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녀는 저런 물건을 돈 주고 살까?
브리짓 브레넌 지음, 김정혜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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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략 컨설팅 회사의 대표인 <브리짓 브래넌>이 여성들의 소비심리와 그런 여심을 붙잡기 위한 비지니스 전략을 제시한다. 이와 같은 류의 서적치고는 흔치않은 여성 저자의 저서다.

여자의 마음은 여자가 안다고 하던가. 여성의 심리와 ‘젠더’의 차이에 대해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래 맞아! 하고 손뼉을 치게 만드는 공감가는 사례들을 포함해서 상당히 세심한 곳까지 꼼꼼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딱딱할 수 밖에 없는 비지니스/ 마케팅 서적이, 마치 심리학 서적을 읽고 있는 것 처럼 쉽게 읽힌다는 점은 확실히 이 책의 장점이다.

영리한 행보를 이어온 기업들이 때로는 뜻밖에도 시장에서 맥을 못추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야심차게 들고나온 기획이 보기좋게 참패하기도 한다. 이는 많은 남성경영자가 여성 소비자에 대한 자신의 지식을 과대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을 그저 피상적으로 알고 있을 뿐이면서, 마치 여성을 깊이 이해하는 양 착각한다. 소비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여성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 기업의 고위층이 남성이라는 사실은 여성을 상대로 한 비지니스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듯 하다.

남성과 여성의 심리와 소비패턴의 차이는 남성의 뇌와 여성 뇌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이는 학습방식, 놀이방식, 투쟁방식 감정과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 비지니스 메시지에 반응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자면 여성은 대게 기술적인 용어로 넘쳐나는 사용설명서를 좋아하지 않는 반면, 대부분의 남성은 사용설명서를 읽고 제품을 이해하는 것을 하나의 재미로 생각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 책에서는 집안 곳곳에 있는 유행지난 가전제품들을 불도저로 밀어 버리고 큰 쇠망치로 파괴하는 여성의 공상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LG’의 사례를 여성 심리를 파고든 영리한 광고의 예로 소개한다. 이 광고 캠페인은 여성들이 멀쩡한 제품조차 업그레이드 하고 싶도록 만든다. “고장나지 않았다고 그런 구닥다리를 쓰고 계세요? 우리가 허락할테니 그 구닥다리를 내버리세요!”

남성과 여성의 상반된 소비패턴들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을 보고 있으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어느 심리학 서적의 제목처럼, 정말로 우리가 서로 다른 별에서 이주 해 와 섞여 살고 있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젠더 차이는 비지니스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이 금성에서 온 사람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좋을 것인가.

젠더’의 차에 따른 심리와 소비패턴의 분석 이후에는, 절대적인 구매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런 여성들에 대한 맞춤형 마케팅과, 이를 실전에 적용하기 위한 단계별 실행전략이 제시된다. 이것은 아주 유용해 보인다.

그녀가 저런 물건을 돈 주고 사는지 아직도 파악이 안되고 있는 실무자라면 필독서다. 물론 마케팅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화성남자, 금성여자’라는 관점에서 매우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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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가 좋다면서 왜 다른 사람과 잘까 - 뇌과학자가 들려주는 마케팅 이야기
네스토르 브라이도트 지음, 유혜경 옮김 / 북스넛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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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뇌 과학자이자, 마케팅의 세계적 권위자인 <네스토르 브라이도트>의 마케팅 이야기입니다. 원제는 『Neuromarketing』.

원제의 간결함에 비해서 과도하게 자극적으로 변모한 한국어판의 제목이 언뜻 독자의 관심을 끌려는 얄팍한 상술처럼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실은, 『그녀는 내가 좋다면서 왜 다른 사람과 잘까?』라는 의문은 실제 이 책의 핵심주제이기도 합니다. 그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과 함께,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녀의 관심을 돌려 다른 사람이 아닌 나와 잠자리를 갖게 할 수 있는가? 에 대한 방법론이 담겨있습니다.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실시한 설문조사등에서의 선호도와, 소비자가 실제로 구매하는 구매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리서치등에서 수집한 정보가 실제 판매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로 나타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스포츠카의 광고에 미인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이키에서 느끼는 만족을 마이키는 왜 못주는가? 금연캠페인을 해도 금연효과가 미미한 이유는?

불공정하다고 느껴지는 가격 앞에서는 기업의 도덕적인 호소는 무의미하다던가, 기능이 아닌 감성에 어필하라던가.

가장 핵심인 질문은, “왜 여자들은 남자와 다른 구매성향을 보이는가?”

이 책에서는 그 원인을 뇌과학의 관점에서 이야기합니다.

