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아트 스피치 - 대한민국 말하기 교과서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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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다수의 청중 앞에서 이야기 한다는 것은 정말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평소에 달변이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도 무대 위에서나 혹은 여러사람 앞에서 이야기를 할때는 말더듬이 비슷하게 변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설사 스피치 자체에는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효과적인 스피치를 하고 있느냐 하면 그건 또 별개의 문제다.

학창시절 가장 짜증나고 곤혹스러웠던 시간은 보충수업도 아니고 체벌받는 순간도 아니고 바로 아침조회시간이었다. 교장선생님께서 몇가닥 안되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단상위에 서시면, ‘움직이는 놈 누구야!’ 하는 학생주임 선생님의 고함 소리에 맞춰서 한쪽에서는 선도부가 이름을 적고, 교장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권위주의의 극치를 달리는 거만한 제스쳐와 뜸들이기로 제군들의 사기를 제압한다. 군대의 사열식을 연상시키는 경직된 분위기에서 본격적으로 아침조회가 시작된다.

입가에 허옇게 침가루까지 묻히시고 판에 박은 멘트로 시종 무표정을 고수하며 융통성도 없이 장시간 조례사를 읇고 있는 장면은 마치 정지사진이라도 보고 있는 것처럼 정적이고 지루하기 짝이 없다. 중간중간 알아들었냐고 되묻기는 하는데 기계적으로 ‘네’라고 복창할 뿐 정말이지 무슨 말인지는 하나도 알아먹을 수가 없다. 간혹 정기적으로 현기증으로 쓰러지는 아이들이 출몰하기도 하지만, 아이가 실려가고 나면 조례사는 원래 예정된 수순대로 끝까지 모두 진행된다. 끝나고 나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날리 만무하다.

교장 선생님은 청중을 감동시키는 연설과는 전혀 무관한 스피치를 하고 있었다. 누구의 마음도 움직이지 못한 그저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한 무의미한 스피치를 하고 있었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수 없다면 그 연설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많은 사람들이 이와같이 청중의 감정보다는 스피치 자체에 목적을 두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재미있는 강의로 유명한 김미경 강사가 청중을 끌어들이는 효과적인 스피치 노하우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제로 스피치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강사의 실제 강의와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막연하게 청중앞에서의 스피치에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스피치의 자세, 무엇을 위해 연설을 하는가,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가를 자신의 경험담들을 예로 들어가며 재미있게 설명한다.

말을 잘하려면 타고 나야 된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연습이 모든 것을 바꾸어 준다. 중요한 것은 청중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가는 기술이다. 예를 들자면, 표지에서 김미경 강사가 해보이고 있는 손가락 제스처는 폭력적으로 보이지 않으면서도 강렬한 의지를 보여준다. 익숙한 제스처긴 하지만 실제로 보고 있으면 정말로 어떤 강한 메세지가 느껴진다. 바로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가 즐겨쓰던 제스처이기도 하다.

그저그런, 혹은 지루한 연설을 되풀이해 오던 사회 저명인사들을 포함한 많은 수강생들이 강사의 지도하에 명강사로 탈바꿈 한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노력만 뒷받침 되면 누구라도 연설, 프리테이션등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하니, 스피치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라도 탈 두려움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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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곰 심리학 - 인생이 재미있어지는 심리 기술
우에키 리에 지음, 서수지 옮김 / 럭스미디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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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지만, 미국에서는 백곰실험이라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백곰의 하루를 기록한 영상물을 3 그룹으로 나눈 피실험자들에게 보여주고 나서 각각의 그룹에 다음과 같은 과제를 부여합니다.
첫번째 그룹에는, 백곰에 대해서 기억해라.
두번째 그룹에는, 백곰에 대해서 생각하든 말든 맘대로 해라.
세번째 그룹에는, 백곰에 대해서만은 절대로, 절대로! 생각하지 마라.

1년 후에 이 피실험자들이 영상의 내용을 얼마나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는지 조사해 보니까, 가장 잘 기억하고 있는 것은 의외로 세번째 그룹에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즉 백곰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오히려 더 자꾸 백곰을 생각하게 되고, 결국 영상의 내용을 제일 자세하게 기억해 버렸다는 얄궂은 결과가 나와버렸습니다.

인간 심리에는 이러한 백곰 실험과 같은 패러독스가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이책은 그런 의외의 현상에 대한 분석과, 대응책을 가르쳐 주는 실용 심리술에 관한 책입니다. 학술 논문 수준의 이론을 적절히 섞으면서도, 친밀한 일상에 초점을 맞춘 일반용 서적이므로, 심리학이라기 보다는 부제 그대로 『인생이 재미있어지는 심리기술』이라 할 만합니다.

