간 워렌, 머시에게 정비소를 물려준 요정 지의 관록이나, 전화응답기에 <스쿠비 두>주제가를 쓰는 코믹함 이면에 상당히 능력도 있어보이는 뱀파이어 스테판. 그 중에서도 제일 대단한 것은 북미지역 늑대인간들의 정점에 서있지만, 어떻게 보아도 피자가게의 배달부 형같은 친근한 이미지의, 새뮤얼의 아버지 브랜 코닉. 하나같이 너무나 맛깔나는 캐릭터들 뿐입니다. 여하튼, 현실과는 거리가 먼 등장인물들이 나와서 활약하는데도 어딘가 현실같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이나, 늑대인간을 매니아 수준으로 유별나게 좋아하는(그런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에게라면 초강력 추천하고 싶어지는 일품 판타지입니다.

시리즈 첫작이라 이것저것 세세하게 설명하는 장면들이 자주 있지만, 최근에는 이런저런 패러노멀 작품의 출판이 늘어서 이런 전개에 익숙해져 있는 만큼, 별다른 위화감 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부연설명 때문에 맥이 끊긴다거나, 읽기 까다롭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읽은 이런 부류의 소설 중에서 제일 좋아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작품입니다. 다만, 여타 시리즈물의 경우처럼 한두권 나오다가 중단되는 일 없이, 앞으로 시리즈 마지막 권까지 꾸준히 번역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