인간의 뇌에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활성화되는 신경세포가 있는가하면, 시장의 일부 혹은 특정고객에게만 활성화되는 신경세포가 있다고 합니다. 특히 남성과 여성의 경우에는 완전히 상반된다고 할 정도로 이 차이가 현저하게 나타납니다.

자동차와 책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에서 그 구매영향력은 여성들에게 있습니다. 이런 여성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것이야말로 마케팅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구매결정의 대부분을 좌우하는 메타의식을 공략하고 여성 소비자의 마음 깊숙히 들어갈 수 있는, 예를 들자면 매장을 다시찾아오고 싶게 만드는 배치등, 뇌신경과학에 근거한, 그녀를 유혹해서 잠자리로 끌어오는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뇌과학 마케팅을 소비자와의 진솔한 의사소통 활동이라고 말합니다. 뇌과학이라는 수식어가 왠지 어렵고 막연할 것 같다는 인상을 주지만 실제로는 일종의 심리게임 정도로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이해하기 쉽고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이제 막무가내식의 마케팅은 절대로 통용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한 것 같습니다. 소비자와의 의사소통이 과학적일 때야말로 장기적으로 이윤이 발생하는 비지니스를 할 수 있게 되겠지요. 소비자의 관심을 사로잡고 구매결정의 바탕이 되는 뇌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제목의 탓도 있어서 내용이 더욱 절절하게 와닿는 사람이 많을 것 같은 책입니다.

당신의 뇌과학 마케팅이 견고할때, 그녀는 당신이 좋다면서 잠은 다른 사람과 자는 일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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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어린 거짓말
케르스틴 기어 지음, 전은경 옮김 / 퍼플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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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르스틴 기어>는 내가 아는 제일 웃기는 작가중에 한명이다. 한문장 한문장이 재기넘치는 유머로 가득하다. 전작인,『오늘 죽고 싶은 나』나, 『엄마 마피아』에서 보여준 내공을 생각하면, ‘독일에서 가장 인기많은 소설가’라는 설명만으로는 소개에 조금 부족함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잡지사에 근무하는 ‘요한나’는, 신입 편집자 ‘비른바움'의 지시로 ‘채팅으로 만난 행복한 커플 이야기'를 수집하기 위해 생애 처음 ‘채팅’을 시도한다. 채팅방에 들어가 초보가 저지를만한 실수란 실수는 한번씩 모두 저지르고 난 후에, ‘보리스’라는 대화명의 남성과 알게되고 곧 서로 호감을 갖는다. 충동적으로 자신을 금발에 파란 눈동자, 172센티미터 몸무게 55킬로그램짜리 엘프로 소개하는 ‘요한나’.
그렇지만 실제로는 달걀 몸매.
이런 몸으로는 보리스를 만나기가 두렵다.
현실과 넷상에서의 그 갭을 상쇄하기 위해서 ‘한나’는 본격적인 다이어트 대작전에 돌입한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고군분투하기는 하는데, 다이어트라는 게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신발 신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5분만 달리면 녹초가 되어 주저앉고, 샐러드를 씹는 ‘요한나’와 친구들의 식탁에서는 토끼 우리에서나 날 법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다이어트 중인 여자들에게 일어나는 이런저런 해프닝들이 공감을 부른다.

그러던 어느날 가족에게 뜻밖의 큰 트러블이 일어나고, 이로인한 의욕상실로 요한나는 사랑과 가족 양쪽 모두를 잃게 될지도 모를 위기상황에 봉착한다. 기르던 햄스터마저 걸레를 빨던 물에 빠져죽었다. 대 핀치에 몰린 그녀의 앞날에는 과연 서광이.....?

얼추 이런 이야기인데 심각하다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 동안에도 저자의 유머본능만은 잠시도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심각해지는데도 유쾌하다면 이건 좀 이상한 표현일까.

성생활은 궁핍하고, 직장은 전혀 없거나 그저 그런 요한나의 친구들이 벌이는 황당한 에피소드들이나, 일과 사랑 외모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봇물 터뜨리듯 토해내는 거침없는 그녀들의 수다를 듣고 있는게 또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즐겁다.

평범한 여성이 좌절을 겪게 되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고 로맨틱한 사랑까지 거머쥔다는 단순한 루트의 이야기지만, 현실 속 사람들의 일상도 그렇게 복잡다단하지는 않다는 걸 감안하면, 오히려 이런 단순함이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이유가 되는지도 모른다.