읽어보면 정말로 재미있어 보이는 기술들입니다. 우선 손에 들고 팔랑팔랑 넘겨보면 글자도 빽빽하지 않고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 듯합니다. 최근에 소개되는 영미권 저자들의 심리학 관련 서적들과 비교하면 친근하고 좀 더 쉽고 친절하게 쓰여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읽어 보면 아기자기한 첫인상과는 달리 꽤 밀도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상식과는 정반대의 실험결과들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는, 세명 이상이 모이면 창의적인 생각을 발휘하는데는 오히려 긍정적이지 못하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경험의 소유자나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이 모이면 혼자서 생각하는 것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얻어내기 쉽다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막상 실험을 해본 결과, 인간은 집단 속에서는 적극적으로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 회의나 모임에서도 사람이 많은데도 이상하리만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만, 이것은 오히려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어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 미국민들을 대상으로 결혼, 승진, 큰 돈을 손에 쥐게 되었을 때처럼 원래대로라면 행복하다고 여길 것 같은 상황들의 스트레스 수준을 조사했더니 이혼이나 정리해고, 빚과 같은 그야말로 스트레스 최강일 것 같은 조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스트레스 베스트 10에 당당히 진입해 버렸습니다. 저자는 행복하다는 생각이 강하면 강할수록, 공포심도 동시에 느끼는 것이 인간의 심리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행복함으로써 이 행복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하고 오히려 불안하게 되어 버린다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밖에도 여러가지 흥미로운 주제들에 대해 저자는 상식에서 비켜난 허를 찌르는 대답들을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가장 관심가는 것은 마지막 장의 ‘인기인이 되는 비결’에 관한 내용입니다. 전혀 의외의 사람들이 인기를 몰고 다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도 알고나면 의외로 단순한 원리네요. 과연 그럴듯한 심리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속는셈치고 일단 실천해볼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충분히 가치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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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인형 모중석 스릴러 클럽 23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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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사도 미뤄가면서 정신없이 푸닥푸닥 하다보니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6월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변변찮게 뭐 하나 계획한 대로 이뤄진 것도 없고 그나마 <제프리 디버>의 『잠자는 인형』같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입니다.

잠자는 인형』은『링컨라임』시리즈의 스핀오프 격이라고 할까요, 캘리포니아 연방수사국 CBI요원이자 동작학의 스페셜리스트, 심문의 달인인 ‘캐트린 댄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입니다. 새로운 시리즈인데도 초반부터 위화감없이 스무스하게 달리게 해 줍니다. 링컨 라임 시리즈인 『콜드 문』에서 잠깐 등장한 적이 있는 캐트린 댄스라는 인물에 대해 어느 정도 예비 지식이 있었다고는 해도,(잠자는 인형에는 반대로 링컨라임과 아멜리아 색스가 카메오 출연합니다) 첫작품부터 이렇게 적응기도 필요 없이 궤도 위에 안착시켜 주면, 독자로서는 그다음부터 그냥 끝까지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 후반에는 폭풍 질주입니다.

일반적으로 스릴러의 경우, 책을 읽기 전에 반전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먼저 듣고 나면 재미가 반감되기 마련이지만, 디버의 경우에는 별로 상관없습니다. 그것까지 미리 계산하고 쓴 것 처럼, 알고 있어도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읽고 있는 책의 남은 분량으로 ‘아직 끝나려면 멀었다, 아직 더 큰거 한방이 더 남아있다’ 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는게 더 문제입니다. 물리적인 이 문제, 이건 어쩔수가 없지요. 그렇다면, 결말 이후에도 한 백페이지쯤 백지를 채워넣는 건 어떨까요.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결말, 그리고 나머지는 모조리 백지라는 당혹스러운 상황.
소설의 내용보다 이쪽이 더 충격일지도 모르겠네요. 이렇게 되면 출판사가 테러 협박을 받게 되려나요.

