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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쉬포워드
로버트 J. 소여 지음, 정윤희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SF는 잠자고 있던 지적 호기심을 마구 자극해서 좋다. 간혹 난해하다고 느껴지는 하드 SF나, 반대로 너무 가벼운 라이트노벨에 가까운 작품을 만날때는 예상한 것과 너무 달라 조금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이 『플래시 포워드』_<로버트 J. 소여>같은 경우는 SF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딱 알맞은 정도로 오락적인 SF소설이라 할 만 하다.
가까운 미래, 물리학자인 ‘로이드’와 연구원 동료들은 유럽의 CERN(실재의 연구기관)에서 어떤 실험을 행한다. 입자 가속 장치를 사용해 빅뱅 직후의 에너지 상태를 만들어 내는 이 실험은, 그렇지만 ‘로이드’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를 만들어 내고 만다. 전인류의 의식이 일시적으로 21년 후로 ‘점프’했던 것이다. 2분간의 미래 체험을 하고 현재로 다시 돌아온 사람들.
알아서는 안 될 미래의 정보를 알아버린 이 세상은 대혼란에 빠진다.
‘플래시 포워드’란, ‘플래시 백’(극이나 영화등에서 과거의 장면을 삽입하는 일)의 반대되는 개념.
이 이야기에서는 전인류의 의식 속에 단 2분간만 미래가 삽입되어 버린다는 설정을 도입하고 있다. 이 기발한 아이디어만으로 이미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라는 느낌.
그렇지만 이 소설의 진짜 포인트는 ‘플래시 포워드’ 이후, 미래를 알아 버린 이 세상이 과연 어떻게 될까를 주의 깊고 세심하게 시뮬레이트 하고 있는 점이다. 예를 들면 개인의 입장에서, 미래의 자신이 현재의 약혼자와는 다른 상대와 노년을 보내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면 과연 깨어질 것을 알면서도 지금의 상대와 결혼 할 수 있을까? 혹은 지금의 자신의 꿈이 미래에 이루어지지 못할 것을 알고 있다면? 그런 감각으로 미래를 알아버린 사람들의 고뇌를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있다.
분명 어두운 이야기는 아니다. ‘플래시 포워드’ 후에, 전세계의 개개인이 목격한 2분간의 미래의 정보를 인터넷으로 수집해 이어붙여서 21년 후의 세계를 재구축 하려는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이 프로젝트로부터 생겨나는 사회 차원의 활기가, 한사람 한사람의 개인이 안고 있는 고뇌의 분위기를 중화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야기를 더욱 단단히 동여매는 미스터리 요소. ‘로이드’의 파트너 ‘테오’는 미래를 보지 않았다.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플래시 포워드’ 도중 ‘테오’의 사망기사를 보았다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것도 살인사건이었다는 듯 하다. ‘테오’는 미래에 자신을 살해하는 범인을 찾아 동분서주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미스터리. 인류는 미래를 알았다. 그렇지만, 미래를 알았다는 사실이 미래를 바꾸지는 않는가? 즉, 타임 패러독스의 명제다. 다소 심오한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인과율 운운하면서 머릿속이 헝클어질 것 같은 복잡한 이야기로 꾸려 가는게 아니라 ‘플래쉬 포워드’로 본 미래를 바꿀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으로 단순화 해서 그리고 있다. 그런 면에서는 SF 초보자라도 이해하는데에 무리를 느낄 이유가 전혀 없을 것 같다.

어쨌든 쉽게 읽히고 뒷맛이 좋은 소설이었다. 이런 멋진 아이디어라면, 미국에서 원작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가 동창회등의 취소의 사유가 되고 있다는 것도 과연 납득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