유머 중에서도, 소소한 일상 속에서 평소같으면 무심코 그냥 지나칠 법한 유머를 캐치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케르스틴 기어>를 따를자가 없다고 생각한다. 과장되지 않고, 황당한 상황이 연달아 등장하는 와중에도, 왠지 주위의 누군가(특히 여자들)에게 틀림없이 있을법한 이야기 같아서 자꾸만 웃음이 터져 나온다. 사람이 얼마나 귀여운 생물인지, 인간이란 심각한 상황에서조차 귀여운 짓만 잔뜩 벌이면서 살아가는 순진하고 어수룩한 존재구나 하는 것을 생각한다.

‘칙릿소설’은 어지간하면 읽지 않겠다고 마음 속으로 정해놓았으면서도, <케르스틴 기어>의 소설이 칙릿이라는 사실을 3권째인 이 작품에 이르러서야 겨우 의식하게 되었을 정도니까, 여사의 유머를 즐기는데 있어서 독자의 성별은 별로 장애요소가 되지 않는것 같다.

마지막으로 케르스틴 기어의 소설은 해피엔딩이라서 좋다. 이렇게 잔뜩 웃게 만들어 놓고 주인공이 요절이라도 하면 그것도 당혹스럽다. 단발성 출간이라 생각했던 <케르스틴 기어>의 작품이 벌써 3권째, 그것만으로도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는데, 뒷표지 안쪽에서 앞으로 출간예정인 작품들의 목록을 발견했다. 저자의 팬이라면 이래저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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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쉬포워드
로버트 J. 소여 지음, 정윤희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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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는 잠자고 있던 지적 호기심을 마구 자극해서 좋다. 간혹 난해하다고 느껴지는 하드 SF나, 반대로 너무 가벼운 라이트노벨에 가까운 작품을 만날때는 예상한 것과 너무 달라 조금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이 『플래시 포워드』_<로버트 J. 소여>같은 경우는 SF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딱 알맞은 정도로 오락적인 SF소설이라 할 만 하다.

가까운 미래, 물리학자인 ‘로이드’와 연구원 동료들은 유럽의 CERN(실재의 연구기관)에서 어떤 실험을 행한다. 입자 가속 장치를 사용해 빅뱅 직후의 에너지 상태를 만들어 내는 이 실험은, 그렇지만 ‘로이드’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를 만들어 내고 만다. 전인류의 의식이 일시적으로 21년 후로 ‘점프’했던 것이다. 2분간의 미래 체험을 하고 현재로 다시 돌아온 사람들.
알아서는 안 될 미래의 정보를 알아버린 이 세상은 대혼란에 빠진다.

‘플래시 포워드’란, ‘플래시 백’(극이나 영화등에서 과거의 장면을 삽입하는 일)의 반대되는 개념.
이 이야기에서는 전인류의 의식 속에 단 2분간만 미래가 삽입되어 버린다는 설정을 도입하고 있다. 이 기발한 아이디어만으로 이미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라는 느낌.

그렇지만 이 소설의 진짜 포인트는 ‘플래시 포워드’ 이후, 미래를 알아 버린 이 세상이 과연 어떻게 될까를 주의 깊고 세심하게 시뮬레이트 하고 있는 점이다. 예를 들면 개인의 입장에서, 미래의 자신이 현재의 약혼자와는 다른 상대와 노년을 보내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면 과연 깨어질 것을 알면서도 지금의 상대와 결혼 할 수 있을까? 혹은 지금의 자신의 꿈이 미래에 이루어지지 못할 것을 알고 있다면? 그런 감각으로 미래를 알아버린 사람들의 고뇌를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있다.

분명 어두운 이야기는 아니다. ‘플래시 포워드’ 후에, 전세계의 개개인이 목격한 2분간의 미래의 정보를 인터넷으로 수집해 이어붙여서 21년 후의 세계를 재구축 하려는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이 프로젝트로부터 생겨나는 사회 차원의 활기가, 한사람 한사람의 개인이 안고 있는 고뇌의 분위기를 중화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야기를 더욱 단단히 동여매는 미스터리 요소. ‘로이드’의 파트너 ‘테오’는 미래를 보지 않았다.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플래시 포워드’ 도중 ‘테오’의 사망기사를 보았다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것도 살인사건이었다는 듯 하다. ‘테오’는 미래에 자신을 살해하는 범인을 찾아 동분서주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미스터리. 인류는 미래를 알았다. 그렇지만, 미래를 알았다는 사실이 미래를 바꾸지는 않는가? 즉, 타임 패러독스의 명제다. 다소 심오한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인과율 운운하면서 머릿속이 헝클어질 것 같은 복잡한 이야기로 꾸려 가는게 아니라 ‘플래쉬 포워드’로 본 미래를 바꿀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으로 단순화 해서 그리고 있다. 그런 면에서는 SF 초보자라도 이해하는데에 무리를 느낄 이유가 전혀 없을 것 같다.