상대방의 동작이나 표정에서 심리를 읽어내는 캐트린 댄스의 치밀한 심문 기술의 묘사가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CSI 등의 드라마를 보면, 용의자가 시선을 왼쪽 아래로 떨구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식의 속설이 수사에 응용되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만, 실제로는 아무래도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포인트는, 각각의 용의자 특유의 동작이나 버릇을 파악한 뒤, 그 기본 패턴에서 벗어나면 수상한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흉악한 컬트 리더인 ‘펠’에게는 일반 범죄자들과는 다른 행동 패턴이 있어서 특별한 상황이 되면 격하게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킵니다. 그 반응의 근원을 밝혀내는 것이 펠이라는 인물을 알기 위한 열쇠가 됩니다. 그런가하면 무서우리만치 심리술에 능한 펠 역시, 사소한 말이나 단서 하나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거나 합니다. 댄스와 펠, 둘의 이 두뇌전이 상당히 볼 만합니다.

댄스와 펠의 대립구도와는 별개로, 펠의 ‘패밀리’였던 여자들의 이야기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자신의 인생에 큰 구멍을 낸 남자를 향한 증오, 두려움, 그리움... 같은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이 현실과 마주하는 방법, 극복하는 방법,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마음가짐 등이 저마다 다른 점이 흥미롭습니다. 사람은 언제까지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습니다. 싫든 좋든 무언가에 자극을 받고 앞으로 나아가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 나아가는 방법은 사람마다 모두 제각각이겠습니다만, 보다 멀리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드라마에는 역시 상쾌한 뒷맛이 있습니다.

‘잠자는 인형’인 소녀의 역할이 제목에서 상상하게 되는 만큼 크게 인상적이지 않은 것은 아쉽습니다. 그렇지만, 잠자는 인형은 일종의 상징이고, 잠들어 있던 그녀들이 눈을 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그건 그것대로 또 잘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캐트린 댄스 시리즈의 다음 작은 『노변의 십자가』 (Roadside Crosses)입니다. 덧붙여서 내맘대로 캐스팅은, ‘캐트린 댄스’역에는 코요테 어글리, 미이라 3 등의 ‘마리아 벨로’, ‘다니엘 펠’ 역에는 크레이지 하트, 아이언 맨의 ‘제프 브리지스’입니다. 『킬 빌』의 ‘우마 서먼’이 이 작품의 판권을 구입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우마 서먼은 못생겨서 사절입니다. 도로 물리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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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소 개그왕 6 - 행복의 표시
모리타 마사노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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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타 마사노리는 예나 지금이나 내가 가장 사랑하는 만화가다. 나이먹어 가는 티를 내는 것인지 이제는 만화책을 읽는 횟수도 년단위로 헤아려야 할만큼 줄어들었지만, <모리타 마사노리>의 작품만은 내주기만 한다면 하루에 열권이든 백권이든 얼마든지 읽어줄 용의가 있다. 투박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려진 등장인물들의 풍부한 표정도 좋고, 남자들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모리타 마사노리 특유의 들썩들썩하는 스토리도 좋다. 옛정 때문이라고만 하기에는 이렇게까지 재미있게 읽히는 작가도 또 없다.

모리타 마사노리의 또다른 작품인『루키즈』가 얼마전 일본에서 드라마화 된 바 있다. 원작자인 마사노리도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꽤나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대단히 훌륭했다고 극찬하는 한편, 만화책으로는 불가능한 연출을 가능하게 하는 영상이라는 수단에 대해서는 질투심마저 토로하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배우들의 감정연기나 음향효과등, 만화에는 없는 영상만의 장점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어느 작가라도 마찬가지겠지만, 모리타 마사노리의 만화에는 모리타 마사노리만의 흉내낼수 없는 개성이 있다. 영상이 아무리 다양한 연출을 구사한다고 해도 이런 저자 고유의 느낌까지 모방할 수 있을리가 없다.

남자들을 불타오르게 하는 우정이라던가 한발한발 꿈을 향해 나아가는 감동스토리는 고교생들의 이야기에서 개그맨 지망생들의 이야기로 바뀌었어도 여전하다. 『폭소개그왕』은, 주인공 ‘케이스케’가 동급생인 ‘츠지모토’ 와 함께 프로 연예인을 목표로 정진해 가는 성장 스토리가 메인이지만 최근에는 이쪽은 다소  정체 기미.
그 대신에 츠지모토의 선배 개그맨인 ‘카네모토’와 ‘후지카와’ 콤비인 ‘디지털 금붕어’를 전면에 내세운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데, 이것이 또 매우 재미있다. 주인공이 2선으로 물러나 있을 때 더 재미있다는 것은 조금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타고난 재능으로 이미 자신의 이름을 성공적으로 알리고 있는 카네모토에 비해, 카네모토를 돋보이게 하는 자신의 역할에 초조함을 느끼는 후지카와.
게다가 카네모토가 자신을 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은 뒤로 후지카와의 분노는 정점에 달한다. 이후 카네모토가 혼자서 해외 촬영을 간 사이에 후지카와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 호응을 얻은 뒤 자신감을 얻지만, 결과적으로는 서로 자신이 돋보이려고 하다보니 콤비의 만담도 어그러지고 만다. 둘의 관계도 악화일로를 걷는다.

