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어린 거짓말
케르스틴 기어 지음, 전은경 옮김 / 퍼플북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케르스틴 기어>는 내가 아는 제일 웃기는 작가중에 한명이다. 한문장 한문장이 재기넘치는 유머로 가득하다. 전작인,『오늘 죽고 싶은 나』나, 『엄마 마피아』에서 보여준 내공을 생각하면, ‘독일에서 가장 인기많은 소설가’라는 설명만으로는 소개에 조금 부족함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잡지사에 근무하는 ‘요한나’는, 신입 편집자 ‘비른바움'의 지시로 ‘채팅으로 만난 행복한 커플 이야기'를 수집하기 위해 생애 처음 ‘채팅’을 시도한다. 채팅방에 들어가 초보가 저지를만한 실수란 실수는 한번씩 모두 저지르고 난 후에, ‘보리스’라는 대화명의 남성과 알게되고 곧 서로 호감을 갖는다. 충동적으로 자신을 금발에 파란 눈동자, 172센티미터 몸무게 55킬로그램짜리 엘프로 소개하는 ‘요한나’.
그렇지만 실제로는 달걀 몸매.
이런 몸으로는 보리스를 만나기가 두렵다.
현실과 넷상에서의 그 갭을 상쇄하기 위해서 ‘한나’는 본격적인 다이어트 대작전에 돌입한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고군분투하기는 하는데, 다이어트라는 게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신발 신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5분만 달리면 녹초가 되어 주저앉고, 샐러드를 씹는 ‘요한나’와 친구들의 식탁에서는 토끼 우리에서나 날 법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다이어트 중인 여자들에게 일어나는 이런저런 해프닝들이 공감을 부른다.

그러던 어느날 가족에게 뜻밖의 큰 트러블이 일어나고, 이로인한 의욕상실로 요한나는 사랑과 가족 양쪽 모두를 잃게 될지도 모를 위기상황에 봉착한다. 기르던 햄스터마저 걸레를 빨던 물에 빠져죽었다. 대 핀치에 몰린 그녀의 앞날에는 과연 서광이.....?

얼추 이런 이야기인데 심각하다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 동안에도 저자의 유머본능만은 잠시도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심각해지는데도 유쾌하다면 이건 좀 이상한 표현일까.

성생활은 궁핍하고, 직장은 전혀 없거나 그저 그런 요한나의 친구들이 벌이는 황당한 에피소드들이나, 일과 사랑 외모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봇물 터뜨리듯 토해내는 거침없는 그녀들의 수다를 듣고 있는게 또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즐겁다.

평범한 여성이 좌절을 겪게 되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고 로맨틱한 사랑까지 거머쥔다는 단순한 루트의 이야기지만, 현실 속 사람들의 일상도 그렇게 복잡다단하지는 않다는 걸 감안하면, 오히려 이런 단순함이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이유가 되는지도 모른다.

유머 중에서도, 소소한 일상 속에서 평소같으면 무심코 그냥 지나칠 법한 유머를 캐치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케르스틴 기어>를 따를자가 없다고 생각한다. 과장되지 않고, 황당한 상황이 연달아 등장하는 와중에도, 왠지 주위의 누군가(특히 여자들)에게 틀림없이 있을법한 이야기 같아서 자꾸만 웃음이 터져 나온다. 사람이 얼마나 귀여운 생물인지, 인간이란 심각한 상황에서조차 귀여운 짓만 잔뜩 벌이면서 살아가는 순진하고 어수룩한 존재구나 하는 것을 생각한다.

‘칙릿소설’은 어지간하면 읽지 않겠다고 마음 속으로 정해놓았으면서도, <케르스틴 기어>의 소설이 칙릿이라는 사실을 3권째인 이 작품에 이르러서야 겨우 의식하게 되었을 정도니까, 여사의 유머를 즐기는데 있어서 독자의 성별은 별로 장애요소가 되지 않는것 같다.

마지막으로 케르스틴 기어의 소설은 해피엔딩이라서 좋다. 이렇게 잔뜩 웃게 만들어 놓고 주인공이 요절이라도 하면 그것도 당혹스럽다. 단발성 출간이라 생각했던 <케르스틴 기어>의 작품이 벌써 3권째, 그것만으로도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는데, 뒷표지 안쪽에서 앞으로 출간예정인 작품들의 목록을 발견했다. 저자의 팬이라면 이래저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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