어쨌든 쉽게 읽히고 뒷맛이 좋은 소설이었다. 이런 멋진 아이디어라면, 미국에서 원작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가 동창회등의 취소의 사유가 되고 있다는 것도 과연 납득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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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각승 지장 스님의 방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1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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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만 되면 스넥바 ‘에이프릴’에는 어김없이 다섯명의 단골손님이 찾아온다. 이들은 칵테일을 시켜놓고 잡담을 나누면서 한 남자의 방문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 방문객의 정체는 다름아닌 스님. ‘지장’이란 법명을 사용하는 행각승이다. 스님은 수행차 전국 각지를 떠돌아 다니고 계셔서, 여행 중에 신기한 사건들과 자주 마주치는 모양이다. 단골들이 기대하는 것은 스님의 그 기상천외한 체험담인데, 매주 반복되면서도 화젯거리가 끊겨서 실망시키는 일이 없고, 게다가 죄다 살인 사건인 걸 보면, 살인 사건에 말려 들어가는 게 또 특기인가 싶을 정도.

놀라운 것은 그 모든 사건의 진상을 보기좋게 간파 하고 계신다는 점. 사건의 전말이 궁금해져서 일행은 곧 스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어 버린다... 는 패턴의 반복이다.

‘지장스님’이라는 이 분, 엄연히 스님 신분이면서도 어쩐 일인지 좋아하는 술은 ‘보헤미안 드림’이라는 칵테일. 게다가 좋아하는 담배는 ‘던힐’. 비용은 모두 이 모임의 멤버들이 계산한다. 이것은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정착된 모임의 암묵적인 룰. 그도 그럴게 이런 흥미진진하고 기묘한 체험담을 본인의 입을 통해 직접 들을 수 있다면 ‘보헤미안 드림’보다 더 비싼 것을 대접해도 그렇게 아까울 것 같지는 않다.

처음부터 단도직입적으로, “이번주는 이 이야기를 하겠소...” 하고 나오는 건 아니고, 처음에는 멤버들과 함께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대화를 나누다가, 예를 들어 열차가 대화의 화젯거리로 떠오른다거나 하면, “열차라면 이런 일이 있었지..”하는 식으로 본격적인 ‘지장스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장스님’ 본인은 일단 모든 이야기가 자신이 수행 도중에 체험한 실화라고 말하고 있지만, 범인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지방 철도 살인이나, 접근하는 것 조차 힘든 바위 동굴에서 발생한 폭탄 살인, 숲 속 저택의 가장 무도회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 등등 그 일면을 보면 하나같이 미묘하게 허풍 냄새가 나는 기묘한 사건들뿐이다. 스님의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 들였을 때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지장스님’은 그야말로 명탐정. 가히 ‘셜록 홈즈’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뭐, 오랜 수행으로 다져진 수도자의 통찰력이라면 살인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것 정도는 별거 아닐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음, 어쩌다 보니까 스님의 실력을 내심 의심하고 있는 듯 한 표현을 써버렸는데, 그건 아니고, 자신이 꺼낸 이야기 말고도 대화중에 불시에 화제가 되는 추리의 정답을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내놓는 걸 보면, 비범하지 않은 능력의 소유자임에는 틀림없다. 운이라던가, 법술같은데 의지하는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논리의 타당성을 앞세우는 철저하게 본격 미스터리의 정신에 준거한 인물이다. 아무튼 사실이든 허풍이든  이 ‘에이프릴’에 모이는 단골은 모두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 뿐이라 이것 역시 암묵적인 룰로써 아무도 스님의 이야기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번에는 과연 어떤 사건이 튀어 나올까를 기대하는 것은 이 모임의 최고의 즐거움. 한 사건을 이야기할 때마다 멤버들이 그 수수께끼를 풀려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지만, 언제나 실패하고 결국은 지장스님의 해답을 듣고 감탄하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면서 지장스님은 자리를 뜬다. 일종의 「추리 게임」같은 느낌이다. 전형적인 <아리스가와 아리스>다운 소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화자와 청자간의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만들어지는 이런 이야기는 뭔가 참여하고 있고,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진짜 이야기 같은 맛이 난다.

이런 식으로 주말을 보내는 건 생각보다 훨씬 즐거울지도 모른다.
무료한 나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뭔가 귀가 확 뜨이는 이야기를 원한다면, 이번 토요일 밤에는 콧수염이 근사한 바텐더가 운영하는 스넥바 ‘에이프릴’을 한번 방문해 보시는 건 어떨런지. 예약은 불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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