이 작품의 매력은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해서도 그것을 개그로 승화시켜 남을 웃겨야만 하는 개그맨 지망생 콤비의 고뇌와, 그들의 필사적이고 진지한 마음가짐을 정면에서 마주하고 그린 인간 드라마라는 점이지만, 이 드라마를 이만큼까지 끌어 올린 것은 역시 디지금 콤비의 공임에 틀림없다. 상대의 재능을 인정하고 존경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더 지고 싶지 않고 때로는 서로 증오심마저 갖게 되는 콤비의 그런 복잡한 감정을 보기좋게 그려내고 있다.

그런데 이번 에피소드의 마지막 결말은 정말이지 충격적.
울지는 않았지만 정말 울 것 같은 기분이 되어 버렸다. 꼭 그렇게 끝내야 직성이 풀리겠냐 싶어 저자에게는 원망하는 마음도 들지만, 이것도 단발성 관심끌기가 아닌 이후의 보다 큰 전개를 위한 포석이리라 믿는다. 그나저나 다시 생각해도 충격적이긴 충격적이다.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굴러 갈지 매우 신경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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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란 무엇인가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 지음, 김태희 옮김 / 민음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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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불문하고 축구는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다. FIFA 보고서 빅 카운트에 따르면 2000년 현재, 클럽에 소속되어 뛰고 있는 남녀 축구선수는 약 2억 4200만 명, 이 중 여자선수만 해도 약 2천만명에 달한다. 2005년 피파는 206번째와 207번째 축구협회를 거느리게 되었고, 이로써 UN보다 많은 회원국을 가지게 되었다.

이 두꺼운 책을 집어들면서 처음에는 이런 인기종목인 축구의 유래나 역사, 경기 규칙, 전략 전술, 각국의 스타 플레이어들의 면모, 국가별 정보나 기록등의 각종 데이터 베이스를 총망라한 축구 백과사전쯤 되는 책이 아닐까 하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소위 매니아를 상대로 한 ‘축구의 모든 것’ 류의 서적일거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하고 있었다.

막상 읽어보면 그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의 ‘축구의 모든 것’이다. 상기한 내용을 모두 포함하면서도, 보다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른다. 수많은 스포츠 중 유달리 전세계인들이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축구의 매력은? 축구가 지니고 있는 의미는? 이라는 화두를 놓고, 단순히 데이터 베이스화한 자료를 독자에게 들이미는 것이 아니라, 축구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애정을 바탕으로 일종의 칼럼 형식의 이야기를 써나간다. 축구에세이집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축구 전문가로서의 객관적인 시선, 독일 분데스리가의 약체팀인 ‘FC 뉘렌베르크’의 골수팬으로서의 다채로운 경험과 에피소드, 축구선수를 꿈꾸는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의 감정까지, 사람들이 축구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다양한 시각과 이유가 총체적으로 담겨져 있는 진정한 ‘축구의 모든 것’이다. 언급하고 있는 내용의 다채로움에는 혀를 내두를 정도.

유소년 팀에 소속된 어린 아들이 골을 넣기 위해 사력을 다해 드리블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발 골이 들어가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아버지의 마음이나,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상위리그로 승격되는 순간 “내 생애 이런 장면을 보게 되다니!”라며 감격에 겨워 길바닥에 앉아 흐느끼는 할아버지, 그리고 그런 남편의 등을 쓸어주며 위로하는 할머니.
축구가 만들어 내는 드라마와 선수가 아닌 팬의 입장에서 느끼는 작은 감정까지 이 책에는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차범근 감독이 추천했다는 것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두말할 나위없이 훌륭한 책이다. 유럽 빅리그, 특히 분데스리가의 구단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면 거기에 소속되지 못한 박탈감이나 부러움같은 것들이 교차하기도 하지만, 내가 응원하는 조국, 내가 응원하는 리그와 팀이 보다 높은 곳을 향해 성장해 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그것대로 의미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팀과 나의 『합일화』그것이야말로 축구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평소에 축구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비춰질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책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축구에 대한 지식이라는 작은 카테고리를 넘어서, 역사가 있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찰이 있고, 드라마가 있고, 또한 감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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